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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손으로도 때리지 말라
임철순
열린책들 2014.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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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말

1부 또 한 살 먹었다
2부 남자는 앉아서, 여자는 서서
3부 환장적이고 가축적이고
4부 〈기자 정신〉의 반대말
5부 섞어라, 마셔라

저자 소개 1

호 : 담연(淡硯)

1953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났다. 대전 보문중학교와 서울 보성고등학교를 거쳐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1974년 한국일보에 입사, 한국일보 편집국장과 주필, 이투데이 이사 겸 주필을 역임했다. 한국기자상, 녹십자언론상, 참언론인 대상, 장한 고대언론인상, 위암 장지연상, 삼성언론상, 자랑스러운 보성인상, 보성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자유칼럼그룹 공동 대표, 언론문화포럼 회장을 맡고 있다. 서예 단체 겸수회 회원이며, 대한민국서예대전에서 수차례 입선했다. 한국 기자상(1981), 녹십자 언론상(1985), 참언론인 대상(2005), 장한 고대 언론인상(2006),
1953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났다. 대전 보문중학교와 서울 보성고등학교를 거쳐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1974년 한국일보에 입사, 한국일보 편집국장과 주필, 이투데이 이사 겸 주필을 역임했다. 한국기자상, 녹십자언론상, 참언론인 대상, 장한 고대언론인상, 위암 장지연상, 삼성언론상, 자랑스러운 보성인상, 보성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자유칼럼그룹 공동 대표, 언론문화포럼 회장을 맡고 있다. 서예 단체 겸수회 회원이며, 대한민국서예대전에서 수차례 입선했다. 한국 기자상(1981), 녹십자 언론상(1985), 참언론인 대상(2005), 장한 고대 언론인상(2006), 삼성 언론상(2008), 위암장지연상(2008) 등을 받은 바 있다.

저서로는 『노래도 늙는구나』, 『효자손으로도 때리지 말라』, 『손들지 않는 기자들』(이상 열린책들), 『1개월 인턴기자와 40년 저널리스트가 만나다』(전자책, 한국일보사), 『마르지 않는 붓』(공저, 두리반), 『내가 지키는 글쓰기 원칙』(공저, 이화여대출판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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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8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353g | 128*188*21mm
ISBN13
9788932916699

책 속으로

남편을 여읜 뒤 식당 일을 하며 혼자 남매를 기르는 A 씨는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불량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여중생 딸 때문에 늘 속이 상해 있었다. 딸은 담배도 피웠다.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듣지 않고 뻗대기만 해 A 씨는 혼자 울기도 많이 했다. 어느 날 딸과 말다툼 끝에 도저히 참지 못하게 된 A 씨는 파리채로 아이를 마구 때렸다. 딸내미가 울면서 대들었다. 「내가 파리야, 파리? 왜 사람을 파리채로 때려?」 A 씨는 그때 이렇게 말했다. 「야, 이년아, 니가 그럼 효자손으로 맞으면 효자 되니? 효자 돼?」 ---「파리채와 효자손」

친구들과 함께 차를 타고 마니산에 가는 길에 아주 기묘하고 해괴한 간판을 보았다. 〈김포시장 애인단체〉. 그걸 보고 나도 모르게 〈얼라라? 김포시장은 애인이 몇 명이나 되걸래 이런 단체까지 생겼으까? 애인단체 노존가?〉 그랬다. 하지만 그렇게 말을 하는 동안에 〈아차, 내가 착각했구나〉 하고 알게 됐다. 골프 칠 때 티샷을 하면서 잘못된 걸 금세 알 듯. 친구들은 그 간판이 〈김포시 장애인 단체〉라는 걸 내가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 웃기려고 그렇게 말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원래 싱거운 소리 잘 하는 나는 잠깐 사이에 바보가 되고 말았다. ---「착각은 자유라지만」

두 아들은 이 문제를 아버지에게 진지하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고 한다. 「아버지, 소변보실 때 좀 앉아서…….」 그러나 〈아니, 사내새끼가 앉아서 오줌을 눈단 말이야?〉라는 한마디에 형제는 더 이상 말을 붙일 수 없었다. 할아버지는 서서 쏴를 고집하는 대신 반드시 변기 안장을 올리고 오줌을 집중해서 성의 있게 잘 누겠으며 슬리퍼는 벗고 화장실에 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양반을 자처해온 박씨(뭐, 아무 성이면 어때?) 문중의 형제는 아버지가 개과천선하는 감격의 그날을 기다리며 앉아서 조심조심 소변을 보고 있다. 오늘도 화장실 바닥 청소를 열심히 하면서. ---「앉아서 쏘세요 (1)」

그런데 어느새 제법 나이가 들고 보니 나도 걸핏하면 틀리고, 틀리고도 모르는 게 다반사가 되고 말았다. 무슨 글이든 수없이 고치고 다시 읽어보고 다듬고 하던 열의와 정성도 시들어 버리고 대충 써 넘기는 일이 많아졌다. 그런 와중에 생긴 대표적인 실수가 바로 〈암철순〉이다. 엄철순도 아니고 임찰순도 아니고 암찰순도 아니고 암철순이니 기막힌 일이다. (중략) 잘못 쓴 암철순을 나중에야 발견하고 고쳐 쓰면서 스스로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도 갔구나, 갔어〉 이렇게 한탄을 하면서. 그리고 〈누구에게든 무엇에든 암적 존재는 되지 말아야 할 텐데〉 하는 반성과 다짐을 하게 된다. ---「암적존재?」

