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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7
1부 탁구를 치자 왠지 탁구가 있어 보였던 것이다 17 그때 탁구는 고작 중학생의 놀이였을까 25 학생회관 사층에 탁구장이 있었다 31 어느 날 회사에 탁구대가 들어왔다 37 마룻바닥이 깔려 있는 탁구장은 처음이었다 43 당신의 탁구를 보여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 49 탁구의 이데아 57 탁구장에서는 안 그랬는데 65 탁구 후의 맥주란 73 한낮의 우울, 한밤의 탁구 87 탁구장이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이 강릉이었다 95 탁구는 몸을 써서 땀을 흘리는 일이다 105 탁구 잘 치는 인간들이 왜 그리 많은 건지 111 그렇게 우리, 탁구를 치자 119 2부 탁구를 읽자 탁구의 기원 125 작고 가벼운 탁구공 하나 131 살아 있는 탁구 라켓의 전설, 비스카리아 143 탁구 러버도 비싼 게 좋은 거다 155 탁구는 ‘라바빨’이기도 하고 167 인생은 한 방, 탁구도 한 방 183 한국 탁구가 가장 빛났던 순간 195 대통령 영부인배 여성 탁구대회라는 것도 생겼다 201 지구를 들어올린 탁구공, 박영순 215 탁구의 바나나, 탁구의 스트로베리 221 탁구 사상 가장 경이로운 풋워크 227 탁구의 나라들이 그에게서 탁구를 배웠다 235 나가며 2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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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엘리베이터의 거울에 빛나는 얼굴이 나타나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탁구 때문이다. 땀을 흘리며 즐겁게 탁구를 치고 난 뒤의 얼굴이라 그런 것이다. 탁구를 치면 즐거워진다.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운동이라 표정이 좋아진다. 표정이 좋아지면 인상이 좋아지고 인상이 좋아지면 더 잘생겨 보이는 것이다.
--- 「들어가며」 중에서 그와 나는 이런저런 내기들을 했다. 자판기 커피 한잔이나 학생식당 점심 같은 소소한 내기부터 저녁 술값 같은 큰 내기까지. 탁구와 바둑과 당구의 삼종경기. 우리는 시간이 많았으니까. 미래는 보이지 않았지만 학생회관 사층 탁구장과 학교 앞 당구장들은 아주 잘 보였으니까. --- 「학생회관 사층에 탁구장이 있었다」 중에서 레슨을 받은 나보다도 그가 더 깨끗한 탁구를 구사하고 있었다. 때로는 타고난 운동신경이 다른 모든 것을 넘어서기도 한다. 어쩌면 생득적이고 선험적인 뭔가가 이미 존재 이후를 규정해버리기도 하는 게 아닐까. 가령 그의 탁구처럼. 꼬이기만 하는 우리 인생처럼. --- 「어느 날 회사에 탁구대가 들어왔다」 중에서 처음 탁구를 접한 이후 나는 항상 탁구 치는 친구들 사이에서 잘 치는 축에 속해 있었다. 그런데 탁구 동호회 모임에 가보니 거기서 나는 초보에 불과했다. 길을 가다 발아래 자그마한 웅덩이가 하나 있나 했는데 막상 들여다보니 깊은 우물이었다. 나는 아주 조그만 개구리였다. --- 「마룻바닥이 깔려 있는 탁구장은 처음이었다」 중에서 첫 대회의 느낌이라면 한숨 섞인 몇 개의 의문문이다. 과연 내가 커다란 체육관에서 하는 대회에 나가서 입상을 하는 일이 생길까. 우승이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될까. 우승 그까짓 거, 어제 내린 눈처럼 녹아 없어지는 거라고 생각하는 날이 올까. --- 「탁구장에서는 안 그랬는데」 중에서 라켓을 들고 하얀 공을 쫓아다니다보면 즐거운 마음으로 땀을 흘리게 된다. 그러다보면 몸에 활기가 돈다. 몸에 활기가 돌면 마음에도 활기가 돈다. 어쩌면 우리 인생의 문제들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조금 생길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우울의 반대편으로 조금 움직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보면 조금 더 좋은 날이 우리에게 올지도 모른다. --- 「한낮의 우울, 한밤의 탁구」 중에서 혹 사랑에 대해서는 어떠했을까.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는 재능도 있었을까. 스스로 없다고 생각한 재능이지만, 제대로 배우고 시간을 들여 정성껏 익혔다면 나 아닌 다른 이들을, 다른 것들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었을까. 그럼으로써 혹은 온전히 사랑받을 수 있었을까. 하여 행복해질 수 있었을까. --- 「탁구 잘 치는 인간들이 왜 그리 많은 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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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 탁구를 치자.
