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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열다
1부 장미의 열반 1 엄마 집에 가/2 나는 정신을 찍었다/3 졸의 기억/4 법당에서 옷을 벗습니다/5 춤추는 미꾸라지/6 이게 뭐지?/7 장미의 열반/8 영원한 노스탤지어/9 안단테~안단테~안단테~/10 길에서 만난 리틀 붓다/11 보드카, 자유를 마시다/12 아버지의 초상/13 베니스의 눈물/14 아직도 달마가 서쪽으로 간 까닭을 모른다/15 썩은 물이나 깨끗한 물이나 배를 띄우는 부력은 같다/16 어느 컬렉터의 눈물/17 바다 이야기/18 달빛 소나타/19 일상, 그 화려한 외출 2부 오! 마이 뉴욕 1 달나라에서 왔나/2 오! 마이 뉴욕/3 당신이 나를 울린다/4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3부 시간의 그림자 1 점의 여행/2 인도로 가는 길/3 솜사탕이 된 노자 도덕경/4 얼음으로 만든 붓다/5 산타페의 추억-흙과 바람의 냄새를 그린다/6 필연은 우연의 미장센이다/7 파르테논의 독백/8 시네마는 천국이다/9 마음 산책하는 날/10 고래 사냥/11 8시 15분/12 버드나무 아래서 현자를 만나다/13 대포로 그림을 그렸다/14 몽유도원을 실경한다/15 길이 아니라서 간다 책을 닫다 |
金我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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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화의 사진을 본 많은 사람은 대단한 사진이라고 했다. 이것이 사진의 힘이라고 했다. 어떤 평론가는 핵폭탄을 맞은 것 같다고도 하였다. 나의 워크숍에서 김금화의 사진이 스크린에 비쳤고, 때마침 강의실로 들어서던 여자는 선생의 사진을 보는 순간 바닥에 털썩 주저앉기도 하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에게 이 사진은 실패작이다. 그 이유는 사진을 본 평론가의 말처럼 핵폭탄을 맞았거나 혹은 사람을 바닥에 주저앉히기 위하여 김금화를 만난 것이 아니어서다. 나는 사람을 바닥에 주저앉힌 그 기가 김금화의 정신이라고 생각지않았다. 당연히 선생의 정신세계는 상대를 제압하기 위하여 존재하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선생의 기가 정제된 정신을 만나고 싶었지만, 실패했다. 그 사진에서는 김금화의 정제된 정신이 아니라 살아 있는 기가 그대로 보는 사람에게 전해졌다. 나는 그것을 김금화의 정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실패한 사진이다. 명확한 실패였다.
-1부 2장 ‘나는 정신을 찍었다’ 중 작업을 한다는 것은 관념을 들어내는 것의 연속이다. 지독한 관념 들어내기이다. 아침에 들어내면 저녁에 다시 차오르고, 저녁에 들어내면 다음 날 아침 다시 가득 차 있는 것이 관념의 세계이다. 관념은 거머리보다 더 지독하고 내가 존재하는 날까지 사라지지 않는 나의 그림자와 같다. 예술의 근원이 새로움이라면, 그 새로움은 관념을 비워내지 않으면 참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당장에 빵을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프로젝트를 계속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그 일이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작업 과정에서 덤으로 얻게 되는 세상 사는 이치이며 지혜 때문이다. 모든 작업이 단 한순간도 버릴 수 없는 치열한 현장이었지만, 〈뮤지엄 프로젝트〉는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하여 밤을 새운다. 작업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과 함께 울고 웃는 작업 현장은 치열하게 살아가는 삶의 현장과 다르지 않다. Boxing이고 투쟁의 역사이다. 분명한 것은, 나의 삶은 그 과정의 연속이었다. -1부 4장 ‘법당에서 옷을 벗습니다’ 중 마른 장미 잎에 성냥불을 붙이는 순간 장미는 기다렸다는 듯이 순식간에 연기와 함께 타올랐다. 그 순간, 나는 큰 충격에 빠졌다. 나의 뇌를 마비시킬 정도의 강한 향기 탓이었다. 상상하지 못했던 현상이었다. 내가 기억하던 날 듯 말 듯하던 장미 향과는 비교도 안 되었다. 향기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장미에 대하여 알고 있던 나의 상식은 무참하게 깨어졌다. 충격과 아픔과 상쾌함이 폭풍처럼 밀려왔다. 내가 알던 상식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장님이었구나! 내가 코끼리를 더듬고 있었구나!’ 장미꽃은 아름다움과 향기로움의 다른 말이 아니던가? 