요즘 〈금도〉라는 말이 참 많이도 쓰이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 이 말을 즐겨 쓴다. 정치인들은 원래 거짓말을 잘하지만 쉽게 할 수 있는 말도 유식하게 말하려고 연구하고 애쓰는 사람들이다. 물도 흐르지 않는 곳에 다리를 놓아주겠다고 약속하는 게 정치인이라던가. 그런데 금도의 원래 의미와 용법에 맞게 그 말을 제대로 알고 쓰는 사람이 드물다. 금도(襟度)의 〈襟〉은 마음 금, 옷깃 금이라는 글자다. 〈度〉는 헤아릴 도라 새긴다. 그러니까 금도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린다, 다른 사람을 포용할 만한 도량〉이라는 뜻이다. ---「금도를 지키라고?」

내가 진짜로 열 받는 건 〈음주 단속〉이다. 경찰은 걸핏하면 〈음주 단속〉이라고 씌어 있는 안내판을 도로에 세워 놓고, 지나가는 차를 세워 운전자들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아니, 대한민국이 술 마시면 안 되는 나라야? 음주 단속이 대체 뭐야? 나는 늘 이런 반감 때문에 경찰관들에게 뭐라고 하지만 아무 생각이 없는 경찰은 전혀 고쳐 쓰지 않는다. 음주 운전을 단속해야지, 왜 음주를 단속하느냐고! 왜 술을 못 마시게 하느냐고! 그래서 이 자리를 빌려 경찰에 대해 강력하게 외친다. 음주 단속 중지하고 음주 운전 단속하라! ---「음주단속 중지하라!」

언젠가 어느 모임에서 한 언론인이 이런 퀴즈를 냈다. 「기자 정신의 반대말이 뭔지 아십니까?」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하자 그가 스스로 알려주기를 〈그건 맨정신입니다〉라고 했다. 와 하고 웃음이 터졌다. ---「‘기자 정신’의 반대말」

전북 정읍시 산외면 목욕리도 목욕(沐浴)한다는 말 그대로다. 왕자산 아래의 이 동네는 원래 물이 맑고 좋아서 선녀들이 밤중에 주민들 몰래 내려와 목욕하고 가던 곳이라는 전설이 있다. 그래서 〈멱수〉, 〈목욕소〉라고 했던 것을 일제 강점기 당시 개명했다고 한다. 나중엔 사업이 지지부진해졌지만, 1992년에 온천이 발견돼 관광지로 지정됐던 곳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인터넷에 사진이나 글을 올려 마을 이름이 우습다고 놀리는 것은 사실은 한자에 대한 무지이거나 인문지리 지식의 결여에서 비롯된 행위일 수 있다. ---「‘오해받는 지명 (2)」

그런데 이런 농담도 있다. 벌써 나온 지 몇 년 된 건데, 말(言)과 말(馬)이 슬그머니 엉키고 뒤바뀌면서 웃음을 자아내는 내용이다. 원래 타고 다니는 〈말〉은 짧게 발음하고,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을 전달하는 〈말〉은 길게 발음해야 하지만 요즘 말의 장단과 고저를 제대로 알고 발음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서 헷갈리기 때문에 성립할 수 있는 농담이다. 말이 싫어하는 놈은? 이게 그 농담의 제목이다. 제목에 나온 말은 분명 馬다. 그러나 말꼬리 잡는 놈, 말허리 자르는 놈, 말머리 돌리는 놈, 이렇게 세 가지를 대고 보면 타고 다니는 말이 아니라 입으로 하는 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말이라는 글자와 꼬리, 허리, 머리를 띄어 쓰면 타고 다니는 말에 관한 이야기가 되겠지. 그런데 사실은 이런 놈들보다 먼저 꼽아야 할 게 있다. 말문 막는 놈이다. 한사코 말문을 막더니 기껏 말을 하게 만들고는 말꼬리를 잡고 시비를 걸거나 중간에 말을 자르거나 다른 말을 해버리는 놈, 모두 다 나쁘다.

