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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섬은 한때 민둥섬이었다. 1920년대, 인간이 처음 못섬에 정착했을 때, 어업 외 유일한 수익은 섬 나무를 베어 지나가는 어선에 판매하는 것이었다. 나무는 숭덩숭덩 베이고 새까맣게 그을려 큰 배를 움직이는 연료가 되었다. 절벽에 매달려있던 나무도 예외 없이 실려 가고, 더 이상 벨 나무가 없게 되었을 때 못섬에 없던 동물들이 섬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쥐를 위해 고양이를, 집을 위해 개를, 달걀을 위해 닭을, 돈을 위해 염소를 들여왔다. 마당과 선착장이, 밭과 풍력발전소가 생겼다. 태어나는 사람과 죽는 사람 또한 생겼다.”
--- p.10 “촬영보다 발굴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듯하다. 카메라는 곡괭이. 사진은 묻혀있는 시간의 흔적. 묵묵하게 땅을 파듯 정처 없는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비로소 반짝이는 첫머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지극히 평범하지만, 소멸을 사유하고 있는 나에게만 특별하게 보이는 장면. 그 앞에서 멈춰 선다. 사진을 캐낸다. 은유와 직유, 변주를 한다. 이 사진이 왜 지방 소멸과 연관되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사진. 의도가 너무 티 나는 사진. 유치한 사진. 보자마자 넘겨버리는 사진. 잠시 멈춰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의심하는 사진. 해석할 수 있는 사진. 〈못섬]이 정보만 전달하는 시리즈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보는 이가 고민하고, 사유하고, 느끼도록 하고 싶다. 다가오는 지방 소멸을 본인 고유의 눈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당신에게 소멸은 무슨 뜻인가'라며 말을 거는 사진. 내가 못섬에서 담은 풍경과 사물이 그렇게 다가가길 소망한다.” --- p.70 “은숙의 목소리에 서운함이 가득 배 있다. 못섬을 못섬이라고 함께 불러왔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못섬이라는 세상을 떠났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이름. 그 이름을 부르는 입이 점점 줄어든다. 진정한 죽음은 아무도 그의 이름을 기억해 주지 않았을 때 온다고 했던가. 못섬에 단 한 명도 살지 않는 날이 오더라도, 못섬에서 인간의 삶이 끝나더라도, 단 한 사람이라도 그 이름을 기억해 준다면 못섬은 사라지지 않는다. 은숙의 바램을 이뤄주고 싶다. 이곳에서 사람이 살았다고. 그 이름은 못섬이라고. 손으로, 글로 그 이름을 전한다. 못섬. 우리가 아는 이름을 쓴다.” --- p.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