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 누가 일상의 바란을 꿈꾸는가
자유는 배반이다 사랑이 쉬운 사람. 사랑이 어려운 사람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 피카소에게 배웠으면 피카소를 흉내내지 않는다 결혼이 없는 시대가 올리도 모른다 누구나 하는 결혼. 아무나 못하는 사랑 성공의 기회비용을 따져라 2. 상처받은 영혼은 아름답다 사람들은 무슨 일로 우냐고 묻지 않는다 나. 오늘 또 바람맞았나 봐 무엇이 당신 속의 천재를 깨우는가? 순수에는 독성이 있다 감성만큼 강한 이성도 없다 3.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빨래가 되고 싶다 심마니는 꿈을 꿔야 삼을 본다 승부사적 기질과 시대 무엇이 나를 무너지게 할까? 여성적인 것이 인간을 구원한다 물건에도 인연이 있다 지친 태양에 심장을 바쳐라 닫는 글 |
LEE, JU-HYANG,李柱香
이주향의 다른 상품
|
천계영의 『오디션』은 흔들리는 삶으로 인해 천재성의 싹이 났지만 흔들리는 삶 때문에 천재적 감성을 키울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었던 네 명의 음악인이 주인공이다. 각자 다른 삶에는 다른 굴절이 있고 다른 무늬가 있다. 제각기 다른 굴절들이 만든 리듬을 하나의 그룹으로 탄생시키는 과정을 비현실적이라는 의미에서 만화적이다. 그렇지만 그 비현실성 속에는 매혹이 별처럼 박혀있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사라져 갔을 천재들이 정말 아슬아슬하게 드러나는 과정이 명랑한 만화 『오디션』. 기타리스트 국철이 태어나는 과정도 역시 아슬아슬하다.
국철은 고아다. 고아이기 때문일까? 그는 아버지에 대한 뭉클하고 아련한 기억의 파편을 지울 수가 없다. 아버지의 무릎에 앉아 아버지의 얼굴이 들어있는 레코드판을 보고 있는 기억. 그 기억은 사실일까? 환상일까? 모르는 거고 알 필요도 없는 거지만 그 환상을 갖고 있는 국철은 허덕허덕 지치게 만드는 냉냉한 고아의 삶을 '아버지'를 상기시키는 음악으로 따뜻하게 데워내고 있었다. 음악은 한순간에라도 왈칵 무너져내릴 준비가 되어 있는, 불안이 완벽한 그의 삶을 버텨내는 유일한 버팀목이다. 국철은 믿는다. 아버지를 알아볼 수는 없어도 아버지의 음악은 단박에 알아낼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믿으니 소리에 대한 감이 빠르고 예민할 밖에. 어느날 그는 길을 걷다 우연히 기타소리를 듣는다. 기타가 우는 것일까?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슬퍼지면서 엉클어지는 마음을 가라앉히는 그 음악에서 그는 한숨에 알아냈다. 아버지의 음악이라는 것을. “아저씨, 방금 전에 나왔던 곡 있는 판 주세요.” 그런데 음반에 박혀있는 사람은 아버지일 수 없는 외국 사람이었다. “이게 누구에요?” “로이 부캐넌” “...” 기타가 우는 것처럼 가슴아픈 연주가 돋보이는 로이 부캐넌의 'The Messiah will come again'. 엉클어진 마음을 가라앉히는 그 곡을 엱하는 로이 부캐넌은 국철에게는 아버지일 수밖에 없었다. 기타리스트 국철의 천재적인 감성의 근원이었으니까. 음반을 살 경제력이 없는 그는 '아버지'를 훔치고 달리고 달린다. 그가 한 처음의 도둑질이었고 도둑질의 시작이었다. 삶의 고단함을 화음으로 달래는 법을 일깨워준 아버지는 음반을 살 수 없는 아들에게 도둑질을 가르친 아버지이기도 했다. 세상은 천재적인 감성을 소유한 그를 천재라고 읽을까, 도둑이라고 읽을까? 명자라는 마호적인 여자를 만나 그룹 '재활용'의 멤버가 되지 못했다면 그는 분명히 천재였던 적이 없는 그저 불운한 인물이었을 거였다. 그런데 천재와 불운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상관관계가 있기나 한 걸까? 없을 수도 있는데 내 무의식은 자꾸 그 상관관계를 읽고 싶어한다. 천재라는 말에서 성공이라는 세속의 때를 훌훌 털어내고 싶기 때문이다. 알려지지 않는 불행한 천재들을 위로하고 싶다. 맑은 정신으로 세상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그 감성은 우리 모두의 감성이다. 존재의 밑바닥에서 누구나 만날 수 있는 그 아름다운 감성들을 '성공한 천재들'에 의해 주눅들게 하고 싶지가 않다. 천재적 감성이란 삶에서 상처받아 휑해진 마음을 정신적인 어떤 것으로 메워줄 수 있는 능력이고, 휘적휘적 무너져내리는 마음에 지렛대를 세울 줄 아는 능력이며 눅눅해진 마음을 말려주는 빛과 같은 것일진대 꼭 '성공'일 필요가 있을까? 성공이라는 말에 시달리다 보면 천재적 감성은 오히려 바람처럼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pp.118~121 |
