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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내며
추천의 글_법륜 스님 격려의 글_김경일 교무 오체투지는? 오체투지 순례단 대열도 오체투지 지도 진행 일정 개요 3차 오체투지 예상 지도 그 길에서 사람들이 나눈 것 풀처럼 눕고 일어서며 _오체투지 1차: 지리산 노고단에서 계룡산 신원사 중악단까지 가장 낮은 자리에서 모두 하나 되어 _오체투지 2차: 계룡산 신원사 중악단에서 임진각 망배단까지 오체투지, 그 후 서록 제작 과정 삼보일배·오체투지의 현재적 의미_이문재 시인 인용·출전 오체투지 순례단 진행팀 2008~2009 오체투지 참여자 명단 |
(사)세상과함께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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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각자의 마음과 삶, 공동체와 사회에 존엄과 존중심이 회복되길 기도합니다. 사랑과 자비, 공존과 평화, 정의를 행하고 이루려는 선한 마음들이 더욱 힘내길 기도합니다. 낙심과 냉소, 쉽게 얻고 누리려는 마음은 내려놓고, 애쓰고 헌신하며 서로 돌보고 격려하는 가운데 기쁨과 충만함을 누리길 기도합니다. 양심과 인간애, 진실과 진리에 목말라하는 자세를 굳건히 지켜 가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문규현 신부) --- p.33 새벽에 한차례 내리고 멈춘 비가, 아침 순례를 시작하자마자 다시 내립니다.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빗길에 몸을 누입니다. 길은 미끄럽고, 젖은 옷에 살이 물러집니다. 긴 옷과 비옷도 소용없습니다. 천은사까지 가는 길은 계속 험한 내리막길입니다. 뒤를 따르며 지켜보는 이들이 더 고통스러워합니다. 정작 순례자들은 쉬는 시간마다 평온한 얼굴로 명상합니다. 괜찮냐,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우리를 보지 말고, 우리 사회가 어떻게 이렇게 대립과 갈등에 빠졌는지,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스스로 답을 찾아보십시오.” --- p.50 몸은 더러워지고, 아스팔트 위의 흙냄새, 붙어 있는 껌들, 매연…, 평소에는 무관심했던 부분이 시선에 들어왔습니다. 그동안 주로 제 처지만 생각했는데 다른 생물과 대상을 생각하는 좋은 계기가 됐습니다. 부족한 사람을 위한 측은지심이 진정 사람답게 사는 길인 것 같아요. 사람과 사물을 배려해야 그나마 덜 불행하게 살 것 같습니다. (김평) --- p.82 텔레비전에서 보고 저도 한번 참여하고 싶었어요. 볼 때는 쉬워 보였는데 막상 해 보니 힘드네요. 참가자들이 어려움을 감내하고 순례하는 건, 몸자보에 적힌 것처럼 정말 사람과 생명, 평화를 위해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다른 건 잘 몰라요. 하지만 지도자들은 지도자답게, 농민은 농민답게, 성직자들은 성직자답게 사는 게 세상을 올바르게 만드는 길이겠죠? (이한표) --- p.92 기억해야 할 곳이 많습니다. 순례단은 순례 시작 이틀 전인 9월 2일, 그 아픈 곳들을 먼저 찾아갔습니다. 조계사의 촛불 항쟁 수배자들, 서울역에서 고공 농성을 했던 케이티엑스KTX 비정규직 노동자들, 94일 단식 농성을 한 기륭전자 노동자들, 평택 대추리 이주민들, 새만금 갯벌을 먼저 방문했습니다. 이렇게 오체투지는 민중의 삶과 결합해 있습니다. 오체투지는 고통받고 억압받는 만민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간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습니다. 몸을 더 던져 더욱 낮은 자세로 세상과 진리를 섬기겠다는 결의입니다.(문정현 신부) --- p.102 잠깐 순례에 동참했지만 제 교만함과 잘못을 뉘우치게 됐습니다. 순례에 딸아이와 함께 참여했는데, 사실 몇 년 동안 서로 단절하고 살아온 딸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자연스럽게 대화를 했습니다. 