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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 ‘한국의 미학과 미의식’ 시리즈를 마치며
서장 ‘평온’이란 무엇인가 1장 고대 불교 조각의 평온미 반가사유상 | 세속적 집착에서 벗어난 법열의 미소 석굴암 본존불 | 집착과 망상이 사라진 현존의 상태 마애불 | 화강암에 새겨 넣은 열반의 미소 창령사 오백나한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성자의 모습 2장 고려 불화의 평온미 수월관음도 | 속세의 고통을 치유하는 광명의 빛 지장보살도 | 중생을 교화하는 진공묘유의 화엄 세계 아미타불도 |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광명의 파동 비로자나불과 오백나한도 | 부분이 전체가 되는 프랙털 우주 3장 조선 문인화의 평온미 관수도 | 흐르는 물과 하나 된 무심의 경지 탁족도 | 더위와 마음을 동시에 씻겨주는 피서법 조어도 | 마음을 비우는 기다림의 미학 관월도 | 보름달을 보며 배우는 인생의 지혜 여가도 | 자기의 본성을 찾아가는 소중한 시간 오수도 | 한낮에 즐기는 절반의 삼매 도석인물화 | 깊은 삼매로서 도달한 열반의 경지 4장 현대미술로 구현된 평온미 박수근 | 마애불처럼 새겨 넣은 평온한 서민들의 일상 최종태 | 성모상으로 환생한 반가사유상 김수자 | 이원적 대립과 갈등을 치유하는 바느질의 미학 맺음말 | 진흙탕에 뿌리내리고 핀 연꽃처럼 참고 문헌 |
閒啞 崔光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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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평범한 막사발이 일본에서 국보가 된 것은 작품이 굉장해서가 아니라 바로 미학 때문이다. 미학은 평범하고 하찮은 것을 귀한 것으로 만들 수 있고,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을 추하고 유치한 것으로 만들 수도 있다. 예술은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기에 결국 미학의 싸움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대학에서 아무런 비판 없이 서양 미학이나 중국 미학을 배운다. 그러다 보면 그것이 절대 적인 미의 기준으로 자리 잡게 되어 알게 모르게 그러한 기준에 부합하는 양식을 만들게 된다. 이러한 현실에서 자생적이고 독창적인 문화 예술을 꽃피우는 것은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나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 ---「여는 글」중에서 인간의 감정은 전염력이 강해서 슬픈 사람 옆에 가면 같이 슬퍼지고, 즐거운 사람 옆에 가면 같이 즐거워진다. 이 석불 앞에 서면 누구라도 불안과 분노가 사라지고 집착이 무장 해제되어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이완될 것만 같다. 이것이야말로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는 종교적 성인이 품어내는 아우라가 아닐까? 이 석불을 만든 사람은 성인의 평온한 마음을 단단한 화강암에 영원히 붙잡아 놓았다. 이러한 표정이 어려운 것은 단순히 기교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그러한 마음을 몸소 체험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화강암에 새겨 넣은 열반의 미소」중에서 불교 경전인 『화엄경』에는 “하나가 곧 전체이고, 전체가 곧 하나다(一中一切多中一)”라는 말이 나온다. 이는 전체 속에 부분이 있지만, 부분 속에도 전체가 들어 있다는 뜻이다. 이는 우주 안에 내가 있고, 동시에 내 안에 우주가 있다는 동양사상과 상통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엄 세계란 전체가 조화를 이룬 가운데 개체들이 자기 역할을 하며 평등하게 상호작용하는 것이다. 고려 불화는 그러한 우주의 화엄 세계를 형상화하기 위해 거시적인 현상계와 미시적인 본질계를 동시에 포착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물질과 정신, 현상과 이데아, 구상과 추상이라는 이분법적 분별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속세의 고통을 치유하는 광명의 빛」중에서 오늘날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고 남과의 경쟁에 지친 현대사회에서는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 게다가 돈이 목적이 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여가가 경제적 가치를 지니게 되면서, 여가마저 경제 활동으로 변질되고 있다. 진정한 여가는 남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철저하게 자기를 위한 시간이고, 자기 본성을 찾아가는 시간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조선시대 사람들은 여가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활용했을까? ---「자기의 본성을 찾아가는 소중한 시간」중에서 신윤복의 〈연당의 여인〉에서 느껴지는 매력 역시 그러한 것이다. 문득 무언가를 느끼는 이 찰나의 순간만큼은 그녀의 직업도, 일도, 이름도, 외모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진정한 휴식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우리는 때로 아무런 분별과 판단 없이 그냥 존재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분별이 없기에 모두가 하나로 조화되고, 그때 생기는 텅 빈 충만감이 바로 ‘평온의 미학’이고 ‘현존의 아름다움’이다. ---「자기의 본성을 찾아가는 소중한 시간」중에서 이처럼 바로크풍의 작품은 연극적인 효과를 통해 극적인 감정을 표현했다면, 최종태의 예수상은 모든 고통을 이겨낸 평화로운 얼굴이며, 마치 열반에 이른 부처를 보듯이 평온하기만 하다. 