---「‘말’ 농담」

출판사 리뷰

‘공부를 못하는’ 성격? 그 ‘금도’가 아닐 텐데?
베테랑 신문 기자가 우스개로 엮은 유쾌한 세태 풍자

40년 기자 생활로 다져진 내공, 한국일보 논설고문 임철순이 진지함 대신 우스갯소리를 몰고 독자들 앞으로 나섰다. 이 책 『효자손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평범한 일상에서 ‘위트 있는 단상들’을 골라 엮은 유머 에세이집이다. 심심풀이처럼 가볍게 던진 100편의 유머 에세이 속에 1년여의 일상과 가볍지 않은 세태 풍자가 담겼다. 소소한 일상이 모두 이야깃거리지만 글과 말, 그리고 술과 더불어 지낸 기자의 일상을 반영하듯 ‘언어문화’와 ‘음주 생활’이 단골 소재.
입만 열면 “금도를 지켜라” 운운하지만 실상 ‘금도(襟度)’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사용하는 정치인들, 인간이 아니라 새들의 모임을 연상시키는 이름 ‘대한 조류 협회’ 등은 잘못된 언어 습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저자에게 좋은 글감이 되고, “저는 공부를 못하는 성격이에요”와 같은 유행어에서는 이혼과 자살마저 성격 탓으로 돌릴 수 있는 역설적 세상이 읽힌다. ‘낮 대신 밤에 이불을 털어 고급 아파트의 품격을 지키자’는 아파트 안내문의 왜곡된 정서는 또 어떤가? 얼핏 말장난처럼 보이는 언어유희에 퇴직 세대의 애환을 담고, 엄친아를 따라잡을 수 없는 30대 젊은 영어 강사의 독설에서 청년 세대의 고단함을 읽어내는 대목들은 특히 저자의 예리한 감각이 돋보이는 부분. 혀가 내둘러지는 갖가지 음주 풍습과 실전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기발한 건배사도 줄줄이 소개된다.

멋쩍은 실수담에서부터 상식 발굴, 세대 간 소통의 문제까지
마냥 웃기 힘든 씁쓸한 세상 읽기

그 외에도 주체 못할 호기심으로 건져 올린 이야기들은 꽤 다양하고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기발한 황당함에 나도 모르게 실소가 터지지만, 그 어느 것 하나 변해가는 인간사와 동떨어진 것이 없다. ‘서서 소변보기에 반대하는 엄마들’이 조직한 단체 MAPSU 이야기는 하루 2,300방울의 남자 소변이 변기 밖으로 튄다는 과학적(?) 근거와 함께 배우자를 배려하는 신(新)문화를 알리고, “왜 사람을 파리채로 때리냐”는 자식의 울음 섞인 질문에 “효자손으로 때리면 효자 되냐”는 엄마의 웃지 못할 응답은 점점 더 자식 키우기가 어려워지는 세상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단순하고 무료해 보이는 일상이 ‘주목할 만한 이야깃거리’로 탈바꿈하는 과정 또한 인상 깊다.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한 장 건네받고 적어도 아직은 ‘종 친 인생’이 아님을 발견하는 중년의 애처로움은 모두가 마주할 현실이며, 정년퇴직 후 한 해 300개 이상의 산을 타다가 몸이 망가진 은퇴자의 사연 또한 마냥 웃고 넘기기 어렵다. ‘신발 사이즈’ 대신 ‘시발 사이즈’로 문자 메시지를 잘못 찍어 보내는 등 네티즌을 웃게 만든 실수담의 주체가 아빠보다 엄마 쪽에 더 많다는 통계는 또 어떤가? 아빠들이 엄마들에 비해 자식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의외의 분석 결과는 뜨끔하기까지 하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자는 뜻으로 소개된 ‘개찰의 법칙’은 이 책을 읽는 내내 기억해둘 만한 지침이 된다.

‘맨정신’을 경계하며 사는 삶
인간성을 잃지 않은 ‘기자 정신’의 다짐

신문사 기획취재부장, 문화부장, 사회부장, 편집국장, 주필 등을 거쳐 40년째 기자 생활이면 좀 무뎌질 만도 한데, 본능처럼 몸에 밴 기자 정신은 사소한 일상에서도 늘 날이 서 있다. 〈기자 정신의 반대말은 맨정신〉이라는 뼈 있는 농담을 한번 보자. 기교는 넘치나 이성과 도덕성을 겸비하지 못해 손가락질 받는 이들이 비단 기자들뿐일까. 교사 정신, 검찰 정신, 의사 정신, 상인 정신……. 이 모든 정신의 반대말이 ‘맨정신’일 수 있다는 저자의 목소리는 흘려듣기 어렵고, ‘늘 깨어 있는 정신’은 그래서 이야기 전반에 흐르는 일관된 삶의 태도가 된다. 수영장에서의 실례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시민의식, 우리말의 잘못된 이용 사례, 인사장에 담긴 허위의식을 지적하는 힘도 여기에서 나온다.
그러면서도 ‘애정 어린 투정’ 이상으로 언성을 높이지 않는 것은 저자가 끊임없이 강조하는 자기 성찰 때문이다. 보편적인 도덕성과 인간성을 잃지 않는 기자 정신. 자신의 뒷모습은 물론이요, 다른 이의 뒷모습까지 챙겨 보자는 대목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민마저 엿보인다. ‘임철순’을 ‘암철순’으로 잘못 적어 놓고 슬며시 얼굴 붉히는 모습, 만취한 나머지 경비원 손에 이끌려 겨우 집을 찾는 모습에서는 엷은 미소가 흐른다. 어딘가 빈틈이 느껴지는 실수담과 헛헛한 술자리의 추억이 남의 일 같지 않다. 함께 걷다 보니 생각보다 더 유쾌하고, 조금은 더 만만하게 보이는 세상. 넘어져서 더 ‘인간다운’ 우리 모두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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