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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였다가 연잎이었다가 구렁이였을
전망 2024.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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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시집

책소개

목차

들어가며_ ‘흔적을 덜 남기는 머뭄’을 위해

춤추는 민들레 / 강혜성
겸상해요 우리 / 고명자
곡신谷神의 편지 / 권애숙
호우주의보 / 김도우
뫼비우스의 띠 / 김 려
구덩이 / 김미령
대책 없는 날 / 김사리
봄을 위한 노래 / 김석주
배불뚝이 장독의 독송 / 김수우
소란 / 김수원
그 느티나무의 품 / 김요아킴
잔디 깎기 / 김점미
식사를 했나요 / 김정희
미안하다, / 김종미
테이크아웃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 김지숙
도마뱀이 산다 / 김해경
호박을 잃고 나는 쓰네 / 김형로
텃밭-옥이·석이 남새밭에서 / 동길산
너무 많은 사랑이 / 류정희
구중부화口中孵化 / 박길숙
까마귀의 피는 붉다 / 박윤규
눈[眼] 11 / 박정애
과일의 잠 / 박종훈
눈사람 / 박춘석
연명 / 배옥주
날자! 레만호의 분수여 / 서경원
쇠똥구리는 은하수를 보고 길을 찾는다 / 서유
겨울이 가고 / 서화성
호흡 / 석민재
고요 속에 파묻힌 정원 / 손음
여름, 우포늪 / 신원희
가죽 원단 / 신정민
인공들쥐 / 신진
매직 2200 / 안규봉
백색 어둠 / 안민
당신의 입술 끝에서 / 안효희
그날의 짹짹 / 오윤경
솜털이었다가 떡갈나무였다가 / 원양희
도회지는 나의 근거리 위성 / 윤홍조
STROY #1046 / 이경욱
자기 조직화 개론 8-화석일기 / 이규열
세한도-폭염의 연대기 / 이기록
얼룩 / 임헤라
버드 스트라이크 / 장이소
연두 / 전홍준
에릭 요한슨의 바다 / 정경미
굿;바이 / 정선우
생명보험 / 정안나
살아가는 일-장생포 / 정연홍
릴리트 / 정익진
나무들의 아파트 / 정진경
압해 공룡알을 위하여 / 조민호
나무가 사는 법 / 진명주
나? 달팽이 / 차고비
콜센터 / 채수옥
전지剪枝 / 최승아
지팡이-걸음마 / 최원준
두메양귀비 / 최정란
마지막 춤이라고 생각하셔요 / 한보경
19퍼센트의 슬픔-공에 관하여 / 현미
바다 새 / 황길엽

작품 해설
문명전환의 시대와 생명 시학의 출현 / 임동확
- 무크지 [시움] 생명시집에 부쳐

저자 소개 1

무크지 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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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크지 시움은 이 시대에 절실한 문학의 책무를 기억하고, 공존의 능력을 가꾸는 데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보다 깊은 상상력과 풍요로운 감수성으로 세계와 인간의 모든 문제에 다가가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습니다. 문학이 인류에게 선물할 수 있는 미래를 창조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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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8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68쪽 | 238g | 125*195*12mm
ISBN13
9788979736328

책 속으로

꽃처럼 살고자 했으나
들판의 이름 모를 잡초가 되었어
꽃을 피우기엔
바람이 너무 혹독했지
더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밑으로만 파고들어
깊어진 속울음
쓰디쓴 눈물이 약이 되었어
하늘을 사랑하다
하늘을 닮은
노란 하늘꽃
바람처럼 살고 싶었지
춤추는 여인이 되고 싶었어
자유로이 떠다니는 구름처럼
홀씨를 품고
하얗게 하얗게
꿈이 되어
날아다녔어
---「강혜성_ 춤추는 민들레」중에서

가풀막 묵정밭에 잊힌 지 오래
올 여름에도 풀벌레들이 알을 슬었습니다
그믐께는 들고양이가 머물다 갔습니다
영도 앞바다는 여전히 수만 년 신탁神託을 낳고 있습니다
빈자리, 하나의 환環입니다

깃든 것들과 깃들 것들로 허공은 늘 완성입니다

냉이꽃이나 냉이꽃 닮은 부처님들
굴뚝새나 굴뚝새를 닮은 예수님들
발치에서 돋는 아파트들로 온몸이 자주 가렵습니다
문득 제자리에 멈출 때 하늘이 커다래지듯
빈자리, 하나의 환幻입니다

