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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달팽이 차별 없이 지긋지긋한 봄 봄밤 봄날 간다 때문이다 쌍곡계곡 그 어름 원산 해변 여름은 너무 얇은 모서리를 지녔으므로 여백이 넉넉한 쓸쓸한 것들 반려 식물 한 평 부추밭 버려진 세계 서리 빈 들 빈 주머니에 달을 밀어 올리던 아이들 제2부 파렴치 함부로 안부를 묻지 않았으면 좋겠어 투명한 구관조 나이 오십 무섭고 슬프고 쓸쓸한 손톱달 낯선 전화 신호수 너무 자주 피곤하므로 나비 구안저수지 슬픔이 적당히 뽀송뽀송한 부엌 까치설 아이와 노인이 있는 풍경 연리목 부재중 제3부 선문답 모른다는 듯 어암슈퍼 그들이 왔다 안좌도 초록 기별 초록 폭약 독거獨居 섬 무화과나무와 아이 저녁은 쓸쓸해서 견딜 만하다 환절기 엄마 말씀 이 씨李氏 장수군에 다녀오다 기다리는 것은 끝내 오지 않을 것이므로 늦은 저녁 환경미화 쾅쾅5 제4부 가볍게 뛰어서 저녁이 노을이 번질 때 꽃씨 슬픔이 슬픔 같지 않다 함께 노래를 종종 비를 기다리는 사람 절여지지 않는 슬픔 지랄 염병 난장판에 그래서 비밀결사 ‘고구려’ 자본주의식 선진국 국민 황금 레시피 괜찮은 느낌 함경북도에 한번 가보고 싶다 벌금다지꽃 |
李成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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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별에 사는 동안 목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운 곳을 지나는 사람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뿐. 그것이 당신이면 좋겠다는 생각.
- 저자 ‘시인의 말’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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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늘 모퉁이에서 쓸쓸하게 서성거린다. 지구 한 모퉁이, 아니 우주 한 모퉁이에서 저녁을 맞을 때, “이 별의 우세종이 되”어 온갖 불평등과 불합리와 불화를 생산해 내는 인간 종을 목격한다. “달팽이 한 마리가 길 위에서 짓뭉개진 의미”를 곱씹어볼 때, “노동하는 인간에게 차별 없이 따듯한 밥”이 돌아가기를 기도하며 “좀 늦은 저녁을 먹”을 때 그는 삐죽삐죽 자란 터거리 수염처럼 쓸쓸하다. “삼례 당고모”라는 노파가 잘못 건 전화를” 받았을 때, 어린 시절 “장날마다 과일 장수를 해치우며 나를 키우”신 어머니를 생각할 때 그는 쓸쓸해서 웃는다.
그는 쓸쓸함에 대해 “푸른 잎이 넓어 내가 아끼는 반려 식물”이라고 고백한다. 쓸쓸함은 그나마 멀쩡해서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는 역설이라니! “기다리는 것은 끝내 오지 않을 것이므로” 이 역설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간절한 기다림을 잊어버린 세상, “사람의 말이 사람을 위로하는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임을 직감하며 그는 겨울 빈 들에서, 거리에서 “이 별의 처음”을 마주하고 “다시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기를 바라는 소망의 노래를 들려준다. - 류정환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