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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저녁 문장
달개비 꽃 마지막 풍경 1 삽사리 여남 바다 1 얼음 소녀 변이變異 몸을 베끼다 망천리望泉里 여남 바다 2 시월 통양포 저녁 문장 병동에서 목련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메니에르 증후군 제2부 하송리 거미 하송리 거미 사월沙月 난청難聽 귀소歸巢 아무도 햇살 바다를 향해 문을 열지 않는다 형광 장미1 문門 불꽃 으아리 입춘立春 소환 제비산길 목은牧隱 편지 옹이 형광 장미2 추령楸嶺 제3부 마지막 풍경 공습 소망원 가는 길 여수 삼월 대흥동 김필순 시인 교행交行 제노사이드 마지막 풍경 2 그녀의 눈 뇌록磊綠 유강 그리고 청진 착시錯視 김복례 제4부 준서네 기차 버킷 리스트 섬 빈방 센 둥지 준서네 기차 강변 역 녹 감별鑑別 서동요薯童窯 결별 창窓 오미크론 손 요셉 선생님 사마귀 봄 형산 |
金萬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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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볼 뼈가 피워 올린
봉숭아 꽃밭이 뭉개졌다 서낭에 바람 들이치고 노을 멍들던 날 떼 화살이 날아와 아득히 날리어 와 그녀의 몸에 박혔다 개털 같은 씨앗들이 몸에 쌓이고 쌓여 은하를 건너 초승달이 된 소녀 기억 속에 피어나는 꽃 그날 아침 군도群島의 참호에서 끌려 나와 주저앉은 광대뼈 주억거리며 두 팔 들어 어머니를 만세를 부르던 아픈 꽃 파랑 꽃 달개비 꽃 ---「달개비 꽃」중에서 문을 조금 열어 두거라 돌아와야 할 발자국들 많이 있는 거다 그림자 감추며 가만히 다가오는 그들을 위해 빈 들판은 가득 자기를 비우며 바람을 모으지 않느냐 꼿꼿이 몸 세우고 내려오는 별빛들 드센 들바람 견디며 반짝이지 않느냐 기울어진 문을 조금 열어 두거라 아무도 보이지 않고 가을보리 싹 기척이 없고 들머리 안개 더미 갈수록 자오록하다 해도 해토머리 쓸쓸한 그림자 안고 끝끝내 그들은 돌아올 것이므로 ---「망천리望泉里」중에서 아픈 나무에서 아픈 나무들 본다 긴 수평 회랑이 잠들어 있다 그 적멸의 시간을 쓸어안고 가는 사람들 한 때 봄을 끌어들여 반짝이는 봄 나무였던 기억과 풍찬노숙 시린 한 생의 서사들을 품고 낡은 가지에 걸려 있다 자꾸 붉어지는 서창西窓 나무였다는 기록들 바람의 무늬가 판각된 이파리들이 붉은 노을 속으로 아득히 날리어 간다 잊혀지지 않기 위해 다시 일어서서 가만히 열리기 위해 툭툭 무릎을 치며 링그 지지대를 밀고 있다 지독한 결박을 베어내지 못하는 저녁이 하얗게 마르는데 푸른 불을 돌리며 정수리가 찍힌 자작나무 떼와 꺾인 오리나무 숲을 싣고 앰뷸런스가 또 와 닿는 걸 멀줌히 내려다본다 ---「병동에서」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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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
하얀 마스크를 쓴 나무 아픈 나무들 즐비하다 나도 여러 번 찔리고 몇 번을 갇혔다 길은 보이질 않고 아픈 나무에서 아픈 나무들 본다 길을 끊어버린 푸른 벼랑 위 메테오라 수도원 늙은 수사修士의 저녁기도 소리 내려오는 서쪽으로 소리를 잃어버린 귀를 세운다 가만히 고요하다 2022년 가을 시향채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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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한국 시단은 자신이 사는 지역을 지키는 시인들이 도드라져 빛나기에 풍성하다. 서울 중심이 아니라 지역에 뿌리를 내린 시인들이 우리 시단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김만수 시인은 포항에서 태어나 포항을 지키는 시인이다. 그의 시는 포항 시단의 깊이를 만드는 동시에 한국 시단의 경계를 넓히고 있다. 『아픈 나무에서 아픈 나무들 본다』는, 시력 36년의 중진 시인이 열 번째 내는 시집에 우리가 애정을 가지고 읽어야 할 이유가 있다. 혼자 가는 빠른 길이 아닌, 지역과 더불어 함께 걸어왔고 멀리 걸어갈 미래가 편편이 박혀 빛난다. - 정일근 (시인, 경남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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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의 중심을 관통하고 있는 정서는 쓸쓸함이다. 숭고한 것들을 추구하던 날들이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일으켜 세우고자” 몸부림쳤던 날들이 있었다. 시인의 삶에도 가을이 와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가면서 조금은 편안해진다. 너그러워진다. 그래도 시인은 여전히 쓸쓸하다. 천박한 자본주의 속으로 세상은 깊이깊이 가라앉고 “어디로도 푸른/ 바다로 가는 길이/ 보이지 않는데” 사람들은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닌 것’을 노래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인은 여전히 사라져서는 안 될 것들의 뒷모습을 안타까이 바라본다. “아픈 나무에서 아픈 나무를 본다.” 아픈 것들을,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노래하는 시인은 시인의 소명의식을 끝내 버리지 않은 것이다. “홀로 부의봉투를 쓰듯” 시를 쓰면서 시인은 쓸쓸할 수밖에 없다. 시인은 아직, 아직도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아무것이 되어 돌아올 날을 아직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보이지 않고/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쓸쓸한 그리움 안고/ 끝끝내 그들은/ 돌아올 것”을 아직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 복효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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