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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할 때는 가질 수 없고 가지고 나면 원하지 않아
박현욱
문학동네 202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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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하이네켄
2. 메이데이
3. 퍼펙트 데이
4. 밀러 라이트
5. 페이퍼 나이프
6. 앨리스와 하나
7. 토스카
8. 굿바이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1967년에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서른이 훨씬 넘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자의반 타의반 백수생활을 하고 있을 때” 신춘문예 광고를 봤다고 한다. 마감 일 주일을 앞두고 쓴 첫 작품은 당선되지 않았지만, 그는 데뷔가 빨랐다고 평한다. 1999년 말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서 2001년 등단했으니, 습작기간은 채 2년이 못 되는 것이다. 데뷔작은 2001년 『동정없는 세상』으로,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다. 2003년 『새는』을 출간하고, 이어 2006년에는 『아내가 결혼했다』로 제2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그가 쓴 3편
1967년에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서른이 훨씬 넘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자의반 타의반 백수생활을 하고 있을 때” 신춘문예 광고를 봤다고 한다. 마감 일 주일을 앞두고 쓴 첫 작품은 당선되지 않았지만, 그는 데뷔가 빨랐다고 평한다. 1999년 말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서 2001년 등단했으니, 습작기간은 채 2년이 못 되는 것이다.

데뷔작은 2001년 『동정없는 세상』으로,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다. 2003년 『새는』을 출간하고, 이어 2006년에는 『아내가 결혼했다』로 제2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그가 쓴 3편의 장편소설 중 두 편이 공모전에 당선되었다는 점에서, 그는 스스로 상복이 좋다고 말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동정없는 세상』, 『새는』, 『아내가 결혼했다』는 모두 판권이 팔려, 이미 영화화되었거나 앞으로 될 예정에 있다.

『아내가 결혼했다』는 『미실』에 이은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다. 이중결혼을 하려는 아내와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남편의 이상한 관계를 축구에 빗대어 묘사했다. 일부일처제의 고정관념을 깨는, 독특한 결혼 판타지. 일반적 상식과 보편적 윤리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 전개와 단 세 명만이 등장하는 단순한 인물 구성에도 불구하고 “눈도 떼지 못하고 단숨에 빨려 들어가는 마법 같은 흡인력을 가진 소설”이다.

작가는 박학다식한 스포츠 마니아로서 사랑과 인생, 축구 공식의 교집합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축구 역사, 현재 활약하고 있는 축구 선수들의 인생과 그를 둘러싼 에피소드, 축구와 관련된 사건, 축구 상식 등에 관한 생생한 자료들을 사건과 상황의 흐름에 절묘하게 끌어들여 단순한 서사와 주인공의 심리 상태에 활력과 리얼리티를 불어 넣고 있다. 이 작품이 말하는 낯선 결혼관이 불편하면서도 한편 유쾌한 이유는, 독점적 연애와 일부일처제가 사랑을 지속시키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행복을 억압하는 기재로 쓰이는 모순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동정 없는 세상』은 성에 대한 호기심 강한 열아홉살 소년 준호를 주인공으로 한 성장소설. 재미있는 소설을 써보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하루 빨리 동정 딱지를 떼어내고 어른이 되려는 준호의 해프닝을 경쾌하게 다루면서 동시에 10대인 준호의 시각에서 바라본 어른들의 세계를 진지하게 그려내고 있다. 언뜻 보면『동정 없는 세상』은 주인공 준호가 동정 딱지를 떼기까지의 해프닝들을 가벼운 투로 쉽게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소설은 치밀하게 계산된 다층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화자가 '동정'을 떼고 싶어 안달하는 것은 단순히 성에 대한 호기심뿐만 아니라, 더 넓은 의미에서 성인의 세계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가 '동정(童貞)'을 떼고 나서 맞게될 세상은 어쩌면 '동정(同情)' 없는 세상일지도 모른다.

