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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와 연관된 '매혹'과 '반성'의 이중적 풍경을 동시에 그려내며 새로운 문화적 징후를 보여주었던 유하의 신작 시집《나의 사랑은 나비처럼 가벼웠다》가 도서출판 열림원에서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자서에서 밝힌 바대로 시의 후방을 한 3년 맴돌았다는 그가, 다시 시의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쓴 시편들이다.
대중문화와 문학이 서로 적극적으로 소통하던 시기, 유하는 바로 그 전위에 서 있었다. 그의 시는 새로웠다. 그는 키치에 대해 키치의 언어로 썼고, 무협지의 문체로 80년대 말의 세상을 풍자했으며, 압구정동이 가진 상징적 의미를 가장 먼저 간파했다. 유하를 그렇듯 감각적이고 키치적인 면모로만 인식하고 있다면 이 시집은 의외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읽어갈수록 드러나는, 아름다운 덧없음과 그 속에 군데군데 무심한 듯 숨겨져 있는 날카로운 예지(叡智)는 이것이 다름 아닌 유하의 시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유하는 대중들의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욕망과 무의식을 매력적으로 자극한 대중문화에 대한 통찰을 통해서, 이 시대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했고 자신의 추억의 문화적 자서전을 작성했다. 이 시집에도 유하의 추억과 현재가 새겨져 있다. 그의 시편들은 사랑의 과정에서 빚어진 착오와 오류에 대한 독백이자, 청춘의 상실에 부치는 연가이다. 이 시집 속에 있는 유하의 모습은 매력적이고 불안한 연인이자 냉정하고도 다감한 인간이다. 그리고 시인으로서는 엄숙하다. '땅을 딛고 있는 내 두 발'에 슬퍼하는 그는 '바다의 정어리 떼만큼/풍부한 뉘앙스의 물결 언어를 갖기 위해' 바다로 가려 한다. 그리고 '날개 없이 날 수 있는 세상과 펜의 언어 밖에서 쓰여지는 시'(<돌고래의 선택>)를 쓰고 싶어한다. 사람들은 노래라 부르지만 새들의 소리는 절박한 외침임을 말하며 시를 쓰는 자로서의 절박함을 토로한다. 그는 학교에서 '상상력을 최대한 굴복시키는 법'을 배웠고 세운상가, 압구정동, 종로2가를 배회하며 하나대, 고창국민학교, 진추아, 이소룡을 추억했다. 그리고 이젠 잠시 멈추어 '사랑에 대해 쓴다.' '난 그대에 대해 완벽한 불구였다' '사랑의 불구였다'(<포르투갈 여인이 보낸 사랑의 시>). 그는 불구다. 그의 마음에는 아킬레스건이 있고(<매혹의 화살>) 그의 세 치 혀엔 치명적인 독이 묻어 있다(<코브라>). 불구임을 자각한 그는 이제 세상의 밑바닥으로 가라앉아 사랑과 사랑의 근원, 그리고 남겨진 자의 회한에 대해 쓴다. 그 사랑은 '평생을 가도, 먼 곳의 사랑에 당도하지 못하리라는 걸' 알기에 '자기만의 방'을 가지고 있는 '느린 달팽이의 사랑'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다만 '내가 내게 깊이 취했던' 시절의, 나비처럼 가벼운 것이다. 그의 연시들은 아름다우나 불길하다. 자신이 사는 곳은 사막이고 '바람도 찾지 못하는' 곳임을 그는 안다. 그는 그대가 오면 '전갈들은 꿀을 모으고/낙타의 등은 풀잎 가득한 언덕이 되고/햇살 아래 모래알들은 빵으로 부풀고/독수리의 부리는 썩은 고기 대신/꽃가루를 탐'(<어느 날 나의 사막으로 그대가 오면>)할 것이라고 말한다. 언뜻 사랑이 만들어낼 기적 같은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듯한 이 시는 결국, 나의 사막엔 그대가 결코 오지 않으리라는 냉혹한 전언이다. 어쩌면 이 세상은 현실의 사랑은 이뤄지지 않는 개미 지옥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유하는 자신이 물고 있는 욕망을 놓지 않는 한 개미 지옥이 자신을 완전히 삼키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끝내 사랑을 놓지 않는 지독한 낭만주의자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