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시인의 말
1 열 아홉개 섬과 암초들을 부르는 시 열아홉 개 섬과 암초들을 부르는 시 겨울 저녁의 시 돌담길 막차 타러 가며 엄마 낡은 배 서리 스크류 1 스크류 2 돌 저녁 별 아래 망아지가 먼 곳 시인학교 돌미나리 연두의 날 봉함엽서 2 사헬란트로프스 차덴시스 사헬란트로프스 차덴시스 당신들은 까마득히 잊고 살지만 순다랜드 천둥 번개 덧쌓인 바윗길에서 미토콘드리아 실라캔스 스트로마톨라이트 3 한탄강 지질공원에서 한탄강 지질공원에서 갈라파고스 육지 거북 석탄 6500만 년 전 빗방울 화석 핀타 거북은 죽고 없다 내가 버린 섬 찰스 다윈의 핀치새 4. 해변의 첼리스트 해변의 첼리스트 가을 여자 연두빛 첼리스트 명기名器 1 명기名器 2 진부령 단풍 벼랑에 전라全裸의 첼리스트 첫봄의 흰새 풍매화 족제비 한 마리 내 집에 아우내 장터에서 풀치 서호西湖를 생각하다 가슴에 뼈에 새긴 반구대암각화 사랑 5. 질경이풀 자라던 길 질경이풀 자라던 길 큰오색딱따구리 까치 그리는 사람 산호 메아리 은어낚시하던 사람 골배마실 성지에서 땅끝마을에서 6 칙술루브, 5번째 지구 대멸종의 날 칙술루브, 5번째 지구 대멸종의 날 데본기 바위 위의 새 대후두공大喉頭孔 부산 가덕도에 살았던 남방계인들 걷는다 중국, 5.4 광장에 핀 제비꽃 편지 지구를 향해 손짓하는 것들 먼 사람에게 탁번 수빈이 반구대암각화 앞에서 반구대암각화여, 위대한 힘이시여 시인의 말 38억년 초기 지질시대부터 외계우주 미래시대의 시 | 이건청 |
이건청의 다른 상품
|
침팬지 마을을 버리고
침팬지 꼬리를 버리고 두 다리로 서기 시작한 유인원 있었다네 두 다리로 서고 나머지 두 다리로 능금나무 가지의 능금을 따던, 지평선 밖을 향해 첫 발을 떼기 시작한 유인원 있었다네 앞발을 들어올려 이마에 대고 지평선 너머로 발길을 옮기기 시작한 유인원 있었다네 700만 년 전쯤 침팬지 숲에서 쫒겨난 이족직립보행二足直立步行. 어지러운 첫발을 떼어놓기 시작한 최초의 유인원 있었다네. 700만 년 저쪽, 우리들의 700만 년 저쪽. * 사헬란트롭프스 차덴시스Sahelanthropustchadensis: 700여만 년 전, 침팬지류로부터 분리되어 나온 것으로 추측되는 최초의 고인류 화석, 작아진 송곳니, 이족직립보행을 한 것으로 추측됨. --- 「사헬란트로프스 차덴시스*」 중에서 돌 속에 화석만 남기고, 육지 척추동물 때의 이빨과 앞다리 뼈와 태아 출산의 흔적만 돌 속에 남기고 멸종된, 멸종되어 있는, 6천5백만 년 전, 다섯 번째 지구 대멸종 때, 멸종된 것으로 된, 3억 6천만 년에서 6천5백만 년의 지구 지질지층에서 발견되는 화석물고기 실라캔스 1938년 남아프리카 연안. 실라캔스 한 마리 그물에 잡혀 올라오니, 6천5백만 년 전 멸종되었다는 것이 살아있는 물고기로 잡히다니 6천5백만 년 전, 화석물고기 모습 그대로 이빨도, 등뼈도 태아분만 흔적도 그대로, 그대로 잡히다니, 어부의 그물 속에서 푸득이다니 6천5백만 년을 물 속에 살았으면서도 물고기로 진화되지 않은 육지 척추동물 그대로였다니, 실라캔스, 네 자존의 의지 앞에서 나, 옷깃 여민다. 무릎 꿇는다. 6천5백만 년 물속에 살면서도 육지 척추동물을 지켰다니 실라캔스, 물고기 한 마리의 자존의지 앞에 무릎 꿇는다. 우러른 밤 하늘 영원을 스쳐가는 유성 하나. --- 「실라캔스」 중에서 그 섬은 500만 년 전쯤 바다 속에서 솟아올랐다 한다. 어쩌다 파도에 밀려 흘러든 바다거북이나 이구아나 바람에 밀려 길 잃은 미조迷鳥들이 발붙이고 살 뿐, 사람 드나들지 않고 외래 식물도 오가지 않아 터 잡은 것들끼리만 아슴아슴 모여 살고 있다고 한다. 