이것은 그가 추구하는 작품의 주제가 특정 종교의 이념이 아니라 희로애락의 세속적 감정이 가라앉은 이후에 드러나는 인간의 평온한 본성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성상은 특정 종교의 성인을 떠올리기 이전에 순수한 영혼과 따스한 인간미가 느껴진다. 이처럼 최종태의 예술세계는 물질화되기 어려운 인간의 본성과 영혼의 세계를 동경하고 체험하여 그것을 조각으로 형상화하는 것이다. 그의 예술가로서의 여정은 순수한 인간 본성에서 창조적 신성을 발견하고, 거기에서 우러나오는 궁극의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었다. 그럼으로써 그는 진선미(眞善美) 가 ‘삼위일체’로 융합된 예술을 꿈꾸었다. ---「성모상으로 환생한 반가사유상」중에서 |
고대 불상, 고려불화, 조선 문인화, 현대미술에 살아 숨 쉬는 한국의 평온미
이 책은 고대 불교 조각에서부터 고려 불화, 조선 문인화, 그리고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한국인들이 미술작품으로 구현한 평온의 미의식을 조명한다. 특히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다른 나라의 작품들과 비교를 통해 한국의 평온미가 갖는 고유한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저자는 중국이나 일본 같은 주변 국가들도 종교예술이 성행했지만, 불교의 이상이라고 할 수 있는 평온의 경지를 조형적으로 한국만큼 잘 표현한 나라는 없다고 주장한다. 1장에서는 반가사유상이나 석굴암 본존불, 마애석불, 오백나한상 등의 작품들을 살펴보고 이를 불교문화를 공유한 다른 나라의 조각품과 비교하여 고대 불교 조각을 통해 한국인들이 평온의 미의식을 어떻게 조형화했는지를 살펴봤다. 2장에서는 불교를 국가 이념으로 채택한 고려시대의 불교 회화의 평온미를 살폈다. 서양에도 비슷한 중세시기에 종교미술이 성행했지만, 주로 종교적인 내용을 경직된 상징적 도상에 의존하여 표현하는 데 그쳤다. 고려 불화 역시 도상이 있지만, 특유의 유려한 선과 신비한 색채로 불교가 추구하는 심오한 정신세계를 회화적으로 표현한 점에 주목하여 그 예술적 가치를 부각하였다. 3장에서는 유교가 지배 이념이 된 조선시대의 문인화를 다룬다. 문인화는 외부 세계를 다루면서도 사실적인 묘사 대신 대상과 공명하여 얻은 기운을 생동감 있게 표현함으로써 정신적 평온함을 성취할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소개한 관수도나 관월도, 탁족도, 조어도, 여가도, 오수도 등은 모두 평범한 일상에서 정신적 평온함을 구현한 작품들이다. 4장에서는 오늘날 현대미술에서 평온의 미의식이 어떻게 계승되고 있는지를 장르별로 살펴보았다. 회화에서는 서민들의 선한 본성을 캔버스에 마애불처럼 새겨 놓은 박수근을, 조각에서는 고대에 제작된 불교의 반가사유상을 모범 삼아 평온한 성모상을 제작한 최종태의 작품을 소개했다. 그리고 동시대 미술의 사례로는 보따리 작가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김수자의 작품을 다루었다. 최광진의 '한국의 미학과 미의식' 시리즈 완간! (총 5권) 이 책은 저자가 15년 동안 집필한 ‘한국의 미학과 미의식’ 시리즈의 마지막 권이다. 한국의 미학 1권 미의식 시리즈 4권을 통해 저자는 오늘날 한국 사회가 지닌 우울한 불행감의 본질적 원인이 경제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정체성의 상실과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미의식의 부재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신명’, ‘해학’, ‘소박’, ‘평온’이라는 한국의 4대 미의식을 회복한다면 오늘날의 문화식민지에서 벗어나 문화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신명은 삶의 역경을 극복하는 흥겨운 미의식이라면, 해학은 부조리한 현실을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낙천적인 미의식이다. 그리고 소박은 인간 중심주의 문화를 치유할 수 있는 자연 친화적인 미의식이라면, 평온은 세속적 풍파에 휩쓸리지 않고 고요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명상적인 미의식이다. 이 시리즈가 나오는 동안 케이팝에서 시작한 한류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미학적 바탕이 없는 한류는 모래성 같은 것이며, 그 한류의 완성은 다름 아닌 한국의 미학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의 문화와 예술을 이해하고 창조하려면 한국의 미학이 필요하고, 오늘날 혼탁하고 격동적인 삶을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도 한국의 미의식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앞으로의 시대는 물건을 파는 시대가 아니라 문화로 경쟁하고 행복을 파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문화의 시대에 한국의 4대 미의식이 세계인들을 행복하게 할 유용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현대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백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도 잘 알지 못했던 한국미술의 가치를 되짚고, 사라져가는 우리의 미의식을 되살려 진정한 행복을 위한 ‘문화 독립운동’이 일어나기를 제안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