그러나 쓰레기통으로 가야 할 장미 쓰레기들이 졸지에 불타면서 내는 향기는 장미에 대한 관념을 송두리째 해체해버렸다. 아니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나의 관념을 통째로 날려버렸다. 이것이 진정한 열반인가? -1부 7장 ‘장미의 열반’ 중 캔버스에 남은 흔적들은 우연에 의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우연은 일어나지 않으면 우연의 힘으로 어떤 것도 만들 수 없다. 이것은 우리가 간단하게 말하지만, 우연이란 자연의 기운생동의 물리적인 운동에 의하지 않으면 생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자연의 운동, 이것이 필연이다. 내가 이 세상에 우연으로 온 것 같지만, 그것이 어디 우연인가? 원하던 원하지 않았던 남녀의 물리적인 교접에 의하여‘나’라는 개체가 생산된 것과 같다. 기운생동하지 않거나 내가 이 세상에 오지 않았다면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는 즉물적인 존재의 가치에 대한 말이다. 하여 캔버스에 남은 흔적들은 캔버스 앞에 있는 나무들의 크기와 종류, 주변에 있는 바위와 풀 한 포기마저 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자연이다. 기운생동하는 자연의 법칙을 인간의 능력으로 산출할 수 없다. 그냥 자연에 맡겨놓을 뿐이다. 나 역시 캔버스에 어떤 흔적들이 남을 것인지 예측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캔버스에 남은 흔적은 그럴 이유가 있다. -3부 6장 ‘필연은 우연의 미장센이다’ 중 ---본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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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한 사유의 폭과 깊이, 전 지구적인 행동반경,
전 세계 어느 작가와도 비교할 수 없는 압도적인 스케일 철학하는 아티스트 김아타의 사색과 통찰이 직조한 한국 예술 산문의 정수! 뉴욕 세계사진센터 아시아 작가 최초 개인전, 세계적 사진 전문 출판사 애퍼처에서 한국인 최초 사진집 출간, 런던 파이돈 프레스사 선정 세계 100대 사진가, 1억 원에 빌 게이츠 구매 등 아티스트 김아타란 이름을 장식할 화려한 수식어는 무수히 많다. 그러나 그의 작품과 직접 대면했을 때 이러한 미사여구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작품이 내뿜는 치열한 사색의 아우라에 말문을 잃고 만다. 《장미의 열반》은 김아타란 세계적 아티스트가 오늘의 위치에 서기까지 광기와 같은 열정으로 작업에 매진해온 사투의 기록이자, 심도 깊은 사유의 흔적이다. 뉴욕과 베를린과 런던에서 김아타의 작품세계를 칭송할 때 한국사회는 그를 '미친 놈'이라 부르며 외면하다가 뒤늦게서야 그의 진가를 이해하였다. 아니 아직도 김아타에 대한 진정한 이해는 도달하지 못하였다. 그 순간은 과연 언제 도래할 것인가. 아마도 《장미의 열반》이 그 단초가 되리라. 김아타가 편견과 아집과 싸워왔고, 무엇보다 스스로와의 치열한 투쟁 속에 겪은 자기 혁명의 역사가 《장미의 열반》에 있기 때문이다. 구도자와 같은 자세로 세계관을 심화시켜온 시간들을 엮은 김아타 철학의 진경! 김아타의 작업은 한 방울의 물이 바위를 뚫는 수적천석水滴穿石과 같은 오랜 반복 행위의 산물이다. 8시간, 24시간. 사흘, 나흘 무한한 장노출을 통해 고정되어 있는 물체는 기록되고 움직임이 빠른 물체는 이미지가 사라져 최소한의 흔적을 남기는 〈온에어 프로젝트〉가 그러했으며 전 세계의 역사적인 도시 열세 곳을 주유하며 1만 컷의 사진을 하나로 포갠 〈인달라〉 시리즈가 그러했다. 자기 새끼에게 자기 살을 내어주기 위해 거미줄로 제 몸을 묶어 본능적인 도망을 차단한 염낭거미처럼 배수의 진을 치고 작업에 매진했던 것이다. 그의 작업은 그렇게 쉼 없는 반복 행위의 중첩인 동시에 끊임없는 진화의 연속이었다. 〈해체〉에서 〈뮤지엄 프로젝트〉로, 〈뮤지엄 프로젝트〉에서 〈온에어 프로젝트〉로, 〈온에어 프로젝트〉에서 〈인달라〉로, 〈인달라〉에서 〈자연드로잉〉으로 진화하며 사진 너머의 세계로, 예술 너머의 세계로 미적 지평을 넓혀왔다. 그는 자기 진화의 속도를 제어하지 않았다. 자기 복제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새로움을 항시 추구했고 그 새로움도 내일이면 버려야 할 관념이라 여기며 오로지 전진했다. 자연에 캔버스를 설치하여 무궁하고 내밀한 자연의 숨결을 그대로 받아쓰는 글로벌 프로젝트 〈자연드로잉〉은 바로 지난 작업들의 축적이 오늘에 나타난 진화의 현재형이며, 그런 의미에서 김아타의 작업은 하나라도 들어내면 무너져 내리는 레고 블록 쌓기와도 같다. 그렇기에 《장미의 열반》은 아티스트 김아타가 쌓아올린 사상의 레고이며 우리 앞에 드러난 김아타 철학의 진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