두번째 소설 『새는』은 작품은 80년대 중반의 고등학생들을 그리고 있는데 그 당시는 모든 게 치열했던 시기, 특히 입시경쟁은 '지옥'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제목 '새는' 그런 상황에서 의미를 갖는다. 노래하는 의미도 모르면서 자꾸만 노래를 하고 날아가는 곳도 모르면서 자꾸만 날아가는 '새'는 그 시절의 젊은이들이다. 학교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루지 못한 아쉬움들이 가득한 소설이다.

최근 작품으로는 등단 후 팔 년 만에 나온 첫 창작집 『그 여자의 침대』에서 예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적절히 뒤섞어 재미와 흡인력을 갖춘 특유의 ‘박현욱식 연애담’을 통해 그가 걸출한 이야기꾼임을 다시 한번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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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8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172쪽 | 133*200*20mm
ISBN13
9791141601126

책 속으로

“태주씨는 정직한 사람이 아니에요. 한순간에 가까워질 수 있는 사람이에요.”
--- p.17

“저는 책을 읽고 싶은 게 아니라 책을 갖고 싶은 거예요. 오래도록 책장에 꽂아두고 책등의 제목을 보고 싶은 거예요. 그러기에는 『타이탄의 미녀』보다 『저 위의 누군가가 날 좋아하나봐』가 훨씬 더 매력적이에요.”
--- pp.45~46

“창경원도, 벚꽃놀이도, 낭만적이라는 말도 의미를 다 알게 된 다음에는 창경원 밤 벚꽃놀이에 관심이 없어졌어요. 그래서 저의 창경원 밤 벚꽃놀이는 어떤 식으로든 영원히 낭만적인 창경원 밤 벚꽃놀이에 이를 수 없게 된 걸까요.”
--- p.54

세상이 고요해졌다. 길고도 긴 하루가 끝났다. 모든 다른 날들처럼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하루가, 모든 다른 날들과는 다르게 영원히 그리워할 하루가 영원히 끝났다.
--- p.66

누구는 나이가 차서 결혼하고, 누구는 외로움 때문에 결혼하고, 누구는 돈 때문에 결혼하고, 누구는 부모 때문에 결혼하고, 누구는 아이 때문에 결혼한다. 사랑 때문에 결혼하는 게 아니라.
--- p.74

친구란 특정 시간과 특정 공간을 함께하면서 우정이라는 남다른 유대감을 갖게 되는 존재다. 그런데 그 특정 시간과 특정 공간에 존재하는 매력적인 사람들은 한정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때로는 남다른 감정이 드는 대상이 겹칠 수밖에 없다.
--- p.81

“태주씨, 오늘은 뭐해요?”
“다른 일정 없어요.”
“나도 없어요. 우리 같이 있을까요?”
태주는 ‘우리’라는 말이 반짝거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 p.100

“보고 싶어요.”
“그런 낯간지러운 말을 참 잘도 하네요.”
“거북한가요?”
“듣기 좋아요. 또 해봐요.”
--- p.115

그런데 한눈에 빠지는 사랑과 일 년 만에 빠지는 사랑이 다른 것일까. 한두 달 만에 마음이 식는 것과 일 년 만에 마음이 식는 것이 다른 것일까.

--- p.152

출판사 리뷰

“듣기 좋아요. 한번 더 말해봐요.”
“나는 당신을 정말 사랑해요.”

홀로 하는 독백, 둘만 아는 디졸브
셋이 추는 위태롭고 아름다운 왈츠

2015년 봄의 저물녘, 마포구 합정, ‘태주’는 그곳에서 대학 동창 ‘재하’를 몇 년 만에 우연히 마주한다. 동창 중에 “가장 빨리 결혼했고, 가장 빨리 이혼했”(11쪽)으며 부동산으로 돈까지 많이 번 재하 옆에는 늦은 오후의 빛을 받아 환하게 빛나는 ‘명’이 있다. 태주는 이 갑작스러운 만남이 지난날의 재하처럼 달갑지 않지만, 그래서 “오늘 말고 다음에요”(14쪽)라고 둘러대며 얼른 자리를 뜨려 하지만, “다음에 만난다 해도 그날이 되면 또 오늘이에요”라고 말하는 명의 우아한 농담에 완전히 넘어가버리고 만다. 재하와 명은 납치라도 하듯 태주의 팔을 하나씩 낚아채고 어째서인지 태주는 일순 “행복 비슷한 것을 느”(같은 쪽)끼며 그들을 따라간다.

