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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상학과 자연과학
양장
송병옥 저
에코리브르 2004.09.10.
베스트
철학/사상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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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 과학의 정의

서문
1 과학의 본질
1. 좁은 의미의 과학 / 2. 넓은 의미의 과학
2 과학철학의 여러 양상과 설명방법
1. 과학철학의 여러 양상 / 2. 자연과학의 설명방법
3 근대과학의 특징
1. 고대 그리스의 정신적 유산 / 2. 근대정신 / 3. 데카르트-뉴턴 모델 / 4. 데카르트의 사상 / 5. 더 고찰해야 할 몇 가지 물음들 / 6. 뉴턴의 사상 / 7. 데카르트-뉴턴 모델의 영향
4 근대 과학정신의 철학적 조명
1. 존재와 인식의 문제 / 2. 물질적 존재 / 3. 공간과 시간의 문제
5 자연의 질서와 인과법칙성
1. 자연과학과 자연의 법칙성 / 2. 법칙(성)이란 무엇인가
6 과학과 사실의 관계
7 과학과 수학의 관계
1. 수학과 논리학

제2부 현대과학의 특징

서문
1 근대와 현대의 자연관
1. 근대의 자연관과 방법원리 / 2. 현대의 자연관과 자연과학의 탐구원리
2 현대과학의 발생
1. 플랑크의 양자설과 자연상수 / 2. 자연의 불연속성과 자연상수
3 입자의 대칭성과 비대칭성
1. 대칭성 / 2. 원자의 비대칭성 / 3. 발산 / 4. 입자의 복원력과 안정성 / 5. 근원 과정과 모순
4 추상양자론
1. 예비적 고찰 / 2. 논리적 조작을 통한 형상과 인식 / 3. 추상양자론에서 나타난 새로운 개념들
4. 확률의 배경 / 5. 형상과 질료(수학과 현실) / 6. 양자택일과 인식 / 7. 연산자란 무엇인가
5 힐베르트 공간과 제3의 가능성
6 창조와 이론
1. 양자론과 형이상학(칸트의 인식론과 양자론) / 2. 구조와 형상의 동질성 / 3. 양자론과 사유의 이중성(이율배반) / 4. 연속과 불연속의 철학적 배경

제3부 형이상학

서문
1 철학과 과학
1. 형이상학과 물리학 / 2. 형이상학의 구조(칸트를 중심으로) / 3. 용어들의 해석 / 4. 형이상학의 구조와 자연과학의 위치 / 5. 로고스
2 자연과학과 인과법칙
1. 칸트의 인과법칙과 인식론의 문제 / 2. 인과법칙과 ?차례로?의 인식론적 의미 / 3. 초월철학과 객관적 실재 / 4. 칸트의 실재 개념
3 직관과 범주의 존재론적 관계
1. 시간과 직관 / 2. 시간과 범주 / 3. 동질성과 이질성 / 4. 존재론과 ?대상 일반?
4 수학의 보편성, 분명성과 그 한계
1. 논리 자체의 절대적 확실성은 있는가 / 2. 순수수학은 그 안에서 설명되지 않는 직관을 전제로 한다
3. 수학이 현실을 어떻게 매개하는가
5 개념의 수학적 구성과 형이상학적 구성
1. 예비적 고찰 / 2. 개념 구성의 종류
6 시간과 사유
1. 시간과 사유에 대한 탐구 배경 / 2. 시간과 사유 / 3. 시간이란 무엇인가 / 4. 반성과 쌍개념
5. 활동성과 절대적 현재 ?지금?/ 6. 하이데거의 시간과 시간성 / 7. 시간과 존재 / 8. 시간성의 일방성
9. 초시간성과 자기동일성 / 10. 사유와 초시간성 / 11. 글을 마무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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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송병옥
연세대학교 물리학과와 동대학원 철학과를 졸업. 독일 튀빙엔 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고, 건국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지냈다. 현재 남양주 서재에서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 《해방의 철학》 (공저)이 있으며, 역서로는 《과학의 한계》 《철학, 그 문제와 이론들》이 있다. 그 밖에 〈자유와 인과문제〉 〈공간 직관의 선험성과 기하학〉 〈과학과 신화〉 〈형이상학의 문제〉 〈시간과 사유〉 등 여러 편의 논문이 있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04년 09월 10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576쪽 | 902g | 153*224*35mm
ISBN13
9788990048349

줄거리

이 책의 특징과 방향

1. 통사적이다. 여기에서 통사적이란 정신과 물질의 관계를 형성 시기에서부터 그 관계의 변화 과정을 자세하게 추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인간은 중세까지만 해도 자연과 인간(정신)을 조화를 이루는 ‘하나’로 보았지만 근대에 들어와 생겨난 합리적 정신은 자연을 객관적 실제로 이해하게 된다. 다시 말해 이때부터 정신과 물질이 분리된 것이다. 이 물질관은 현대과학 발전의 밑바탕이 되는데, 이 책에서는 그 과정을 역사적 방법으로 설득력 있게 잘 정리하고 있다.

