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프롤로그
그녀의 마지막 거짓말 살아있다는 농담 암 환자는 ‘왜’라고 물어선 안 된다 훌륭한 의사가 아니라 용감한 의사가 필요해 찢어버릴 시간, 꿰맬 시간 이기적인 작별인사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카디건 그런 말을 하기엔 우린 너무 어려 친절한 납치 고통을 말할 때 내가 이야기하는 것들 당신은 내 친구가 아닙니다 릴라 죽음의 문턱까지 가면 내 머리 위의 스푸트니크 호 메멘토 모리 조셉 할아버지의 배지 미스 미라클 계속 살아가도 된다는 표식 우리가 꿈꾸는 것 내 이름을 맞혀봐 우리에게 필요한 건 용기와 체리파이뿐 마돈나, 먼지, 카시오페이아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아요 나는 이야기를 몸에 새기고 여행한다 쿠크다스 빌린 시간, 빌린 눈물 회복의 노래 모든 불안과 혼돈을 축하합니다 약 없는 처방전 만성 질환자의 급성 트라우마 살지 않으면 죽지 않는다 모든 여행의 종착역은 결국 몸이었다 죽을 준비, 살아갈 준비 앙코르 리스트 사랑이 하찮을 만큼 사랑해 에필로그 |
곽세라의 다른 상품
|
20대의 끝자락, 내가 탐독했던 책들은 가슴을 뛰게 했다. 마음의 소리를 믿고, 더 크게 원하고, 더 간절히 원하고, 그걸 받았음을 미리 감사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들. 내 안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창고가 있고 크기를 알 수 없는 거인이 숨어 있어서 내가 진정 원하기만 한다면, 충분히 긴 시간을 들여(1만 시간을 권장한다) 그것에 집중하기만 한다면, 그 거인이 사랑과 행복과 풍요를 창고에서 넘치게 가져다 줄 것이라고. 틀렸다. 모든 것이 루머였다. 내가 내 삶을 창조하고 있다고? 내가 꿈꾸기만 하면, 그것을 받을 준비만 하면 원하는 것들이 삶 속에 나타나는 것이 우주의 법칙이라고? 나는 말기 암을 꿈꾼 적 없다. 상상해 본 적도 없다. 21센티미터의 종양을 갈비뼈 안에 담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조차 몰랐다. 하지만 그것이 내 삶에 나타났다. 아주 선명하게, 나보다 더 주인공처럼. 알지도 못 했던 것을 어떻게 바라고, 믿고, 꿈꾸고 간절히 원할 수 있지?
--- p.89 내가 가진 종양은 발생할 확률이 희귀할 뿐만 아니라 크기도 역사에 기록될만한 것이었고 놀랍게도 그 몬스터 종양의 숙주가 생존했기 때문에 나의 케이스는 관심을 집중시켰다. 의료진들은 거의 흥분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왜 그 큰 종양이 생겼을까’보다 ‘그 큰 종양을 가진 사람이 왜 아직 살아있을까’에 더욱 큰 관심을 보이는 듯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왜? 왜 이런 게 생겼지? 왜 내가 죽게 된 걸까?’ 하고 온몸으로 부르짖었지만 언제부턴가 ‘그런데 왜 내가 살아있지?’라고 묻게 된 것이다. 살아남은 김에 나는 거대한 실험을 시작하기로 했다. ‘살아있어 보기’ 실험이었다. 몸속이 갈가리 찢긴 채로 살아있어 보기. --- p.119 여기선 사람들이 꿈을 이야기할 때 마지막 말이 다르다. ‘나는 서른에 과장이 될 거야’라고 말하지 않고 ‘이번 면역요법이 성공하면 난 서른이 될 거야’라고 말한다. 우리는 종종 잊는다. 의미가 있기 때문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데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우린 휴먼 두잉(Human doing)이 아니라 휴먼 빙(Human being)이라는 것을. 시간을 써서 무언가를 이루는 게 아니라 시간 속에 있는 것이 다 이룬 상태라는 것을. 그걸로 된 거라는 걸, 우리는 자주 잊는다. 아이는 자라는 것, 다 자란 사람은 늙는 것. 이곳에서 우리가 꿈꾸는 출세란 그것뿐이다. 정말 그거면 된다. --- pp.132-133 카시오페이아, 그녀는 우리의 희망이자 아이콘이다. 93세의 유방암 생존자. 아니, 51세. 여기 나이로 쳐도 가장 연장자다. “40살에 진단받고, 수술하고, 42살에 재발해서 양쪽 유방을 다 떼어냈어. 예후가 아주 나빴지. 병원에선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말만 했어. 그러니까 그냥 하루하루 하고 싶은 걸 하라고. 나는 착한 환자니까 꼭 의사가 말한 대로 했어. 하루하루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았지. 하루도 안 빼먹고 51년 동안이나! 그랬더니 내가 언제 죽을지 정말 아무도 모르게 됐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킬킬대는 걸 좋아했다. 