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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벌거벗은 여자
2. 비가 그치면 모든 게 좋아질 거야 3. 난 원한다, 원해 4. 달팽이들이 이동하는 중이라구요 5. 그 개에게는 모든 여자가 창녀였다 6. 손 대지 마, 내 몸에 손대지마 7. 내 물건이 뭘 원하는지 내가 알게 뭐야 8. 협잡꾼...... 빙고 9. 침수된 숲, 짙은 안개 10. 언젠가 그는 태어났고, 이제 그는 죽는다 |
Karen Du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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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응. 괜찮네. 젊은이.' 한숨 돌린 운전사가 레온을 보더니 소스라치게 놀랐다. 레온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적갈색의 달팽이 파편들이 얼굴이며 재킷이며를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 달라붙어 있었다. 오른쪽 눈썹에는 작은 창자 모양의 검은색 고깃점이 대롱대롱 매달렸고 적갈색 액체가 머리에서 이마로 가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 p.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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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치는 비에 허리가 굽은 키 큰 풀줄기들이 이사도라와 레온의 허리를 스쳤다. 그들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덩굴이 얽혀들고 풀숲이 사삭댔다. 늪에 사는 양서류들이 모조리 깨어나기라도 한 듯 사방의 풀 사이로 시끄럽게 숨어들었다가 풍덩 소리를 내며 웅덩이로 뛰어들고 야단이었다. 걷는 동안 이사도라가 비추는 손전등 불빛에 안개 사이로 간간이 반짝이는 물빛이 보였다. 레온이 발을 잘못 디딘 불그레한 구정물에서는 죽어서 털이 다 빠진 쥐 한마리가 둥둥 떠 있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피츠너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했는지, 정말로 남자다워 보이려면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했던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보고 있었다. 그와 이사도라가 침수된 숲지역을 지나는 동안 끼룩대며 딸국질하고 입을 쩝쩝 다시고 거러럭대며 목가심하는 듯한 소리가 내내 들려왔다.
--- p. 1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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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소나기, 짙은 구름, 허리케인 접근, 저녁에는 안개...
제목에 걸맞게 개별적인 장마다 일종의 일기예보로, 그것도 이곳 세계의 끝, 늪지대의 한가운데 허물어져가는 집에서 시작하는 비의 소설. 작가 레온은 금발미녀인 아내 마티나와 함께 한적한 시골집으로 이사를 온다. 그는 함부르크의 사창가와 지하세계의 제왕인 피츠너의 생애에 대해 써야 한다. 글쓰는 데 방해받지 않기 위해서 선불로 받은 돈으로 자신과 마티나를 위해 동독 늪지대에 있는 집 한 채를 구입한 것이다. 하지만 다 무너져가는 집. 게다가 비는 내리다 못해 퍼붓듯 쏟아지고 늘 안개가 피어오른다. 집은 습기에 찬 채 삐걱거리고 수도관에서는 갈색 수프가 쏟아지며, 달팽이는 무리지어 다니며 정원을 갉아먹고 모든 것을 삼킨다. 성적으로 문란한 이웃집 자매, 떠돌이 잡개에게 흠뻑 빠진 마티나. 그리고 비는 내리고 또 내린다. 그를 방문한 피츠너는 어느 날 살해되어 늪에 매장되는데... <비의 소설>은 최근 독일에서 한창 부각되고 있는 젊은 작가 카렌 두베의 첫번째 소설이다. 옮긴이 박민수는 연세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하고 현재 독일 베를린 대학에서 수학 중이며 <신의 독약> 등을 옮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