정말 오체투지가 저희에게 큰 선물을 주었습니다.(이정옥) --- p.109 내가 살아온 생애를 반성하고 참회하고 싶어 참여했습니다. 오체투지를 하니 왠지 법당보다 더 편안한 느낌입니다. 아마 온몸을 땅에 대어 그런 것 같아요. 처음엔 다리가 아파서 불가능할 것 같았는데 함께하니 그런대로 수월해집니다. 모두가 살기 편하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면서 사는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사람답게 사는 게 별거 있나요? 그저 남에게 베풀고 욕심내지 않고 사는 것이겠죠.(박인숙) --- p.117 많은 분이 단 한 번이라도 오체투지를 경험해 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지난해에 지리산에서 계룡산까지 오체투지를 통해 지렁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절절히 느낀 바는, 누구나 아는 소박한 삶의 진실입니다. 사람이 별것 아니라는, 산다는 게 별것 아니라는 새삼스러운 자각이었습니다. 그러한 ‘해방 체험’을 공유하자는 것입니다. 자유와 행복의 의미를 정직한 몸의 언어로 새겨 보자는 것입니다. (수경 스님) --- p.134 우리가 가는 길은 같이 쓰는 길입니다. 길은 독점하는 순간 생명이 꺼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길은 사람의 길이자 생명의 길이며, 나아가 평화의 길입니다. 순례 동안 두 가지만 합니다. 하나는 나를 끊임없이 비워 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길 끝에 희망이 샘솟으리라 기대하는 것입니다. (전종훈 신부) --- p.137 순례단이 더위를 피해 어느 가게 앞 큰 나무 아래서 쉬었습니다.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던 동네 할머니가 오체투지를 한번 따라 해 봅니다. 천천히 바닥에 몸을 뉘고 한참이 지나서 몸을 일으킵니다. 숨을 한참 몰아쉬더니 다시 오체투지 합니다. 일어나서 참가자들을 바라보며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힘들어서 워떻게 한대유? 복 많이 받으세유!” 내내 지켜보던 문규현 신부가 가만히 할머니를 안아 드립니다. 먼 길을 가야 하는 순례자들은 다시 길을 나서고, 동네 어귀에 선 할머니는 조심해서 가라며 계속 손을 흔듭니다. 할머니의 손짓이 세상을 위한 기도입니다. --- p.159 낮은 데서 느리게 기어가다 보니 작지만 경이로운 생명을 무수히 만납니다. 높은 데서 재빠르게 지나칠 때는 잘 안 보였는데, 낮고 누추한 자리마다 의연하고 늠름하게 살아 있습니다. 하루 십 리 길을 천 번씩 엎드려 온몸을 땅과 마주하니 너와 나, 우리가 한 몸임을 깨닫습니다. ‘강은 내 피요, 산은 내 몸이니 네가 병들면 내가 아프다’ 하는 생명 본연의 감각이야말로 이번 순례에서 우리가 대오각성한 열매입니다. 참회와 성찰의 길을 수많은 사람이 함께 이어 103일 만에 서울에 왔습니다. --- p.212 대지에 절한다는 건 대지를 높이고 나를 낮추는 것입니다. 그동안 지나치게 인간을 높은 곳에 올려놓았으므로 다시 낮은 곳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제비꽃에도 절하고, 금낭화에도 절하고, 조팝나무에도 절해야 합니다. 물물천物物天이라 했습니다. 모든 사물 안에는 작은 하느님, 작은 우주가 그 안에 깃들었습니다. 인간의 가슴속에만이 아니라 그 작은 것들 안에도 들어가 계시는 하느님께 절합니다.(도종환 시인) --- p.2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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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_“성찰하고 표현하라. 공감하고 연대하라”