그건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농담이었다. --- p.153 티베트 불교는 우리에게 모호함, 애매함, 불확실함과 싸우는 것을 멈추라고 목이 쉬도록 외친다. ‘이 애매한 시절만 지나가면’, ‘이것만 확실해지면’ 삶을 살겠노라고 미루는 것보다 어리석은 짓은 없다고. 왜냐하면 그 애매하고 불안한 순간이 바로 삶이기 때문이다. “불안한 게 삶의 본질이에요. ‘살아간다’는 건 알 수 없고, 말도 안 되고, 애매모호한 것들 속에서 헤엄친다는 뜻이거든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느끼는 순간도, 단지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는 걸 아직 모르고 있을 뿐이에요. 당신이 암 환자라는 걸 모른 채 49년간 태평하게 지내왔던 것처럼요. 하지만 그 반대도 기억해야 해요. 아무리 큰 문제 속에 있다고 느껴도, 단지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모르고 있기 때문이란 걸. --- p.187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죽어가고 있는 거예요. 그 둘은 같은 말이죠. 당신도, 나도 죽어가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는 거예요.” 내가 왜 죽을병에 걸렸느냐고? 살았기 때문이다. 죽음을 부르는 유일한 병은 삶이다. 살지 않으면 죽지 않는다. 이미 그 병이 깊었으니 나는 ‘더’ 사는 것을 택했다. 얼마나 오래 사는지는 처음부터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더 살아있는 것’뿐이다. 상파울루에 있는 호스피스 병원 입구에 이런 문구가 걸려 있다고 한다. ‘우리가 인생에 더 많은 날들을 줄 수는 없지만 매일 맞이하는 날들에 더 많은 일생을 줄 수는 있다.’ --- p.202 |
|
모두들 그녀가 살아있는 게 농담일 거라고 말했다!
절망 속에서 자신을 찾기까지 1000일, 그 겨울나기의 여정 암 진단을 받으면 누구나 그러하듯, 작가 역시 처음엔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술 담배는 입에도 안 대고 운동을 종교처럼 받들고 아침저녁으로 명상하고 유기농 채식만 했던 사람으로서 더더구나 왜 이런 병이 생겼는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내 암엔 이유가 없으며, 교통사고처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걸 받아들이고 절망에서 차츰 벗어난다. 작가의 경우 종양이 몸속에서 거의 30년 이상 함께 자란 케이스로 사실상 평생 암 환자였다. 단지 그걸 몰랐을 뿐. 작가는 묻는다. ‘운이 좋아서’ 10대 때, 혹은 20대 때 ‘조기 발견’했다면, 지금의 내가 되었을까? 오히려 쉰을 앞두고 발견했기에 지금의 나로 살 수 있는 것이므로 최고로 운 좋은 암 환자라고 말한다. 또 이제는 꿈꾸는 것들이 눈앞에 나타날 거라고 믿지 않지만, 대신 삶이란 이름으로 내가 겪을 그 모든 여정이 꿈처럼 아름다울 걸 믿는다고 이야기한다. “삶은 언제든지 끝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든 살아있을 수 있다.”고 말하는 작가는 따라서 살아가기 위해 두려움을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니라, 두렵기 때문에 더 멀리 떠나고 슬프기 때문에 더 깊은 사랑을 해야 우리의 삶이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삶이 눈부신 것은 인간의 운명을 계획하고 심판하는 신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맨몸으로 그 모든 소동을 맞닥뜨리고, 짓이겨지고, 다시 환하게 불 밝히는 인간의 연약함 때문이니까. “‘난 내 상처가 끔찍해요. 내 몸이 날 죽이려 했다는 증거잖아요.’ 그 말을 듣고 나는 놀랐다. 상처는 내 몸이 날 죽이려 했던 증거가 아니라 내 몸이 날 살려냈다는 증거다. 난 그 커다랗게 자르고 꿰매어 붙인 표식이 마음에 꼭 든다. 내게 그것은 승리의 휘장이었다. 행여 흐릿해질세라 흉터 크림조차 바르지 않고 애지중지하는 그 상처는 내가 망설이고 눈치를 볼 때마다 내게 말한다. ‘마음이 내키는 대로 해. 넌 이제 허락받을 필요가 없어!’ 내 몸을 둘러보면 승리의 표식들로 찬란하다.” _ 본문에서 작가는 책 말미에서 소원은 언젠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원이 이루어졌기에 지금 내가 여기 있는 것이라고 전하며, 말기 암 진단 후 1000일의 여정 동안 결국 나의 소원은 손에 잡히지 않는 수많은 꿈들이나 버킷리스트가 아니라 바로 나였음을 고백한다. 우리 역시 미래에 대한 기대와 욕망 대신 지금 여기, 내가 존재하는 것만으로 의미 있음을, 매일 나의 소원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떠올려보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