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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사 아팠던 평택의 역사를 시로 느끼길 · 4
술래의 노래/ 제1시집 1976년 · 15 방화(放火)/ 제2시집 1983년 · 113 쑥고개/ 제3시집 1987년 · 2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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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살의 골목에는 야도를 찍어내는 두려움이 와아 와아 햇살처럼 쏟아지고 스무살 이후의 도시는 대패날이 되어 나를 문지르고 있었다. 귓속을 웅웅대는 우수(憂愁)의 빛깔을 끌어내 내가 완전한 자유를 깁고 있을 때, 내 생애는 난(蘭)이와 눈맞추고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무궁화꽃이… 찾는다- 유각(幻覺)의 다리(橋)에 물구나무선 나의 일곱살, 호주머니에서 쏟아지는 천진한 기침을 숨었던 이마들은 변명하고 나는 자꾸 목이 말랐다. 2 갈증을 뜯는 기억의 바다. 발음 안 되는 스무살을 소리치다가 치다가 찢어진 냄새여, 숨찬 야도여. 빌딩 사이에 서서 방황하는 내계(內界)의 노오란 잠은 험준한 산맥을 넘어온 밤바람을 만난다. 만나는 손바닥 악수의 안에서 눈 뜨는 가롯 유다의 야도소리. 스무살 진한 내 감성의 바다를 햇살처럼 헤엄쳐가는 수만 물고기의 혼(魂)이여, 시야(視野)에서 흔들리는 노래여, 3 눈물만 한 거리에서 이슬 터지는 신비를 캐다가 아린 눈을 감으면, 유년시절 연(鳶)쌈에서 끊긴 하늘 땅땅만 한 꿈의 길이 보인다. 아픈 별처럼 기침 데불고 G선(線)의 자락을 타고오는 어둠, 우유빛 빈 호주머니를 흔드는 바람, 나의 계약자들이여! 심실(心室)에 불을 켜면, 순수(純粹)의 살점 흩어지는가 구겨진 그림자 무리. 아아, 머리칼이 보인다 꼭꼭 숨어라. 4 나를 외면한 배경 속에서 누군가가 둥 둥 둥 끈적 끈적한 울음을 친다. 고이는 소리를 -내 안에서 자꾸 꺼내도 잡히지 않는 인식(認識)의 무게. 신경(神經)의 가지 끝에서 묵은 잠의 껍질을 벗기면, 피 흐르는 나날. 졸음처럼 닫히는 내 오만의 귀. 빛을 가려 두른 암실(暗室_에서 이제 나는 일기처럼 젖은 옷을 벗는다. 5 야도가 비상하는 울음 가운데서 뽑은 옭매듭진 스무살의 잠이여, 핏줄을 타고 흐르는 야도의 녹슨 음성·바람이여, 자기를 감금하는 누에의 작업이여, 일곱 살의 골목에는 야도를 찍어내는 두려움이 와아 와아 햇살처럼 쏟아지고 스무 살 이후의 도시는 대패날이 되어 나를 문지르고 있었다. ---「술래의 잠」중에서 오랫동안 객지로만 떠돌았지. 너를 찾아 수천 개의 불면의 밤을 온통 뒤졌어. 간혹 끼니를 거르고 잠들면 어김없이 아버지의 불호령은 떨어지고 나는 영산물을 뜨러 2킬로미터의 새벽 산길을 오르내렸지. 꽃이 수줍게 잠깨는 소리랑 잎 푸른 나무 사이를 달음질하는 새벽 종소리를 데불고 나는 혼자의 산길을 오르내렸지. 노인들의 졸리움도 번개처럼 깨지던 그 차거운 영산물에 어리던 내 영혼. 그리고 오후엔 방화수류정 연못가에서 난(蘭)이에게 서로 용잠자리를 잡아주기 위해 ‘용잠자리 보배 파리 보배♪’를 외치며 목젖을 찢던 우리들의 변성기를 보냈던 연무동. 그러나 스무 살 이후에 찾아간 그 마을엔 눈을 찌르는 매움만 살아 남고 내게 생존의 의미를 갖게 하던 너는 어디에도, 정말 어디에도 없었어. 시멘트로 바꿔버린 전신주에서 손톱으로 벗겨낸 석고처럼 음성 몇 갈래와 가물 가물 잊혀진 노래. 내 시선이 가닿는 모든 사물은 빗장을 걸고 나는 뿌연 시야를 손등으로 비벼대며 조용히 연무동을 걸어나왔어. ---「연무동 서신」중에서 헐벗은 우리의 가슴에 한 잎 낙엽으로 떨어져 썩기 위하여 인당수보다 더 깊고 깊은 미군들의 털부숭이 가슴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는 누이야. 네 몸과 바꾼 15불의 화대로도 애비들의 눈은 띄어지지 않는다. 아름다운 연꽃은 끝끝내 피어나지 않는다. 내의 껴 입을수록 더 추워지는 이 겨울을 맨정신으로 살아내기 위하여, 눈 부릅뜰수록 더 어두워지는 이 세상을 좀 더 바로보기 위하여 인당수보다 더 깊고 깊은 수렁 속에 던져진 우리들 마지막 기다림 하나. ---「심청을 위하여― 쑥고개 1」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