2. 이 책이 갖는 미덕 중 하나는 과학을 ‘현재적 관점’에서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과학이 우리 인류에게 가져온 풍요로움과 동시에 그 폐해를 현재 우리 인간의 입장에서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과학주의의 한계를 강조함으로써 자칫 현대인이 빠지기 쉬운 과학기술에 대한 맹종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가 노력하고 있는 것은 바로 과학기술 외적인 면에서 과학기술을 잉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인데, 이 말의 의미는 과학적 지식의 원천에는 그것의 사상적 배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3. 이 책에서는 과학의 본질 또는 과학의 물음들에 대하여 일관성을 가지고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길, 즉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탁월함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현대 자연과학을 설명하는 데는 더욱 그러하다. 게다가 그것은 상대주의에 빠져 있는 포스트모던적 현대의 사고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볼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저자가 새롭게 제시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과학, 즉 ‘형이상학’인데 형이상학은 인간 정신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심오한 영역에까지 이성 기능을 포기하지 않고 이것을 주축으로 사고하려는 학문이다. 그러므로 형이상학은 자연과학의 탐구에서 결코 멀어질 수 없는 것이며, 오히려 이성이 찾아낸 결과를 자연과학이 응용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과학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다루어지고 있음에도, 이것이 발전하면 할수록 점점 추상화하여 철학의 추상성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출판사 리뷰

제1부 과학의 정의

제1부에서 저자는 근대의 물질관과 탐구방법론이 추상성으로 변화된 현대과학으로 넘어오기 전 단계를 다루고 있다. 다시 말해 1900년 이전 시기의 자연과학의 정체를 인식 가능성의 측면에서 고찰해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근대과학의 본질은 무엇일까? 이에 답하기에 앞서 우리는 우선 근대과학을 말할 때 가장 큰 주류인 두 가지 이론을 먼저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 첫 번째는 영국에서 주로 나타난 사상으로 경험주의다. 이는 주로 프랜시스 베이컨이 제시하고 러셀이 극대화한 이론으로, 그들에게 과학적 진리는 실험과 검증을 통해서 사실과 일치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폐기할 수 있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과학적 진리는 바로 경험 과학의 진리를 말하며 참된 진리, 곧 형이상학적 진리와는 구별된다. 그리고 이것은 실제와 간격이 아주 떨어져 있음을 알려준다.

다른 하나는 근대철학의 주류라 할 수 있는 합리주의다. 이것을 소위 ‘데카르트-뉴턴 모델’이라고 한다. 이때 데카르트는 철학적 기반을 대표하며 뉴턴은 과학적 사고의 기반을 구축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경험적 과학에서도 결코 버릴 수 없었던 논리성과 체계성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사상의 체계라는 측면에서 결정적으로 공헌한 사람은 데카르트이다. 그는 ‘명료하고 분명한’이라는 슬로건 아래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은 자연에 대한 체계를 세우려 했다. 자연과학에서 이 사상이 잘 드러난 것은 현대과학과 현대문명을 개화한 뉴턴이다. 이 두 사람의 사상은 20세기 이전 서구 사상의 주류였으며, 인간 사상은 끊임없이 진보할 수 있다는 서구 자유사상의 기본적인 이념이었다.

