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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바다 서정시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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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목마른 물새가 목마른 물새에게
먼 집
목마른 물새
쓸쓸한 폭풍

해 지는 날, 푸른 벼랑에 앉아
내가 네게로
내가 너를 부를 때
봄 언덕엔 언제나
젖고 있는 들판에게
그대의 문
네가 산이었을 때
연초록 숨결 앞에
목마름에 대하여
흙인 나를 밟아 다오
새야
추억
여문 씨앗을 위한 소네트

제2부 사막여우가 있는 풍경
개펄
연초록 새싹에게
찔레꽃 핀 6월의
날개
산에게
사막여우가 있는 풍경
봉함엽서
돌미나리가 있는 풍경
피리어드
부리
한 숲이 한 숲에게
네가 올 때까지

제3부 잠든 염소를 깨워 몰고
산양
별똥별
아내라는 여자
아침 다탁茶卓
봄날
여름 숲에서
노루귀꽃을 보며
선묘
그 말이 아직 망아지였을 때
심해에서 울리는 종소리
벙어리 강
댕기머리물떼새
잠든 염소를 깨워 몰고
치자꽃
선묘, 선묘
기러기
백발의 날
눈길에서
멸치
정직한 시인

제4부 깊은 우물
하류
깊은 우물
봄산
소금창고에서 날아가는 노고지리
청산 가는 길

움직이는 산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앞에서
무당벌레가 되고 싶은 시인
간이역에서
젊음에게
광막한 바다가
폭설
침묵하는 산
애련愛憐
탁. 탁. 탁.
소금 사막
봄밤의 꿈
말들의 시간
가을 바다
봉선화
사북에서
코뿔소를 찾아서 -추운 사내
저무는 날이 다가와
은어
황야의 이리·2
연꽃 밭에서

서정抒情을 향하다 · 두 개의 유년 체험

저자 소개 1

1942년 경기도 이천군 모가면 신갈리에서 태어나, 1966년 한양대학교 문리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196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목선들의 뱃머리가」 입상하였고, 1968년 11월 [현대문학]에 박목월 시인에 의해 「손금」이 추천, 이후 「구시가의 밤」, 「구약」 등이 추천되었다. 1978년 한양대학교 대학원 문학석사과정을 졸업하고 1986년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0년부터 한양대학교 문과대 전임강사로 부임, 2002년엔 한양대학교 사범대학 학장을 역임하다 2007년 정년퇴임하고 명예교수로 있다. 이후 전업시인으로 시작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1942년 경기도 이천군 모가면 신갈리에서 태어나, 1966년 한양대학교 문리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196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목선들의 뱃머리가」 입상하였고, 1968년 11월 [현대문학]에 박목월 시인에 의해 「손금」이 추천, 이후 「구시가의 밤」, 「구약」 등이 추천되었다. 1978년 한양대학교 대학원 문학석사과정을 졸업하고 1986년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0년부터 한양대학교 문과대 전임강사로 부임, 2002년엔 한양대학교 사범대학 학장을 역임하다 2007년 정년퇴임하고 명예교수로 있다. 이후 전업시인으로 시작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이천군 설성면 청미천 자연풍광 속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다가 6·25 사변으로 그곳을 떠났다. 1960년 고등학교 재학 시절 4·19 혁명에 참여하여 5월 19일 한국시인협회 주최로 열린 〈4·19 희생학생추모 시낭독회〉에서 고등학생 대표로 참석, 추모시 「태양」을 낭독하였다. 이후 [현대시] 동인, 박목월 시인이 창간한 월간시지 [심상] 제작에 참여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다 박목월 시인 작고 후 5년동안 [심상] 일을 그만두고 서울을 떠나 경기도 이천군 마장면에서 생활하였다. 1984년에 한국시인협회 사무국장을, 1989년 한양어문학회 회장, 1998년엔 한국시인협회 상임위원장, 한국시학회 총무이사, 2005년 목월문학포럼 회장 등을 역임했다.

1986년 장시 「눈먼 자를 위하여」로 녹원문학상, 1990년 시집 『하이에나』로 현대문학상, 1996년 『코뿔소를 찾아서』로 한국시협상, 2006년 한국예술발전상(문학부문), 2007년 40년의 시작 활동을 정리하고 전업시인으로서의 새로운 출발 의지를 다지기 위해 간행한 『이건청 문학선집』으로 올해의 예술가상(문학부문)과 목월문학상, 김달진문학상, 고산문학대상, 현대불교문학상, 자랑스런 양정인 상 등을 수상하였다. 한국시인협회 회장 역임하였다.

