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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도시는 인문학이다 | 이채관 _ 책 읽는 도시 풍경을 그려낸 서울와우북페스티벌 기획자 도시는 농부이다 | 천호균 _ 도시 안에서 착한 생산과 착한 소비의 다리를 놓는 쌈지농부 창업자 도시는 숲이다 | 이강오 _ 서울숲 운영자이자 서울시 그린 정책의 핵심 브레인 도시는 이야기이다 | 오형은 _ 이야기를 통해 사람 사는 경관을 빚어내는 커뮤니티 플래너 도시는 욕망이다 | 최정한 _ 도시의 욕망 에너지에 주목한 홍대클럽데이 창안자 도시는 청년이다 | 김병수 _ 오래된 전주를 청년의 땅으로 바꿔낸 사회적기업 이음 대표 도시는 예술이다 | 유다희 _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는 공공미술프리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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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삶의 너른 자리다. 삶이 전개되는 터전이고 삶의 실험이 일어나는 장소이다. 고귀하거나 비천하거나, 인류가 거둔 모든 성취와 인류가 겪은 모든 실패가 도시에 있다. 니체가 꼬집었듯이 돈 때문에 이전투구가 일어나는 시장터이자 개발과 분진의 소음으로 시야가 흐려지는 잿빛 섬이기도 하다. 품이 넓어 상처도 많다. 얼룩소라는 별칭이 서글프게도 어울린다. 그런 도시가 지긋지긋하다며 떠나는 이들이 한동안 귀촌 행렬을 이루기도 했다. 그럼에도 또 누군가는 머뭇머뭇하며 도시에서 시도와 모험을 펼쳐나간다. 더 나은 도시를 위해서 말이다. 이 책 《도시기획자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p.12 「서문」
내가 만난 도시기획자는 “나는 사람들을 만나 사람답게 되었다”고 말하는 착실한 직업인이며, 파란불로 바뀌었다고 후다닥 건너지 않고 신호등을 한 번 굶고 건너는 몽상가이고, 한 걱정에서 또 다른 걱정으로 부단히 흔들리는 외로운 영혼이다. 그러면서도 도시가 주는 선물을 살뜰히 누리는 탐미주의자이다. 즉, 우리는 도시기획자를 술어의 자리에 놓고 사유해야 한다. ‘도시기획자는 무엇이다’가 아니라 ‘무엇도 도시기획이다’란 식으로 말이다.--- p.14 「서문」 “어느 하루가 특별하게 설계되는 거죠. 대개의 음악 축제는 춤추고 흔들고 난리가 나는데 책 축제는 느긋하게 도시의 여유를 즐기는 점이 다릅니다. 쉼 없이 달리는 도시를 한번쯤 숨 고르기 하는 쉼표 같은 축제, 사소하지만 일상적이고 따뜻한 감정들이 흘러 다니는 축제가 와우북이죠.”--- p.35 「도시는 인문학이다 _ 이채관」 그에게 농사는 예술과 동의어다. 자연에서 가치를 얻어 세상과 나누는 일이다. 허나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거대 자본 유통 시스템에서 농부와 예술가는 소외된다. 그들의 귀한 생산품을 어떻게 나눌까. 그는 착한 소비를 넘어 착한 유통을 궁리한다. 이런 꿈도 꾼다. 시청 앞에 논을 만들자. 설치미술, 생활미술 개념으로 가장 오래된 도시문명인 농사를 도심에 옮겨 놓으면 얼마나 멋질까.--- p.57 「도시는 농부이다 _ 천호균」 “뉴욕에서 두 번째로 큰 공원인 프로스펙트파크는 자원봉사자들이 결손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엄마 역할을 해줘서 청소년 진학률을 높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런 외국 사례를 통해 상상해 봅니다. 서울에 공원이 2600개예요. 어마어마한 자원이죠. 그것만 잘 작동해도 청소년 범죄나 자살률이 떨어지지 않을까. 공원을 단순한 녹지로 치부하지 말고 사회적 의미들을 구현해 보고 싶습니다.”--- p.104 「도시는 숲이다 _ 이강오」 도시기획 분야는 조경, 건축, 도시계획, 경제, 경영, 사회, 자리, 문화인류 등 다양한 전공자가 일합니다. 즉, 전공을 보고 뽑지 않는다는 거죠. 