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었나?
김민기의 운동가요 ?친구?에 나오는 구절이다. 1970-80년대, 참담한 독재정권 시절에 저항하다 죽어가는 친구의 모습 속에서 사회적으로 무엇이 죽은 것이고 무엇이 산 것인가를 뼈저리게 되묻는 노래다. 이 책 <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는 사람과 벌레 사이에 과연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은 것인지에 대해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고 자상한 해답의 실마리를 살며시 내놓는다.
사실 나는 이 책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다소 막연히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록의 글들을 하나씩 읽으면서 그 동안 내가 벌레나 곤충에 대해 얼마나 많은 편견과 고정관념을 가졌는지, 아무 근거 없이 얼마나 많은 두려움을 가져왔는지 가슴 깊이 느끼게 된다.
이 책은 바퀴벌레, 사마귀, 파리, 모기 같은 다른 존재에 대해 내가 이미 가졌던 편견을 교정할 뿐 아니라 그런 잘못된 관념 속에서 나도 모르게 상처받았던 나의 영혼마저 치유해주는 고마운 민간요법 같다. 나아가 앞으로 지금까지 우리가 까닭 없이 싫어하거나 무서워해온 다른 모든 존재들에 대해 더 이상 증오와 전쟁을 하지 않고 화해와 공존, 소통과 연대, 사랑과 우정으로 새롭게 만날 지혜를 선사하고 있다.
흔히 우리는 못된 사람을 가리켜 짐승(벌레)만도 못한 인간, 아니면 어린아이가 어른에게 도움되는 일을 했을 때 ?개보다 낫다?는 식으로 말한다. 록의 책을 다 읽고 나면, 이런 표현 자체가 진정 우리가 벌레만도 못함을 증명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우리는 곤충들을 익충과 해충으로 구분하고 해충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과학과 기술의 이름으로 살충제와 농약을 개발한 뒤 한꺼번에 해충들을 대량 학살함으로써 녹색혁명을 이루었다. 게다가 사마귀나 거미의 짝짓기 과정에서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것을 보고 잔인하다고 판단하며 악마 취급을 한다.
이것은 마치 제국주의 나라들이 신으로부터 선택받았다는 선민의식을 가진 채, 이 세상 모든 사회를 문명과 미개, 천사와 악마로 구분한 다음 미개나 악마에 대해서는 온갖 구실을 붙여 대량 학살을 하고 있는 현실과 그대로 닮아 있다.
반면 우리는 성실히 일 잘하는 사람을 개미나 벌(좋은 의미로) 따위로 비유한다. 그러나 이것 또한 곤충의 진실한 세계에 대한 왜곡이자, 또한 인간 세계를 잘못 이끌어가는 토대가 된다. 이것은 자본이 시키는 대로 묵묵히 일 잘하는 노동자에 대해서는 물질적 보상을 하는 반면, 저항하는 노동자는 철저하게 억압하는 현실을 상기시킨다.
이렇게 록의 예리한 통찰과 성실한 정보는 우리 인간이 곤충 세계를 보다 진실되게 이해하게 도와준다. 그리하여 우리의 지적 성장뿐만 아니라 영적 성장을 돕는다. 그래서 우리는 록과 함께 참으로 새로운 여행을 하며 우리 삶에서 진정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었나? 라고 다시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