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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어린 봄 밑줄 바닥 그냥 있었다 밤의 자리 며칠을 그냥 보냈다 울음의 능력 마음과 마음 사이에 벽이 있다 옛집의 그늘 처음으로 헤아려 보다 몽돌해변에서 연두에서 초록까지 새벽이 될 때까지 마음의 우기 포옹 2부 마지막 첫눈 자작나무 바다가 좋은 이유 늦은 발견 두 갈래 길 매달린다는 것 기차는 기적소리를 내지 않는다 나무는 숲의 일원 가시 생각에도 뼈가 있다 오늘 같은 날 유일한 질문 힘에 대하여 시나무 자기만의 방 3부 풍경風磬 소리 일등목 바람개비 끝구절의 힘 이슬에 대한 기억 그늘막 비 오는 날 이중주 먼지꽃 시를 낚는 어부 가을 우체국 추월산 자연인 4부 거울의 세계 고마운 일 이런 날 이슬비가 온다 그의 유일한 꿈 귀향 피어라 웃음! 시끄러운 위안 물끄러미 그 말을 들었다 아버지의 유언 내가 만일 투신 급훈 플런지 Plunge 후기後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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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루 시에
마음을 심었네 살펴보니 내 시벽詩癖을 알아버린 나무였네 그 나무 시마詩魔에 시달려 비탈처럼 서 있었네 동심이며 천심인 시심에 여러 사람이 지나갔던 것인데 나무는 자라 시 자리 옮겨주네 시의 자리는 임자가 없어 내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을 쓸 때 나뭇잎은 우듬지에 새소리를 올려놓네 시나무는 참으로 많은 눈을 가졌네 내가 나를 발견하게 하네 세상이 숨긴 그림자를 쓰게 하네 ---「시나무」중에서 바닥이란 엎드려 헌신하는 존재 같다 넘어지는 누구라도 받아주는 땅바닥 땅바닥에 발바닥을 대고 일어서봐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손바닥 맞잡고 기도할 때 어느 땐 울음의 바닥이 보일 때가 있겠지 또 어느 땐 길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싶을 때도 있을 거야 그래도 바닥은 치지 말아야지 길바닥에서 바닥을 치지 않으려고 나는 발바닥에 지그시 힘을 준다 ---「바닥」중에서 오늘은 사람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생각은 기억을 불러냈습니다 어떤 기억은 썩지도 않아 남은 기억을 어둠처럼 걸치고 긴 길을 걸었습니다 취했다 깬 아침처럼 다소간 속이 쓰렸습니다 나는 그만 좋지 않은 세상이 내 세상인 듯 본문을 부록처럼 내려놓았습니다 내가 쓴 후기는 여기까지입니다 한 사람이 후기 밖으로 걸어 나갔습니다 ---「후기後記」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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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
정처를 잃었을 때 시는 나에게 길이 되어 주었다 늦은 길을 다시 걸으며 묻는 것을 그만두지 않는다면 내일은 웃는 대답 쓰게 할 것을 믿는다 시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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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주변에서 서성이는 존재자들에 대한 연민을 보여주면서 우리 시대의 중심에 대한 시인 나름의 대항 논리를 펼쳐간다. 소외된 이들의 가치를 옹호하는 인식과 표현을 통해 시간의 속도 때문에 잊혔던 삶의 본령이나 의미를 일깨워주는 것이다. 그가 들려주는 덕목들 예컨대 사물이 품고 있는 고유한 의미에 대한 관조, 그것을 자신의 자세에 비유하는 염결성, 현재적 삶과 과거 기억을 결속하면서 끌어올리는 사랑의 형상 등은 그의 시가 이루어가는 물줄기인 셈이다. 이처럼 우리는 고전적 상상력에서 길어 올리는 새로운 외경의 ‘밑줄’을 따라가면서 시인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새로운 전율의 ‘소리’를 미덥게 경청하게 된다. - 유성호 (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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