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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조치훈과 조훈현은 새벽까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조치훈은 그동안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외로움을 세 살 위인 선배 조훈현에게 하소연했다. 모처럼 조훈현은 자상한 형의 입장에서 아우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한국과 일본에 덜어져 활동하면서 본의 아니게 언젠가 겨뤄야할 숙적으로 서로를 저만치 거리에서 탐색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들은 하나였는지 모른다. 그렇게 두 사람은 따뜻한 형제애를 나누며 가슴속에 드리워진 외로움의 그늘 한 자락을 접을 수 있었다.
--- p.196-1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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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의한 천재성과 혹독한 훈련이 만든 바둑황제
신산神算 이창호는 ‘우칭위엔과 조훈현’ 두 명만이 세계바둑의 천재라고 말한다. 최고령 타이틀 보유기록에 접근하고 있는 불가사의한 생명력. 국내 전관왕 및 국제대회 사이클링 히트를 비롯해 무려 150여 회의 타이틀 획득기록과 세계 최다승 기사로 자리매김된 찬란한 업적. 청출어람이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보여준 이창호 배출. 쉰이 넘은 나이에 일궈낸 국제대회 우승 등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천재이자 바둑황제로서의 면모이다. 그러나 조훈현의 바둑인생이 ‘천재성’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조훈현은 세고에 겐사쿠 문하에서 홀로 수학할 때, 예와 도의 바둑을 체계적으로 배우며 정신을 강하게 단련시켰다. 장난으로 내기바둑을 두었다는 이유로 파문을 당했다는 일화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고에 스승의 훈련 방법은 혹독하고 엄격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조훈현을 고독하지만 강한 승부사로 단련시켰고, 지금의 그를 이끌어온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그칠 줄 모르는 열정, 불굴의 투혼 국내외 수많은 대회를 휩쓸던 전성기를 지나 제자 이창호에게 타이틀을 주고 밀려난 그의 마흔은 분명히 바둑인생의 침체기였다. 하지만 바둑기사로 성공하기까지 빈곤과 고독, 혹독한 훈련을 이겨내면서 얻었던 삶에 대한 의지와 긍정성으로 조훈현은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노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화려한 이력도 그렇지만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에서 승리하여 아직도 승부의 최전선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삶이야말로 경이의 연속이자, 대중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이유일 것이다. 한국바둑의 독보적인 존재, 살아 있는 역사 이 책을 읽으며 조훈현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바둑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된다. 이는 조훈현이 한국바둑 역사에서 하나의 계기이자 부흥의 시발점이자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조훈현은 한국바둑을 세계 최강국으로 끌어올려 놓았고, 세계 최강의 제자를 키워냈으며, 개인의 영광에만 집착하지 않고, 한국바둑의 부흥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제 한국바둑은 그 저변이 가장 두텁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이렇듯 한국바둑의 변화와 성공에 있어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해왔고, 한국바둑 역사를 앞장서 이끌어온 조훈현은 한국 바둑계의 에너지이자 버팀목으로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인 존재이다. 21세기 동시대인들이 재발견하게 될 조훈현 한창 때의 조훈현을 정확하게 포착하려던 당시 조선일보 박치문 기자는 결국 ‘미완성’이라는 말로 그 노력에 마침표를 찍었고, 이는 조훈현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키워드가 되었다. 쉰이 넘은 노(老)기사에게 ‘미완성’이 품고 있는 ‘가능성’의 의미를 아직도 부여할 수 있다면 이만큼 완성도 높은 인생이 있을까. 신화가 되기까지 자신의 삶과 바둑을 향한 지칠 줄 모르는 사랑과 노력을 보였던 그의 삶은 최고의 명승부를 기록한 기보처럼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것임에 틀림없다. 바둑에서 이룬 ‘신화’가 아니더라도 끊임없는 변화와 새로운 도전이 이뤄낸 완성도 높은 인생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전하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강건함과 용기에 대한 힘찬 메시지이다. ‘조훈현’이 보여주었던 끝없는 열정과 굳은 의지, 긍정성은 위기의 순간 하나의 힘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