이런 직업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저희 회사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떤 전공이냐가 아니라 어떤 품성이냐, 즉 잘 버티느냐, 잘 들어주고 잘 참아내느냐가 관건입니다. 업무는 일하면서 배워 나가면 충분합니다. 기술로 하는 일이 아니라 마음으로, 관심으로 하는 일이죠. 몇 시간 동안 누군가의 얘기를 참을성 있게 들어 주는 사람이 유리합니다.--- p.142 「도시는 이야기이다 _ 오형은」 “홍대 지역에는 생태적인 질서가 있어요.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죠. 가령 어떤 뮤지션이 앨범을 내려고 하면 그래픽디자이너인 친구가 앨범 재킷을 만들어요. 비공식적인 관계와 일들이 벌어집니다. 그게 어디서 나오는가. 관계로부터 나오고 그 관계가 또 다른 관계를 끌어당기죠. 주로 밤문화에서 생깁니다. 술 마시면 벽이 없어지니까 자연스럽게 ‘요즘 너 뭐하니?’ 안부 묻다가 아이디어가 나오고 일이 진행되고 새로운 판이 만들어지고, 그 속에서 하나의 스타일이 만들어지는 거죠. 그게 ‘소셜 스타일’이 아닐까 생각해요.”--- p.163 「도시는 욕망이다 _ 최정한」 “남부시장의 어떤 장면은 고즈넉하고 금방 소멸해 갈 것 같은 아름다움이 있지요. 시장은 사라져도 삶은 소멸할 수 없으니까 뭔가를 찾아내야만 했어요. 삶의 이유, 삶을 영속시키는 힘을 주어야 했습니다. 주변에서는 청년들을 도구적으로 대한다, 말도 안 되는 일에 청년들을 몰아놓고 실험한다, 장사시키는 게 무슨 문화냐는 둥 비난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하지만 저는 절실했습니다. 이것도 답이 아니면 더 할 게 없다, 이래도 망하고 저래도 망한다는 심정으로 임했죠.”--- p.195 「도시는 청년이다 _ 김병수」 공공미술가이자 도시기획자로서 일하는 그의 원칙은 세 가지다. 그 일을 행하는 데 스스로 떳떳한가, 그 일에 공공적인 마인드가 담겨 있는가, 전문성에 있어 어느 정도 자존심을 갖고 하는가. 이런 본질적인 물음을 내려놓지 않은 채, 유다희는 지금도 기쁘게 일한다. 그가 하는 일이 이 시대의 우울을 걷어내고 색깔 있는 도시를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즐겁게 일할 수 있다. --- p.230 「도시는 예술이다 _ 유다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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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라는 공간에서 결코 늙지 않는 질문자로 살아가기
각자의 도시이면서 모두의 도시를 그린다! 도시도 고향이다! 떠나지 말고 고쳐 살기 드라마 〈응답하라 1994〉는 전작에 이어 그 시절 아이들의 추억을 불러낸다. 서태지, 농구대잔치와 함께 중요하게 부각된 코드는 대학생이 된 ‘촌놈’들의 눈물 나는 서울 상경기다. 가족예능 〈아빠 어디 가?〉의 아이들은 주말마다 낯선 시골마을로 여행을 떠난다. 아빠들은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신이 나지만 도시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에겐 한바탕 눈물 쏟는 적응기가 필요하다. 그런 걸 보면 사람들이 어느 공간에 정주해 살아가면서 가끔씩 외롭다, 삭막하다 느끼는 것은 이전까지 익숙하지 않았던 풍경, 관계, 소소한 문화들에 부딪치며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파열음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시간을 두고 겪다 보면 저절로 해소될 문제들. 탈도시 징후가 주목 받는 요즘이지만 알고 보면 도시를 고향으로 여기고 그 문화적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즐기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수도권 집중화가 진행된 지 오래인 데다, 이제는 전국의 웬만한 소도읍까지 도시적인 삶이 들어서 있기 때문에 귀향을 한다고 해서 꼭 ‘탈도시’인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무엇인가. 