그런데 이들의 사상은 오늘날에 와서는 현대과학 특히 현대물리학에서 드러난 여러 난제들을 확실하게 설명할 수 없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하이젠베르크와 아인슈타인 이후 제기된 여러 이론물리학 이론들-상대성 이론, 양자 역학, 판구조론, 임계성, 복잡계 이론 등으로 대표되는 비선형 이론-이 그것들이다. 다시 말해 고전적 물질관의 중심에 놓여 있는 물질의 객관적 실재성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약간의 비약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무너진 자리에 물질의 추상성과 초월성(이것을 다시 말하면 일정한 체계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이 나타나는데, 여기에서 우리는 정신과 물질의 통일 가능성을 보게 된다. 하지만 현대과학자들은 약간 보완이 필요하지만 데카르트-뉴턴 방식이 자연과학의 탐구를 위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여전히 믿고 있다. 게다가 사회과학과 인문과학 등에도 광범위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므로 제1부 첫 부분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이러한 데카르트-뉴턴 방식으로 대표되는 근대과학의 특징들을 살펴봄으로써 현대과학으로의 변화를 파악하는 단초로 삼으려 한다.


제2부 현대과학의 특징

현대과학의 특징이라면 무엇보다도 비선형적이라 말할 수 있다. 이것을 달리 말하면 일정한 체계와 논증성을 가지고 말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러한 현대과학의 특징은 사고체계에 일대 변혁을 가져왔다. 그러므로 아무런 발전도 가져오지 못한 형이상학과는 대화를 전혀 나눌 수 없었고, 둘 사이의 간격은 더욱 멀어져 버렸다. 하지만 그래도 현대과학의 문제는 남는다. 현대과학은 자신의 궁극적인 문제를 자연과학의 체계 안에서 풀 수 없는 것이다. 자연과학은 그 깊이를 더하면 더할수록 비물질적 영역으로 그 폭이 넓어지고 있으며, 따라서 자연과학의 영토인 현실성과 형이상학의 영토인 추상성의 경계는 그 구별이 모호해지고 있다. 이 사실은 ‘구체적인’ 경험과학과 형이상학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에 대해 큰 관심을 일깨운다. 다시 말해서 형이상학과 자연과학의 대상은 최종적으로 다 같이 추상적이고 비물질적이라는 점에서 서로 접근하고 있는데, 이는 양자가 궁극적으로 근원적인 원리의 측면에서 동일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우리가 앞에서 살펴본 근대과학의 특징은 개념과 현상, 또는 개념과 사실이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런 일치는 자연세계가 ‘객관적 실재’로 이루어져 있고, 따라서 이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는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와 같은 근대과학의 구조는 현대과학에서 미시세계라고 부르는 입자의 세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으로 보았다. 즉 직관(물리적 대상을 감각적으로 직접 관찰할 수 있거나, 아니면 실험장치를 통해 간접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말)할 수 없거나 지각할 수 없는 세계도 원리적으로는 지각할 수 있는 세계와 동일한 구조를 가진다고 가정하고 있다. 말할 것도 없이 현대과학자들 대부분은 이런 기본 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가정 아래 뉴턴법칙은 장소, 물체의 속도, 그리고 가속도와 힘을 중심으로 기술된다. 이 법칙은 결국 ‘시간’, ‘공간’, ‘질량의 크기’, ‘힘’을 기초로 기술된다. 이것은 결국 자연세계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를 시간과 공간, 그리고 물질과 힘으로 보는 것이다.

근대의 자연관은 이 네 가지 기본 요소를 전제로 만들어진 뉴턴의 운동법칙과 만유인력법칙 등으로 자연의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런 신념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해주는 대전제는 ‘객관적 실재’와 물질 입자라 할 수 있는 ‘원자적 입자’이다. 즉, 객관적 실재와 ‘원자’는 자연세계를 이루고 있는 요소로서 인간이 이론적으로 신뢰할 수 있고, 수학적으로 서술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라고 보았다. 과학자들은 이 대상을 ‘객관적 실재’라고 불렀다. 객관적 실재가 연장성의 원리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18세기 후반부터 객관적 실재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현대과학이 차츰 기계론적 근대 사고방식이 제한된 영역에서 성립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을 뿐 아니라, 자연탐구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한계에 부딪힘을 경험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것을 다시 말하면 이제 근대과학에서 객관적 보편타당성은 자연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이상적 기준이나 원리가 되었으나, 이 원리 안에서는 변화된 자연관, 곧 현대과학에서 말하는 자연관을 설명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현대과학은 개별 분야, 상호이론적 연관성이 단절된 분야에서 놀라운 발전을 했다. 하지만 이것들은 통일적으로 설명될 수 있는 이론 체계를 가지지는 못한다는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통일성이 없다는 것은 방법의 일관성이 없다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방법 자체가 오류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오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은 현대과학은 방법론적으로 통일성 의식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당연히 통일된 자연관을 가질 수 없는데, 여기에 철학, 즉 형이상학이 끼어들 수 있는 많은 여지가 존재한다. 일선에 있는 소수 정예의 과학자들은 현대과학에 관한 철학적 관심을 결코 멀리 하지 않으며, ‘기능’, ‘과정’ 등과 같은 근대사고의 범주에서 설명되지 않는 개념들을 공간과 시간, 물질과 실체, 일자와 다, 전체와 부분 등 철학의 중심 문제에 깊숙이 침투해서 반성하게 했고, 인식에 있어 주관과 객관, 존재와 사유, 그리고 운동 등의 문제를 철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집중적인 탐구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근대과학의 새로운 변혁을 가져온 현대과학의 중요한 내용들을 소개하면 자연과학의 영역에서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서 나타난 공간과 시간의 상대성, 질량과 에너지의 동등성, 통일자이론, 플랑크를 시작으로 나타난 양자가설과 양자론, 양장역학, 그 뒤를 이어 나타난 추상양자론 등이다. 이들 과학은 단순히 물리학이라는 제한된 영역에서만 변화를 가져온 것이 아니다. 이들은 현대과학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정보과학이나 유전공학 또는 생명공학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제3부 형이상학

