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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ichirou Nakamura,なかむら しんいちろう,中村 眞一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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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에게 “연애라도 좀 하지 그래?”라고 권유했다. 그러자 그녀는 테이블을 뜨며 홀쭉하고 밋밋한 몸을 뻗어 “당신하곤 달라요” 하고 내 말을 가볍게 맞받아쳤다. (중략)
그녀가 연주하는 베토벤의 선율은 놀랍도록 감미롭고 화려하게 혹은 비통하게 화면에서 넘쳐흐르고 있는 게 아닌가! 나는 프로그램이 끝나고, 지휘자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 나의 놀라움을 표명했다. 그러자 그는 “그걸 몰랐나? 그녀는 지금 대단한 열애 중이라네” 라고 하며, 그녀의 상대는 그녀가 가르치고 있는 음악대학에 새로 들어온 작곡가 아무개 씨라며 상대의 이름까지 덧붙여 말해주었다. 나의 의문은 금세 풀렸다. ---p.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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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카소의 목이 두 개인 여자 같은 시간을 담은 초상을 싫어했고, 에른스트의 고대 중국의 청동방패 같은 시간을 초월한 고요를 사랑했다.
이런 나의 경향에 대해 ‘고전주의’라 이름 붙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중년에 영화로 시도한 것도 사실은 인물의 마음과 육체의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한, 장르 속에 영원의 순간을 도입하려는 실험이었다고 새삼 수긍하게 된다. 그러고 보면 내가 당시에 강한 인상을 받은 영화는 모두 콕토의 것으로 〈미녀와 야수〉도 〈영겁회귀〉도 나와 똑같은 주제를 추구한 것이다. ---p.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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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신과의 유희』는 1988년 6월부터 1989년 4월까지 잡지 <신초新潮 45>에 「나의 포르노그래피」라는 부제가 달려 연재되었는데, 이것은 일본 문단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그동안 장편소설 『죽음의 그림자 아래서』로 전후파 작가로 알려져 오면서, 나카무라 신이치로는 일본 현대문학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작가이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작가라는 평을 받아왔고, 그의 이름 앞에는 어김없이 “순수 문학 작가”라는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붙어다녔다. 『아름다운 여신과의 유희』의 ‘옮긴이의 글’에서 알 수 있듯이, 그가 「나의 포르노그래피」라는 부제를 붙인 것은 상업적 의도가 있어서도 아니었고, 그에게는 순수한 포르노그래피를 쓸 의지도 없었다. 다만, 이전에 나카무라 신이치로가 쓴 소설보다 『아름다운 여신과의 유희』에서 포르노적인 정경이 많아졌다는 이유로, 신초사 편집부에서 그와 포르노를 의도적으로 연결시켰을 뿐이다.
『아름다운 여신과의 유희』의 내용으로 들어가면, 소설은 주인공이 일흔 번째 생일을 맞는 것으로, 구체적인 날짜나 시간의 표시 없이 “○월 ○일”로 꿈인 듯 시작된다. 평생 그림을 그려온 노년의 화가는 만년의 피카소처럼 최근 본업인 그림보다도 가마터가 있는 산중에서 지내며 도예에 열중하고 있다. 그의 아내 나타샤는 젊은 시절 러시아 볼쇼이발레단에서 활동한 발레리나로 지금은 도쿄에 있는 발레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젊었을 때 영화제작까지 할 정도로 왕성한 호기심과 창작 욕구를 지녔던 주인공은 근래 들어 점점 쇠퇴해져 가는 육체와 끊임없이 솟구치는 창작에 대한 열정 사이를 오가며, 지난 시절 창작의 원동력이 되어준 수많은 여성들과의 추억을 떠올린다. 주인공의 첫사랑이자 무대장치가인 노년의 여성, 그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던 배우이자 모델인 Q, 배꼽이 아름다운 ‘배꼽의 여신’, 플루티스트 ‘선연한 미녀’, 재즈 보컬리스트 에리 등등. 주인공과 그녀들과의 육체적 관계는 몽환적으로 묘사되기도 하고, 때로 격렬한 에로티시즘으로 인간 내면의 욕망을 들추어내기도 한다. 그러면서 주인공은 많은 문인들과 화가들, 나가이 가후永井荷風, 기쿠치 고잔, 에즈라 파운드, 러시아 화가 소니아 들로네, 달리Dal, 탕기Tanguy, 페르멜vermeer, 로뎅, 까미유 끌로델 등의 생애를 들여다보면서, 그들의 작품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깊은 회의에 빠지게 된다. 또한 그들의 작품을 마주하면 할수록 화가로서의 본능이 솟구쳐 올라 주인공은 여성들의 육체를 탐닉하게 되고, 이 쾌락의 절정에서 우주의 거대한 흐름에 융합되는 듯한 느낌을 맛보게 된다. 즉 그림을 그리듯 캔버스 안에 하나의 구도로 포착되어진 그녀들과의 아름다운 유희는 유화, 판화, 도예, 영화제작, 시詩 등 모든 예술 분야를 섭렵한 지적이고 호기심 왕성한 주인공의 예술 창작의 에너지이자, 원동력인 것이다. 『아름다운 여신과의 유희』는 일흔 살 예술가가 겪는 좌절과 자기 부정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나카무라 신이치로만의 깊이 있는 시선과 일본 특유의 정서로 예술과 삶, 인간 본능의 아름다움을 에로티시즘으로 치환시켜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