새만금은 전북 부안에서 군산에 이르는 우리나라 최대 하구 갯벌 지역이다. 1991년부터 이 갯벌을 농지로 만들겠다는 사업이 진행됐다. 매립에 쓰기 위해 서울 남산 크기 150개에 이르는 산이 사라지는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환경 파괴 사업이었다. 이로 인해 보금자리를 빼앗기고 쫓겨나야 하는 어부와 주민의 수는 2만 5,000명이 넘었다. 2003년 3월 더는 두고 볼 수 없던 성직자들이 앞장서며 수많은 환경·시민 사회단체, 그리고 주민과 시민이 새만금갯벌생명평화연대(36개 환경·종교·시민 단체 참여)로 모였다. 삼보일배의 시작이었다. 이 책은 지네처럼 기어 오체투지 순례를 이어 나가며 자벌레와 갯지렁이와 눈을 마주치는 길을 걸었던 이들의 이야기이다. ‘너는 나의 뿌리이며, 나 또한 너의 뿌리’라는 평등과 공동체 정신을 갖고 나부터 돌아보는 성찰의 자세로 상생의 길을 걸었던 많은 분의 발자취이다. 모든 생명체 간 용서와 공존을 기도하고, 지구와 인간과 자연이 하나라는 큰 연민을 가졌던 열린 마음들, 생명 존중의 정신을 실천하려 했던 이야기들이다. 과정_1킬로미터 가는 데 두 시간 이상 걸린 ‘고행’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삼보일배’는 불가의 수행법으로, 걸음마다 내 안의 탐욕을 응시하고 내 진심(분노·화)을 성찰하고 내 어리석음을 돌아보는 불가의 수행법이다. ‘오체투지’는 양 팔꿈치와 무릎, 이마를 땅에 대어 사람이 취할 수 있는 가장 낮아지는 자세로, 더불어 살아가는 겸손을 배우며, 자기 안의 탐진치貪瞋癡(욕심과 성냄, 어리석음)를 비우는 수행이다. 당연히 1킬로미터를 가는 데 두 시간 넘게 걸리는, 세상에서 가장 느린 길을 걸어야 했다. 하루에 4킬로미터 이상을 갈 수 없는 고행이었다. 그래도 밤마다 망가진 무릎에서 물을 빼내고, 다시 못 일어날 듯 끙끙 앓아도 동이 틀 무렵이면 기도로 하루를 열었다. 순례단 일지에는 “어느 날은 새벽에 밥하러 나왔는데 차(숙소) 안에서 ‘내 다리 잘라 줘’, ‘내 팔 잘라 줘’ 하면서 앓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성직자들이) 너무 아프니까 자면서 비명 소리를 내는 거예요. 눈물이 벌컥 솟았어요”란 기록이 남아 있다. 전종훈 신부는 순례 전 수술한 오른팔에 통증이 여전했고, 수경 스님은 무릎 연골이 다 닳았으며, 문규현 신부 또한 극도로 쇠약한 상태였지만 마지막까지 함께했다. 반응_멀리 내다보는 시민들의 비폭력 불복종 운동 이 역사적 ‘사건’은 앞장선 성직자들이 있어 가능했지만 이 어림없는 길에 수많은 사람이 따라나섰다. 상상조차 하기 힘든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결코 외롭지 않았다. 많은 이가 삼보일배가 진행되는 ‘느린 길’을 찾았다. 뉴스를 보고 달려온 학생들, 아버지의 손을 붙잡고 동참한 중학생, 평범한 가정주부, 시민 단체 활동가, 노동자, 연예인, 작가, 학자, 외국인 등 실로 다양했다. 누구는 죽비를 들고, 누구는 깃발을 들고, 누구는 냄비와 솥단지며 찬거리, 잠자리 천막을 차에 싣고서……. 연도에서 지켜보던 시민들은 눈물을 흘리고 수건을 들고 와 땀을 닦아 주는가 하면, 음료수를 건네고 성금을 내기도 했다. 그리고 아침이면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이 전날 순례를 마치고 오늘 순례를 시작할 곳에 먼저 와서 기다려주었다. 골골샅샅 아이부터 어른까지, 일주일 노동을 마치고 쉬는 주말마다 꼬박꼬박 오고, 시간을 만들어 며칠씩 다녀가기도 했다. 모두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함께 열어 간 순례자들이다. 그러기에 삼보일배-오체투지는 불합리와 모순에 항거하는 시민들의 ‘새로운 표현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비폭력은 무기력이 아니라 ‘폭력이 아닌 힘’이며 불복종은 ‘불의에 대한 불복종’임을 일깨워준 것이다. 또한 주권자 시민의 탄생에만 기여한 것이 아니라 ‘종교 간 화해와 실천’의 모범을 보여주며 이 시대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제시했다. 이후_다시 돌아보는 ‘져서 이기는 싸움’ 우리 사회는 여전히 ‘힘의 논리’ ‘돈의 논리’가 판치고 있고 자연을 착취하고 인간의 내면을 황폐화하는 개발 만능주의와 성장 제일주의의 목소리가 크다. 