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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콘 게임
인간의 탐욕을 경영하는 천재 사기꾼들의 이야기
고수미 역
마고북스 2004.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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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책머리에
노트

1. 신용사기꾼 - 암흑가의 귀족들
2. 빅스토어 - 가공의 극장
3. 빅콘 게임 - 유머러스한 진실
4. 봉 - 탐욕의 종말
5. 사기단 - 타고난 감각과 연기력
6. 유유상종 - 취미와 여자와 일상
7. 매수 - 돈으로 사는 자유
8. 숏콘 게임 - 에피소드 벌이들
9. 은어 - 상상력과 해학
10. 그들의 미래

용어풀이
명저 복간에 부쳐- 뤽 산테

저자 소개 1

1969년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고려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어린이책 번역과정을 이수했다. 번역을 함께 공부한 사람들과 ‘어린이와 자연을 사랑하는 엄마 번역가들의 모임, 작은 우주’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그 여름의 끝』, 『내가 꿈꾸는 침대』, 『나무 위의 호랑이』, 『처음 만난 과학자』 시리즈 등이 있다.

고수미의 다른 상품

저자 : 데이비드 W. 모러
1981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미국 루이빌 대학의 언어학 교수를 지낸 모러는 일생의 광업은 범죄자의 언어를 연구하면서 『미국의 사기꾼』『암흑가의 언어』 등 다수의 책을 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4년 07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48쪽 | 491g | 153*224*30mm
ISBN13
9788990496140

책 속으로

한 인사이드맨이 지칠 대로 지친 미끼가 호텔방을 살짝 빠져나와 자신에게 장황하게 늘어놓던 말을 그대로 재현해 주었다.

“봉을 아무데도 못 가게 붙들고 있기는 하우. 그런데 자꾸 망할놈의 질문을 해대서 돌아버리겠수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니까요. 게다가 그의 돈이 있는 은행은 우리 구역도 아니고. 그레이엄 우정감찰관의 귀에 들어갈까도 두렵수. 그는 한번 물면 포기하는 법이 없어서 한번도 사건을 놓친 적이 없다잖수. 그 인간 때문에 우리 사기꾼이 놓친 봉이 미시간 주의 토끼보다 많을 거라는 것도 잘 알잖우……이 멍청이가 얼마나 웃기는지 아우? 나더러 자기 딸과 결혼하랍디다. 그런 방법으로 나와 관계를 엮으려나 보우. 선견지명이 있는 건지. 나도 딸이 보고 싶다고 말했수. 돈 많이 벌어서 같이 가자고 했지. 이제 돌아가서 이 무식쟁이가 어떻게 나오나 봐야겠수. 이런 봉과 다시 묶이면 줄행랑쳐버릴 거요. 이런 바보 같은 봉에 매여 있느니 도망자 신세가 차라리 낫다니까……그러니까 제발 와서 봉에게 뭐라고 좀 하슈. 당신하고 이야기 좀 하고 나면 봉이 진정되잖수. 자기가 만난 사람 중에 당신이 최고로 멋진 사람이랍디다. 내가 당신을 한참 띄워 놓았다니까. 어차피, 내일 돈이 도착하는 대로 이 멀대 같이 키만 크고 멍청한……”

돈이 도착할 때까지 봉을 묶어두었다가 사기치고 떼어내는 게 미끼가 할 일이다. 긴장과 불안의 연속이긴 하지만, 일류 미끼는 자신의 일을 즐긴다. 대박을 노리고 일을 벌이노라면 끊임없는 흥분이 몸속을 스멀거린다. 한번 대박을 터트리고 그 들뜬 흥분을 맛보고 나면, 다른 시시한 범죄로는 좀처럼 만족할 수 없게 된다. 덕분에 숏콘 게임은 스스로 봉을 찾지 못하는 젊은 사기꾼과 잔챙이 사기꾼의 몫으로 남겨진다.

--- p.177~178

봉은 경계를 늦추지 않는 사냥감이다. 대개의 사냥감들과 마찬가지로 봉도 이동하는데, 그 이동은 곧 그의 파멸을 부른다. 미끼는 유창한 말솜씨와, 책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인간 심리에 대한 통찰력으로 무장하고 사냥감을 용의주도하게 쫓는다. 비록 널린 게 봉이라지만 그렇다고 봉이 무턱대고 사기꾼의 덫으로 걸어 들어오진 않는다. 미끼는 그들에게 손쓰기 전 며칠 때로는 몇 주 전부터 뒤를 밟아야 한다. 이렇게 품이 많이 드는 현지조사는 미끼의 몫으로, 그는 영양가 있어 보이는 먹잇감을 찾아 국내외를 불문하고 돌아다닌다.