시집 『이건청 시집』, 『목마른 자는 잠들고』, 『망초꽃 하나』, 『하이에나』, 『코뿔소를 찾아서』, 『석탄 형성에 관한 관찰 기록』, 『푸른 말들에 관한 기억』, 『소금창고에서 날아가는 노고지리』, 『반구대암각화 앞에서』, 『굴참나무 숲에서』, 『곡마단 뒷마당엔 말이 한 마리 있었네』, 기획 시집 『로댕-청동시대를 찾아서』 등이 있고, 시선집 『해지는 날의 짐승에게』, 『움직이는 산』, 『무당벌레가 되고 싶은 시인』, 『이건청 문학선집』(전4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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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00*160*20mm
ISBN13
9791161151465

책 속으로

연둣빛 신록의 날들과
폭설의 날들과
폐선廢船의 날들과…

해 지던 날들의
푸른 벼랑을 위하여
--- 「시인의 말」 중에서

아버지의 등 뒤에 벼랑이 보인다.
아니, 아버지는 안 보이고 벼랑만 보인다.
요즘엔 선연히 보인다.
옛날, 나는 아버지가 산인 줄 알았다.
차령산맥이거나 낭림산맥인 줄 알았다.
장대한 능선들 모두가 아버지인 줄만 알았다.
그때 나는 생각했었다.
푸른 이끼를 스쳐 간
그 산의 물이 흐르고 흘러
바다에 닿는 것이라고,
수평선에 해가 뜨고 하늘도 열리는 것이라고
그때 나는 뒷짐 지고 아버지 뒤를 따라갔었다.
아버지가 아들인 내가 밟아야 할 비탈들을
앞장서 가시면서 당신 몸으로
끌어안아 들이고 있는 걸 몰랐다.
아들의 비탈들을 모두 끌어안은 채,
까마득한 벼랑으로 쫓기고 계신 걸 나는 몰랐었다.

나 이제 늙은 짐승 되어
힘겨운 벼랑에 서서 뒤돌아보니
뒷짐 지고 내 뒤를 따르는
낯익은 얼굴 하나 보인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쫓기고 쫓겨
까마득한 벼랑으로 접어드는 내 뒤에
또 한 마리 산양이 보인다.
겨우겨우 벼랑 하나 발 딛고 선
내 뒤를 따르는
초식동물 한 마리가 보인다.
--- 「산양」 중에서

새야
작은 새야
손가락
한 매디만 한 새야
풀씨 몆 개 따 먹은 힘으로
피이 피이
우는 새야
새야
오늘은 내 어깨에
기대서서 울지만
내일엔
누구 가슴 찾아가서
울래.
--- 「새야」 중에서

붉게 타는 단풍 앞에서
내 말은 한갓 허사虛辭일 뿐
붉은 단풍은 붉은 단풍의 진심을
나이테에 새긴다.

나무들이
단단한 나이테를 새겨 넣듯
나도 말 하나 새기고 싶다.
단단한 말,
둥치째 잘려도 선연한 말,
짙고 치밀한 흔적들이
둥글게 둥글게 입을 다문
그런 말 하나 새기고 싶다.

가을에 나무들은 붉게 물든다.
아름드리나무들이
가랑잎을 떨어뜨려 가는
이 소리 없는 시간의 운행…
그리고 먼 산에 새겨지는 나이테,
이 무량의 침묵 앞에서
나는 말을 잊는다.
--- 「산에게」 중에서

시를 쓰면서 아프고 멍들고 핏물에 젖기도 했었지만, 나는 직설 토로의 시인이 아니었다. 체험 속으로 되돌아가 멍과 핏물이 내재된 이미저리들을 찾으려 했었다. 과거의 축적 속으로 가 기억의 갈피에 쌓인 시어들을 불러내곤 했었다. 첩첩 쌓인 체험들이 삭아 내린 거기 ‘그리움의 말’이 고여 있었다. 맑고 청신한 옹달샘 같은 말들이었다. ‘이건청의 서정시선’은 그렇게 쓴 시들을 선별해 모아 놓은 시선집이다.
시인으로 살아오면서 쓴 평생의 시편들 속에서 ‘서정시선집’ 한 권을 골라내 따로 지닐 수 있게 되었다. 기쁜 마음이다. 이 ‘서정시선집’이 그리움을 질료로 한 망극한 전언으로 살아남고, 세상이 새롭게 찾아 주는 날이 오기라도 한다면 얼마나 기쁠 것인가….

--- 「서정抒情을 향하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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