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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저자 서문/역자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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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e Sac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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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안전하지 않았던 곳, 안전지대”
■ 전쟁과 테러의 시대, 우리는 과연 안전한가?
2001년, 세계의 방위 국가임을 자처하던 미국 한복판에서 일어난 9.11테러는 무고한 인명 피해와 함께, 테러 대상에 예외가 없음을 각인시키며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다. 이 대형 테러는 곧바로 이라크 전쟁으로 이어졌고, 동맹국이라는 미명하에 세계 여러 나라는 물론 우리나라도 파병을 결정하며 전쟁에 휘말리게 되었다. 비단 이라크 전쟁뿐만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의 각종 분쟁 지역에서는 테러와 학살, 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쟁과 테러가 만연한 이 같은 시대에 ‘안전’이란 과연 존재할 수 있는 것인가? 실제로 90년대 초반, 내전이 한창이던 보스니아에는 “안전지대”라는 곳이 존재했다. “세계 평화의 수호자”라는 UN이 민간인의 안전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며 지정한 곳이었다. 그러나 이 지역은 곧바로 방치되고 말았고, 결과적으로 “인종청소”라는 끔찍한 학살의 현장이 되고 말았다. 생명의 존귀함이 배제되고 오직 정치적 논리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안전지대는 결코 안전할 수 없었던 것이다. ■ 열강의 각축장이자 사실상의 분단국가, 한반도의 또 다른 자화상 보스니아. 20세기 유럽의 잔혹한 역사라 할 수 있는 보스니아 내전은 대량 학살과 인종청소, 수많은 난민으로 기억되는 처참한 전쟁이었다. 일찍이 유럽과 아시아의 교량 역할을 하던 발칸반도의 보스니아는 강대국 세력의 각축장이었다. 외세의 잦은 지배로 이곳은 민족과 종교, 문화의 혼재 지역이 되었으며, 2차대전 이후에는 사회주의 이념에 따라 다민족 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90년대 초 동구권이 몰락하고 새로운 지배 구도가 형성되며 각 민족은 분열하기 시작했고, 결국 1992년 내전이 발발했다. 1995년까지 계속된 전쟁은 강대국의 주도하에 두 개의 공화국 체제가 수립되며 종료되었으나, 그 전쟁은 결코 끝난 것이 아니었다. 무참한 학살과 폭력에 시달려야 했던 사람들에게 ‘종전’이란 진정한 평화가 아닌 ‘일시적인 휴전’일 뿐이었다. 그들에게 전쟁은 언제 어느 때고, 누군가의 선동과 이간질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92년에, 그리고 그 전에도 그러했듯이……. ■ 전쟁의 포화 속에 가려진,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 그리고 남겨진 생. 언론인이자 만화가인 조 사코는 알려지지 않은 전쟁의 비극을 찾아, 파괴되고 버려진 땅 보스니아를 찾는다. 그는 언론에 거의 드러나지 않았던 안전지대 고라즈데에 머무르며, 3년 반 동안 이어진 전쟁의 참혹함과 파괴된 생활 터전에서 인간에 대한 신의마저 잃어버린 채 살아가야 하는 고라즈데 사람들의 암담한 미래를 접하게 된다. 흔히 전쟁은 파괴된 건물, 사상자 수치로만 전해지고 곧 잊혀지곤 한다. 그러나 그곳에는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여야 했던 보통사람들의 삶이 있었다. 하루아침에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린 사람들. 어제까지 다정했던 이웃이 내 목에 총부리를 겨누고, 함께 어울리던 친구가 집을 불태우며, 동네 정육점 주인은 인간 백정이 되어 살인을 서슴지 않는다. 민족이 다른 인간의 목숨이란 짓밟히고 유린되는 것이 당연시되는 전쟁의 위협 속에서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살아내야만 했다. 쏟아지는 포격 속에서도 먹고 살기 위해 논밭을 가꾸고 가축을 길러야 했고, 살상의 위협 속에서도 구호물자를 얻기 위해 전선을 지나야 했다. 그토록 힘겹게 살아남은 이들의 미래는 또 어떠한가. 산업 기반은 파괴되어 마치 산업혁명 이전으로 회귀한 듯하다. 문화유산 또한 모두 파괴되었고 제대로 된 교육은 사치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회복 불능의 상처를 안고 살아갈 일만 남은 것이다. 국제 사회의 안일한 대응과 무관심 속에 철저히 버려져 오직 그들만이 지켜보고 겪어내야 했던 전쟁처럼, 그들의 미래 또한 그들만이 힘겹게 치러내야 하는 또 다른 전쟁임을 사코는 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 있는 것이다. ■ 만화의 형식을 빌어 세상의 이면을 고발하는 코믹 저널리스트, 조 사코. “우리에 대해 뭔가 쓰시는 거죠? 당신께 보여드렸어요, 당신은 보았고요. 사람들에게 우리에 대해서 말해주세요.” -『팔레스타인』중에서 한편 전란과 공포, 광기를 그린 중세의 그림에서조차, 아직 사람들이 신의 구원을 빌던 때에도, 한켠에는 몸을 기울이고 뭔가를 쓰는 사람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그는 그 살육을 기록하고 묘사하여 훗날 공동체를 다시 일으키려고 준비하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그를‘양심의 기록자’라고 부르자. 그리고 그의 노력에 감사하자. -『안전지대 고라즈데』「서문」중에서 버려지고 잊혀진 땅, 감추어진 진실을 찾아 세상에 전하는 만화가 조 사코. 이스라엘의 무참한 폭력에 맞선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처절한 삶을 그렸던 그는, 다시 한 번 폭력과 비참으로 가득했던 땅을 찾는다. 전 세계의 무관심 속에 처참한 인종 학살의 현장이 되어 버린 안전지대 고라즈데. 사코는 무참한 학살의 희생양이자, 변덕스러운 국제 정책에 생사를 맡겨야 했던 고라즈데 사람들의 삶에 주목한다. 그림을 통한 그의 보도는 잊혀진 과거에 대한 완벽한 재현과 생생한 현장 묘사로 만화라는 매체의 장점을 극대화시킨다. 그의 작품은 또한 풍부한 역사적?지리적 배경 지식을 토대로 하여 한 지역에 대한 개설서로도 손색이 없다. 만화라는 장르의 표현 영역을 넓히며 “코믹 저널리즘(Comic Journalism)”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그는 미국출판대상과 윌 아이스너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조 사코의 작품에서 주축이 되는 것은 소외된 사람들의 삶이다. 그는 겉으로는, 끔찍한 경험을 해야만 했던 사람들의 암울한 현실이 자신과는 별개인양 굴지만(그는 늘 자신이 그 비참한 지역의 손님일 뿐이라고 말한다. 자신은 지옥 같은 그곳에서 언제든 떠날 수 있다면서…….) 그들이 처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또한 전 세계에 그들의 참담한 비극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는 말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 사실 그 너머에는 또 다른 세상이 있을지 모른다”고. 되풀이되는 전쟁과 파괴의 역사 속에서도 희망을 버릴 수 없는 건, 사코와 같은 “양심의 기록자”를 통해 보이지 않는 진실도 기록되고 전해져,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코를 본 한 보스니아 노인은 그를 “짜리몽땅 안경잽이”라고 평하며, 미군이 보스니아를 구할 ‘힘’이 있다는 희망을 접어버린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만화가 조 사코. 지금 이 시간에도 그는 우리가 모르고 있는 비극의 현장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전해줄 또 다른 진실을 찾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