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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백의 길
양장
모요사 2025.01.15.
원제
魂魄の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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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한국어판에 붙여

혼백의 길
이슬
신神 뱀장어
버들붕어
척후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2

메도루마 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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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un Medoruma,めどるま しゅん,目取眞 俊

1960년 오키나와현 나키진에서 태어나 류큐대학 법문학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경비원, 학원강사, 고교 교사 등의 이력이 있다. 1983년『어군기』로 등단하여 1997년『물방울』로 아쿠타가와 문학상, 2000년에『혼 불어넣기』로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과 기야마 쇼헤이 문학상을 수상하며 일본 문단의 주요 작가로 성장했다. 오키나와의 비극적인 역사, 일본 본토와 미국인에 대한 오키나와인의 의식을 해박한 지식과 독특한 상상력으로 풀어내며 메시지가 강한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오키나와(류큐)문학을 표방하는 그는 일본 문단과 사회에서 이질적이고 독창적인 작가로 평가받기도 한다. 소설 외
1960년 오키나와현 나키진에서 태어나 류큐대학 법문학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경비원, 학원강사, 고교 교사 등의 이력이 있다. 1983년『어군기』로 등단하여 1997년『물방울』로 아쿠타가와 문학상, 2000년에『혼 불어넣기』로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과 기야마 쇼헤이 문학상을 수상하며 일본 문단의 주요 작가로 성장했다. 오키나와의 비극적인 역사, 일본 본토와 미국인에 대한 오키나와인의 의식을 해박한 지식과 독특한 상상력으로 풀어내며 메시지가 강한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오키나와(류큐)문학을 표방하는 그는 일본 문단과 사회에서 이질적이고 독창적인 작가로 평가받기도 한다. 소설 외에도 지역신문과 잡지에 에세이, 평론 등을 발표하며 오키나와의 각종 사회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실천적 지식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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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 대학에서 일본 근현대 문학 및 문화 연구를 전공했으며 현재 부경대학교 일어일문학부에 재직 중이다. 저서로 『만들어진 점령서사―미국에 의한 일본 점령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오키나와를 읽다―전후 오키나와 문학과 사상』 등이 있고, 역서로 사키야마 다미 소설선 『달은, 아니다』, 오시로 사다토시 장편소설 『생명의 강, 시이노가와』 등이 있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1월 15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252쪽 | 390g | 128*188*17mm
ISBN13
9788997066407

책 속으로

할머니는 오키나와 전투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면서 “미군보다 우군(일본군)이 더 무서웠다”고 말했다.
--- p.6

내 소설도 그런 ‘기억을 둘러싼 싸움’ 속에서 씌어졌다. 미군 기지와 자위대 기지 강화에 반대하는 행동을 이어가면서 틈틈이 쓴 작품들이다.
--- p.11

귀와 마음을 단단히 닫고 빗속을 이동하는 사람들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진창이나 구덩이에 발이 빠지고 넘어져 바닥에 주저앉아 발버둥 쳐도 도와주는 이는 거의 없었다. 나 역시도 쓰러진 사람에게 손을 내밀지 않고 여기까지 왔으니 도리가 없다. 그렇게 이해하려 해도 옆을 지나쳐 가는 이들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거세게 일었다. 그 분노가 이대로 죽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을 지워버리고 오히려 다시 일어서는 힘이 됐다.
--- p.23

그때 나는 그녀의 몸짓을 제대로 이해했던 걸까. 여자는 자신만 죽이기를 바랐을 뿐 아기는 구해주기를 바랐던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여자가 고개를 끄덕인 것처럼 보였던 것도 나의 착각일지 모른다. 나의 독선적인 해석으로 아기를 죽여 버린 건 아닐까. 아니야, 그렇지 않아. 죽음이 임박했음을 깨달은 여자는 자신의 아이와 함께 죽고 싶어서 지나가는 나에게 말을 건 거야. 아이를 버려두고 죽여 달라고 말할 리 없어.
--- p.33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어.
가슴속으로 중얼거렸다. 비에 젖은 풀밭에 누워 있던 엄마와 아이의 죽음은 무엇이었을까. 아기에게 손을 댄 나 자신의 고통은 무엇이었을까. 오늘 하루 나 자신의 행동은 무엇이었을까.
--- p.40