기울어진 것과 기울어질 것들로 지평선은 늘 완성입니다

실금 많고 한쪽이 헐어 삐딱한 속을
들여다보는 햇빛, 살아있으므로 들여다보입니다
신선동 샛골목은 매일 신선神仙들을 길러냅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저절로 차오른 기다림으로 조금 더 기울어집니다
빈자리, 하나의 환還입니다

가난한 것과 가난해질 것들로 목숨은 늘 완성입니다

빈자리, 촘촘합니다
---「김수우_ 배불뚝이 장독의 독송」중에서

빗방울은 이파리를 두드린다 비를 튕겨내는 잎사귀 섬세하게 젖어가는 흙과 수분을 만끽하는 생명체 그것을 바라보는 내 눈동자에 비쳐있을 풍경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숨을 쉬고 있을 씨앗들을 생각하면 이 생동감은 나의 몫 이 세계는 땅을 움직여 인간을 기른다 꽃이 피고 식물이 자라고 모든 것들의 동시적 전개를 느끼는 나를 지켜보고 있는 저 풍경은 누구인가 종일 비가 반짝인다 죽은 개를 파묻었다 꽃과 새는 가지에서 가지로 옮겨가며 논다 할머니는 죽어서 접시꽃이 되었고 삼촌은 고양이가 되었나 오래된 할아버지는 내 자식의 눈이 되어 있다 고요는 글썽인다 정원에는 마음먹고 돌아오는 것이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고스란히 귀가 열리고 있다
---「손음_ 고요 속에 파묻힌 정원」중에서

가을이 오자 세월은 멈추었고
겨울이 왔는데도 멈춘 세월은 움직이지 않았다
지난 세월 속에 언제나 그랬듯이
끈질김이 다양함을 이길 수 있다고
스스로 세뇌하며 세월을 달래보지만
볼 수 있는 것만 보아왔고
들을 수 있는 것만 들어왔고
말할 수 있는 것만 말해왔던
인내와 관습의 지난 세월은 이제 더 이상
아무 소용없는 세상이 되었다
세상은 바뀌었는데도 일상은 바뀌지 않으니
계절이 바뀌어도 세월은 동요하지 않았다
아이는 크지 않았고 어른은 늙지 않았고
모두 조금씩 조금씩 굳어만 가고 있었다
아이와 어른의 구분이 없어지고
모든 어제는 모든 내일과 동의어가 되어가니
봄이 와도 사랑은 새롭지 않았고
여름이 와도 생명은 신성하지 않았다
바쁘게 움직이는 것일수록
굳어가는 속도로 빨라져 갔고
세상 전체가 화석이 되어가는데도
우리만 모른 채 이렇게 외쳤다
‘와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해 가는구나’
봄이 오니 일상이 멈추었고
여름이 가는데도 가을은 오지 않았다
---「이규열_ 자기 조직화 개론 8-화석일기」중에서

천천히 와서 순식간에 흘러가 버린 발 없는 사랑아
달빛을 머금은 너의 둥근 몸에는 슬픈 부정어 따윈 없었다

잠을 자고 일어나보니 밤새 밀고 밀어 납작해진 몸뚱이로 어둠에 젖은 공터를 기어간다 무심한 나 한 마리가 비틀린 세계로 미끄러지듯 꺼져간다 투명한 살 속에 품은 된소리들 설움 깊은 초록의 혀들로 가녈가녈 기어간다 나 한 마리다

느린 생에는 상스러움이 없다 예리함에 베이는 일도 한 움큼의 우울도 살기殺氣도 없다 밝아서 틈인 너와 잃어서 틈인 나 사이 신의 가슴이 뻐개진 흔적들 나는 스스로를 핥으며 기어간다 목을 길게 빼고서 잘릴 듯 잘려진 듯

나는 본디 달팽이였고 달팽이가 삼킨 풀잎이었고 풀잎이 간지럽히던 흙이었고 흙에 안겨있던 무심無心이었다 땅의 발치에서 느리지만 멈춤 없이 속도 아닌 쪽으로 욕심 아닌 쪽으로 삶은 고작 1g의 무게, 수많은 이빨로 서로의 얼굴을 물어뜯지 않는 천품天稟의 결, 바람이 불어도 대롱대롱 고상한 점액질에 기대어 그저 흔들리고 떠다니는 세상 가장 작은 우주, 달팽이의 가슴에는 땅의 시간을 역행하는 주문은 없었다