요즘은 너나없이 자가용 자동차로 여행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침대 설비가 있는 기차가 최고의 사냥터였다. 고전적인 와이어 사기꾼 올드맨 러셀은 이렇게 말했다. “플로리다 행 기차에 타고 있다고 쳐보슈. 혼자 여행하는 말끔한 신사가 눈에 띌 거유. 그를 지켜보다가 흡연칸이나 식당칸으로 가면 뒤따르는 거지. 그런 식으로 첫 접촉을 시도하는 거요.”

일류 미끼는 이 단 한 번의 접촉으로 봉에게 그들이 필요한 현찰과 적절한 기질이 있는지 파악한다. 능숙한 미끼가 그것을 알아내는 데는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일류 미끼는 훌륭한 경청자다. 그는 짧은 시간에 봉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어떤 사업을 하는지, 재정 상태는 어떤지 알아내며 봉의 취미, 가족, 친구 심지어 외도 사실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양의 정보를 수집한다. 미끼가 봉을 찾아낸 그날 당장 사기극을 벌이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완전히 걸려들 때까지 시간을 두고 기다리는 편이 더 안전하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 p.136~137

사기는 그 수법이 부드럽다. 사기란 숙련된 기술과 빈틈없는 수완으로 순진하고 어수룩한 사람을 터는 행위를 이른다. 이 점에서 사기는 다른 유형의 범죄, 특히 폭력을 동반하는 강탈과 다르다. 사기꾼은 봉으로부터 돈을 털어낼 때 절대로 폭력은 쓰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신용사기꾼은 사기꾼 세계의 귀족이다. 그들은 절도범, 소매치기, 도박사들과 동류로 간주되기도 하지만, 도둑질은 결코 하지 않으므로 절도범이라고는 할 수 없다. 피해자는 아무런 의심 없이 두둑한 돈다발을 말 그대로 신용사기꾼의 신용을 믿고 그의 손에 맡긴다. 도둑질 같은 지저분한 짓거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신용사기꾼의 큰 자랑거리다.

신용사기꾼들은 이른바 ‘악당’과도 거리가 멀다. 그들은 상냥하고, 말재주가 빼어나며, 유능하다. 그들이 남의 것을 손에 넣는 방법도 무척이나 품격이 높다. 그들의 뛰어난 지능, 견고한 조직, 느슨한 법망은 그들의 범죄를 은폐시켜준다. 피해자가 그들을 고소하려면 사실상 자신의 범죄의도까지 인정해야 된다는 사실도 그들이 법망에 노출되는 것을 막아준다. 그런 까닭에 수완 있는 신용사기꾼이 재판정에 서는 일은 매우 드물다. 설령 재판을 받더라도 극소수만이 유죄판결을 받고, 또 유죄판결을 받더라도 신용사기꾼이 선고받은 형량을 다 채우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다. 명성이 자자한 신용사기꾼들은 단 하루도 감옥에서 보내는 일 없이, 빅콘 게임에서 봉들이 기꺼이 갖다 바치는 돈으로 흥겹게 먹고 마신다.

신용사기꾼이 득세할 수 있는 자양분은 딱 하나, 먹잇감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검은 욕망이다. 먼저 사기꾼은 먹잇감이 그를 양심적인 인물이라고 확실히 믿게 한다. 둘째로, 도저히 저항할 수 없게 먹잇감의 탐욕을 자극한다. 그리고는 먹잇감에게 이것은 부정한 방법이기에 그만큼 ‘확실’한 것이라며 큰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타오르는 불길에 부채질하듯 ‘대박’을 향한 욕망을 부추기면 봉은 양심의 가책이나 의심 같은 건 미련 없이 내던진다. 봉은 은행의 예금을 모두 인출하고, 재산을 처분하고,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고, 고객과 고용주의 재산을 횡령한다. 봉은 다른 사람을 속이는 데 혈안이 된 나머지 잡아먹기 위해 아주 신중하게 살찌운 먹잇감이 바로 자신이란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정직한 사람은 속일 수 없다”는 진부하지만 현명한 금언은 이래서 생겨났다.