|
인연이란 참 묘하다. 의도하지 않은 인연이 한 세계를 열어주기도 하고 또 한 세계를 끝내게도 한다. 누군가에게 외로움을 주는 인연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넉넉함을 주는 인연일 수도 있다.
... 어쩌면 삶은 인연의 무늬인지도 모르겠다. 한 사람에게로 지나간 인연의 무늬를, 그 인연이 남긴 흔적을 들여다보면 그이의 삶의 이유와 깊이가 고스란히 드러나는지도 모르겠다. ... 인연의 바람에 실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고, 많은 사람들이 머물러 있다. 아픈 인연도 있었고 참담한 인연도 있었지만 뿌듯한 인연도 있었고 그리운 인연도 있다. 한 사람이 그 사람이 되는 데 얼마나 많은 인연이 있었을까! --- 여는 글중에서 |
|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카라에게 다시 한 번 돌을 던지고 싶은 마음은 없다. 무릎꿇고 살기보다 서서 죽기 원하는 노력의 흔적일때 그녀를 밟고 서서 그녀처럼 살지 않아도 좋은 인생들이 그녀를 욕할 수 있을까?
--- p. 34 |
|
성적 욕망을 통제해온 사회가 폭력적이라면 사랑이 자리할 겨를이 없는 성적욕망은 황량하다. 두려운 건 성이 자유로운 시대에 성을 통해서도 자기를 표현하는 통로를 찾지 못하는 일이다. 성이 자유로운 사회에서 성적욕망이 자기 표현이 되지 못하는 인생에게 성은 가혹한 것인지도 모른다. 성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의 삶은 이제 전적으로 사적인 것이다. 그 삶이 따뜻한 것인지 아름다운 것인지 이제는 그 모두가 바로 당신에게 달려있다.
--- p. |
|
감성만큼 강한 이성도 없다. 이성이 세상을 읽는 논리라면 감성만큼 강한 이성도 없다. 왜 세상이 이성적으로 돌아가지 않느냐고 간단하게 세상을 난도질하는 이성의 논리에 때로 감성은 대꾸조차 하지 않는다. 괜찮은 이성은 마음의 창을 열줄 아는 이성이다.
--- p. |
|
왜 만화에서 철학을 보는가
21세기는 영상의 시대라고 한다. 만화는 특히 앞으로의 고성장 문화사업으로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만화는 철저히 무시되어온 '음지문화'였다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만화가 철학적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다소 이색적인 발상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이에 이주향 교수는 말한다.
" 자기 색깔이 분명한 만화가들이 정말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만화라는 이유만으로 만화를 무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도 안다. 만화는 황당하고 불량한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그런 이들은 그 편견으로 참 많은 것을 놓치고 있다고...... 만화의 세계가 따로 불량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상상력이 인간에 대한 이해가 만화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는 것이니까 만화야말로 어쩔 수 없이 우리의 세계다. " 그녀는 또한 주장한다. 그런 게 철학적일 수 없다면 우리에게 철학은 무엇이냐고. 그를 통해본 만화는 지금 우리 사회와 문화를 읽는 좋은 창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