지금 생각해도 완전히 미쳤던 것 같아. 하지만 갈증으로 인한 고통은 정말 차원이 달라. 목이 마르니 단 한 방울이라도 간절한데, 눈앞의 물을 빤히 보고도 그 물에 독이 들었다 생각하면 인간은 누구나 미치광이가 되고 말거든.
--- p.63

동굴 입구 근처에 납작한 바위가 하나 있었거든. 중학생을 끌어내서는 그 바위 위에 뉘였지. 그것도 알몸으로. 새벽에 기온이 내려가면 사람 몸에서 나온 수분이 이슬이 돼 바위 표면에 떨어져. 새벽녘에 보니 그 녀석 몸 주위를 빙 둘러싸듯이 이슬이 빛나고 있는 거야. 그 이슬을 핥아먹고 겨우 살아남았어. 중학생은 죽었지만…….
--- pp.64-65

그렇게 말하며 아카자키는 젊은 병사가 들고 있던 작살을 건네받자마자 신 뱀장어의 머리를 찔러버렸다. 신 뱀장어는 몸을 비틀어 도망치려 했지만 작살의 뾰족한 끝부분이 이미 땅속까지 파고들어가 버렸다. 그때까지 말없이 지켜보던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한숨과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젊은 병사들이 순간적으로 방어 태세를 취했지만 마을 사람들은
희뿌연 길가에 그림자만 드리울 뿐 한 발짝도 다가서지 못했다.
--- p.93

후미야스는 학교에서 친구나 선배로부터 네 아버지는 이민 갔다 온 사람이지? 하와이에서 무슨 일을 했어?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었다. 스파이라는 말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쯤은 후미야스도 알 수 있었다. 후미야스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 p.97

동굴로 돌아오는 동안에도 포격 소리와 포탄 떨어지는 소리가 멀리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윽고 올 것이 왔다. 동굴에 직격탄이 쏟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들자 후미야스도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강한 척하며 떠들어대곤 했지만 더 이상 그럴 수 없었다. 미군의 힘은 압도적이었다.
--- p.104

그때 아카자키의 손에 죽지 않았다면 아버지와 다른 마을 사람들도 지금의 아카자키와 같이 행복한 일상을 누렸을 것이다. 그들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고 가족에게 고통을 준 아카자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복하게 살아도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 분노가 끓어오른다. 적어도 한마디라도 사과를 받는다면, 그를 완전히 용서하지는 못한다 해도 앞으로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 것 같았다. 만약 잘못을 묻지 않고 끝내버린다면 평생 후회하게 될 게 분명했다.
--- p.125

마을에 스파이 따위는 없었어요. 당신들의 무력함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제멋대로 그렇게 믿고 누명을 씌워 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을 죽인 것뿐이었죠. 스파이? 부끄러운 줄 알아요.
--- p.129

아버지가 되고 아이를 키우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후미야스는 아버지를 좀 다르게 볼 수 있게 됐다. 자신이나 어린 아키코를 남겨두고 죽어갈 때 얼마나 억울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감당할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올라 몸을 가누지 못할 지경이 될 때까지 술을 마시기도 했다.
--- p.149

겉으로는 붙임성 있게 굴다가도 미군이 사라지면 저것들을 믿어서는 안 돼, 하고 가요에게 주의를 주곤 했다. 우시의 그런 태도는 일본군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시에게 일본군이나 미군은 모두 제멋대로 마을에 들어와 휩쓸고 다니는 외지인일 뿐이었다.
--- pp.168-169

하지만 간키치의 모습은 이제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가요도 파도에 떠밀려 바닷물을 들이마시고 말았다. 무력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하늘도 바다도 어두워졌다. 파도에 이리저리 휘청이는 가요를 누군가 등 뒤에서 안아 올렸다. 거기에서 가요의 기억은 끊어졌다.
--- p.183

가쓰조가 죽었다는군, 이 소식을 들은 바로 그 순간, 거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머리카락은 빠지고 얼룩얼룩한 검버섯에 주름살투성이의 생기 없는 아흔 살 노인의 얼굴. 수화기를 들고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거울 속의 눈은 무언가에 겁을 먹은 듯했다.
--- p.201

