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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학 기획시인선

목차

1부

여행하는 떡갈나무
사물들
유자차 한 잔
목요일 아침
실종
착시
동그라미
외출
야외
어떤 말이 공기에 스미면
지팡이와 당나귀
이쑤시개 식후경
12월의 노래
마침표를 조문하다

2부

내가 가꾸는 꽃
돼지 국가의 창설
보성에서
각방
사랑니를 뽑으며
언니의 이혼
매형
노을
화분
방에 대한 기억
붕어
꿈속의 국경
벌이 쏘다
사랑의 습관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랑

3부

우크라이나를 위한 기도
유령의 시대
말과 칼
꽈리 생각
초록은 성업 중
빈집
인왕산 아래
장마철에 쓰는 편지
부처님 오신 날
춘몽
아침의 소란
고아
전단지
버스를 기다리며
그렇게나 많은 눈
어머니와 틀니
외팔이의 시

4부

병아리 상자의 비약 같은
무슨 할 말이 있는 것처럼
신부대기실에서
고작이라는 말
옥희 씨의 겨울
한 판 잘 놀았습니다
한밤의 사골四骨
김애조는 누군가
해남의 경야經夜
닭장 속에 노동이
풀들이 마를 때

저자 소개 1

鄭喆熏

1959년 광주 출생이다. 시인·소설가·전기 작가이자 언론인으로, 『국민일보』 논설위원·문화부장·문학전문기자를 역임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러시아 외무성 외교아카데미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10월 혁명 시기 극동 러시아에서의 한민족 해방 운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역사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이다. 1997년 『창작과비평』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뻬쩨르부르그로 가는 마지막 열차』, 『만주만리』, 장편소설 『인간의 악보』, 『카인의 정원』, 『소설 김알렉산드라』, 평전 『김알렉산드라 평전』, 『내가 만난 손창섭』,
1959년 광주 출생이다. 시인·소설가·전기 작가이자 언론인으로, 『국민일보』 논설위원·문화부장·문학전문기자를 역임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러시아 외무성 외교아카데미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10월 혁명 시기 극동 러시아에서의 한민족 해방 운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역사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이다.

1997년 『창작과비평』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뻬쩨르부르그로 가는 마지막 열차』, 『만주만리』, 장편소설 『인간의 악보』, 『카인의 정원』, 『소설 김알렉산드라』, 평전 『김알렉산드라 평전』, 『내가 만난 손창섭』, 『오빠 이상, 누이 옥희』, 『백석을 찾아서』 등 다수의 작품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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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25쪽 | 182g | 127*205*20mm
ISBN13
9791192079325

책 속으로

추석 지나자 대기가 감미로워졌다
늘 마시는 공기지만 코끝에 맴도는 대기에서
감미로운 고독이 느껴졌다

올 추석은 누이도 매제도 오지 않았다
대면하지 않는 격리감도 제법 맛이 드는지
고독하다는 느낌도 느낌뿐

가을 개인전을 마친 딸로부터
두 고모, 세 고모네 집을 차례로 돌며
작품을 하나씩 전달하고 있다는 문자가 왔다

“가족들 품에 있으면 좋을 것 같아 고모네로 보냈어요”
그 말이 공기에 섞여든 모양이다

딸이 보낸 문자를 가슴에 품고
내가 누군지 알고 싶어 중랑 천변을 걸었다

새들이 정교한 설치물처럼 다리를 접고 서 있었다
접는 기술을 보여주는 새를 구경하고
밤늦게 귀가해 우엉차를 끓이는데 갑자기
내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았다
---「어떤 말이 공기에 스미면」중에서

조문을 가야 하는데
배를 깔고 엎드려 책장을
뒤적거리며 뭉그적거리고 있다

벌써 세 번째 읽는 책
첫 번째, 두 번째 읽을 때 그은
밑줄 친 문장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책은 그 책이고
조문을 가야 하는데
망설이고 있다

그새 내 입장이 바뀐 게다
인식이 변했다는 증거로서의 입장 총서
죽은 자만이 유일하게 입장이 없다

하나의 총서를 완성하고 찍혀있는
마침표 앞에서 뭉그적거리는
내 입장이 모호하다
모호한 대로
일단 여기까지

마침표를 남겨둔 채
조문을 가기 위해 책을 덮었다
---「마침표를 조문하다」중에서

하루가 다르게
살아있다는 게 느껴진다
오늘 생긴 무덤과
오늘 태어난 갓난아이의 울음과 함께

세상은 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내게 남은 건 무엇일까

몇 가지 질문에서
나는 살아있다

오늘은 어제와 다르고
이마에 깊은 주름이 있는 이대로
유자차 한 잔, 하고 싶다
---「유자차 한 잔」중에서

비가 긋고 가는 여름밤입니다
착착 달라붙는 빗소리에 몸을 뒤척거립니다
빗소리는 정수리에 떨어져
어깨 부근으로 흘러내립니다
어깨가 너무 딱딱하게 굳어 석회를 뽑아냈다는
당신의 말이 떠오르는군요
그 석회를 모아 마음에 회칠했으면 좋겠다고
내가 말하자 당신은 웃으면서 울었지요
당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남의 일처럼 울고
남의 일처럼 웃던 당신
세상을 바꿀 힘이 없는 사람에게는
울음과 웃음이라도 있어야 하겠지요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
당신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내 눈동자가 보인다는 말
그건 당신이 내 잠 속에 들어와
내 죽음을 먼저 보았기 때문이죠
지금은 당신의 눈 속으로 내가
가만히 잠기어 가는 여름밤입니다

---「장마철에 쓰는 편지」중에서

출판사 리뷰

■ 시인의 말

몸을 접는 기술을 오래전 『난쏘공』에서 읽고 생판 남의 일로만 생각해오다가 이 시편들이 넉 달 만에 몰아 터져 나오면서 내 몸도 저절로 접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언어를 접는다는 것. 욕망을 접는다는 것. 슬픔도, 삶도 접을 수 있다는 사실 앞에서 내가 나를 처음으로 시인이라고 수긍하는 게 있었다.
2022년 팔월
정철훈

추천평

정신의 보석을 빚으시는 정철훈 시인의 전작시집 『어떤 말이 공기에 스미면』 출간을 축하하면서 오늘의 기쁨을 전합니다. 이후에 만나서 나눌 말과 문장이 부풀어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천천히 조금씩 이것을 나눌 것입니다. 천천히 날아가는 새는 바라보는 풍경이 다양하고 풍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내 건필을 빕니다. 안녕히. 2022년 5월 25일 아침 - 김남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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