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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喆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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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인으로서의 시인’의 고뇌와 그 ‘견딜 수 없는 나날들’에 대한 실존적 성찰
총 3부로 이루어진 이 시집의 1부는 실존적 서사를 가득 담은 비애의 표정을 띠고 있다. 아내와 애인 사이에서 방황하듯 생활과 꿈 사이의 괴리에서 어쩌지 못하고 길바닥에서 서성거리는 ‘생활인으로서의 시인’의 고뇌와 ‘견딜 수 없는 나날들’에서 느끼는 무력감과 상실감이 때로는 위악으로 때로는 탄식으로 때로는 성찰로 드러난다. 한 사내가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고 “몽유병자의 걸음”을 걷는. 그의 영혼은 잃어버린 자신의 행방을 묻느라 “날도 저물었는데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소멸의 사랑」) 길바닥을 헤매는 중이다. 늦은 밤 길가 포장마차의 포장을 들치고 들어오는 취한 발걸음이 있다면 틀림없이 그다. 혹은 먼동이 터오는 인사동 어느 골목쯤에서 소주병이 든 검정 비닐봉지를 들고 허름한 여인숙으로 스며드는 그를 마주칠지도 모른다. 오늘 밤도 세상 어느 언저리에서 그는 “홀로 술 따르는 사내”다. 그러나 “왜냐고 묻지는 말아”야 한다. 날이 밝으면, 그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말끔한 얼굴로 위장하고 일터로 다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장기라도 팔아야겠다며 생존을 절망하는 아내(「생활의 배반」) 앞에서, “애인 따위는” 없다는 듯 詩의 체취를 지워야 하기 때문이다(「시인 죽이기」). 하여 그는 신음하듯 묻는다. “여보, 우리가 살고는 있는 거요”(「아내의 잠」). 2부와 3부는 타자에 대한 ‘사랑(연민)’에 바탕을 둔 시들을 모았다. “해 지는 서쪽도 해 뜨는 동쪽도 궁금하지 않”은 시점(「야근」), 이제 그는 지금, 여기 “냉온이 반복되는 삶의 순간들”에서 “참 아름다운 창문 하나” “세상과 나 사이에” 열어두고(「차창」) 자신에 대한 성찰과 타자에 대한 사랑으로 “두 겹의 자화상”(유성호)을 직조해내고 있다. 자신의 삶과 타자의 삶을 유추하고 등가화하는 시인의 사랑은 그의 시의 중요한 속성이다. TV에서 보는 난민촌의 실상을 보다 슬쩍 밥상을 밀어내고(「밥상을 밀다」), 술 취해 드러누운 아버지의 서러운 등을 추억하고(「아버지의 등」), 산골 민박집의 백구 한 마리에 대해 연민한다든가(「백구」), “이제 갓 피어난 작은 꽃망울들에게/사람의 말로 되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화답(和答)」)한다든가, 노동판의 목수들의 생리를 엿본다든가(「목수를 엿듣다」) 함으로써 타자에 대한 관심의 확산을 끊임없이 기도하고 실현하고 있다. 1부에서 보여주는 자기 삶에 대한 환멸과 비애는 타자에 대한 연민으로 확장되고, 이는 다시 삶에 대한 애정으로 변모한다. “시궁창 같은 도시 위장 속으로/불끈 해가 솟”을 때, “살고 싶다 살고 싶다 살고 싶다”(「지하의 아침」)는 소리를 듣는 시인의 궁극적 긍정이 ‘개 같은 신념’의 위악을 넘어 아스라하게 공존하고 있는 이 시집은 근대성의 파산이 가져온 결여 형식을 비판하면서 그 비판의 칼날을 자신의 내면을 향해 겨누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수 있다. 그것은 해설을 쓴 평론가 유성호의 말대로 자학이나 엄살이라기보다는, 우리 안의 헛된 관념의 표지들을 해체하고 새로운 꿈의 형식을 구축하려는 암중모색의 과정이라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