우리 아버지도 똑같은 상황 때문에 죽었어. 스파이로 의심받아서 말이야. 네 아버지도 방위대에서 돌아가셨지. 전쟁이 없었다면 우리 아버지들은 죽지 않아도 됐고, 우리도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 p.227

그 후에도 가쓰아키는 혼자 계속 술을 마셨다. 취기가 돌면 돌수록 가슴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라왔다. 가쓰조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지 못한 자신에 대한 분노만이 아니라, 거대한 힘으로 자신들을 농락하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어쩔 수 없다는 무력감을 강요하는 그것, 그 무언가에 대한 분노는 풀릴 길이 없었다.
--- p.229

불안과 강박, 공포와 광기로 넘쳐나는 전장을 마주하는 것은 여전히 불편하고 충격적이지만, 어정쩡한 거리에서 타협하지 않고 철저하게 그 끝을 겨누는 방식은 메도루마 슌의 변하지 않는 문학적 방법론이다. 이 소설집을 통해 그의 문학적 정수를 곱씹어보고 또 녹록지 않은 오키나와의 현실에도 많은 관심이 모이길 바라 마지않는다

--- pp.250-251

출판사 리뷰

오키나와 안팎의 폭력을 겨냥한 결연한 문학적 응전

메도루마는 십여 년 전부터 주 4회 카누를 타고 바다에 나가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헤노코 미군 신기지 건설 저지 운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미군 기지에서 비롯하는 폭력의 연쇄를 끊어내기 위해 사투하고 있는 그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에도 불구하고 틈틈이 이 소설들을 썼다. 오키나와가 직면한 역사적, 사회적, 군사적 문제들을 현장에서 직접 응시하며 써내려간 소설들은 오키나와 안팎의 폭력을 겨냥한 결연한 문학적 응전이다.

그는 일찍이 “문학에 사회적 현실을 바꾸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으며 문학을 자신의 정치적 수단으로 삼는 것도 잘못된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문학의 힘은 강하고 그가 내건 문학적 반기는 파급력이 크다. 전쟁을 직접 체험하지 않은 세대이지만 전쟁을 ‘기억’하고 전쟁 폭력을 ‘증언’하고자 독창적인 문학적 상상력을 펼쳐 보인다. 그의 소설들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키며 말할 수 없는 고통으로 각인된 생생한 상처를 들춰낸다.

전쟁이 초래한 상처는 수십 년이 지나도 피해자의 기억 밑바닥에서 되살아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안정적인 것처럼 보이는 지금의 생활에서도 끔찍하고 어두운 그림자를 짙게 드리운다. 다섯 편의 소설에 등장하는 각각의 주인공이 모두 고령자인 것은, 그 상처가 살아남은 피해자의 가슴에 결코 지워지지 않는 문신으로 남아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메도루마는 피를 토하듯 쏟아내는 그들의 절절한 육성으로 전쟁의 기억을 잊지 않고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한다.

쓰라린 상처에서 피처럼 쏟아지는 말 “잊어서는 안 돼”


표제작 「혼백의 길」은 오키나와 전쟁에서 남부로 후퇴하던 와중에 한 여성과 갓난아기를 죽음에 이르게 한 ‘나’의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다루고 있다. 숨이 끊어지기 직전인 여성의 “죽여 줘”라는 간절한 부탁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칼을 빼어 들었다. 그로 인해 현재 86세의 고령인 ‘나’는 평생 자책과 후회, 우울로 얼룩진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 소설에서 모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나’의 행위는 전쟁이 인간을 얼마나 비인간적으로 전락시키는지를 적나라하게 증명하고 있다. 메도루마가 「한국어판에 붙여」에서 말한 것처럼 “세상의 지옥이란 이런 것이다”.
「이슬」은 항구에서 하역 작업을 하는 일꾼들이 종군 경험을 털어놓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그중 야스요시의 고백은 충격과 비애를 불러일으킨다. 전장에서 한 방울의 물이 없어 수많은 이들이 죽어갔다. 새벽에 기온이 내려가면 사람 몸에서 나온 수분이 이슬이 돼 바위에 떨어지는데 그 이슬을 핥아먹고 겨우 살아남았다는 경험이다. 벌거벗은 시체 주위에 떨어진 이슬을 핥고 있는 군인들의 모습은 전쟁의 비극을 여실히 보여준다.

