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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대체로 누워 있고 우다다 달린다
전찬민
2024.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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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가족 에세이 62위 감성/가족 에세이 top20 6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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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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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내 두 눈, 밤이면 별이 되지

그대로 말하기 11
별것 아닌 감동 15
도쿄의 필수품 20
담대합시다 30
허술한 틈 사이 38
도쿄는 6월과 11월이거든 41
수국과 작은곰 49
터널을 지나는 법 54
묵묵히 흘러가는 시계처럼 59
지금, 여기, 같이 65
성철이 아저씨 69
사랑, 그 하나 78
술집과 밥집 사이 82
안녕, 아빠 89
나랑 살고 싶었어? 100
마지막 인사 106

2부 고양이는 자주 달린다

습관성 외로움 111
성실하면 돼 116
안상에서 남자친구로 125
남자친구에서 남편으로 131
평안한 밤 되세요 135
물에 잠긴 행복한 꽃 142
결국 이방인일지라도 148
나는 희망한다, 당신도 희망하라 155
다시 몸을 움직일 때 161
가다보면 집이 나올 거야 165
빛나는 언덕의 공원에서 174
의미 주고 행복 찾기 179

3부 나는 도쿄의 천천히 고양이

각자의 몫 187
날씨로 밀당하는 도쿄 195
나 홀로 밤마실 202
나도 엄마의 날 212
지구에서 가장 특별한 모녀 218
보따리장수들 225
나의 어린 스승 229
다신 보지 말아요 235
개인의 취향 241
흔들려도 괜찮아 246
실패한 삶일 수도 있겠지만 253
늙지 않는 낭만 259

저자 소개 1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이 무거워 대체로 누워 있었다. 그러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우다다 달렸다. 달리다가도 어느새 누워 있지만 몸으로 배운 건 까먹지 않으니 언제든 또 도쿄의 거리를 달릴 거다. 아등바등 사는 건 생각보다 꽤 멋진 삶이고 성실함은 굉장한 재능이라고 나 또한 믿는다. 어떤 형태라도 그것이 나라고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다정한 어른이 되는 것, 그것이 이번 생에 내가 그린 밑그림이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0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80g | 130*195*17mm
ISBN13
9791158161835

책 속으로

아이들이 오늘 어린이집에서 잘 지냈다 하면 신나서 페달을 밟았고, 속상한 일이 있었다 하면 내 자신을 밟듯 페달을 밟았다. … 어학교 사무장님의 말씀이 옳았다. 자전거는 도쿄생활의 필수품이다. 자전거는 나를 응원하고 생활도 지지해주며 새로운 것을 알아가게 만들어주는 멋진 수단이다. 두 발로 온 낯선 땅, 이제는 두 바퀴를 굴리며 낯선 땅 위를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다.
---「도쿄의 필수품」 중에서

담대하자는 문장을 실제로 내뱉으면 붕 떠서 갈 길을 잃었던 마음들이 그 소리에 모여든다. 모여든 마음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잃지 않았음을 알려주었고, 그럼 조급함에 시야가 어두워져 잘 보이지 않았던 소중한 것들이 선명히 드러난다. 그 순간 시련을 넘길 용기도, 기운도 난다.
---「담대합시다」 중에서

작정하고 늦잠을 자던 어느 날 옆집 언니가 화내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 깰 때도 있고 반대쪽 집의 모녀가 악을 쓰며 싸우는 소리에 걱정이 들 때도 있다. 놀란 마음에 투덜대면서도 이 옆에, 여기에 누군가 있구나 싶은 정겨움에 그 소음이 좋다.
---「허술한 틈 사이」 중에서

세상살이, 혼자서는 한계가 있다. 제일 최악이라고 여겨지는 날에도 반드시 나를 붙잡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 도와달라고 내밀어진 손을 뿌리치지 말고 잡아주자. 그럼 언젠가의 어느 날, 씩씩해진 그가 덥석 나를 붙들어줄 거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붙들고 가는 거다.
---「터널을 지나는 법」 중에서