고적한 생명 하나가 나를 떠난 날, 정수리에 박힌 못을 뽑고 천천하게 땅에 누워 더듬이로 기어갔다 잘 있다 갑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날 수 있게

---「차고비_ 나? 달팽이」중에서

출판사 리뷰

무크지 [시움]에서는 이 같은 기후와 환경의 변화를 우려하고 지난해 기후 시집을 발간한 데 이어 이번에는 생명시집을 시인 61명과 함께 펴냈다. 따지고 보면 기후의 위기는 결국 생명의 위기이다. 기후 위기에 작가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은 결국 이 기후 위기가 생명의 위기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금 인간은 여섯 번째 대멸종을 위한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시점에 있는 것이다.
…(중략)…
인류의 말기적 탕진은 지구 종말 카운트다운의 트리거를 당긴 격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파괴한 인간 중심의 파괴는 이스터 섬의 비극이 지구 차원의 생존 문제로 확산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거대한 석상으로 유명한 남태평양의 작은 섬 이스터. 이 섬의 비극에 대해 연구하던 과학자들은 이 섬에 상당히 많은 인간이 번성하였으나 어느날 갑자기 문명이 종말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곳에 인간이 들어온 것은 대략 서기 500년쯤. 폴리네시아인들이 들어와 숲을 개간하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비옥한 땅에 많은 소출이 있었고 인구는 늘어났다. 1,100년쯤에는 만 명 정도가 살며 최고의 번영기를 맞았으나 17세기 후반에 이르러 급격한 문명 붕괴로 이어졌다. 섬의 숲은 유입된 사람들의 땔감으로 대부분 사라졌고 숲이 있던 자리는 인간만을 위한 땅으로 바뀌었다. 숲이 사라지자 단기적으로는 농업생산성이 높아졌으나 장기적으로는 부엽토와 새, 곤충이 사라지면서 선순환은 차단되고 지력은 소진돼 갔다. 당연히 먹고살기 위한 전쟁이 일어났다. 거대한 석상을 둘러싼 정치적 소진까지 겹쳐 더욱 사람들은 지쳐갔고 급기야 생존을 위해 한정된 땅을 놓고 서로 싸우다 죽거나 떠나갔다. 거대한 석상만을 남겨둔 채.
-「들어가며」 중에서

[작품 해설]

무크지 [시움] 시인들이 작년 ‘기후시집’에 이어 올해도 ‘생명시집’을 묶어 내었다. 이 속엔 필시 “허기진 영혼은 무얼 먹으면 풍부해질까”(김정희, 「식사를 했나요」)란 질문이 들어 있다. 곧 이번 시집을 지구 생명 자체가 멸망의 위기를 맞고 있는 이 죽음의 시대에서 범우주적이고 전 지구의 차원에서 생명 이해를 되돌아봄으로써 우주 생명, 지구촌 생명, 그리고 개체의 실존을 모두 아우르는 새로운 담론으로서 ‘생명시학’을 모색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집단적 움직임을 포함한다. 특히 ‘나’의 출발점을 살펴보는 ‘귀성歸省’과 새롭고 무궁한 생명의 탯자리로 돌아가는 ‘귀향歸鄕’을 아우르는 ‘귀무歸無’ 운동을 통해, 인간 중심 대신 우주 생명체 전체를 재구성하고 올바르게 위치시키려는 탈형이상학적 노력이 함께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겐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단순히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그 관계의 결과가 다시금 원인이 되는 상호영향성 혹은 타자와의 역동적 관계성에 주목하는 생명 시학의 담론정립의 과제가 주어져 있다. 나는 그런 점에서 이번 시집이 우리주변의 현실과 문제에서 세계와 역사, 인간과 사물, 나와 타자와의 관계를 설정하고 이를 올바르게 자리매김하는 생명시학의 정초 작업이 되길 바란다. 훼손되지 않는 원형적인 자연에 대한 체험이 오늘날에도 유지되는 분야가 예술 가운데서도 시라고 믿고 있는 까닭이다. 더욱이 인간생명의 본질 또는 본성으로서 자기 창조성은 다름 아닌 인간과 우주에 대한 근본적 의미 이해 없이 거의 불가능할 테니까 말이다.
―임동확(시인) 해설 중에서

[무크지 시움 소개]

무크지 시움은 이 시대에 절실한 문학의 책무를 기억하고, 공존의 능력을 가꾸는 데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보다 깊은 상상력과 풍요로운 감수성으로 세계와 인간의 모든 문제에 다가가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습니다. 문학이 인류에게 선물할 수 있는 미래를 창조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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