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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멕시코 1929~1931년_VB
제2부 워싱턴 D.C. 1932~1934년_VB 제3부 산앙헬과 코요아칸 1935~1941년_VB 제4부 노스캐롤라이나 주 애슈빌 1941~1947년_VB 제5부 노스캐롤라이나 주 애슈빌 1948~1959년_VB 흩어진 페이지, 몬트포드 1949년 6월~1950년 1월_VB 그 후, 1959년_바이올렛 브라운 작가 인터뷰 제목에 대하여 역사적 참고문헌에 대한 노트 |
Barbara Kingsol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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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러분은 그의 소식을 결코 듣지 못할 것이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어떤 생각도 못할 것이다. 이 글을 끝까지 읽기 전에는.
어쨌거나 노트는 그렇게 불타버렸다. 고문서 연구가들은 이런 종류의 글, 즉 사라진 부분을 라쿠나라고 부른다. 라쿠나. 이야기의 빈자리. 공백. 그 구멍은 지금까지도 채워지지 않았다. 나는 그게 사라졌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래서 최초의 작은 가죽 장정 노트가 나중에 발견되었듯 어떤 트렁크에서 나타나는 일은 결코 없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본문 중에서 “넌 혈기가 없어서 문제야. 완전한 멕시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한 미국인도 아니고. 이 집하고 비슷하네. 서로 다른 두 개의 상자로 만들어진 이중 인간.” “그게 맞을 겁니다. 세뇨라. 아니, 프리다.” “네 어머니 집에는 아름다움과 시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을 거야. 내밀한 열정도 있겠지. 그리고 미국 쪽으로는, 늘 생각하고 생존하기 위한 머리가 있고.” “아마 맞을 겁니다. 제 집에서 주방 하나만 빼면, 그렇게 보입니다. 정말 너무 작거든요.” “네 집의 부엌은 멕시코가 지배하고 있어. 고마운 일이지.” ---본문 중에서 “기자들을 공격하려는 건 아니네. 기자라고 뭐가 다르겠나. 그저 다른 사람들 목소리를 좀 더 크게 내는 확성기일 뿐이야.” “맞습니다. 선생님. 신문은 픽솔 섬의 짖는원숭이들 같아요.” 이 비유에 레프는 흥미로운 표정을 짓고는 영어에서 스페인어로 바꿔 말했다. “어떤 동물인데?” “원숭이의 일종인데, 아주 사납습니다. 아침마다 아주 큰 소리로 울부짖죠. 처음엔 한 녀석이 울기 시작하는데, 이어서 가까이 있는 다른 놈들이 거역할 수 없다는 듯 따라서 울음을 토해냅니다. 곧 천둥처럼 묵직하고 큰 울음소리가 숲 전체로 퍼지죠. 이건 녀석들의 천성, 숲에서 자기들 영역을 지키기 위한 거부할 수 없는 천성입니다. 자기들이 최고라는 걸 다른 종들에게 알리는 거죠.” ---본문 중에서 카르멘 프리다 칼로 데 리베라. 그녀 자신 말고 누가 그녀를 그녀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당신은 남이 할 수 없는 독보적인 역할을 합니다. 인정하십시오. 멕시코 농부든 아스텍의 여왕이든 뭐든. 당신의 옷차림은 섞여들기 위한 게 아니죠.” 금빛 앞니가 번쩍였다. “내가 선택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날 선택해.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화가의 마누라라고. 신문은 날 붕대를 친친 감은 순교한 천사나 질투에 눈이 먼 여편네로 만들어버려. 무엇보다 희생자로 만들어. 디에고와 인생의 희생자. 질병의 희생자. 이 다리를 봐.” 그녀가 초록색 비단 치마를 홱 들추자 절름발이 맨발이 드러났다. 살갗이 문드러진 손을 볼 때보다 더 안쓰럽고 황망했다.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아 막대처럼 얇아진 다리. 교통사고 때문에 휘고 상처 자국이 선명한 다리. 그 다리는 수십 년 동안 절름거리는 걸음과 숱한 수모를 간직하고 있었다. ---본문 중에서 앞으로 다른 일기장은 없을 것이다. 필요가 없다. 종이는 더 이상 쌓이지 않을 것이다. 