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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riel 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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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이 있어. 니콜라스 패링던 기억해? 전쟁 직후에 5월의 테크 클럽에 종종 왔었는데. 무정부주의자에 시인 비슷하고. 키가 큰….”
“설리나랑 같이 밖에서 자려고 옥상에 올라갔던 남자?” “그래. 그 남자 말이야.” “그 사람이 왜? 다시 나타났대?” --- p.11 꼭대기 층의 아가씨들은 지붕에서 옥상으로 건너가 일광욕을 하면 좋겠다고 자주 생각했고, 의자 위에 서서 천장의 채광문이 열리는지 시험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채광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그레기가 그녀들에게 그 이유를 다시 말해 주었다. 그레기의 이야기는 매번 발전했다. “불나면 우리 다 갇히는 거잖아요.” 숨 막히게 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하는 설리나 레드우드가 말했다. --- p.43 니콜라스의 방문으로 클럽에서 제인의 위상은 상승했다. 제인은 니콜라스가 클럽의 모든 것에 그렇게 열성적으로 반응하리라고는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 니콜라스는 응접실에서 제인과 설리나, 키가 작고 검은 머릿결의 주디 레드우드 그리고 앤과 인스턴트커피를 홀짝이며, 희미하고 만족스러운 미소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 p.60 맨손뿐인 소녀들과 니콜라스는 서로의 상상력을 은은하게 자극했다. 니콜라스가 클럽 옆 호텔 다락방을 점유 중인 미국인들과 모의하여 그 다락방을 통해 옥상에 올라가 클럽 양변기실 슬릿 창으로 옥상에 넘어온 설리나와 아직은 후더운 여름밤을 함께 보내기 전이었고, 아이티에서 극도로 야만적인 행위를 목격한 직후에 부지불식간 가슴에 십자가를 긋는 익숙하지 않은 제스처를 취하기 전이었다. --- p.90 그녀는 5월의 테크 클럽을 이상적인 사회의 축소판으로 보지도 않았고,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했다. 계량기에 동전이나 꽂아 넣어 가며 사는 여자의 삶에 황금시대의 아름답고 무심한 가난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제정신 박힌 여자라면 가난을 그저 더 좋은 기회가 찾아오기 전에 일시적이어야만 할 무언가로 여길 터였다. --- p.98 니콜라스는 설리나가 뼛속까지 의인화된 이상적인 사회가 되기를, 그녀의 아름다운 팔다리가 지적인 남녀처럼 그녀의 마음과 영혼에 순종하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 심혼心魂이 그녀의 육신처럼 아름답고 우아하기를 갈망했다. 반면에 설리나의 욕망은 비교적 소박해서, 그 순간 그녀는 단지 몇 주 전부터 가게에서 사라진 머리핀 한 봉지를 갖고 싶을 뿐이었다. --- p.1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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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인 가난이라는 존엄한 속성
“니콜라스 패링던 기억해? … 무정부주의자에 시인 비슷하고. 키가 큰 ….” “설리나랑 자려고 옥상에 올라갔던 남자?” 이 책에서 남자 주인공 니콜라스 패링던이 등장하는 방식이다. 그 남자는 아이티에서 순교한 것으로 나온다. 2006년 뮤리얼 스파크가 세상을 떠나고 그녀의 작업 노트가 일부 공개되며, 스파크의 어떤 소설보다 자전적 요소가 많이 투영된 《가난한 처녀들》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속출했다. 커피와 나일론 스타킹, 키스와 야외 섹스, 스키아파렐리 드레스 … 주인공들의 행보는 한없이 가볍고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의 소산이지만, 그 행보를 추동한 물적 토대에는 당시의 복잡한 국제관계와 미래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푼 영국인들의 희망이 자리하고 있다. 오늘날 비평가들이 《가난한 처녀들》에 재주목하는 이유도, 전쟁의 폭력성과 애도에 집중하던 당시 영미 문단에서 이 소설은 “독일과 일본의 항복이라는 두 차례의 종전 사이” 짧은 기간과 당시 영국의 분위기 및 생활상을 집중 조명한 몇 안 되는 전후소설이기 때문이다. 당시 영국인들은 구시대의 상징인 처칠을 축출하고, 이른바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민의 삶을 보장한다는 복지국가 이념을 정초하고 전후 유럽과 미국의 사회보장정책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베버리지 보고서》를 구매하려고 배급품 줄보다 더 긴 줄을 섰다. 이런 재건의 꿈에 부푼 당대의 분위기를 《가난한 처녀들》은 그대로 펼쳐 보인다. 남자 주인공 니콜라스는 폭격으로 폐허가 되고 배급이 줄어 배를 곯는 와중에도 굴하지 않고 공동체 정신을 지켜 나가는 하숙집의 ‘가난한 처녀들’에게서 이상적인 복지사회의 맹아 비슷한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공동체의 일원인 아름다운 설리나를 마치 “조국을 사랑하듯이” 사랑한다. 그날,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 위대한 마이너 소설인가, 신비한 기술적 걸작인가 “설리나는 … 속눈썹 아래로 상대를 곁눈질하는 방식으로 상황을 통제하는 재주가 있었다.” 첫 출간 당시, 《가난한 처녀들》에 대한 평단의 반응은 양극단으로 갈렸다. 얇은 책 두께와 잔망스러움의 끝을 달리는 테크 클럽 아가씨들의 말씨와 행동거지 등은 뮤리얼 스파크에게 “위대한 마이너 작가”라는 조롱을 안겼다. 반면에 이 소설의 형이상학적 복잡성에 매료된 비평가들은 모차르트적인 정밀함으로 아름답게 구성된, 초자연적인 악의 힘을 추상적으로 구현한 “기술적 걸작”이란 찬사를 쏟아냈다. 소설에서 남자 주인공 니콜라스를 매료시키는 무심한 미의 화신 설리나는 스피카파렐리 드레스를 구하려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가 나중에 평자들에게 엄중한 도덕적 심판을 받는다. 그렇다면 시인 W. H. 오든은 왜 《가난한 처녀들》을 스파크의 소설 중 가장 좋아하는 소설로 꼽고, 미국 소설가 존 업다이크는 스파크를 의도적 명료함과 신비성이 어우러진 카프카에 비견했을까? 