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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고독한 농부의 편지
흙 묻은 손, 마음 묻은 글
이동호
책이라는신화 2025.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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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에세이 top20 9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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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여는 글
: 당신이 따뜻해지면 좋겠습니다-이무열 4

프롤로그
: 오늘도 편지를 띄웁니다 5

1부 봄에는 시인이 되세요

봄의 시학 18/ 고상한 농부의 논제 21/ 촌에 사는 보너스 26/ 그대 그리워 부푼 진달래 31/ 도무지 둥그레지지 않는 마음 35/ 고사리 레퍼토리 39/ 청명효과 42/ 게으름에 기대어 사는 일 45/ 늙지 않고 익는다 50/ 별게 다 부럽네 54/ 버선발을 전해주는 의무 59/ 부디 적당하기를 64/ 부처님 절 받으세요 68/ 노지에서 여무는 농부 71

2부 여름비를 사랑하는 농부

내 입에 딱 맞는 떡 76/ 헤어리베치 79/ 건달농부와 편한 백성 84/ 좋은 것을 나누어 쓰는 일 89/ 마늘 먹는 개 92/ 걱정을 당겨서 하지 말자 96/ 옥수수가 별처럼 쏟아지는 행복 101/ 월동보다 더 어려운 월하 105/ 코스모스에게 물어보세요 109/ 여름의 정점에서 가을을 꿈꾸다 113/ 어정칠월 동동팔월 118/ 자기만의 계절 123/ 칡꽃이 피는 여름 128/ 처서비가 내려주는 맛 131/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작은 죽음 135/ 사람이 풀을 이길 수 없다 139

3부 가을은 여름이 타다 남은 계절

전통을 세우는 사람 146/ 함초롬합디다 152/ 여름이 타다 남은 계절 156/ 상사화가 피었다고 161/ 운명론자인가 꼰대인가 165/ 농부의 보따리 170/ 낯이 난다 175/ 농부의 노란색 180/ 다디단 한로 185/ 조경노동자와 철학자 190/ 고구마가 아플까봐 194/ 무와 배추가 자라는 시간, 상강 197/ 물드는 나이 201/ 당신의 11월, 나의 11월 206/ 컸다는 말과 익었다는 말 210/ 댑싸리를 아세요? 214/ 멀금멀금하다 217/ 당신이나 드세요 221

4부 겨울의 몫

주는 사람이 눈치 볼 필요 없다 226/ 인생의 대차대조표 229/ 새벽에는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232/ 메주 같은 메주를 만드는 이론 236/ 냉이 240/ 패자부활전에 임하는 자세 243/ 주다 249/ 육섣달 오동지 253/ 벌쟁이의 업무 일지 257/ 설맞이는 봄맞이 263/ 햇빛의 무게 268/ 밥값 했네요 271/ 한껏 봄을 기다리는 마음 276/ 투털이의 희망사항 280/ 말날에 해야 하는 일 284/ 들이 재잘거리는 소리 289

에필로그
: 서리가 내리려나봅니다 294

저자 소개 1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서울대 농대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아 아이들의 선생님으로 살다가, 농사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으로 인해 아버지가 계신 고향으로 귀농하였다. 농부로 산다는 것은 땅을 밟고 서 있는 고독한 철학자가 되는 길이었다. 뿌린 만큼 거두지 못하는 일이어도 그는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삶을 살고 있다.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몸을 누이고, 때로는 비를 기다리는 그는 하느님 눈치를 보며 벌을 키우고 논밭을 일군다.. 도무지 둥그레지지 않는 마음도 어느새 익어간다. 해가 지고 밤이 되면, 씨를 뿌리고 열매 맺는 농부의 정겨운 사계절을 담아 소식을 띄운다. 이를 모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서울대 농대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아 아이들의 선생님으로 살다가, 농사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으로 인해 아버지가 계신 고향으로 귀농하였다. 농부로 산다는 것은 땅을 밟고 서 있는 고독한 철학자가 되는 길이었다. 뿌린 만큼 거두지 못하는 일이어도 그는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삶을 살고 있다.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몸을 누이고, 때로는 비를 기다리는 그는 하느님 눈치를 보며 벌을 키우고 논밭을 일군다.. 도무지 둥그레지지 않는 마음도 어느새 익어간다. 해가 지고 밤이 되면, 씨를 뿌리고 열매 맺는 농부의 정겨운 사계절을 담아 소식을 띄운다. 이를 모아 『어느 고독한 농부의 편지』를 썼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3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396g | 140*210*20mm
ISBN13
9791199025639