아, 글을 채우겠다는 어린아이 같은 희망이여. 마치 종이를 하늘 끝까지 쌓으면 어느 날 원고 더미를 밟고 올라가 잭 런던이나 도스 패소스처럼 문인이 될 거라는 희망. 이게 가장 씁쓸하고 당혹스럽다. 로렌소의 장화가 머리 위 지붕을 뚜벅뚜벅 걸을 때, 우리 모두가 자신만 아는 뚜렷한 목적으로 가슴이 벅차 타자를 두들기며 밤을 견디던 순간들. 희망에 찼던 그 순간들. 그런 시간은 더는 없다. 또 다른 타자기는 절대 없다. 글을 쌓는 것은 허풍선이나 탐을 내는 경력일 뿐이다. 곧 불살라져 재가 될 글이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8월 어느 날, 경찰서 소각장에서 불살라진 종이는 한 경찰의 손을 쬐어줄 수 있겠지. 그게 전부다. 차라리 닭처럼 미래도 과거도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게 더 낫다. 풍뎅이나 도마뱀을 쪼아 먹으며, 그러다 어느 날엔 뱀을 쪼아 먹으며, 그저 순간의 허기만 채워줄 것을 찾아 방랑하는 것이다. 해리슨 W. 셰퍼드는 재만 남은 주머니로 멕시코를 떠난다. 그는 해방된 나그네다.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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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우리의 비어 있는 시간을 기록한다.”
오렌지 상 수상작가 바버라 킹솔버가 7년간 집필한 역작,《화가, 혁명가 그리고 요리사》 타고난 언어의 마술사, 인간의 삶과 이를 둘러싼 세계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작품들을 써내며 금세기 최고의 여성 작가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바버라 킹솔버. 그녀가 7년의 세월, 작가로서의 역량을 모두 쏟아부어 완성한 작품《화가, 혁명가 그리고 요리사》(원제 The Lacuna)가 알에이치코리아에서 출간되었다. 디에고 리베라, 프리다 칼로, 레온 트로츠키 등 실존했던 인물들과 작가가 창조한 허구의 인물인 소설가 해리슨 셰퍼드의 인생이 교차하면서 드러나는 역사의 뒷이야기들은 표면적 사실들만 기억하는 현대인들에게 역사를 바라보는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작가는 오해와 편견으로 인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인물들의 잃어버린 세월과 비어 있는 시간을 이야기함으로써 광기의 시대, 이념 논쟁의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우리가 잃어버렸던 순수를 회복하고자 했다. 바버라 킹솔버는《화가, 혁명가 그리고 요리사》로 2010년 영어권 여성 작가의 최고 소설에 수여하는 오렌지 상을, 이듬해에는 데이튼 문예 평화상을 수상했다. 세상을 뒤흔든 두 예술가와 망명한 혁명가. 그들의 진실한 친구가 전하는, 세상이 모르는 공백의 기록들. 레닌의 죽음 이후, 스탈린과 대립하던 레온 트로츠키는 국외로 추방된다.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스탈린을 피해 여러 나라를 전전하던 트로츠키는 1936년 디에고 리베라, 프리다 칼로의 도움을 받아 멕시코에 몸을 의탁하게 된다. 멕시코 혁명 이후 세계 예술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화가 중 한 명이 된 디에고 리베라와 독특한 매력과 예술성으로 역시 화제가 된 그의 아내 프리다 칼로, 그리고 독재자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는 망명 정치인의 만남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루하루 그들의 행동, 말 하나하나가 화제가 되고,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멕시코는 세상의 중심이 된 것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온 세상의 이목을 끄는 화려한 그들의 곁에는 결코 드러나지 않은 한 친구가 있었다. 해리슨 셰퍼드, 미국인 아버지와 멕시코인 어머니를 둔 혼혈이자, 요리와 글쓰기에 재능이 있었던 이 조용한 청년은 이들의 곁을 지키며 하루하루를 기록하기 시작한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누구도 모르는 이야기들을. 