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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로서하

고양이 털 20%와 개털 50%, 카페인 30%로 이루어진 은둔형 작가. 서울예술대학교 광고창작과를 졸업한 뒤 12년째 소설을 쓰고 있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며,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힐 수 있는 이야기를 고민한다. 출간작으로는 『우리 베란다에서 만나요』, 『수학특성화중학교』 『잊혀진 황녀는 평화롭게 살고 싶어』, 『녹음』, 『고스트 티처의 밀착 과외』 등이 있다.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고 핸들도 능숙하게 돌리지 못하면서, 웃어 가면서, 떠들어 대면서, 조마조마하게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 길이 당신의 시간을 보듬어 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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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0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306g | 136*200*15mm
ISBN13
9791198441539

책 속으로

봄볕이 드는 교정이 지닌 분위기를 기억하고 있나요? 모든 게 새로 시작될 것만 같이 따스하고 설레는 분위기가 그곳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건물이 폐쇄된 상태라 외부만을 볼 수 있었어요. 그것도 몇 년이나 사용하지 않은 건물이었죠. 전기가 들어오는지, 물이 나오는지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천장에서 비가 새고 있을 수도 있어요. 창문 밖에서 기웃기웃해 보았지만, 보이는 건 ‘1학년 1반’ 같은 교실의 표찰 정도였어요. 교육청에 문의해 보아도 원칙상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만이 돌아왔어요. 우리는 내부가 어떤 상황인지 알지 못한 채 결정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오는 길에 말해버렸어요. “여기가 좋겠어.”
--- p.20~21

문명이 생긴 이후로 본격적인 노가다가 시작되었어요. 일은 해도 해도 줄어들지 않아요. 왜 계약하기 전에 이런 것들을 고려하지 않았을까요? 역시 첫눈에 반한다는 건 위험한 일인 것 같아요.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단순노동을 좋아한다는 점이죠. 멍하니 앉아 단순반복적인 일을 하다 보면 막혀있던 소설의 스토리가 뻥 뚫리기도 하거든요. 사실은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도시의 병원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초중고, 대학교를 나오고 직장을 다니던 내가 지방 오지의 삶에 대해 무얼 알겠어요. 막연히 ‘불편하겠지’ 정도의 감상만이 있었을 뿐이죠.
--- p.26~27

구불구불한 시골 도로를 달리다 보면 다양한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어요. 길고양이나 청설모, 고라니는 아주 흔하죠. 간혹 멧돼지, 너구리, 꿩도 봅니다. 어떤 날은 커다란 조류와 눈이 마주쳤어요. 우리 주작이보다 큰 그것을 본 나는 새된 비명을 질렀습니다. “저게 뭐야!? 부엉이처럼 생겼어.” “부엉이야”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폐교에서의 삶은 이런 일들의 연속이에요. 교과서에서 봤거나 막연하게 그 존재만 알고 있던 것들이 현실 속에서 튀어나오는 거죠. 그 괴리로 인해 머릿속에 버퍼링이 걸리곤 해요. 부엉이라는 걸 깨달은 다음에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어요. “저렇게 크다고?” 동화 속에서 편지를 물어다 주는 새로 기억되던 존재는 그렇게 내 안에서 새로이 몬스터로 각인되었습니다.

--- p.10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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