누구도 원하지 않을 죽음을 누구나 업고 사는 일상. 어느 날 타인에게 일어난 비극을 마주하기만 해도 업혀 있던 죽음이 일순간 묵직하게 느껴진다. 불안감에 사로잡힐 때면 초침이 돌아가는 바늘을 떠올린다. 그날 멈추는 줄 알았던 내 시계는 여전히 흐르고 있다. 이렇게 산 사람의 시간은 거침없이 앞으로 흐른다. 우리는 종종 뒤를 돌아보며 우리와 함께하던 이들의 시간을 떠올려주는 것으로 본분을 다해야 한다.
---「묵묵히 흘러가는 시계처럼」 중에서

하지만 온통 의문으로 가득찬 둘의 사랑을 ‘사랑’이라는 큰 그릇에 넣고 보면 또 이해 못할 것도 없다. 사랑은 치사스럽고 구차하며, 미련 속에 구질구질해지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로 설명되는 지긋지긋한 것. 버리지 못한 엄마와 떠나지 못한 성철이 아저씨는 서로를 깊이 사랑했으며, 둘은 부부가 아닌 연인으로 헤어졌다. 내가 두 사람에게서 배운 건 모순적이게도 오직 사랑 하나뿐이다.
---「성철이 아저씨」 중에서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알 수 없지만 어떤 하루였든지 당신은 오늘 하루를 살아가느라 참 고생했고, 이제 그 하루가 끝났으니 안온한 저녁을 맞이하라는 애정어린 말이다. 그 마음을 이해한 순간부터 나 역시 늦은 저녁에는 “오야스미나사이”라고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오늘도 모두 평안한 밤이 되기를 바라면서.
---「평안한 밤 되세요」 중에서

일본에서는 이방인, 한국에서는 해외동포, 이도 저도 아닌 떠돌이들 같다. 이방인으로 존재하는 이상 우리는 평생 내 집 장만은커녕 이 사회에 세 들어 사는 신세다. 그걸 알면서도 이곳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에게 “그런 마음도 있는 거란다. 괜찮다”라고 도닥여주는 이곳 사람들 덕분이 아닐까.
---「결국 이방인일지라도」 중에서

‘뛰다보면 집이 나오겠지.’ … 좌절은 어쩌면 발버둥쳐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서 오는 괴로움이지 않을까. 다리의 방향을 살짝 옆으로 틀어 걷기와 달리기, 내 몸을 움직이게 하는 방향으로만 써본다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진 못해도 버텨내는 힘은 얻을 수 있다. 그렇게 얻은 힘으로 오래 버틸 것도 없다. 딱 다음 날 하루치만 잘 살면 매일이 살아진다. 험한 길이어도 가다보면 편안한 내 집이 나올 테니까.
---「가다보면 집이 나올 거야」 중에서

“민 짱, 살아 있는 게 낭만인 거야. 젊을 땐 낭만이란 더 대단한 것이겠지 생각했지. 그런데 아니었어. 그저 살아 있으면 돼. 그러면 낭만을 매 순간 마주하게 되지. 어제 그곳도 너무 낭만적이었잖아!”

---「늙지 않는 낭만」 중에서

출판사 리뷰

화려하고 분주한 도쿄에서 쓰는
성실한 고양이의 느릿한 일상 기록


〈고양이는 대체로 누워 있고 우다다 달린다〉에서 저자는 자전거를 타고 시장에서 무를 사고, 느지막이 문을 여는 목욕탕에서 노곤하게 몸을 푼 다음, 크고 작은 아늑한 공원들에서 잠시 쉬었다 간다. 그리고 곳곳에 숨어 있는 동네 식당에서 정겨운 가정식으로 끼니를 해결한 뒤 아이들을 앞뒤로 태우고 씩씩하게 집으로 돌아간다. 곧 있으면 도쿄에 산 지 20년 차가 되지만 저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도쿄타워에 한 번도 제대로 가본 적 없다’고 말한다. 번화가의 눈부신 야경 속에서 멋지게 살아가는 것도 좋지만, 살짝 물러나 반짝이는 불빛을 구경하기를 택한 것이다. 덕분에 저자의 일상 풍경 어디에도 우리가 떠올리는 ‘화려한 시티라이프’는 없다. 대신 소소하고 안온한 일상이 가득하니, 책을 읽다보면 정신없이 바쁜 길거리 한 구석에서 혼자 나른하게 누워 있는 고양이를 마주한 기분이 든다.