가장 긴 분량의 「신(神) 뱀장어」는 전쟁 중 일본군 대장 아카자키에 의한 마을 주민 가쓰에이의 죽음과 긴 시간이 흐른 후 가쓰에이의 아들 후미야스와 일본군 대장 아카자키 간에 벌어진 긴박한 언쟁이 주 내용이다. 전쟁 중에는 아버지가, 전후에는 아들이 일본군 대장과 맞선 것이다. 아버지가 살해된 지 40년이 흐른 후 가쓰에이는 본토에서 우연히 아카자키를 만나 사과를 요구하지만 아카자키는 사과는커녕 살인 행위에 일말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 이 작품은 본토와 오키나와의 충돌, 전쟁의 갈등이 세대를 거듭해도 해소되지 않은 채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피해자의 입장은 무엇인지, 가해자의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잘 짜인 구성에 탄탄한 서사를 갖춘 소설로 걸작이 아닐 수 없다.

「버들붕어」는 오키나와 전투 당시 북부에 살던 어느 가정의 비극과 현재의 헤노코 미군 기지 건설 현장을 교차시키며 폭력의 연쇄를 환기시킨다. 전란을 피해 산속으로 몸을 숨긴 가요는 불의의 사고로 남동생을 잃고 만다.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가요는 남동생이 죽기 전 우물에 무심코 던져둔 버들붕어의 존재를 다시 목격했다고 믿으며 미군 기지가 존재하기 이전의 오키나와를 상상하고 평화를 기원한다. 이 작품은 메도루마가 처음으로 헤노코 앞바다에서의 시위 활동을 소설화한 것으로 주목할 만하다.

「척후」는 열다섯 살에 전쟁에 동원된 주인공이 마을을 살피는 척후병이 돼 친구의 아버지를 고발한 기억을 다루고 있다. 의도하지 않았으나 그의 첩보로 인해 친구의 아버지는 스파이로 몰려 죽임을 당한다. 지금 아흔 살이 된 그는 친구에게도 가족에게도 그때의 일을 말하지 못한다. 이 작품은 미국과 일본, 오키나와의 삼각구도 속에서 배태된 불신과 의심이 결국은 오키나와인을 희생양으로 만들고 마는 비극을 잘 보여준다.

메도루마 슌이 전하는 위대한 인간의 존엄!

현대 오키나와 문학을 대표하고 일본 문단에서도 주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작가 메도루마 슌은 오키나와의 비극적인 역사와 일본 본토와 미국인에 대한 오키나와인의 의식을 예리한 시각과 돋보이는 상상력으로 써왔다. 이번 소설집에서는 한층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숨을 멈추고 몰입하게 만드는 문장으로 읽는 이를 사로잡는다. 주인공들이 한결같이 털어놓는 것은 “말하고 싶지만 말하지 못했다. 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오키나와 전쟁의 비참한 기억과 괴롭고 억울하고 불합리한 체험을 증언하고 재현함으로써 결코 잊지 않겠다는 절박한 외침이다. 잊지 않음으로써 깊은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는 위대한 인간의 존엄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이번 소설집의 가장 뚜렷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소설이 보여주는 또 하나의 큰 특징으로 오키나와어와 시마고토바(오키나와의 여러 섬의 말), 일본어가 뒤섞여 사용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당시의 복잡한 언어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치다. 특히 시마고토바는 각 소설에서 화자의 입을 통해 노골적으로 사용된다(책에서는 이탤릭체로 구분해 표시했다). 메도루마는 이 기법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때 그 장소’로 돌아가 마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메도루마 소설의 힘은 폭력을 감지하는 예리한 감수성에서 비롯한다. “불안과 강박, 공포와 광기로 넘쳐난 전장을 마주하는 것은 불편하고 충격이지만, 어정쩡한 거리에서 타협하지 않고 철저하게 그 끝을 겨누는 방식은 메도루마 슌의 변하지 문학적 방법론이다.”(조정민, 「옮긴이의 말」) 이 책은 오키나와 문학이 이뤄낸 값진 성취일 뿐만 아니라 ‘행동하는 문학’이라는 숭고한 가치를 오롯이 보여주는 메도루마 슌 최고의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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