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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장 그녀, 무니

다른 세상의 바람 · 7
너에게 가려면 몇 개의 그리움을 넘어야 한다 · 16
실톱과 지그재그 · 25
슬픔은 살아 있는 사람의 몫 · 42
특별한 사람들 사이에는 그들만의 신호가 있다 · 52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서 · 59
그녀는 어디 갔을까 · 80

제2장 섬

여행을 떠나야만 하는 이유 · 110
지독히 어색한 농담 · 130
안면도는 섬이다 · 145
무서운 이야기와 우스운 이야기 · 153
섬에서의 은밀한 하루 · 166
그녀, 나를 찾아오다 · 175
주문을 외워, 네 꿈속에 들어갈게 · 189
즐거운 거짓말 · 196

제3장 선하

적당히 세련되게 늙어 가는 누이 · 201
주당클럽 오인회 · 208
생일 축하합니다 · 215
누나랑 같이 살지 않을래? · 222
선하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 241
선하와 닮은 점 · 251
이별은 갑작스럽게 온다 · 259
우리는 대화와 섹스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 · 270
나만의 이별법 · 286
에필로그 · 291

작가의 말 · 294

저자 소개 1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하고 영화 시나리오 작가와 홍보 업무 등을 거쳐 대기업 사보와 단행본 출판사 편집장을 지냈다. 제3회 인터넷문학상 장편소설 부문에 「나에게는 그녀가 있다」가 당선되었다. 지은 책으로는 『무니』 『선비의 육아일기를 읽다』 『이병철, 거대한 신화를 꿈꾸다』 『너 찬란한 나의 별』 『삼가 고합니다』(전3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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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9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94쪽 | 127*188*20mm
ISBN13
9791196514457

책 속으로

“나는 지금까지 시간이라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 하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내 자신은 시간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거야. 왜냐하면 구태여 의미를 찾으려 하지 않으니까. 내게 있어서 시간이란, 버리고자 애쓰는 대상이 아니라 알게 모르게 없어지는 많은 것 중 하나일 뿐이니까.”
--- p.14

나는 허공에 안개처럼 떠 있는 솜방망이 꽃씨의 침입을 최대한 막기 위해 모자를 깊숙이 내려 쓰고, 비듬처럼 온몸에 붙어 있는 따분함을 말끔히 털어 줄 무니를 찾아, 축하 인사처럼 환하게 내리비추는 햇빛을 받으며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왔다.
이름하여 무니 수집 여행.
--- p.26

그동안 나는, 나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묵은 앨범을 넘기고 있었던 것인가. 강동민이라는 이름 위에 분명한 얼굴이 자리 잡으면서 불쑥불쑥 떠오르는 사람, 사람들. 학교 도서관, 식당, 분수대, 체육관, 지금은 없어져 버렸을 술집 몇 군데. 그 안에서 주고받았던 말들, 내가 했었던 행동들, 되풀이할 수 없고, 되풀이하고 싶지도 않은 일들. 술 마시기, 술 취하기, 고함지르기. 궤변으로 점철되는 말싸움과 구토. 거침없이 드러냈던 세상에 대한 과장된 증오와 적의, 좋지 않은 경험을 한 부유하고 인기 많은 친구에게 던졌던 입에 발린 위로.
--- p.58

나는 내 앞에 놓여 있는 맥주병을 모두 비웠다. 대체로 그녀처럼 문과 계통의 학문을 전공한 사람들일수록 차츰 나이를 먹고, 따라서 좋지 않은 경험도 더러 하게 되는 일상의 생활을 구태여 분석하려 하고, 정리하려 하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려 애씀으로써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었다.
--- p.102

“도대체 형은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떻게 살아야 올바르게 사는 것인지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어? 회의도 없고, 갈등도 없고, 목표도 없고, 의지도 없고, 나는 형 같은 새끼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아!”
여학생의 음성에는 듣기 싫은 쇳소리가 섞여 있었다.
--- p.145

나는 한없는 평화를 느꼈다. 머지않아 노을이 질 테고, 노을이 다하면 어둠이 찾아올 테고, 나는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 풀벌레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잠꾸러기 연미와 함께 긴 잠을 잘 것이다. 다시는 깨어나지 않아도 좋을 잠을.
--- p.186

도대체 선하는 지금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인가. 지난 삼 년 동안 옆에 두고 괴롭힐 장난감이 없어 심심했는가. 그래서 되돌아왔는가. 나를 염두에 두고. 다시 나를 유혹해서 조롱하고, 학대하고, 미워하고, 무시하기 위해.
--- p.205

내가 채희를 데리고 여행을 떠난 데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하나는 선하의 질투심을 촉발해 나에 대한 후원을 유지시키는 것, 다른 하나는 만에 하나 선하와 헤어졌을 경우 내 고단한 삶에 위안을 주고 활력이 되어 줄 존재를 만드는 것. 다행히 상황은 내가 의도했던 대로 종결되었다.

--- p.243

출판사 리뷰

나를 찾아온 무니들이 취미와 여가 생활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주방과 거실에 홈 바와 프로젝션 TV와 당구대 등을 설치할 것이다.
마치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것처럼 마음 편히 쉴 수 있도록
수면 의자와 안마 의자도 사 놓을 것이다.

소설을 읽다 보면 다음과 같은 성경 구절이 떠오른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소설의 주인공, ‘나’의 ‘아파트’는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담배만 해도 이곳에서는 스스럼없이 피울 수 있다. 다른 입주자들의 항의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는 없지만. 또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은 안락하다. 일탈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 초반부, ‘내 아파트’에서 ‘나’와 ‘무니’가 함께 전인권의 노래 「걱정 말아요 그대」를 부르는 장면은 매우 상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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