바버라 킹솔버에 의해 오랜 세월 끝에 빛을 보게 된 비범한 사람들의 내밀한 역사. 지난 과오를 향한 화해와 용서, 인류의 순수성을 회복하는 아름다운 서사. 자유분방했지만 대중 속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던 여인 프리다 칼로, 예술과 정치의 틀에 갇히지 않고 민중 속에서 혁명을 추구했던 화가 디에고 리베라, 정적에 의해 모든 것을 잃고 결국 암살당했지만 끝까지 조국을 위해 헌신했던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 하지만 그들의 적은 그들을 공산주의가 낳은 괴물이자 괴상한 행동을 일삼는 기인으로 만들었다. 이 모든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작가 해리슨 셰퍼드는 큰 충격을 받고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숨긴 채 작품 활동에만 몰두한다. 그리고 미국으로 넘어와 명성을 얻은 후에도 자신에 대한 소문과 대중의 관심을 피해 도망치듯 소극적인 삶을 살게 된다.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의, 진실 그대로를 담은 기록들은 봉인한 채로…. 하지만 소설가 해리슨 셰퍼드는 결국 1940년대 후반부터 미국 문화계 전반에 휘몰아친 사상 검증의 광풍을 피하지 못하고 모든 명성을 잃고 만다. 멕시코에서 혁명 화가들과 어울렸던 전력과 트로츠키의 곁에서 그를 도왔던 과거로 인해 그는 빨갱이로 몰리고, 그가 썼던 소설들 또한 불온한 메시지와 대중을 선동하는 언어들로 가득 차 있다는 모함을 받아 사람들에게 외면당한다. 그는 그가 사랑했고, 지켜주지 못했던 그의 친구들처럼 모든 것을 잃고 바닥까지 추락하고 만 것이다. 《화가, 혁명가 그리고 요리사》는 사실과 상상을 절묘하게 직조해 완성한 일종의 역사 소설이다. 작가 바버라 킹솔버는 역사의 가장 극적인 부분, 사람들을 흥분시킬 자극적인 순간에 집중하는 대신 평범한 일상의 묘사에 작품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마당에 풀어놓은 닭들을 지켜보며 마음의 평안을 얻는 레온 트로츠키의 소소한 일상과 어린 나이에도 자신에 대한 세간의 시선에 당당하고 의연하게 대처할 줄 아는 현명한 프리다 칼로의 자연스러운 말과 행동은 그 생생함으로 독자를 그들의 하루 속으로 순식간에 몰입시킨다. 몸에 꼭 맞는 한 벌의 옷처럼 이 책은 그들의 내면을 담담하면서도 대담하게 담아냈다. 혁명에 몸을 바친 비장한 혁명가, 여성 편력이 심했던 카리스마 넘치는 민족 화가, 파격과 이국적인 매력으로만 알려졌던 눈썹이 인상적인 여성 화가의 이름을 벗어던진 그들은, 타인에 대한 애정과 예술에 대한 열정을 간직한 누구보다도 순수한 영혼을 지닌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누구보다도 충실하게 자신의 삶을 살았음에도 오해와 편견으로 인해 고통받은 모든 사람들을 향해 바버라 킹솔버가 내미는 위로의 손길과도 같다. 또한 누군가의 선동과 기만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타인에 대한 원치 않는 비난을 해야 했던 모든 이들에 대한 따뜻한 용서이기도 하다. 이 책의 원제이자 작품을 관통하는 ‘라쿠나(Lacuna)’는 공백과 빈 틈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이는 사라진 원고, 어두운 동굴, 잊힌 사람들 그리고 진실을 덮으려 아우성치는 거짓말들에 대한 이야기가 극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완전한 구조를 이룬 이 소설의 주제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다. 자연과 인간을 향한 무한한 애정을 바탕으로 생명력 넘치는 작품을 써온 작가 바버라 킹솔버. 그녀는《화가, 혁명가 그리고 요리사》를 통해 순수의 회복이야말로 가장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과정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진실이야말로 두려움으로 만들어진 오해와 편견을 깨는 무기임을 역설한다. 그것이 그녀가 전하는 잊힌 역사의 나직하지만 힘 있는 속삭임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