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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몫
우리는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장성욱
득수 202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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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2부
발문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201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소설집 『화해의 몸짓』, 웹북 『티셔츠』, 『야마다 유우코의 마지막 어덜트 비디오』, 『피망록』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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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0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250g | 130*183*15mm
ISBN13
9791198392497

책 속으로

후에 영빈은 이 장면에 대해 두고두고 생각하게 되지만, 분명한 건 그때 알았다고 해도 그 무엇도 바꿀 수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바꾸기 위해서는 더 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만 했고, 그런 일은 가능하지 않았다.
--- p.13

교수가 잘리고 말고는 중요치 않았다. 영빈의 입장에서는 구설수가 있는 사람이 결혼식에서 주례를 본다는 사실 자체가 불쾌한 일이었다. 더 큰 문제는 아무 흠결도 없어야 할 계획이 자꾸만 통제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복잡해 보이는 문제일수록 단순하게 생각하고 움직여야 했다.
--- p.37

중학교 시절 기남은 박선용과 마찬가지로 왕따였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처음에 그들은 친구처럼 다가왔다. 수학 숙제를 보여 달라고 해서 보여주었고, 핸드폰을 빌려달라고 하면 빌려줬다. 그다음에는 나중에 갚겠다며 미술 시간에 필요한 준비물을 사다 달라고 말하고, 얼마 되지 않는 액수의 돈을 빌려 가기도 했다. 모두 부탁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 친구라면 이 정도는 별일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속였다. 그 과정 속에는 어떤 물리적인 폭력도 없었다.
--- p.43

넋두리가 계속되었고 그럴수록 현정은 이상하리만치 냉정해져 갔다. 급기야 노파가 손등으로 눈물을 찍어내기 시작했다. 노파에게 들고 있던 손수건을 건넸다. 그녀는 사건의 본질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학교의 선생이나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현정 같은 사람들을 이곳까지 찾아오게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 송구한 일인 듯했다. 그런 오해를 굳이 나서서 바로잡을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할 게 뻔했다. 저런 사람이 보호자라니 선용이라는 애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람은 뿌린 만큼 거둔다고 생각하는 현정이 누군가를 안쓰럽다고 여기는 건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 p.90

“내가 이 담뱃불을 네 팔에 갖다 댈 거야. 소리를 내면 네가 지는 거고, 소리를 내지 않으면 내 패배야. 간단하지?”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는 이게 어쩌면 기회라고 생각했다. 증거를 남길 수 있는 기회.
--- p.126

너를 본다. 너의 두 다리는 철제 의자 다리에 묶여 있고 양손에 수갑이 하나씩 채워져 등받이 기둥에 결박되어 있다. 건물 아래서부터 업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까지 이동해 창고에 마련된 의자에 몸이 묶이는 순간까지도 너는 한 번도 깨어나지 않았다. 무척이나 피곤했던 모양이지. 그럼에도 너의 얼굴에서는 잠든 사람에게 쉽게 볼 수 있는 방심을 찾을 수 없다. 입을 벌린 채 침을 흘리거나, 눈이 반쯤 뜨여 있거나 혹은 그 흔한 잠꼬대나 코골이조차. 공들여 깎은 조각상처럼 무첫이나 평온하고, 아름답다. 보고 있기만 해도 어디선가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들려올 듯한 모습이다. 나는 그게 가장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토록 아름다운 네가 무엇이 부족해서 나한테 그런 짓을 했을까.

--- p.200

출판사 리뷰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적이 있었나.
죽이고 싶은 만큼 미워한 적은 있었나.

소설을 읽는 내내 그 질문이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 질문이 바뀌었다.

자신이 한 끔찍한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어떤 죄인가.
죄의 위중을 판단하는 기준과 용서의 기준을 판단하는 잣대는 누구에게 맞춰져야 하는가.

장성욱 첫 장편소설 『기억의 몫』은 기억하지 못하는 임영빈과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박선용이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온다. 중학생 시절 친구들은 선용을 괴롭혔고, 그중에 영빈도 속해 있었다. 시간이 흘러 인터넷 방송진행자로 전업한 프로게이머, 선용은 방송에서 “중학생 시절 당한 악의적인 괴롭힘 때문에 학교를 자퇴”했다고 고백하고 그 고백 이후, 앞날이 창창했던 영빈의 삶은 무너지기 시작하는데.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닮아가는 즉,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들을 작가는 여러 등장인물들의 숨겨진 본성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사랑도 신념도 믿음도 그리고
절대 깨지지 않을 거라 믿었던 단단한 진리도 허물어트리는 소설.

한국 문단의 젊은 남성 작가 장성욱만의 잔혹한 유머에 거짓 없이 매료될 것이다.

추천평

그는 어느 한 인터뷰에서 자신을 ‘코미디 작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범위를 좁히자면 ‘블랙코미디’라고 말이다. “잔혹함, 부조리, 자학, 절망, 죽음 같은 어두운 소재 및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소재를 과장하거나, 익살스럽게 풍자하는 유머를” 즐긴다는 것이다. 이런 부류의 소설가는 매사 진지하지 않아서 현실을 더 자세히 볼 수 있고, 이 방식이 그의 진지함이기도 하다. 이처럼 그의 첫 번째 장편 작업 또한 가해자와 피해자가 등장하는 어두운 소재를 통해 이 사회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거짓된 소문으로 무엇인가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 자신의 추한 표정을 숨기기 위해 남몰래 소문을 키워나가는 잔인한 사람들, 거짓된 담론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 그런 언어와 신념과 표정을 아무런 의심 없이 맹목적으로 믿는 어리석은 독자들이, 이 소설을 보며 무슨 상상을 펼치게 될까. 그 지점이 경각심이자 부끄러움이라면 이 이야기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문종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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