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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프롤로그
ㆍ기대와 다른 시작 ㆍ초보 배낭여행자의 소심한 걱정 ㆍ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다 ㆍ긴팔원숭이 체험 ㆍ나무 위를 오르는 사나이 장 프랑소와 ㆍ미하엘과 리차드 ㆍ오토바이 사고 ㆍ공포의 땀막흐어어어어어엉 ㆍ기사 아저씨의 트림을 맞으며 ㆍ공포에 질린 밤 ㆍ오 마이 보스 싸이 ㆍ여행자들의 도시로 ㆍ고양이가 맺어준 인연 ㆍ강 건너의 험난한 산책 ㆍ블루라군 ㆍ기구한 역사를 지닌 몽족 ㆍ나의 천사 까이께오 ㆍ뎅기에 울고 닭죽에 웃고 ㆍ심심한 대도시 비엔티안 ㆍ검은 두건을 쓴 레이람세 ㆍ천국의 사반나켓 ㆍ죽은 쥐와 팔뚝만 한 도마뱀 ㆍ탐콩로 대탐험 ㆍ4천 개의 섬을 향하여 ㆍ다시 만난 반가운 친구와 당나귀 청년 ㆍ돈뎃에서의 즐거운 향연 ㆍ바위 청년의 프러포즈 ㆍ한 달의 마지막 날 ㆍ에필로그 ㆍ부록 |
본명:이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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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자.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이십대의 마지막 해, 좁은 방에 틀어박혀 허송세월 하지 말고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을 만들어보자. 이러한 결심이 서자마자 나는 즉시 수십 권의 여행 서적들을 찾아보며 목적지에 대해 고심했다. 그리고 마침내 인도차이나 반도로 결정을 내렸으니 그 이유는 싱거울 만큼 간단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물가가 훨씬 저렴하고 버스나 기차를 이용해 세 나라를 넘나들 수 있으니까. --- p.7 그날 밤. 의기투합해서 맛있는 식당을 찾아 돌아다니던 우리 세 사람은 뜻하지 않은 행운과 맞닥뜨렸다. 어디선가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와 가보니 야외에서 나이트 마켓이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규모는 매우 작았지만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파는 노점상이 열 개 이상은 되었고, 집에서 손수 만들어 온 반찬이 가판대 위에 가득 늘어져 있었다. 또한 낮 동안 루앙남타에서 마주친 여행자들이 죄 모여 있었는데 그들은 몇 안 되는 테이블을 점령하고 바이킹의 전사처럼 벌컥벌컥 맥주를 들이켜고 있었다. 어랏? 그런데 그중 한국인으로 보이는 한 남자! --- p.66 감탄과 안쓰러움이 섞인 목소리로 “여기 있으면 심심하지 않아?” 하고 물으니, 그는 “사람이 어떻게 매일 대도시에서만 사니? 이런 조용한 곳에서 지내며 성찰의 시간도 가져야지.”라는 답으로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 후 삼사십 분가량 더 대화를 나눴을까. 너무 오래 시간을 지체했다는 생각에 일어서려 하자 싸이가 대뜸 소리쳤다. “가긴 어딜 가! 아직 물을 반도 먹지 않았잖아! 물을 존중해야지!” 이 녀석, 뭔가 예사롭지 않은데… --- p.117 루앙프라방의 첫 인상은 과연 활력과 역동 그 자체였다. 높은 담벼락이 둘러진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이 길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었고, 반드러운 아스팔트 도로 위로 그제까지 가뭄에 콩 나듯 봤던 자동차들이 쌩쌩 내달렸다. 후덥지근한 공기를 타고 뚝뚝 기사들의 고함과 경적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으며, 라오스 실크 옷으로 한껏 멋을 낸 여행자들이 거리 이곳저곳에 꽃처럼 피어 있었다. 나는 혼잡하고 활기찬 이 대도시의 모습에 잠시 넋을 잃은 채 서 있었다. 그때, 하모니카 청년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어이, 너 시내까지 뚝뚝 타고 갈 거지?”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신나서 말했다. “그럼 우리랑 같이 타자. 사람이 많을수록 돈이 적게 드니까.” --- p.135 마치 활주로를 연상 시키는 드넓은 대지 위에 수백 대의 오토바이와 자전거들이 함께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쏭강의 물결처럼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적당한 속도로 헤드라이터의 노란 불빛을 흩뿌리면서. 이윽고 까이께오는 흡족한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그 대열 속에 합류했고 나는 처음엔 금지된 장소에 몰래 들어온 듯한 기분으로 숨을 죽이고 있다가 곧 다른 아이들처럼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불과 보름 전까지 대한민국 서울에서 단조롭게 살아오던 내가 라오스라는 낯선 나라에 와서 한 청년을 알게 되고, 그와 함께 책에서나 보던 몽족 마을을 구경하고, 지금은 그의 아지트에서 라오스 인들과 함성을 지르며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 만일 내가 미친 척 용기를 내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우연의 힘이 이끌어 주지 않았더라면 죽을 때까지 모르고 살았을 장소와 보지 못했을 사람들. --- p.177 그런데 보트에 타 있던 여행자들 중 낯익은 얼굴. 