서울시의 3분의 2 크기인 새만금 매립지는 대부분 폐허 상태로 버려져 썩어 가는 매립지를 정화하는 비용만 늘어간다. 수만 마리 도요새 떼를 비롯해 그곳에 서식하던 온갖 동식물의 안부는 이제 알 수 없다. 2023년에는 이곳에서 세계잼버리대회를 졸속으로 개최했다가 세계적으로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삼보일배-오체투지에 함께했던 이들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세종 정부청사 환경부 앞에서는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 공동행동’의 시민들이 수백 일에 걸쳐 천막 농성을 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멀리 내다보는 시민들이 비폭력 불복종 운동을 통해 ‘져서 이기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삼보일배 당시 순례자로 참가했던 수경스님은 (사)세상과함께와 환경 보존 및 나눔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사)세상과함께는 2020년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을 제정해 환경보호 운동가들을 응원하고 있다. 문정현 신부, 문규현 신부 등 평화바람 사람들은 전북 지역 환경·시민 사회단체 등과 함께 새만금 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며 군산 하제마을 ‘팽나무 문화제’를 축으로 운동을 계속하고 있으며 이희운 목사와 김경일 교무 역시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한길에 여전히 서 있다. 왜, 지금_이 책이 나오기까지 “경제는 10년 전으로, 정치는 20년 전으로, 이념은 30년 전으로 후퇴한 상황”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20년 안팎이 흐른 지금 삼보일배-오체투지를 다시 돌아보아야 하는 이유다. 이 책은 어떤 이의 위업을 기리기 위한 의도가 아니다. 한 사람의 작품도 아니다. 공멸 위기에 놓인 현대 문명의 문제를 고민하고, 우리의 가치관과 사회 구조를 반성적으로 성찰하기 위해, 그리고 개인과 공동체가 변화하고, 대립이 아닌 협력과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가 발전해 나가기 위해 삼보일배 오체투지 정신이 내포한 사람·생명·평화의 길을 되새겨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엮어낸 것이다. 한의사 공부모임 ‘지금여기’의 2021년 4월 첫 회의를 시작으로, 한의사 50여 명이 1차로 신문 기사와 글, 사진과 영상 등 삼보일배·오체투지 순례 자료를 모았다. 이어 (사)세상과함께는 편집팀을 구성해 각종 자료 수집과 인터뷰를 진행한 끝에 그해 12월에 약 1만 페이지 분량의 12권 자료집을 완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사람·생명·평화’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은 이웃과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 책을 출판하기에 이른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는 삼보일배-오체투지에 참여했던 성직자들과 참여 시민들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그러나 담백하게 실렸다. 전쟁과 기후 위기, 환경 파괴로 미래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는 이 시대에 삼보일배와 오체투지의 정신은 절실하게만 느껴진다. 책 내용이 비록 고매하고 심원하지 않다고 느낄지 몰라도 생생하고도 진솔한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왜, 지금?’이 아니라 ‘왜, 이제야’라는 물음이 절로 떠오르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