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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초록진경도
심고 / 초록 대각 / 초록 혁명론 1 초록 혁명론 2 / 초록 혁명론 3 / 초록 영구혁명론 / 초록 성전 / 초록 흰빛 / 초록 서사 / 초록 서사 / 초록 동맹 / 초록 일가 / 초록 경물 / 초록 신위 / 초록 슬하 / 초록 법설 / 초록 보살 / 초록진경도 / 2부 밭의 신령들 연두 붓 / 연두 몇 페이지 / 연두행 / 벼꽃을 바치나이다 / 깨알체 / 경물들 / 밭의 신령들 / 만월 법설 / 천지불인 / 찔레꽃머리* / 동업들 / 천지자연체 / 생불들 / 생명 축전 / 논이여 절 받으소서 / 논의 비원 / 하지 논 3부 영험한 말씀 한 밥상 / 영험한 말씀 / 벼락 / 밭묵상 / 밭묵상 / 밭의 사상 / 뒤란 / 토란 보살 / 울음 공양 / 저물녘 / 울음경전 / 울음 경전 / 울음 공부 / 액년 설법 / 아픈 꽃 4부 신령님이여 숲을 떠나지 마옵소서 거룩한 온기 / 출행 / 신령님이여 숲을 떠나지 마옵소서 / 꽃 그만 주소서 / 성자들 / 속죄 / 피붙이들 / 선근 / 무거운 물건 / 논 공덕 / 꽃에 씌었나이다 / 열대야 / 육철낫 / 밑창 / 그 불 / 구신 / 수원농고 5부 시 한 근 값 묻는 농부가 있었습니다 소년행 / 홰나무 / 성물 / 봉우리 / 초란 / 바리데기들이여 우투리 소년들이여 지금 어디쯤 오셨는가 / 어둠으로 돌아가소서 / 치성례 / 걷는 이 / 쓰러진 곳 / 참회 / 그대에게 가는 길 / 시 한 근 값 묻는 농부가 있었습니다 / 다시 심고 6부 발문 천지 동업들의 말씀 농자 / 여강옹 / 산림거사 / 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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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꺼라 빛을 거부하라
천둥 벼락 근본 태생이 삿된 것 보고 못 지나갔으니 하오나 눈물도 많으셨으니 오래 참았던 노여움 꺼내놓는 날 오면 초록별은 눈물로 넘쳐나 곳곳 크다란 슬픔 불어나 쓰라린 울음소리 있었으니 그의 근심 점점 깊어 가 기어코 봄의 침묵이 찾아오셨고 침묵의 뜻 너무 깊고 넓어 감히 헤아릴 길 없었으니 봄날 아예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씀 차마 전하지 못하는 그런 천둥 벼락이셨으니 귀한 빛 너무 과용하여 뜨거운 빛 가까이 간 대죄 있어 우리 모두 눈멀어야 했으니 탐욕의 불 광란의 빛에 만취한 초록별 청맹들 깨우쳐 주는 천둥 법설 넉 자 빛 을 꺼 라 간곡히 간곡히 일러 주시는 최후의 벼락 법설 여섯 자 당 장 불 을 꺼 라 ---「초록 법설」 중에서 타는 여름 이슬 한 방울 봉선화 꽃잎에 맺히셨는데 엄나무 가시에 눈물 맺히셨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당신이었습니다 무위이화 초록진경도 공경 하늘님이셨습니다 ---「초록진경도」 중에서 천둥 번개 소리에 백 년 느티나무께서는 답례로 연두 몇 페이지 가만히 내려놓는 것인데 평생 움켜쥐기만 했던 이가 천둥 번개 소리에 크게 놀라 숨을 곳 찾아 멈춘 곳이 있는데 느티나무 따순 품이었는데 그에게는 연두가 없었다 연두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연두 몇 페이지」 중에서 예전에 우리 모두 가난했을 때 깨알같이 쓴 편지 받고 울었다는 어머니 말씀 들은 적 있습니다 오늘 들깨를 털었는데 망모忘母 못 박힌 손이 자꾸 눈 가려 들깨 한 움큼 집어 왼쪽 손바닥에 어 머 니 석 자 공경히 만들어 보았습니다 수심정기 깨알체였습니다 ---「깨알체」 중에서 꽃 피는 시간 간절히 기다렸다가 희디흰 꽃 이윽히 눈 주다가 꽃 지기를 기다리며 살아야 하는 필경 돌아가야 할 때를 아는 따뜻한 몌별을 아는 그대들 거룩한 무위이화 후세들 아니더냐 남전북답 일가들 아니더냐 내년 봄 다시 만나야 할 그대 성자들 아니시더냐 ---「밭 묵상」 중에서 오늘도 비는 오시지 않았다 그이 야윈 잎이 오그라들면서 하늘 향해 두 손 모우는 것이 너무도 지극 간절하였는데 예년 같았으면 푸른 신령이 그의 몸에 꽉 찰 때인데 오늘도 배추는 우는 일 말고는 도무지 할 일이 없어서 하루 또 저물어 가는 것인데 그가 가문 밭에 쓴 울음경전이 두꺼워지고 있었다 ---「울음경전」 중에서 빈집 사람 발길 지워진 지 아득하온데 늙은 모과나무께서 누구 기다리다가 혼불이라도 불러내셨는지 빈집 모과꽃으로 불 밝힌 것인가 사람 떠나고 나면 신령님도 따라 나가시거늘 돌아오겠다는 