벚꽃이 흩날리는 봄밤의 술자리 이후 셋은 함께 어울리기 시작한다. 자신의 연인인 명에게 “태주 어때?”(33쪽) 하며 은연중에 과시와 도발을 하는 재하가 못마땅해 태주는 매번 빼기 일쑤지만, 명의 한마디면 어느새 못 이기는 척 나가 그들과 함께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오네스코의 문장을 빌리자면 “인생 경주에서 물러나야” 하는 나이 서른다섯, “또다시 태주는 재하에 대해 부러움 이상의 부러움을”(27쪽) 느끼며 사랑의 경주가 시작될지도 모르겠다고 예감한다.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미국의 송어낚시』를 읽고 있다는 남자 태주와 “송어 낚시 책보다 더 좋은 게 있”(40쪽)다며 90km를 달려 송어회를 먹으러 가는 남자 재하. 세 사람이 함께하던 어느 토요일, 급작스러운 일로 재하가 자리를 뜬 뒤 명과 태주는 뜻밖의 동물원 데이트를 시작으로 마법 같고, 꿈결 같고, 낭만적인 밤을 맞이한다.

태주는 명의 말들이 이미지가 되어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다. 벚꽃이 흩날리는 장면에서 밤하늘에 벚꽃이 휘날리는 장면으로, 그리고 또 까만 밤하늘에 높디높은 궁궐의 담 위로 더 높이 희고 고운 꽃잎들이 춤을 추는 장면으로.(53쪽)

태주는 뭔가 강렬한 욕구를 느꼈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욕구였다. 뭔가에 대한 갈망 비슷한 것이었다. 어쩌면 잡힐 듯,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그러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바람에 멀리 날아가 사라져버리는 벚꽃 잎들 같은 것들에 대한.(68쪽)

“아무렇게나도 좋지만 어떻게든 나하고 같이 가봐요.
그러니까 우리도 우리의 방식으로 같이 가봐요. 어떻게든.”

불꽃놀이가 되는 꽃놀이, 눈송이가 되는 꽃송이

“디보스드(divorced)”라는 재하의 말에 “미 투”라는 명의 대답으로 시작된 이 ‘돌싱’들의 연애 관계는 “오랫동안 서로에게 편안함을”(76쪽) 느끼며 지속되었지만, 새로운 사랑이 탄생하면서 끝을 맞이한다. 태주는 “여러 날 동안, 오랫동안, 어쩌면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담아두었던 말” “내가 명을 좋아해”(80쪽)라고 재하에게 고백한다. 재하는 “태주를 줄 위에 올려놓고 싶은 마음이 조금, 아주 조금 있었”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이야말로 줄 위에 있었”고, “떨어진 사람은 자신뿐”(86쪽)이라는 걸 자각한다. “스스로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명을 사랑했”(85쪽)다는 사실 역시 깨닫지만 단호한 명의 마음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런 게 아무렇지 않을 때도 있고 신경이 쓰일 때도 있어. 아무렇지도 않아서 헤어질까 하는 때가 있었어. 재하씨에게 도무지 마음이 없어서. 그러다가도 신경이 쓰여서 헤어질까 하던 때도 있었어. 마음이 있다 해도 다른 여자 만나는 애인과 계속 만날 수는 없으니까. 이럴 때는 저럴 때를 생각하고 저럴 때는 이럴 때를 생각해. 그러면 굳이 꼭 지금 끝내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와. (…) 그런데 이제는 정리할 때가 됐어. 이렇다 해도 헤어져야 하고 저렇다 해도 헤어져야 해. 우리는 여기까지야.”(84~85쪽)

반면 봄날의 꽃놀이에서 시작된 태주와 명의 사랑은 불꽃처럼 타오르기 시작하고, 태주는 “‘우리’라는 말이 반짝거리는 것처럼”(100쪽) 느껴진다. 그러니 함께 밤을 보낸 다음날 아침, 아무렇게나 내린 커피를 두고도 이들은 이런 대화를 나눌 수밖에. “아무렇게나도 좋지만 어떻게든 나하고 같이 가봐요. (…) 우리도 우리의 방식으로 같이 가봐요.”(99쪽) 명 역시 연인과 해보고 싶었던, 같은 책의 같은 대목을 소리 내어 번갈아 읽는 시간을 태주와 가지면서 새롭게 다가온 사랑을 한껏 감각한다.