세상 없는 것이 된 이곳에서 육지이구아나와 바다이구아나, 육지거북과 바다큰코뿔새와 갈라파고스 펭귄같은 목숨들이 목숨들끼리만 살면서 까마득 긴 시간 흘렀으리. 사람들아, 당신들은 잊고 살지만 그대들 기억 속의 갈라파고스는 안녕하시다. 망망대해 해무海霧에 씻기면서 1000km쯤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 당신들이 버리고 간, 잊고 간 날들이 버려지고 잊혀진 것들이 오순도순 살고 있다. 당신들은 까마득히 잊고 떠나 살지만. --- 「당신들은 까마득히 잊고 살지만」 중에서 누억 년 시간이 쌓여 돌이 되어 있다. 20억 년쯤의 시간 위에 다른 시간이 덧쌓여 퇴적암을 이루고 시간의 퇴적 위에 10억 년쯤의 어느 햇살 밝은 날이 다시 쌓이고 배고파 벼랑 밑에 잠들었을 초식 공룡도 한 마리 화석으로 남았거니 순담계곡에서 드르니 계곡* 쪽으로 3.1km 잔도棧道를 따라 걸으며 지나간 시간이 첩첩이 쌓인 누억 년 바위 벼랑을 돌이켜 바라보느니 켜켜이 쌓인 바윗돌 속 지나간 영겁의 시간이 건네는 연둣빛 안녕 소리를 나는 듣느니 오호라, 오늘은 한탄강 지질공원 드르니 계곡길이나 걸을거나 우뚝우뚝 벼랑을 이룬 누억 년 시간, 드르니 계곡 길을 따라 걸으며 언젠가, 나도 가 묻힐 저 벼랑의 시간 속, 눈짓 인사 나누러 갈까. * 드르니 계곡: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군탄리 소재 한탄강 지질 공원의 일부. 한탄강 3.1km 잔도 길의 한쪽 입구. --- 「한탄강 지질공원에서」 중에서 빛의 속도로 22시간쯤 가면 거기 네가 있을 것이라 한다. 여름 밤 하늘 별들 속 어딘가를 눈 아프게 찾아 헤매다 보면 너를 만날 수 있으리라 한다. 저 별떨기 다 헤쳐지나고 은핫물 굽이굽이 다 흐르고 난 곳 거기 왼쪽 팔걸이처럼 휘어 흐르는 나선은하 어딘가 타박타박 가고 있을 네가 있다고 한다. 빛의 속도로 22시간, 안드로메다 저기, 저쪽 타박타박 혼자 가고 있는, * 어린 나이에 세상 떠난 여자 이름. --- 「수빈이*」 중에서 |
|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상호 연속적 실체로 보고자 할 때, 지나간 과거가 광막한 황무의 시공으로 버려져 있음을 알고 놀라게 된다. 다행히 지구의 표층을 이루는 퇴적 암반 속에는 까마득한 과거의 세상을 증언해 줄, 수많은 화석, 암반 자료들이 잠들어 있다. 지나간 수억 년 전에 생존했던 동식물 화석 자료들이 자신들의 당대를 증언해 주고 있다.
25만 년 지구상에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하고 인간에 의한 역사 기록이 남기 시작한 1만 년 이후를 역사시대라 부른다. 이때를 기점으로 지구의 시간은 지질시대와 역사시대로 나뉜다. 1만 년 이전 지질시대의 지구 역사는 지구의 지질자료 속에 남았으며 38억년 이후 지구가 겪은 화산 폭발, 충돌 등도 지질 암반 자료 속에 고스란히 흔적을 남기고 있다. 특히, 지구의 각종 퇴적암들이 세세한 화석 자료들을 남기고 있다. 나는 지질시대로부터 역사시대까지, 그리고 아직 인간이 밟아보지 못한 미래시대까지를 헤매다니며 만나는 일을 계속해온 셈이다. 이번에 출간되는 시집 『열아홉 개 섬과 암초들을 부르는 시』는 현재의 시대만이 아니라 지나가 버린 과거시대와, 아직도 밟아보지 못한 미래시대를 시적 현실로 수용하면서 만나게 된 시의 말들을 담을 수 있었다. - 저자 「시인의 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