말 잊지 못하여 우리 신령님 떠나시지 않고 올해도 꽃 주신 것이리 지붕 무너진 지 십 수 년 우물도 메워지고 이제 꽃 그만 주소서 ---「꽃 그만 주소서」 중에서 가는 귀 잡수셨지만 눈빛이 깊은 할머니께서 아욱 참외 호박 서리태 가지 씨종자 담은 작은 종재기 앞에 놓고 우리 귀한 피붙이 피붙이들 하시면서 베 보자기에 정성히 싸서 조상님들 드나드시기 편한 데다가 두 손 모우며 걸어두는 지극한 저녁이 있었는데 어디 가야 그 저녁 뵈올 수 있을런지 초저녁 잠에 드시면서 내일 아침 깨어나지 않기를 소원하시더니 그여이 그 소원 이루셨던 가는 귀 잡수신 할머니 ---「피붙이들」 중에서 점점 눈 어두워 가 그저 환한 것이면 어진 것들이시거니 믿은 노모 들녘 지나가다가 돌보는 이 없이도 독야청청하옵는 도라지꽃들 보시고는 우리 초록 신령님들 꽃들에 씐 시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꽃에 씌었나이다」 중에서 시 그 물건 어디다 쓰는 것인지 모르지만 시 같은 거 모르며 살았어도 하늘과 동업하신 공덕으로 그럭저럭 망 구십인 농부 모두가 가난하였지만 논밭의 말씀에 귀 기울였던 강의 말씀 밝히 들을 수 있었던 지난날이 그립다는 노농 말씀이 무거웠습니다 잘 말린 태양초를 내기 위하여 여주 오일장 나서려는 것인데 고춧금이 안 좋다는 소식 들으셨는지 시 한 근 값 조용히 물으신 것입니다 가만가만히 생각해보니 한 줄의 시를 쓴 적도 읽은 적도 없는 저 노농 대덕이 시인이셨습니다 대지의 시였습니다 ---「시 한 근 값 묻는 농부가 있었습니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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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생명이 소중한 만큼 자연의 생명들은 모두 소중하다. 인간의 미래를 생각할 때 자연을 함부로 대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나 여가, 여강이오. 내 연원은 이 나라 백두대간 골짜기 외진 숲에서 해로하는 나무들 초록이오. 그 초록빛 작은 몸에 깃들어 사는 한 방울 이슬이 내 조상이오. 세상은 우리의 꿈이 바다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다 그렇지 않소. 나도 서쪽 황해 향하다가 목마른 곳 만나 발걸음 멈췄는데 이곳 궁벽한 마을 논이었소. 밭이었소. 그리하여 여주평야였소. 그런데 그런데 무도한 야차들이 사대강 공사를 시작하자 여울물 소리가 내 곁 떠나갔소. 그때 내 몸에서 신령님도 나가셨소. 나 그때부터 귀머거리였소. 죽은 몸이었소. 어제는 여강 찾은 재두루미 일가 만나는 호사가 있었소. 그들도 여울 소리를 찾아온 것이었소. 어떤 때는 고요 천둥이었다가 여느 날은 아기 옹아리 목소리였던 천진의 저녁을 경배하러 오신 것이었소. 그끄저께 밤이었던가. 한 호호백발 농부가 여강 모래톱에 '독' 이라 쓰고 들어가기에 보기 딱하여 얼른 '둑'이라 고쳤고 어제는 '득'이라고 슬쩍 고쳐 놓았소. 저물 무렵 '득'자 일별하는 호호백발 눈빛이 평안했소. 감히 염화미소라고 칭할 만했소. 소원이 있소. 내 오래된 연원 상수리나무 초록빛으로 돌아가 초록 품에 안기는 것이오. 시여 고귀하신 시여, 나 그곳으로 데려다주오 - 여강옹 전문 사대강 공사가 시작되었을 때 시인은 여강에 나가 강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강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시인도 땅을 치며 울었다. 인간이 자연을 훼손하는 일은 인간의 몸을 절단하는 일이기에 그 무도한 일을 목도한 시인은 본인의 몸이 절단되는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 어머니 몸을, 신의 몸을 절단하는 일이기 때문에 내 몸이 절단되는 일보다 더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단지 특정 단체의 이익을 위한 자연 훼손인 사대강 사업은 자손만대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자연을 크게 거스르지 않으며 인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우리의 고민은 어느 정도 해결될 문제이다. 그러나 식량 등 인간의 모든 문제에 자본이 개입되는 순간 자연은 더 많이 훼손되고 훼손되는 것은 우리의 살과 피를 깎아내고 잘라내는 행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