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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기에 앞서
17세기 조선의 가정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나 향랑 사건으로 본 17세기 서민층의 가족생활사 2. 절의의 고장, 선산 선산 부사 조구상 추로지향(鄒魯之鄕) 남면 약정의 보고서 3. 계모, 또다른 희생자 생기발랄한 소녀 계모는 악인이 될 수밖에 없는가 억척스런 여인 4. 가까스로 치룬 혼인식 원치 않은 결혼 세계적 대재난, 을병대기근 신행길 5. 가정폭력의 기원 원한만 쌓는 관계 외도?부부싸움?가정폭력의 법칙 파국 6. 이혼한 여자 집안 망신 이혼이 언제부터 백안시되었을까 7. 재혼-할 것인가, 말 것인가 막다른 길 여성 재혼의 역사 산유화(山有花) 8. 자결 이후 열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9. 맺음말 암흑기에도 여성사는 살아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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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가족사를 보는 의의
‘가족’은 현대 사회의 가장 중요한 화두 중의 하나이다. 급격한 사회 변화로 인해 가족 또한 새로운 변화를 요구받고 있기 때문인데, 호주제 폐지 논쟁이나 이혼과 재혼의 증가 등이 그 변화의 예가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러한 변화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이혼과 재혼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며, 편부모 가정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 가족에 대한 이런 식의 편견이 형성된 것은 과연 언제부터일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알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가족사’이다. 특히 17세기는 한국 가족사에 있어 커다란 변혁기로 주목할 만한 시기였다. 그러나 전통 시대 가족사는 자료 부족을 이유로 제대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근현대 가족사에 관한 연구 저서도 거의 없다. 특히 가족사를 갈등적 측면에서 고찰한 연구서는 더더욱 없으며,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한 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이제는 우리의 전통 가족사를 한번쯤 되돌아봐야 할 시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은 향랑 사건을 통해 가족사를 갈등적 측면에서 새롭게 고찰하고자 하였다. 향랑, 그녀는 누구인가? 향랑은 17세기 후반을 살다가 18세기로 접어든 숙종 28년(1702)에 자결한 여인이다. 18세기 여러 문인들은 전형적인 열녀담의 형식으로 향랑의 자결을 형상화했는데, 이로 인해 향랑은 이 시기의 대표적인 열녀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향랑은 여느 양반 계층의 열녀들처럼 남편에 대한 정절을 지키기 위해 자결한 여인이 아니었다. 또한 다소곳하고 얌전하게 자신을 죽이고 살았던 여인도 아니었다. 그녀는 자기주장이 강하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냈던 서민층의 평범한 여성일 뿐이었다. 그렇다면 이렇듯 평범한 여인이었던 향랑이 왜 자결을 하게 되었을까? 향랑은 17세에 같은 마을에 사는 임천순의 아들 칠봉과 혼인을 했는데, 칠봉은 향랑을 미워하여 폭력을 행사하기 일쑤였다. 그 폭력을 견디다 못한 향랑은 칠봉과 갈라서고 친정으로 돌아오지만 친정 부모는 그녀를 받아주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숙부 집에 몸의 의탁하나, 숙부가 개가하기를 요구하자 향랑은 이를 거부하고 다시 시댁으로 찾아간다. 그러나 시아버지 또한 그녀에게 개가를 권유하며 받아주지 않는다. 개가를 원치 않았던 향랑은 자결을 결심하게 되는데, 그녀의 자결은 자신의 의지가 통용되지 않는 사회에 대한 일종의 저항이었다. 노래 《산유화》에 담긴 뜻은?,/B> 《산유화》는 백제시대 부여 지방의 민요로, 백제 망국의 한을 담은 노래였다. 이러한 기원을 가진 산유화는 전래되면서 그 슬프고 처량한 음조에 조금씩 다른 가사를 얹어 불렀다고 하는데, 향랑 또한 이 음조에 자신의 오갈 데 없는 비극적 처지를 담아 불렀던 것이다. 따라서 향랑의 《산유화》는 자결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한 맺힌 인생사를 상징하는 노래라 할 수 있다. 이야기로 풀어보는 미시사, 가족사 이 책의 저자 정창권은 이전의 저서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에서 ‘픽션과 논픽션의 중간적 글쓰기’를 시도한 바 있다. 이번 책 또한 이와 같은 글쓰기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저자가 이러한 글쓰기를 행하는 이유는 ‘스토리, 곧 이야기는 복잡한 현상을 간단하고 즐거운 방법으로 이해하게 해주는 데 매우 중요한 도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독자들은 직접적이고 논리적인 글에 익숙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저자는 전체 내용을 이야기체로 전개하면서 보다 깊이 있는 해석이 필요한 부분은 설명체로 전달하는 ‘픽션-논픽션-픽션’의 형태에 액자구조를 취하여, 향랑 사건의 첫 기록자인 조구상을 통해 이 사건을 시작하고 끝맺도록 구성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