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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찰나의 너
2부 원더의 너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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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엄마는 단 한 번으로 미금의 욕망을 알아챘다. 그런데도 변함없이 미금의 곁을 지켰다. 씨앗을 버리고 평범한 자매로 남으려 했다. 하지만 미금은 고마워하기는커녕 원망을 키웠다. 너는 두려워졌다. 엄마가 말했던 그 한 번이 준 갈망이 얼마나 집요한 것인지 이제 똑똑히 알았다.
--- p.37 키티가 그려진 종이 손가방은 송하가 초등학교 일학년 때 너의 생일 선물로 만들어준 것이다. 그때 송하는 말했다. 키티는 유명한 거야. 내가 나중에 크면 이거보다 더 유명한 진짜 가방을 사줄게. 송하가 남겨준 예쁜 기억이었다. 너는 그동안 받아둔 것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몇 시간 남지 않은 생일을 혼자 보냈다. --- p.85 그때마다 너는 나를 생각했다. 정말 너의 생각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야 불러주면 언제든 환영이지. 하지만 나를 향한 네 감정의 불은 이내 사그라졌다. 괜찮다. 나는 너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고 그와의 관계를 끝장내려는 복수심이 무르익을 때까지 차분히 기다릴 수 있다. 차분히? 그래야만 한다. 나는 감정이 없으니까. 근데 너무 오래 불러주지 않아서 좀 안달이 나긴 했다. --- p.101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어. 송하야, 버려.” “엄마가 뭔데 버려라 마라야? 나한테 주어진 거라고. 버리고 싶으면 엄마나 버려.” 너는 문득 이 대화에 기시감이 들었다. 오래전 어느 무더운 여름날, 공터의 뙤약볕 아래에서 미친 듯이 땀을 흘리며 너와 너의 엄마가 나눴던 대화였다. 이런 기분이었구나. 너는 지금 그때 너의 엄마였다. 나를 버리라고 말할 수밖에 없던 엄마의 절박했던 심정이 지금 너에게 고스란히 있었다. --- pp.150-151 꿈의 사고가 현실로 나오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만에 하나 현실이 되면 그 사고는 주환가 네가 오롯이 덮어쓸 수 있다. 그때까지 그렇게 하자. 위험 부담은 똑같다. 들어가는 쪽이 조금 더 위험하지만 실제로 사고가 일어나면 받아들인 쪽의 몸이 죽는다. --- p.171 들어간 쪽 사람이 받아들인 쪽 사람의 꿈에서 죽어가는 순간 문득 등장하는 자각 질문은 들어간 쪽 사람에게 묻는 것이다. 들어간 쪽 사람을 나오게 하기 위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들어간 쪽은 그 짧은 순간 동안만 자신을 자각할 수 있다. 그러니까 네가 주환에게 들어갔을 때는 꿈에서 깨어나기 위한 자각 질문이 너의 것이었다. ‘그날 당신이 나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해내.’ --- p.207 “나는 죽었어.” 너는 중얼거리다가 문득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냐. 내가 아니라 당신이 죽었어. 근데 당신은 교통사고로 죽은 게 아니었는데?” 트럭은 갓길에 멀쩡하게 주차되어 있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생생한 기억과 감정은 문득 떠오른 상상 같은 것일까. 하지만 주환의 이 기억은 네 몸에 이식된 장기처럼 분명하게 자리한 너의 것이었다. 왜 사실이 아닌 기억을 사실처럼 기억하고 있지? 그럼 그날 소파 뒤에서 내가 본 주환의 시신은? --- p.269 인간은 누군가에게 치유를 구하고 외로움을 기대지만 그건 일시적이거나 착각일 뿐이다. 기댔던 대상이 떠나면 외로움은 다시 돌아온다. 너의 외로움은 오롯이 너의 것이기에 그걸 치유할 수 있는 것도 너뿐이다. 그래서 너는 무엇에도 기대지 않으려고 했다. 단단한 사람이 되려고, 누군가의 단단함에 흔들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너도 인간이다. ---- p.3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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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욕망이 ‘나’를 불러냈다
