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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눈 위의 천사 1983
아르키메데스의 원리 1984
피부 위 그리고 바로 그 아래 1991
다른 방 1995
물 안팎에서 1998
초점 맞추기 2003
남아 있는 것 2007

저자 소개 2

파올로 조르다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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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olo Giordano

1982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태어났다. 토리노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스물다섯 살의 나이에 발표한 첫 소설 『소수의 고독』으로 이탈리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스트레가 상과 캄피엘로 상을 동시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중견 작가들만 받아온 스트레가 상을 최연소로 수상해 온 이탈리아가 주목했고, 250만 부 이상 팔리며 42개국에 번역 출간돼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인간의 몸』(2012), 『검정과 실버』(2014), 『하늘을 집어삼키다』(2018) 등의 소설과 희곡집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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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기를 바라면서 이탈리아 문학을 우리말로 번역하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의 라사피엔차대학교에서 박사과정 연수를 마치고, 고려대학교에서 ‘프리모 레비와 번역’에 관한 연구로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루이지 기리의 사진 수업』, 『제노의 의식』, 『릴리트』, 『소수의 고독』, 『당신이 사랑한 게 나였을까』, 『그대로 있어줘』, 디노 부차티의 『타타르인의 사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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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8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456쪽 | 470g | 128*188*22mm
ISBN13
9791141600075

책 속으로

차디찬 땅속에 손을 찔러봤다. 강의 습기 때문에 흙이 부드러웠다. 야간 축제의 흔적인 날카로운 병조각 하나를 발견했다. 손안에 꼭 쥐었는데 처음엔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다. 어쩌면 아픔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강물에 시선을 고정한 채 더 깊이 박히도록 병조각을 손안에서 굴렸다. 그리고 미켈라가 수면 위로 떠오르길 기다리며 생각했다. 왜 어떤 건 물 위에 뜨고 어떤 건 그러지 않는지를.
--- p.49

알리체와 마티아가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알게 된 것을 다른 아이들은 첫눈에 알아보았다. 손을 잡고 주방에 들어선 두 사람은 웃음기 없이 제각기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지만, 맞닿은 팔과 손가락을 통해 하나의 몸이 다른 몸으로 이어져 흐르는 것처럼 보였다.
--- p.144

“곧 익숙해질 거야. 나중엔 눈에 보이지도 않을걸.” “어떻게? 항상 거기 있을 텐데, 내 눈에 보이는 곳에.” “바로 그거야. 그러니까 오히려 안 보이게 될 거야.”
--- p.169

고교 시절은 마티아와 알리체에게 결코 아물지 않을 깊고 쓰라린 상처였다. 둘은 숨쉬는 것조차 꾹 참으며 그 시간을 지나왔다. 마티아는 세상을 거부하는 마음으로, 알리체는 세상에 거부당하는 기분으로 견뎠지만, 차츰 그 두 가지가 별로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 p.174

소수는 의심 많고 고독한 수다. 그 때문에 마티아는 소수에서 경이를 느끼곤 했다. 때로는 소수가 실수로 그런 수열에 놓여, 목걸이에 꿰인 진주처럼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때는 소수 역시 다른 평범한 수처럼 되고 싶었는데 무슨 이유에선가 그럴 수 없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 p.191

그는 지금 이 순간부터 달라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알리체를 차에 태우고 다니기 위해 되도록 빨리 면허를 딸 것이다. 받아들이기 두렵지만 그녀와 있을 때는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평범한 일들이 가치 있어 보였다.
--- p.226

지난해 마틴과 헤어지고 난 뒤부터 그녀는 이곳이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피부가 건조해졌고, 심지어 여름에도 절대 누그러들지 않는 한기 또한 견딜 수 없어졌다. 그럼에도 떠나는 건 쉽지 않았다. 어느새 이곳에 의지하고 있었고, 사람들이 상처 주는 존재에 집착하게 되는 것처럼 그녀도 이곳에 대한 강한 애착을 떨칠 수 없었다.
--- p.343

알리체는 비워내고 있었다. 파비오와 자신에 관한 것을, 그리고 아무것도 없음을 알게 되기까지 부단히 해온 모든 부질없는 노력을. 그녀는 한발 물러나 자신의 나약함과 집착이 다시 살아나는 걸 호기심어린 눈으로 지켜보았다. 이번만은 그것들이 결정하는 대로 따라가리라 마음먹었다.
--- p.373

정지된 이미지에서 알리체는 다른 것도 떠올렸다. 알리체의 마음은 그 움직임, 단편적인 소리, 감정의 조각을 되살려 하나로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가슴 아리지만 기분좋은 그리움에 젖어들었다.
--- p.406

알리체는 골짜기로 추락해 눈에 파묻혔던 때를 떠올렸다. 그 순간의 완전한 고요를 생각했다. 지금도 역시 그날처럼 그녀가 어디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이번에도 찾아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더이상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았다.

--- p.455

출판사 리뷰

서로에게서 자신의 고독을 알아본 두 사람,
이들의 불완전한 사랑은 서로를 구원할 수 있을까

『소수의 고독』은 각자 결핍을 안고 있는 두 사람, 알리체와 마티아의 사랑을 그린다. 아버지의 강요로 스키 대회를 준비하던 알리체는 어릴 때 사고로 다리를 다친다.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는 신체적 결함을 안게 되며 알리체는 외모에 대한 열등감으로 거식증까지 앓는다. 수학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마티아에게는 발달장애를 가진 쌍둥이 동생 미켈레가 있다. 미켈레를 잠시 공원에 두고 친구의 생일파티에 다녀온 사이 동생은 실종되고, 이 사고로 마티아는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며 자해하는 버릇이 생긴다. 두 사람은 결핍과 상처를 감추고 스스로를 외롭게 만들며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섞이지 못하고 상처를 끌어안은 채 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눠지는 외로운 소수(素數)처럼 살아간다.