사랑이 사랑의 말을 만들었다. 사랑의 말이 사랑을 만들었다. 기의가 기표를 만들었고, 기표가 기의를 만들었다. 명에 대한 사랑이 사랑의 발화를 만들었지만 사랑의 발화는 명에 대한 사랑을 더 깊게 만들었다.(90쪽)

생각은 언어로 이루어진다. 특정 상황에서 같은 단어를 떠올리는 것은 생각의 경로가, 감정의 경로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명의 언어는 태주의 것과 다르지 않았다. 같은 집의, 같은 세계의 인간인 것이다.(111쪽)

그러한 지복의 순간도 잠시, 명이 기르는 고양이 ‘앨리스’로 인해 태주에게 알레르기 증상이 발현되면서 이들의 관계에도 조금씩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게다가 앨리스의 분리 불안 탓에 “명의 집에서 밤을 보낼 수도, 태주의 집에서 밤을 보낼 수도 없”(119쪽)는 상황에마저 놓이고 만 것. 태주는 처음에는 “재하도 물리쳤는데” “앨리스는 괜찮아”(114쪽)라며 알레르기 약과 면역 요법을 동원하여 극복해보려 하지만, 재하가 여름휴가를 떠나며 명에게 맡겨놓은 또다른 고양이 ‘하나’를 발견하는 순간 “고양이도 고양이지만 재하에게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135쪽)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욕망에 대한 욕망이란 처음의 욕망과는 다른 욕망이다. 처음의 욕망은 충족되어 사라졌거나 이미 희미해졌다. 다른 욕망은 아직 생성되지 않았다. 그 사이에 뭔가가 있다. 그것이 이유를 알 수 없는 그 무엇, 러시아적 권태-토스카다.(145쪽)

말수 없는 태주와 두말 않는 명의 사랑은 기로에 선다. 그리고 할말 없는 재하의 흔적은 사라질 듯 사라지지 않는다. 과연 “열망은 신체적 핸디캡을 넘어서지 못”(139쪽)할까? 정말 “한눈에 빠지는 사랑과 일 년 만에 빠지는 사랑이 다른 것일까. 한두 달 만에 마음이 식는 것과 일 년 만에 마음이 식는 것이 다른 것일까.”(152쪽) 중요한 것은 이들의 사랑은 아직 미결정의 상태로, 잠재태인 채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일 테다. 그리고 이 이야기와 인물들 속에 우리 지난날의 한 조각도 숨어 있을 것이라는 사실 역시.

무심한 듯 치밀한 이 사랑은 이 소설과 꼭 닮았다. 두 남자와 한 여자라는 구도의 측면에서 『아내가 결혼했다』의, 『안나 카레니나』라는 주요 모티프를 공유하는 동시에 깊이 있는 아포리즘이 산재한다는 측면에서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변주로도 읽히는 『원할 때는 가질 수 없고 가지고 나면 원하지 않아』.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지극히 리얼하고도 자연스러운 ‘환승 연애’의 순간이, 설렘과 파토스가 흘러넘치는 어떤 사랑의 생애가 이 소설 속에 살아 숨쉬고 있다. 얼마든지 영원할 수도, 얼마든지 순간적일 수도 있을 30대의 연애. 그 현실적 연애의 질감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면, 박현욱이 그려낸 이 사랑의 화신들을 만나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 작가의 말

다만 바라건대, 그의 말처럼 이 한 편의 소설이 누군가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가닿을 수 있기를. 이 글로 누군가는 잠시라도 마음의 휴식을 누리기를.

2024년 여름
박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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