니콜라스와 클럽 옥상에서 야외 섹스를 즐긴 설리나는 니콜라스를 개종시킨 ‘악의 화신’일까? 최소한, 스파크가 전후 영국인들이 막연히 꿈꾼 이상적인 미래 사회인 5월의 테크 클럽 아가씨들에게 ‘세속성’과 ‘무심함’이란 두 가지 덕목을 부여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매일 아침저녁으로 설리나는 “완벽한 균형, 몸과 마음의 평정”이라는 ‘품위 유지 문장’을 낭독하고, 클럽의 소란에 참여하지 않는 조안나의 무심함이 영웅적으로 부각된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제인이 헝클어진 머리를 정돈하려고 멈춰 선 채, 머리핀을 입에 물며 말했다. … 그 순간 니콜라스는 … 어둑한 잔디 위에 맨다리로 꿋꿋하게 선 채 머리를 정돈하던 제인의 모습을” 떠올린다. 남자 주인공 니콜라스는 자신의 아름다움에 무심한 설리나에게 “완벽한 여성”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거듭 강요한다. 그는 가난한 삶의 형태에서 이상적인 공동체의 모태를 발견한다. 이 소설의 첫 문장은 “오래전 1945년, 착한 영국 사람들은 죄다 가난했다.”이고, 이 첫 문단 마지막에 “부자들은 대체로 마음이 가난하다고 믿어지던 시대였다.”고 덧붙인다. 이것이 제1차 세계대전 직후와는 딴판인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형성된 사회적 감수성이었다. 다시는 악이 활개 치지 못할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그러나 클럽 아가씨들은 이상사회를 꿈꾸는 무정부주의 예술가의 영적 비전을 끊임없이 농락하고 배반한다. … 니콜라스는 어떻게 죽었을까? 《가난한 처녀들》의 행간에 숨겨진 팽대한 의미의 바다를 감상하려면 인습과 고정관념의 열차에서 뛰어내려 창조적 개입을 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 후반부의 카타르시스에 매몰되지도 말아야 한다. 차라리 관대해지거나 조금 시니컬해지는 편이 낫다. 그래야 깃털처럼 가벼워 보이는 요소요소들이 “머랭 케이크”처럼 깊고 농후한 의미의 겹으로 중층, 과잉결정돼 있음을 목도하고, 그 응축된 풍미를 황홀하게 음미할 수 있다. 소설 뒤에 만만치 않은 분량으로 가미된 옮긴이의 [작품 해설]은 이 풍미를 최대치로 끌어올릴 디저트 혹은 ‘디제스티프’라 할 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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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크는 거리두기의 천재다. 독자는 그녀의 인물들 위로 올라서며, 인물들의 크기는 줄어들고 신비롭게 축약되지만, 그들의 상호작용은 명확하고 재미있게 다가온다. …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스파크는 실로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스파크는 다양한 분야에 상세하고 깊은 지식을 지녔으며, 의학이나 법률, 여타 전문 용어들을 자연스럽게 사용하지만 결코 ‘공부한 티’를 내지 않는다. … 스파크는 디포와 디킨스의 런던처럼 그녀의 런던을 잘 안다. 찻집 웨이트리스부터 복잡하고 신경질적인 지식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회계층을 당당하게 넘나든다.” - 존 업다이크 (소설가,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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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시다’라는 단어는 스파크의 소설을 연구할 때 끊임없이 떠오르는 단어다. 스파크의 경험은 한계를 넘나들며, 무수한 발화와 인생 양상의 미묘한 차이를 날렵하게 포착하고 기록한다. 스파크는 통찰력으로 충만한 상상력이라는 선물 같은 능력의 소유자로, 내가 아는 한 그녀는(예외적인 상태의 그레이엄 그린 씨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현존하는 불가사의함의 대가이다.” - 에벌린 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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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위로하는 사람들》을 시작으로, 스파크는 서사와 주제를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끌고 가는 재능을 입증해 왔다. 스파크는 자신의 시간을 허투루 소비하지 않았고, 정중하게도 독자의 시간도 일절 낭비하지 않았다. 스파크의 스타일은 햇빛에 비친 칼날처럼 예리하고, 그녀의 재치는 그 칼날이 번뜩일 때의 예기만큼이나 치명적이다. 대단하게도,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스파크는 무심한 일격의 미묘한 가치를 아는 풍자가이고, 감상 없는 도덕주의자이다.” - 존 K. 허친스 (뉴욕 헤럴드 트리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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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능하고, 눈부시게 영리하며, 주인공들의 숨통을 끊은 칼날을 한 번 더 비틀며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스파크 여사는 독자에게 확실한 재미와 오락을 보장한다. 독자를 교란시키고, 충격을 주며, 혼란스러움까지 야기한다면(종종 그녀가 그리하듯) 금상첨화일 것이다.” - 오빌 프레스콧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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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크 여사의 소설들은 실로 아름답게 완성되었다. …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아는 것 같다. … 웃기고, 감동적이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 W. H. 오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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