가만히 기억을 헤집어 보니 루앙남타를 떠나던 날 터미널로 가는 뚝뚝을 함께 탔던 남자였다. 그때 뚝뚝에 있던 모든 여자들의 배낭을 내려주고 사랑의 눈길을 듬뿍 받았던 중년의 영국 남자. 그 눈길을 보낸 한 사람으로서“우리 전에 봤지?”라고 아는 척을 하니 그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환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마 그랬을 거야. 우린 결국 다 같은 곳을 맴도니까.” 기억 안 난다는 말을 그렇게 아름답게 얼버무리다니. 나는 그의 사려 깊은 태도에 또 한 번 감동했다. --- p.267-2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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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느리게 가다
소소히 머물 만큼의 경비를 들고 한동안 슬럼프로 주변 5킬로미터 이내의 행동반경만을 유지하던 작가는, 이십대의 마지막 해를 허송세월하며 보낼 순 없다고 판단. 복잡한 심정을 뚫어내며 결심을 했다. ‘떠나자!’ 닥치는 대로 여행정보를 수집하고, 무거운 짐가방도 둘러매는 예행연습까지 거친 뒤 여행길을 떠났지만, 준비와 현실은 하늘과 땅 차이! 그야말로 힘든 과정도 많았지만 얻은 게 훨씬 많은 게 바로 여행이었다. 본인이 감내했던 이십대 마지막의 감수성으로, 맞닥뜨린 여행지에서의 모든 상황과 느낌들을 적어내려갔다. 그 누군가도 혼란스러운 심정일 때 여행이 좋은 약처방이 될 것이라는 마음으로, 본인의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라오스라는 곳을 꼭 알리고 싶었다. 라오스에서 어슬렁거리기, 밤새도록 친구들과 수다하다 다음날 목적지도 바꿔버리기, 라오 비어의 맛에 흠뻑 빠지기, 땀막홍의 매운 맛에 놀라기, 낯선 곳에서의 설레는 감정 느껴보기, 그냥 가고 싶은 곳 가기, 그리고 라오스의 유쾌하고 순박한 사람들과 친구하기. 작가의 이 모든 경험들을 미지의 라오스 여행자들에게 전해준다. 라오스 북부 훼이싸이에서 방비엥, 남부 시판돈까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루앙프라방, 여행자들의 천국 방비엥이 있는 북부지역에서부터 라오스 남부의 대표적인 도시 사반나켓, 그리고 섬으로 이뤄진 시판돈까지. 작가는 라오스 전지역을 일주하며 직접 체험한 것들을 생생하게 기록으로 남겼다. 작가가 다닌 도시와 작은 마을 곳곳의 위치가 표시된 지도도 수록해 한층 더 여행 느낌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내가 꿈꾼 낭만과 모험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것이 아닐까? 이 여행도 결국 똑같은 날만 반복되다 끝나버리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이건 초보 배낭여행자의 쓸데없는 걱정일 뿐, 내 진정한 모험은 국경 너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 한 권의 책을 들고, 라오스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애초에 작가는 인도차이나 세 나라 여행을 계획하고 떠났던 길.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머물면서 일정을 수정, 전혀 고민 없이 남은 기간을 모두 라오스에서 보내기로 결심했다. 손을 뻗으면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을 만질 수 있고, 발길을 따라가면 한폭의 그림 같은 풍광을 볼 수 있고, 마음을 열면 따뜻한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는 라오스. 겨우 열흘 남짓한 시간 동안 전례 없던 모험과 잔잔한 행복을 선물해준 라오스. 그래서 결국 계획을 수정했다. ‘이 특별한 나라가 베푸는 호사를 더 확실히 누리지 않고 떠난다면 한국에 돌아가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 분명했다.’ 작가가 느꼈던 라오스의 모든 감정들을 놓치지 않으려 카메라에 담고, 수첩에 담고, 가슴에 담았다. 경험들을 많은 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서 작가가 갔던 식당, 시장, 가게, 얘기로 전해들은 곳들을 라오스 도시, 마을 지도에 깨알같이 표시도 했다. 미지의 누군가 라오스 여행을 계획할 때 소소한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이 책에 담겼다. 문득, 라오스가 궁금해진 분들에게 작가의 감성 + 깨알 라오스 정보가 수록된 이 한 권의 책을 여행 준비서로서 필독을 권한다. * * * “우리 전에 봤지?” “아마 그랬을 거야. 우린 결국 다 같은 곳을 맴도니까.”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