저자가 제3부에서 시도하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현재 인문학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인문학의 위기’라고 하는 것을 철학적 본질인 이성을 통하여 극복해보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것은 저자가 초두에 ‘상대주의’라는 것을 가장 먼저 ‘문제 제기’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다. 포스트모던 사회에서는 인간의 행위와 가치, 그리고 사고 규범에 대해 어떤 절대적 거부도 거부한다. 어떤 것이든 절대화 또는 절대적인 것은 있을 수 없고,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모든 것을 상대화하려는 것, 즉 상대적인 것을 절대화하려는 것이 현대인의 특징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모든 것의 상대화는 확고한 목표 설정을 거부하므로, 초시간적인 가치관이나 시대를 초월해서 지속되는 사상 체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오늘날 유행하는 과학주의도 상대주의의 입장이 강하다.

이와는 반대로 종래의 형이상학은, 즉 초시간성을 기반으로 한 형이상학은 과학을 조정하거나 선도하는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과학의 뒤를 따라가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 결과 형이상학은 무력하고 쓸모 없는 학문이라는 낙인이 찍혔고, 분석철학이나 수학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었다. 이것은 결국 상대주의가 이 시대의 정신적 흐름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상대주의에 기울어져 있는 현대과학은 인간의 삶이 요구하는 정신적 방향과 목표, 행위와 규범 등에 대해서 거의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여기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것이 제3부에서 시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인간의 본질은 유한하다. 그런데 이러한 인간의 능력이 유한하다는 믿음을 갖는 능력이 ‘이성’이라고 한다면, 이 유한성은 이성 자신이 유한하지 않는다는 증거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속성으로서 무한성과 초월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이성이 유한과 무한, 현실과 초월성을 연결하는 매개 기능을 한다는 의미다. 이것을 달리 말하면 인간이 ‘자신이 자신을 아는’ 단계에 이름을 뜻한다. 단순한 감각의 단계뿐 아니라 추상적이고 초월적인 단계에 들어감을 말하는데, 추상적인 단계는 물질적 존재가 아니다. 그것은 철학의 영역이며, 현대과학과 수학의 영역이 부분적으로 그렇다. 무엇보다도 추상성의 극치를 이루는 것에는 많은 선이해가 필요한 ‘자신의 자신에 대한 관계’, ‘절대자’와 ‘초월자’ 등이 있다.
전통철학은 이성에 의해서만 인간과 세계를 설명하거나 이해하려 했다. 하지만 이성은 고통 그 자체를 본질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반면에 생철학과 같은 것은 ‘의지’와 같이 비이성적인 것에 역할을 맡긴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반쪽 설명밖에는 할 수 없고, 그것은 바로 유한성으로 이끌 수밖에 없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이성적인 것과 비이성적인 것은 하나이면서 하나가 아닌 이중성의 형식을 취한다. 여기에 상대주의가 나올 수 있는 이론적 근거가 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우리는 상대주의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중성’은 존재론적 근거를 가진 것으로 밝혀지는 반면, 앞에서 말한 ‘상대주의’는 존재론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전통철학은 두 영역의 분리를 먼저 전제로 하고, 그 다음에 그 중 하나를 택함으로써 철학체계를 만들어간다. 그런데 전통철학은 주로 이성을 통하여, 다시 말해 이성적 언어를 통해서 초월성을 말해야 했다. 물론 이성이 절대자나 초월성에 대해서도 말한다 할지라도, 일방적으로 그것들에 종속되지 않음으로써 신 또는 절대로부터 탈출할 수 있었고, 이것은 ‘새로운 것’과 진보에 대한 신념으로 이끌었다. 이러한 사실은 전통철학이 현재에 더 큰 비중을 두었고, 특히 과거와 단절하지 않으면 안 되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인간의 특징, 특히 이성의 특징은 과거와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보존하고 지속하는 것이다. 이성의 본성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같이 있을 수 있는 원리 안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이성의 또 다른 특징은 모든 변화를 수용하면서도 시간을 뛰어넘는 어떤 불변적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시간 속에서 가능한 불변성이 앞에서 말한 초월성 또는 초월자의 본성이다. 초월성은 스스로 모든 변화를 수용하지만, 지속성을 유지하면서 존재한다. 이와 같이 변화와 불변성의 공존이 앞에서 말한 두 영역의 분리되지 않은 ‘하나’임을 암시하며, 자연과 인간의 내면세계를 지배하는 잘 보이지 않는 이성의 원리이자 자연의 원리인 것이다. 따라서 이성적인 것과 비이성적인 것을 분리해 절대화하면, 여기에 ‘주의’를 낳고 상대적인 것의 절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호의존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성적인 것과 비이성적인 것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을 ‘이념’이라고 부르자. 이념은 이성과 달리 자신 안에 비이성적인 것을 포함한다. 다시 말해 이념은 스스로의 역동적이고 역학적인 요소로 말미암아 부정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는 반면, 이성은 이런 요소를 배제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상대적 명증성’이 나온다.