책 속으로

이번 생 마지막 문제풀이라 여기고 시작할까 합니다. 논도 밭처럼 풀을 이용해 풀을 억제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풀과 벼가 공생하는 방법이라도 찾아내는 문제풀이 말입니다. 그래서 다시 생명력이 충만한 논을 만들 수 있다면 지금껏 남들에게서 받았던 공덕을 조금이나마 되갚을 수 있으리라는 자세로 출발하려 합니다.

어느 누구의 삶이든 순풍에 돛 단 듯 살아갈 수 없고, 몸과 마음에 새겨진 상처 하나하나가 훈장으로 탈바꿈하는 시간이 옵니다. 나 혼자만 생각하면 인생이란 자칫 떨어져 내리는 꽃잎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남을 위한 시간이라 생각하면 꾀죄죄해 보이던 내 지난날도 적당히 치유되고 새살이 돋을 수 있습니다. 꽃 아닌 나무가 되어 다른 꽃들을 키워내야 하는 시간이라 여기고 마음을 넉넉하게 가지면 될 듯합니다. 봄이 무르익어갑니다. 사람도 나이 따라 익어가야지요. 익어가는 모습은 어떻든 아름답습니다.
--- 「1부 | 봄에는 시인이 되세요」 중에서

비가 많아도 걱정, 적어도 걱정이지요. 그런데 지금까지 살다보니 이렇게든 저렇게든 살기는 살아집디다. 고생이 따라오긴 해도 살아는집디다. 걱정을 당겨서 하지는 말아야지요. 걱정해도 별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방법도 없거든요. 자연계의 순환 원리에 기대를 걸어야지요.

세상일이란 게 모두에게 다 좋을 수만은 없나봅니다. 처서비를 맞으며 다시 일어나는 생각입니다. 비가 오든 오지 않든 가을은 다가오고 내일 새벽이면 농부들은 또다시 논으로 향할 겁니다. 벼 이삭이 품어내는 들큼한 향을 맡으며 하루를 시작하겠지요. 누가 벼에서 풍기는 향이 없다고 하나요. 이삭 패는 논길로 나가 잠시만 두 눈을 감고 서 있으면 바로 알 겁니다. 바로 이 내음이란 걸요.
--- 「2부 | 여름비를 사랑하는 농부」 중에서

시골 산다는 게 경제적으로 쪼들리면서도 한쪽으로는 아주 풍성한 생활이 되더란 말입니다. 가난하면서도 풍성하다는 말은 분명 어폐가 있지만 실제로 그런 생활이 유지되더라고요. 댑싸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빗자루를 열서너 개 매었습니다. 다섯 개는 얼른 감추었고 일고여덟 개는 밖에 내어둡니다. 지나가다 마을 할배나 할멈이 보면, 그거 나도 달라고 떼를 쓸 테니 미리 감추어 두어야 제 것이 됩니다. 특히나 할멈들의 위세가 두려우니 조심해야 합니다.

활시위를 힘껏 잡아당겨 활이 둥그런 모습으로 변하는 모습을 만궁이라 하지요. 저는 무가 만궁이 되기를 기다립니다. 그때 무의 참맛이 나옵니다. 자기가 하는 일이 시위를 한껏 잡아당길 때 활처럼 서서히 둥그런 모습으로 변하는 긴장감과 짜릿함이 온몸을 전율시키던 그런 기억들이 있을 겁니다. 그런 세상이 무를 기를 때도 있습디다
--- 「3부 | 가을은 여름이 타다 남은 계절」 중에서

세상이라는 것도 그렇지요. 맨날 찌그럭거리고 우왕좌왕 뒤죽박죽인 듯 영원히 이럴 것 같지만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바뀝니다. 시간이 역사를 움직이는 바퀴라고 말하지만 가끔은 시간이 너무 느리게 흘러 진흙탕 속에만 처박혀 있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때로 지금처럼 눈에 보이게 구르기도 합니다.

