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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 Yuikawa,ゆいかわ けい,唯川 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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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은 모두 입을 모아 독립생활이 편하다고 했지만 그것의 장점은 기껏해야 사귀는 남자가 있을 때뿐이라고 생각했다. 유코 역시 혼자 사는 친구들의 방에 몇 번 놀러간 적이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 그 집의 주방이나 세면대, 욕실 같은 곳에는 세심한 청소가 미치지 못하여 구석구석 물때가 끼어 있었고, 하루 종일 꽉 닫아놓기만 하는 방은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눅눅한 냄새가 배어 있었다. 게다가 쓰레기 분리수거 주머니 안을 보면 일회용 플라스틱 도시락 상자 따위가 빼곡하게 채워져 있기 일쑤였다.
좋아하는 남자가 있을 때는 돌아가야 할 집이 있다는 사실에 부담을 느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어차피 결혼하면 싫어도 집을 나가야 하니까 굳이 조급하게 독신생활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독립한 친구들을 보아도 남자에게 식사를 제공하거나 러브호텔 대신 공짜인 자기 방을 이용당하는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물론 본인들은 모든 게 자신이 좋아해서 하는 일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지만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독신자 기숙사에 사는 시로와 집에서 출퇴근하는 유코였기에 결혼까지 원만하게 갈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유코는 반 동거상태에서 무너져 내린 남녀관계를 몇 번이나 목격했다. 그렇게 남자와 지내온 여자들에게선 결혼 전부터 결혼에 대한 환멸을 엿볼 수 있었다. --- p.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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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문예지《소설 신쵸》에 2003년 4월호부터 2003년 5월호까지 연재되었던 작품을 단행본으로 묶어 2003년 10월에 ‘신쵸사’에서 출간. 그리고 드디어 한국에서도 2004년 11월, (주)영림카디널 외국문학선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이 책을 선보인다.
유코와 시로는 결혼한 지 7년이 되는 부부다. 행복하게 지낸다고 생각하면서도 무엇인가가 부족한 듯한 느낌에 그들은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배란기였던 그날 밤, 집에 불이 나서 피해를 입는다. 그들은 집의 보수공사가 끝날 때까지 친정과 회사의 독신자 기숙사에 각각 머물면서 시한부 별거생활을 하게 된다. 마치 미혼시절로 되돌아간 듯한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그들. 급기야 유코는 같은 회사의 9살 연하인 후배와, 시로는 옆집에 사는 젊은 유부녀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오랜만에 찾아온 화려한 나날들이 계속되고, 어느새 그들은 ‘부부’라는 것의 의미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는데……. 이 소설의 남녀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유코와 시로를 보면, 유코는 디자이너, 시로는 대기업 샐러리맨이다. 이런 설정은 전형적인 도시풍이지만, 그 인물상을 그려내는 과정은 마치 그 사람이 회사에서 내 옆자리에 앉아 있는 느낌을 줄만큼 리얼리티가 충분하다. 20~30대 직장여성의 일상을 선명하게 그려내는 것이 특기인 유이카와 케이는 그것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아무래도 제 자신부터가 직장생활 경험이 10년이 넘으니까요. 회사라는 곳은 여러 가지 유형의 사람이 모여 있기 마련이고, 조직으로서 회사가 돌아가는 논리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 당시의 경험은, 지금 제가 소설을 쓰는 데 귀중한 재산이기도 해요.” 유이카와 케이가 쓰는 연애소설은 매우 현실적이며 일상의 냄새가 짙게 배어있다. 꿈같은 연애이야기하고는 거리가 멀고, 때문에 와 닿는 느낌 또한 기존에 나온 일본의 연애소설과는 상당히 다르다. 어쩌면 이것이 지명도나 경력에 비해 그동안 국내에 유이카와 케이의 작품이 널리 소개되지 못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소설은 한번 손에 잡으면 무언가에 이끌리듯 계속 페이지를 넘기며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일단 매우 재미있다. 아무튼 한마디로 말해 모든 등장인물들이 여기서도 저기서도 연애하고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불륜을 하고 있다. 게다가 그 등장인물들 간에는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가 있어서, 그것이 마지막 장에 이르러 하나로 겹쳐지는 순간은 읽는 이로 하여금 묘한 쾌감마저 느끼게 한다. 함께 살기 때문에 부부라고 말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렇게 된 우리는 왜 헤어지지 않고 있는가.《백만 번의 변명》은 이런 결혼이라는 관계의 근원적인 의미를 묻는 소설이다. 이 소설을 발표할 당시 유이카와 케이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은 ‘결혼소설’입니다. 지금까지는 ‘연애소설’만 써왔었지만, 이번엔 부부라는 남녀관계를 작품의 소재로 사용해 봤습니다. 부부는 같은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으로써 그 관계를 유지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각자 다른 곳에서 살게 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그런 위태로움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