빨리빨리 바쁘게 사는 것이 도시생활이라지만, 우리와 함께 도시에 머무르는 고양이들은 어디서든지 느긋하기만 하다. 햇볕 아래에 자리잡은 고양이들은 대체로 누워 있다. 둥글게 몸을 말고 있다가 시원하게 기지개를 켜고, 홀연히 원하는 방향으로 타박타박 걸어가는 녀석들을 보고 있으면 문득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렇게 고양이처럼 살아가는 저자도 멀미가 나지 않을, 자신만의 느긋한 속도를 알아내기까지 남들처럼 길거리를 뛰어다녀야 했다.

습관성 외로움을 떨쳐내기 위해
‘우다다’ 달려 나가기


분명 오래전 일인데도 마치 어제 일어난 것처럼 울컥하게 만드는 기억들이 있다. 잊어야지 생각할수록 선명해져 결국 내 습관이 되고 마는 그것은 시도 때도 없이 뒷덜미를 덥석 잡아채 온몸을 휘청이게 만든다. “가끔은 나에게 가족이 있고,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하나하나 더듬어가며 확인해야 인식될 때가 있다. … 내일모레면 마흔이 되고, 아이가 둘에 남편도 있는 나는 아직도 유기불안이 있다.”(111-112쪽)

“혼자 침대에 누워 남의 집 말소리와 길거리 차 소리, 일일연속극 대사 소리에 외로움을 잊”으며 “‘아빠랑 같이 살래?’”라는 말 한마디를 듣지 못해 서러웠던 어린 날, “어떻게 사랑을 줘야 할지 몰라 사랑 대신 용돈을 손에 쥐어주”던 엄마 그리고 “아빠보다도 내 어린 시절을 더 선명히 기억했을” 성철이 아저씨와 죽을힘을 다해 싸우던 10대를 지나 도망치듯 도착한 도쿄였다. 그곳에서 “외롭지 않은 생활을 ‘내가 선택한 가족’”과 이루리라 기대했지만, 역시나 습관을 바꾸기란 쉽지 않았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뼈아픈 경험을 얻고 나서야, 직접 이 진탕같이 발을 붙잡는 외로움을 떨쳐내기로 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발을 구르는 것. 저자는 ‘우다다 달리기’로 했다.

“걷기와 달리기, 내 몸을 움직이게 하는 방향으로 써본다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진 못해도 버텨내는 힘은 얻을 수 있다. 그렇게 얻은 힘으로 오래 버틸 것도 없다. 딱 다음 날 하루치만 잘 살면 매일이 살아진다.”(171쪽)

“가다보면 집이 나올 거야”
이곳에서 원하는 대로, 마땅히 행복할 것


의미를 찾아 내달리다 지치는 바람에 “대체로 누워 있는”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저자는 ‘나’를 최우선으로 삼아 ‘내가 행복할 방향’을 찾기 시작했다. 개인주의가 강한 만큼 타인의 감정과 가치관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런 마음도 있는 거란다, 괜찮아”라는 소리를 들으며 그 실마리를 얻었다. 진짜 좋아하는 것을 찾자, 그리고 그것만 바라보며 어떤 시선이든 무시하자. 타인은 강요할 수 없는 진정한 나의 선택을 따르자. 그래, 마치 고양이처럼. 스스로의 행복 방향성을 찾았다면 우리는 누구나 어느 환경에서든 ‘천천히 고양이’가 될 수 있다. 그럼 갑자기 날아오는 시련에도 고양이처럼 유연하고 날렵하게 마음을 지킬 수 있다.

혹 지금 손가락도 까딱일 힘이 없다면 괜찮으니 누워 있자. 한번 몸으로 익힌 것은 까먹지 않는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한동안 누워서 기력을 보충한 뒤에 천천히 다시 한 발씩 내디뎌보자. “가다보면 집이 나오겠지”라는 저자의 말처럼, 꾸준히 발을 움직인다면 길을 잃어 빙빙 돌아가더라도 집에 도착한다. 그런 천천히 고양이들에게 저자는 이렇게 말해줄 거다. “아등바등 사는 건 생각보다 꽤 멋진 삶이고 성실함은 굉장한 재능”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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