봄이 오는 모습은 늘 그렇습니다. 젊은 애들 말대로 밀고 당깁니다. 날씨가 왜 이래, 라고 말하면 투덜이고 원래 이렇다고 알면 현자입니다. 어디 날씨만 그런가요? 사람살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늘 왔다 갔다 하는 거고 원래 이런 거라 여기면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해집디다. 오직 ‘나’라는 우물에 갇혀 있으면 내가 제일 불행하고, 내가 제일 슬프고, 내가 제일 고생스럽지요. 우물 밖으로 나오면 다른 사람들도 보이고 왜 이런가도 보입니다.

--- 「4부 | 겨울의 몫」 중에서

출판사 리뷰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삶이야말로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농부의 다정한 지혜서.

삶은 언제나 돌고 돈다. 계절도 마찬가지다. 농부들은 전년도의 겨울의 기후를 통해 올여름의 기후를 미루어 짐작한다. 봄이 되면 씨를 뿌리고, 열매 맺기를 기다리는 농사가 딱 맞춰 기회가 오지 않는 인간의 삶과 닮았음을 알게 된다. 비가 많이 와도 가물어도 가을은 다가오고 새벽이면 농부들은 또다시 논으로 향한다. 도시인에게 자연과 벗 삼는 삶이 주는 행복을 알려주는 농부의 편지.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몸을 누이고, 때로는 비를 기다리는 그는 하느님 눈치를 보며 벌을 키운다. 도무지 둥그레지지 않는 마음도 어느새 익어간다. 해가 지고 밤이 되면 조용히 하루를 돌아본다. 때론 소주 한잔을 마시며 하루 동안의 시간을 굴려본다. 씨를 뿌리고 열매 맺는 농부의 정겨운 사계절을 담아 소식을 띄운다. 당신의 안부를 묻는다. 땅에 뿌리는 두는 그의 편지에서는 사람 냄새가 나고, 흙냄새가 난다.

시대가 변하고 기계나 AI가 사람을 대신하는 세상이다. 그러나 이런 시대에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바로 이런 일이 아닐까. 자신이 아는 지식이나 지혜가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어도 누군가를 위해 남겨두고 싶다는 그 마음 말이다. 가장 좋은 것을 너에게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다. 나보다 더 네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땅에서 배운 지혜를 전해주는 어름의 의무를 다하고 싶은 이동호 저자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그걸로 이미 밥값 했다며 작은 만족을 만끽한다. 얼마나 소박한 철학자인가.

정성을 더하고, 욕심은 덜고, 지혜를 곱하고, 결실을 나누는 일이 바로 농사다. 뿌린 만큼 거두지 못해도 그는 농사를 짓는다. 자연은 경쟁하지 않듯 순리를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삶의 지혜가 담긴 농부의 편지에는 도시인의 결핍을 채워줄 진심이 담겨 있다. 봄에서 겨울로 다시 봄으로 시간이 그의 밭에서 하는 일을 들여다보며 그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저절로 자연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계절에 기대어 사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흙 묻은 손, 마음 담은 글 『어느 고독한 농부의 편지』는 이동호 저자의 소박한 들판에서 피어난 편지다. 다정하고 무던한 삶의 지혜와 잊고 있었던 계절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포근한 위로가 될 것이다. 귀농을 꿈꾸는 이들이나 도시의 삶에 지친 현대인들, 각박한 세상에서 넉넉한 마음이 그리운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추천평

철따라 담백한 수채화 같다. 힘겨움이 어찌 없으리오마는, 편지 속 꽃과 새와 나무를 살피다보면, 양지바른 마당에 가 닿는다. 푸근한 온기는 단어를 거듭 고르는 손길에서 왔겠고, 멀리 넓게 혹은 가까이 깊게 갈마듦은 춤인 듯 일인 듯 문장을 내는 발놀림에서 비롯되었으리라. 말맛과 글향이 이렇듯 그윽하니, 꿀벌처럼 이 책 위에 내려 한나절 놀고지고 웃고지고! - 김탁환 (소설가. 『불멸의 이순신』, 『아름다운 것은 지키는 것이다』, 『참 좋았더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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