--- p.12~13

출판사 리뷰

사기의 다양한 얼굴을 드러낸 결정판
『<빅콘 게임』은 언어학자인 저자가 신용사기꾼의 은어를 연구하는 가운데 탄생한 일종의 부산물이다. 그런데 이 부가적 수확물은 “어둠의 인생에 대해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책 중에서 가장 뛰어나고 빈틈없으며, 사기의 유머러스하고 흥미진진하며 사악한 여러 얼굴을 정확하게 드러낸 결정판”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암흑가의 이야기를 즐겨 다루어온 미국의 문학과 영화적 전통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저작으로 자리매김된다.(조지 로이 힐 감독은 이 책에서 모티브를 얻어 유쾌하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생동하는 영화 <스팅>을 만들었다)

호황과 더불어 탄생한 기업형 사기
이 책의 배경이 되는 1900년대 초반은 중상류층 미국인들이 전에 없는 호황을 누리던 시대였다. 호황은 새로운 산업의 탄생을 이끌어낸다. 품격 있고 말재주가 빼어나며 유능한 미국의 신용사기꾼들은 호황기에 넘치는 거액의 자금들을 ‘빅콘’(봉이 투자금을 조달해 오게 만드는 일류 신용사기)이라는 신발명품으로 흡수하면서 사기의 기업화에 성공한다.
1900년 이전, 그러니까 범죄가 큰 사업이 못 되었던 시절에 신용사기꾼들은 자신들이 암흑가의 귀족이 될 운명을 타고 났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정치적으로 물려 있는 톱니바퀴에 뇌물이라는 기름을 듬뿍 칠하고 결정적인 매수는 최고로 숙련된 전문가들이 맡는 시스템을 생각해낼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빅콘 탄생의 길을 연 ‘빅스토어’(신용사기꾼이 먹잇감을 데리고 사기극을 벌이기 위해 세운 가공의 시설)가 발명되면서 수익의 극대화를 도모하는 일반 기업의 표준화 방식이 빅콘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한번에 10~30만 달러의 거금(지금의 달러 가치로 환산하면 최소 10배 이상이 된다)을 털어내는 빅스토어는 상류층 인사들이 모이는 곳을 여행하며 먹잇감을 물색해 오는 ‘미끼’와 사기극 전반을 운영하는 ‘인사이드맨’이 중심이 되어 움직인다. 큰 거래가 오가는 정상적인 사업체인 양 가장하여 먹잇감을 끌어들이는 빅스토어에는 종업원과 가구들, 심지어 손님까지도 진짜처럼 배치되어 있으므로 먹잇감은 꿈에라도 가짜라고 의심하지 않는다. 요컨대 빅스토어는 세심하게 짜여지고 교묘하게 관리되는 암흑가의 극장이고, 먹잇감은 암흑가의 가장 흥미로운 드라마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배역을 맡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독창적인 범죄의 승리였다.

봉의 탐욕을 먹고 자라는 신용사기
하지만 어떤 독창적이고 고도한 사기술도 먹잇감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검은 욕망 없이는 성립할 수 없다. 스스로 정직한 인간이라 자부하던 먹잇감들은 부정한 거래로 일확천금할 수 있는 기회를 눈앞에 보여주면 양심의 가책이나 의심 같은 건 미련없이 내던진다. 먹잇감은 은행의 예금을 모두 인출하고 재산을 처분하고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고 고객과 고용주의 재산을 횡령한다. 그는 부정한 거래로 다른 사람을 속이는 데 혈안이 된 나머지 잡아먹기 위해 신중하게 살찌운 먹잇감이 바로 자신이란 걸 전혀 눈치 채지 못한다.
그렇다고 보통사람들이 믿듯이 신용사기의 피해자들이 머리가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능이 높은 봉일수록 이 거래가 자신에게 가져다줄 이익을 재빨리 간파한다. 그들은 눈앞에 펼쳐진 뒷거래를 관찰하고 분석한 다음 섬광처럼 빠르게 낚싯밥을 채어간다.

일류의 조건
낚싯밥에 단단히 걸려든 봉은 온갖 난관을 무릅쓰고라도 돈을 구하여 돌아온다. 봉이 자진해서 돈다발을 갖다 바치게 만드는 바로 이 점이 신용사기의 예술이고 묘미다. 때문에 일류 사기꾼은 뛰어난 지성과 폭넓은 일반상식, 연출 감각과 기지, 체력과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능력 등을 균형 있게 갖추어야 한다. 타고난 사기감각에 더해 인간 심리에 정통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신용사기꾼은 “영리한 사업가가 2,3일 안에 낯선 사람에게 큰돈을 잃게 만들 정도”로 똑똑해야 하는 것이다.
고도의 두뇌게임인 일류 신용사기는 사기당한 봉이 불법거래가 실패로 돌아간 것은 미끼의 실수 탓이고 인사이드맨은 지금껏 자신이 만나 사람들 중에서 최고로 훌륭한 사람이라고 끝까지 믿도록 하는 ‘봉 달래기와 떼어내기’로 완결된다.