특별한 능력을 지닌 여인들 ‘수우’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꿈을 통해 타인과 정신을 뒤바꾸고, 꿈꾸는 동안 타인이 되어 생각하고 행동한다. 수우는 시각장애인인 이모 ‘미금’에게 처음 능력을 사용했으며, 미금은 수우 덕에 평생 보지 못한 세상을 수우의 눈으로 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수우는 엄마와 시각장애인 이모 ‘미금’이 다투는 것을 목격한다. 싸움의 주제는 엄마가 다니는 미용실 이름에 대한 것이었는데, 정답을 말하는 미금에게 엄마는 기억이 안 난다며 답을 피할 뿐이다. 이내 화살은 수우에게도 날아오고, 엄마의 행동을 의아하게 여긴 수우는 미금의 말이 맞다고 답한다. 그러자 엄마가 수우를 끌고 아무도 없는 공터로 데려가 묻는다. “너 이모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목소리가 기묘할 정도로 차분해서 너는 긴장했다. “내가 뭘?” “모른 척할 거 없어. 너라는 거 아니까.” 안다고? 정말 나라는 걸 안다고? 너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걸 안다는 건 엄마도 할 줄 안다는 뜻이다. 할 줄 알아야만 아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감출 필요가 없었다. (19쪽) 『팬텀 시그널』은 화자인 ‘나’의 시점으로 수우를 ‘너’로 지칭하며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을 취한다. 여기서 ‘나’는 인간의 무의식에 깃든 미지의 무언가이자 수우에게 특별한 능력을 선사해준 존재다. 수우는 ‘나’를 통해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깨닫고, 미금을 통해 그 능력이 어떤 재앙을 불러일으키는지 목격하게 된다. 그런 수우에게 엄마는 ‘나’를 버리라고 말한다. 자신 역시 그랬고, 그러지 않으면 긴 잠에 빠질 거라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하지만 엄마의 경고에도 수우는 ‘나’를 버리지 못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나’를 갖게 된 또 한 사람 ‘송하’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무의식에 드리운 최후의 경고 팬텀 시그널을 목격하다 어느덧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수우는 이기적이고 가정에 소홀한 남편 ‘주환’ 때문에 불행한 나날을 보낸다. 문제를 해결해보려 했지만, 진전이 없자 한동안 꺼내지 않던 ‘나’를 불러내기에 이른다. 그리고 주환의 무의식으로 들어간 그 꿈속에서, 자신의 딸인 ‘송하’를 마주하게 된다. 꿈에서 깬 수우가 추궁하자 송하는 그 옛날 수우처럼 순순히 ‘나’의 존재를 고백한다. 너는 문득 이 대화에 기시감이 들었다. 오래전 어느 무더운 여름날, 공터의 뙤약볕 아래에서 미친 듯이 땀을 흘리며 너와 너의 엄마가 나눴던 대화였다. 나를 버리라고 말할 수밖에 없던 엄마의 절박했던 심정이 지금 너에게 고스란히 있었다. (151쪽) 미금의 사건 이후로 수우는 ‘나’의 사용을 극도로 조심해왔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그 능력을 사용하고 나면 늘 결과가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수우는 자신의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송하에게 ‘나’를 사용하지 말기를 부탁한다. 하지만 자신도 그랬듯, 송하는 ‘나’의 특별함과 우월함에 도취되어 수우의 말을 거스른다. 문제는 주환의 꿈속에서 주환, 수우, 송하의 무의식이 동시에 연결되는 사고가 벌어졌고, 이후에 벌어질 참사를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수우는 다시 한번 ‘나’를 불러낸다. 송하를 구하기 위한, 불행에 빠진 가족을 지키기 위한 수우의 기나긴 잠이 시작된 것이다. “팬텀 시그널은 처음엔 그 신호가 뭘 의미하는지 알 수 없지만 꿈에서 깨어나는 어느 순간 불현듯 깨닫게 돼요. 그 꿈에서 깼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어요?” (232쪽)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팬텀 시그널’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꿈의 연속에서 수우와 송하, 나아가 이야기를 따라가는 독자를 흔들어 깨워준다. 정신이 뒤바뀐 상황임을 자각하게 하는 장치이며 동시에 꿈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신호이기 때문에, 팬텀 시그널을 보고도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면 영원히 기나긴 잠에 빠지게 된다. 수우는 과연 잠에서 깨어날 수 있을까? 깨어난 수우의 몸에 깃든 것은 과연 진짜 수우일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두 눈에 보이는 팬텀 시그널을 반드시 놓치지 말고 지켜보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