이념이 부정적 요소를 자신 안에 가지고 있다는 것은 스스로 운동한다는 의미며, 이 이념의 운동은 방향과 목적을 가지고 구상하지만, 결코 끝이 보이지 않는 ‘중간과정’에 불과하다. 이처럼 제약된 인간의 기능은 ‘세계 안에서 인간의 위치’로 나타난다. 또한 운동은 이념 자신이면서 동시에 타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념과 운동의 개념이므로 그냥 ‘이념의 운동’이라고 부르자.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존재론’이다. 절대(영원한 것)와 상대(순간), 즉 변화와 지속이 존재론적 의존관계 속에서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지금까지 절대와 상대화에 대해서 두 가지 해석을 했음을 상기하자. 하나는 존재론적 의존관계를 갖지 않은 의미에서 절대와 상대적이고(절대의 절대화와 상대의 절대화를 의미한다), 다른 하나는 존재론적 의존관계 밑에서 이해된 절대와 상대주의다. 후자의 경우는 일관성과 체계성을 기대할 수 있고, 이것은 사변철학이 추구하는 ‘이념의 운동’으로 나타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세계 안에서 인간의 위치설정’ 문제인데, 그것은 학문의 보편타당성의 문제이자, 윤리 정립의 문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을 단순하게 제한한다면 학적 규범과 윤리적 규범(보편타당한 것)이 구별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여기에서 저자는 윤리성이 학문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고, 일관성과 전체성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윤리와 자연과학은 이념적으로 하나임을 밝힌다. 하지만 저자의 걱정은 이념의 차원에서 접근할 수 없지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다른 세계, 즉 이성 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세계에 대한 것이다. 이런 문제들의 원형과 그에 대한 해답은 우리가 지금까지 쌓아올린 자연과학 이론의 테두리 안에서 찾아낼 수 없다. 따라서 이제 우리의 관심을 신의 문제, 신화의 문제에까지, 심지어 창조설화에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념과 운동’, ‘하나’가 어떻게 가능한가를 고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다.

과학과 철학이 로고스적, 이성적 측면에서 접근한 인간의 특성이라면, 종교 혹은 신화적 내용은 비이성적인 인간 특성, 즉 뮤토스적인 면에서 접근할 수 있는 핵심적인 내용이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 분리된 두 세계가 아니라, 하나의 통일체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탐구대상이 ‘이념’과 ‘운동’의 형식으로 환언될 수 있다는 신념에 근거하여, 궁극적으로는 과학과 철학, 종교와 신화들이 근본적으로 이질적인 분야가 아니고, 초월성 앞에서 한 인간의 이성과 정감이 산출하는 통일체라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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