일도 사랑도 여가도 다 향유하던 도시를 느닷없이 탈출하고 싶어지는 이유, 도시라는 공간이 일순 차갑다 느껴지는 순간들, 나름 익숙해진 도시의 삶 속에서 결핍을 느끼게 되는 지점들…… 그것들을 세심하게 ‘발견’하고 ‘질문’을 던지며 ‘해법’을 찾아가는 노력이 지금 이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도시의 외형이 아닌 도시인의 삶을 바꾸는 사람들 7인의 도시기획자는 바로 그런 행동에 나선 사람들이다. 차가운 도시를 따뜻하게 만들어 가는 일에 먼저 뛰어든 문화적 선각자들! 건물을 짓고 다리를 놓고 시스템을 바꾸는 도시개발이 아니라 도시인의 삶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고 그 속에 파고들어 변화를 일궈 내는 사람들이기에 ‘도시계획가’가 아닌 ‘도시기획자’다. 도시라는 공공의 캔버스 위에 우리가 정말 살고 싶은 삶을 스케치하고 실제로 그 토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도시피디, 소셜 디자이너, 커뮤니티 플래너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이들은 각기 다른 시선과 태도로 도시를 기획하지만, 그것이 도시의 외형이 아닌 도시생활자들의 삶 자체를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서로 닮았다. 이들에게 살고 싶은 도시란 무엇이었나! 그것을 ‘도시는 인문학이다 / 농부다 / 숲이다 / 이야기이다 / 욕망이다 / 청년이다 / 예술이다’라고 하는 7가지 키워드로 풀어냈다. 이들은 홍대클럽데이, 서울와우북페스티벌 같은 문화 콘텐츠를 생산해 도시인들에게 선물 같은 하루를 선사하거나, 한없이 타인이 되어 가는 도시에서 살맛나는 ‘마을살이’를 실험하거나,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녹색 피난처를 넓혀 가기 위해 고민한다. 잊혀 가는 소도시의 역사와 사람 이야기를 복원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전통적인 마을에 청년들이 터 잡고 살 수 있는 문화혁신도 일궈 낸다. 갤러리의 예술을 거리로, 동네로 끌어내 일상의 미학을 실천하는 것도 이들이 도시를 가꾸는 방법이다. 도시도 바꾸고 내 삶도 바꾸는 소셜 잡에 주목하라 7인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도시라는 공간을 새로이 보고 새로이 느낀다. 삭막한 콘크리트 도시에 누군가의 마음과 손길이 닿아 그래도 조금씩 따뜻한 풍경이 되어 가는구나, 알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일찍이 마음에 품었던 질문을 우리 스스로에게 해본다. ‘나에게 도시는 무엇인가. 내가 살고 싶은 도시,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런 질문을 던지고 적극적으로 답을 찾아가게 된다면, 이미 도시기획자로서 첫 발을 뗀 것이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평균나이 마흔을 훌쩍 넘긴 저자들은 대부분 사회활동가로서 이 일을 시작했지만 공공의 삶이 더욱 중요해질 앞으로는 ‘직업인 도시기획자’가 많이 배출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도시도 바꾸고 내 삶도 바꾸는 소셜 잡, 도시기획자들에게 필요한 자질과 도움이 될 정보들은 저자들의 이야기 말미에 ‘미래의 도시기획자들에게’ 보내는 편지글로 살뜰히 담았다. 1세대 도시기획자로서 스스로 길을 만들며 살아온 선배들의 조언이라 더욱 값지다. 도시계획 혹은 다양한 문화기획을 공부하는 독자, 지속가능한 도시와 도시문화, 커뮤니티에 관심이 있는 독자, 혹은 부수고 새로 짓는 도시개발에 한 번이라도 의문을 품어본 독자라면 관심을 갖고 읽어볼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