졸업을 앞둔 대학교 마지막 학기. 학생회관 사층 탁구장에서 그와 친구는 이런저런 내기를 했다. 앞은 보이지 않고 시간은 많았으니 그 시절의 막막함을, 불안을 잊고 싶어 탁구를 쳤다. 오랜 시간이 흘러 탁구 레슨을 시작했고 대회에 출전했다. 코치가 추천하는 수준보다 좀더 높은 수준을 택했더니 광속으로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길을 가다 발아래 자그마한 웅덩이가 하나 있나 했는데 막상 들여다보니 깊은 우물이었”던 것이다. 이후 낮은 수준의 부수로 재출전하여 좋은 결과를 얻게 됐다. 그는 당연하게도 기뻤고 의외로 담담하기도 했다. 초중고 시절 체육 관련 상장 하나 없던 자신에게도 어쩌면 알아차리지 못한 재능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며. 사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는 재능이 자신에게 없다고 여겼다. 어쩌면 그것도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한 재능 중 하나였던 것은 아닐까. 스스로 사랑에는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정성껏 익혔다면 다른 이들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제대로 배우고 시간을 들였더니 비로소 발현된 탁구처럼 말이다. 어두운 생각이 많은 날에도 탁구를 치고 나면 다시 몸에 생기가 돈다. 땀 흘리며 작고 하얀 공을 쫓은 뒤 시원한 맥주 한잔이면 기분 좋게 잠들 수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땀을 흘리고 활기를 되찾다보니 인생의 문제들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조금이나마 갖게 된 것이다. 이렇듯 “조금 더 좋은 날이 우리에게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안고 그렇게 그는, 탁구를 친다. 이렇게 우리, 탁구를 읽자. 탁구의 공식 영어 이름은 왜 Ping-Pong이 아니라 Table tennis일까. 탁구는 왜 시작됐으며 탁구대 크기는 어떤 기준으로 정해졌을까. 탁구는 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더 많이 궁금해하고 이해하다보면 어느새 탁구가 더 재밌어진다. 실제로 탁구를 치는 건 곤란해 보이지만 너무도 예쁜 이천사백 달러짜리 명품 라켓의 이야기처럼. 바나나 플릭이라는 기술이 있으니 뭐라도 다른 과일 이름을 갖다붙여 탄생한 스트로베리 플릭처럼. 이렇게 2부는 탁구의 읽는 재미를 한껏 끌어올리며 한국 탁구의 최전성기로 우리를 데려간다. 그중 1973 세계선수권 여자 단체전 우승은 현재는 상상하기 어려운 결과들을 만들어냈다. 김포공항엔 무려 삼십만의 환영 인파가 몰렸고 공항에서부터 서울 시내까지 카퍼레이드가 진행됐다.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우리나라에선 국가적 환대가 열렸고, 다음 선수권대회 우승 국가인 북한에선 이를 기념하는 다큐가 만들어졌다. 작고 하얀 공이 만들어낸 전설 같은 순간들을 따라가보자. 그러다보면 탁구가 우리 삶의 문제들을 해결해주지는 않더라도, 잠시나마 그 문제에서 오는 괴로움을 잊고 우울의 반대편으로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얻을지도 모른다. 책을 덮을 즈음엔 이렇게 말하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우리, 탁구를 읽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