뇌물의 위력
매수를 통한 안전망 구축 또한 빅콘이 기업형 사기로 성장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요소였다. 사기금액이 커질수록 “당했다!”는 피해자의 외침도 커지지만 경찰 등에 돈을 주고 ‘보호망’을 거래하는 일종의 보험에 들어두면 소극적 묵인뿐만 아니라 적극적 협력까지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터득한 사기꾼들은 ‘공정한 분배방법’의 확립 등을 포함한 매수 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마음놓고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 보호망은 경찰을 기본으로 하여 은행, 검찰, 판사, 배심원에까지 전방위로 뻗어나갔고, 때로는 잃은 돈의 일부를 되돌려준다는 조건으로 피해당사자인 봉을 매수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작업 도중에 사기가 들통나지 않도록 하거나 사기꾼이 기소당하지 않도록 하는 데 ‘적절한’ 경찰의 기여는 실로 광범위하고도 컸다.

정직한 필드워크에서 태어난 유쾌한 해학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 책은 언어학자의 필드워크에서 탄생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암흑가를 다룬 대중서적의 선정성을 철저하게 경계하면서 도서관이나 경찰 기록(신용사기의 특성상 경찰에 신고되는 것은 10% 미만이다)에서가 아니라 범죄자 그 자신들로부터가 아니면 손에 넣을 수 없는 사실을 조금씩 수집한 것임을 단언하고 있다. 도덕적으로 편향된 판단을 내리지 않도록 가능한 한 모든 주의를 기울이며 사기꾼과 사기에 관한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 저자의 의도였다.
하지만 책은 딱딱한 보고서라기보다는 오히려 잘 매만진 문학작품에 필적하는 박진감과 재미를 넘치도록 제공한다. 사기꾼들이 펼치는 두뇌 게임 자체가 흥미진진하기도 하거니와 스스로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봉들이 탐욕에 눈이 멀어 저지르는 어이없는 실수들에서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숨겨진 본능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기꾼들의 유쾌한 행동과 기지 넘치는 은어, 그리고 허풍에서 비롯되는 자연스러운 리듬이 은퇴한 사기꾼들과 형사들, 모러 자신이 소개하는 풍부한 에피소드와 맞물려 생성해내는, 그야말로 편안한 바에서 한잔 걸치며 이야기를 듣는 듯한 분위기도 이 생생한 현장보고서를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켜준다. 반다이크 수염을 기르고 프록코트를 입고 중절모를 쓴 품격 높은 신사인 이들 ‘키드’들이 벌이는 상류층 봉들과의 심리전은 “빅콘은 자진해서 출연자로 이름을 올리는 단 한 사람의 관객을 위해 상연되는, 현실과 분간되지 않을 만큼 면밀한 자연주의 종합예술에 매우 가까운 연극”(뤽 산테)이라는 수사가 장황하게 들리지 않을 만큼의 절묘함을 확보하고 있기도 하다.

봉의 탐욕이 존재하는 한 신용사기는 영원하다
대공황 전까지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빅콘의 시대는 오래 전에 막을 내렸다. 기차의 식당칸이나 휴양지의 클럽에서 우연히 만난 매력적이지만 낯선 사람과 큰 거래를 하던 낭만적인 시대는 지나간 것이다.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가 열연한 매력적인 ‘키드’들의 이야기도 추억 속의 한 장면쯤으로 남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돈이 돈을 벌어올 때만 제 가치를 다하는 것’라는 믿음이 신앙처럼 굳어지고 일확천금에 대한 갈망이 날로 팽창하는 오늘날, 신용사기는 예전과는 차원이 다른 비옥한 토양 위에서 여전히 융성하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허접한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 내용물로 막대한 투자금을 끌어모은 벤처기업들, 권력자의 이름을 등에 업고 각종 이권사업과 관련된 특권과 정보를 한손에 쥐고 있는 것처럼 행세하며 투기판을 벌이는 인사들, 그들과 얽혀 부정한 협잡의 뒤를 보아주고 뇌물을 받는 정계와 경찰과 법조계의 실력자들은 이 책에서 등장하는 신용사기의 구성요소들을 빼닮아 있다. 예전의 ‘키드’들이 지녔던 그들 나름의 품격과 낭만과 해학과는 멀어져 있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인간의 본질이 크게 변하지 않는 한 인간의 정신적인 약점을 손에 넣고 주무르는 신용사기꾼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보다 진화된 수법으로 인간의 탐욕을 경영하는 그들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실로, 봉은 많고 많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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