쌍둥이소수는 근접한, 거의 근접한 두 수가 한 쌍을 이루는데, 그 사이엔 항상 둘의 만남을 방해하는 짝수가 있다. 11과 13이라든가 17과 19, 또는 41과 43 같은 수가 그렇다. 참을성 있게 계속 세어나가면, 이 쌍둥이소수가 점점 희소해지는 걸 발견하게 된다. 오직 기호로만 이루어진 고요하고 규칙적인 세계에서 길을 잃은 채 더욱 고립된 소수를 만나게 된다. 그러면 그때까지 만난 쌍둥이소수는 우연의 산물이며, 결국 그들의 진정한 운명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라는 불안한 예감이 밀려온다. 그래서 더 세어볼 마음이 들지 않아 그만두려고 하면, 서로 꼭 붙어 있는 쌍둥이소수를 만나게 된다. (...) 마티아는 자신과 알리체가 그런 사이라고 생각했다. 외로이 방황하는 두 소수, 가깝지만 실제로 서로 닿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쌍둥이소수. (본문 191~192p)

그렇게 외로움을 표출하지도, 이해받으려고 하지도 않던 두 사람은 우연히 만나게 되고 서로를 알아본다. 다른 사람에게 곁을 내주지 않던 마티아는 알리체에게 친근함을 느끼지만 알리체를 향한 자신의 마음은 좀처럼 털어놓지 못한다. 둘은 서로의 곁을 맴돌다가 각자의 길을 떠나고, 의미 없는 작별인사만 나눈 채 헤어진다. 수학연구자가 된 마티아는 유학을 떠나고, 알리체는 사진작가로서 길을 걸으며 둘은 서로를 가끔 떠올릴 뿐이었다. 그러다가 미켈레와 닮은 여자를 발견한 알리체가 마티아에게 급히 메시지를 보내며 두 사람은 9년 만에 재회한다. 서로에게서 자신을 본 두 사람이 쌓은 불완전하고 비대칭적인 사랑. 과연 이들은 서로에게 구원이 될 수 있을까.

자기연민에 침잠하지 않고 결핍을 마주한다면
다시 한번 순수한 사랑을 꿈꿀 수 있다

『소수의 고독』에는 알리체와 마티아 둘 사이의 사랑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등장한다. 같은 반 친구인 마티아를 짝사랑하는 데니스는 자신의 동성애를 터놓을 수 없는 외로움을 마음 한편에 오래도록 감추고 마티아의 곁에 머문다. 알리체는 마티아와 헤어져 있던 사이,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온 의사 파비오와 결혼한다. 이 결혼을 통해 알리체는 자신이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사랑으로 마티아의 부재를 채우려 하고, 파비오는 알리체를 사랑하는 본인의 모습에 도취되어 상대방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마티아는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알리체에게서도, 유학 생활 동안 자신에게 호감을 표현한 나디아에게서도 계속 도망친다. 미켈라에 대한 죄책감이나 자신의 진정한 속내를 마주해야 할 때마다 수학이라는 도피처를 찾는다.

데니스는 그후로도 여러 번 그 클럽을 드나들었다. 매번 다른 남자와 이야기를 나눴고 상대가 물어도 이름을 말해주지 않으려고 늘 적당히 둘러댔다. 누구와도 그 이상의 관계까지 가지 않았다. 대신 자신과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였는데, 대부분 침묵을 지킨 채 듣기만 했다. 그는 서서히 그 이야기들이 서로 엇비슷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들은 같은 길을 걸었다. 머리 전체를 물속 깊숙이 집어넣어 바닥을 치고 나서야 수면 위로 올라와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 (본문 246p)

네 사람은 성숙하지 못한 사랑으로 각자의 구멍을 메우려 하지만, 모두 실패하고 만다. 『소수의 고독』의 등장인물들은 이 처절한 실패를 통해 타인에게 의지해 자신을 똑바로 세우려 했던 과거에서 한걸음 나아간다. 마티아는 “이미 소진된 가능성, 조금 전까지 둘을 하나로 묶어줬지만 지금은 사라져버려 보이지 않는 역선을” 깨닫게 되고, 알리체 역시 홀로서기를 선택한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자신의 상처에 파묻혀 외로이 방황하는 젊음이 자기연민에서 벗어나 결핍을 마주할 때, 다시 한번 순수한 사랑의 가능성이 생겨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자기 자신과 타인을 온전하게 사랑할 수 있는 새로운 내일을 보여준다.

알리체는 골짜기로 추락해 눈에 파묻혔던 때를 떠올렸다. 그 순간의 완전한 고요를 생각했다. 지금도 역시 그날처럼 그녀가 어디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이번에도 찾아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더이상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았다. (본문 455p)

추천평

“삶의 시간을 빨아들이는 소용돌이, 나의 선택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그 소용돌이를 벗어날 수 없을 것처럼 느낄 때가 있었다. 아무도 접근할 수 없고 나조차도 건드릴 수 없는 블랙홀이 나 대신 길을 걸어다니고 사람과 대화를 하고 출근해 일을 했다. 하지만 서로의 블랙홀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서로가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삶의 시계는 다시 움직일 수 있다. 자신과 그 사람만이 나눌 수 있는 세계 속에서. 『소수의 고독』의 알리체와 마티아는 그렇게 소수(素數)처럼 자신과 서로의 시계를 돌려본다. 시도는 성공할까. 가장 중요한 건 그들이 시도를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 김겨울 (작가,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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