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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오늘 사람이 있어 세상은 아름답다 생은 과일처럼 익는다 작은 것이 세상을 만든다 보내 주신 별을 잘 받았습니다 새똥 파랗다 별이 뜰 때 어떤 이름 사랑하는 사람은 시월에 죽는다 가을 우체국 흰 꽃 풀꽃 희망 봄비 송가 시간 햇빛 한 쟁반의 행복 11월이 걸어서 제2부 초록 우체국 만큼 그렇게 하겠습니다 월동엽서 은하강에서 울었어요 엽서 가스파라 스탐파 민들레꽃 소매에 풀잎 5일장-청도장 희망 가을 전별 레바논 극장 낙화에 물들다 불친절한 시 아주까리 옛집 물새 발자옥 제3부 새벽별 종이배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한 꽃송이 숲은 별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꽃이 지니 잎이 피네 씨앗 떨어지는 소리로 살아가리 만나고 싶은 사람 가을 시 한 잎 선생님이라는 명사 8월의 창문 채송화에 내린 햇살 파주 동강 할미꽃 진해 아픈 사람 내가 좀 더 작아져서 9월 별을 사랑하는 방법 제4부 아름답게 사는 길 이 물음으로 하얀 병원 그 가슴속에 말[馬] 저 식물에게도 수요일이 온다 나무 내가 꿈꾸는 세상 낙화 목백일홍 옛집 슬프다고만 말하지 말자 그립다는 말 대신 근심을 지펴 밥을 짓는다 얼음 초록의 힘 술 걸상 서정抒情으로 향하다 ? 대답하라, 나의 서정시여 |
李起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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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문예바다가 기획한 순수감성을 노래하는 시인들의 서정시선집 시리즈 여섯 번째로 이기철 시인의 『저 꽃이 지는데 왜 내가 아픈지』가 출간됐다.
이기철 시인은 “서정시의 기품과 깊이를 지속적으로 부여해 온 대표적 중진일뿐더러, 근원성을 지향하는 맑고 푸른 위의를 이어 온 서정의 사제司祭라고 말할 수 있다.”는 유성호 평론가의 해설에 깊게 고갤 끄덕이게 한다. 이 메마르고 강파른 디지털문명의 시대에 위로는커녕 읽을라치면 되레 머리가 지근거려 오는 정제와 요약을 외면한 자폐적인 시들, 거친 실험시들이 주류가 되어 난무하는 틈새에서 문득문득 아련한 풀내음같이 맡아지던 일관된 시인의 서정성으로 해서. “그리움은 먼 곳으로부터 온다. 사람 기다리는 일이 나의 직업이다. 그리움과 기다림이 없었다면 시를 썼겠는가?” 시인은 자신의 시의 원동력은 그리움과 기다림이라고 밝히고 있다. 비애가 되기 전에 내 소년의 단짝 이름을 불러야 한다. 쟁반, 접시, 보시기, 우산, 과꽃, 노랑나비, 잠자리, 목백일홍, 하나 더 있다고 말하려면 가슴부터 아려 오는 볼우물 소녀, 그 위를 스치는 회상의 긴 그림자. --- 「시인의 말」 중에서 새끼 새가 비에 젖을까 봐 토란잎으로 어린 날개를 덮어 주는 사람 소낙비에 떠내려가는 개미 떼를 풀대궁으로 다리 놓아 건네주는 사람 땅속이 어둡다고 꽃들이 물색 옷을 입고 나올 때 너무 뜨거울까 오동잎으로 그늘을 만들어 주는 사람 풀꽃의 단발머리가 바람에 쓸릴까 우산을 펴 바람을 막아 주는 사람 7월 저녁은 눈부시지 않아 좋다고 손바닥에 첫 별을 받아 두는 사람 하얀 접시에 놓인 쑥갓 잎에 차마 수저를 대지 못하고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 두는 사람 시들기 전에 봉숭아화분에 물 주는 걸 잊지 않는 사람 만나고 싶은 사람 --- 「만나고 싶은 사람」 나는 내 마음속에 강물을 파고 서정의 강물이 마르지 않도록 끊임없이 시냇물을 보낸다. 옹달샘이 개울물을 이루고 개울물이 냇물을 이루고 냇물이 강물로 출렁이는 변함없는 지상의 원리. 귀 기울이면 내 정신의 물결을 흔드는 미려한 자연의 움직이는 힘. 그 위에서 일하고 먹고 잠자는 생명의 시간들, 그래서 나는 그런 사물과 자연에 보답하려고 시를 쓰는지도 모른다. 길을 가다가 돌에 눌린 민들레꽃을 보면 돌을 치워 주고 싶은 마음, 가뭄에 타는 풀이파리를 보면 내 손에 든 물병이라도 부어 주고 싶은 마음, 무엇이 서러운지 저문 들녘에서 끝도 없이 울어 대는 풀벌레 소리, 옷자락을 흔들고 가는 작은 바람. 내가 잠들 때 그도 잠드는, 내 아는 사람들, 혹은 모르는 사람들. 별빛은 선과 악, 미와 추를 가리지 않고 쏟아진다. 나는 언제 저 햇빛처럼 혹은 달빛처럼 우리를 휩쓰는 시대, 우리를 옥죄는 사회, 우리가 가꾸며 짊어지고 가야 할 땅과 나라를 위해 송가를 부르나? 나는 언제 이름 부르면 내가 먼저 행복해지는 사람들을 위해 한 편의 축시를 쓰나? 대답하라. 나의 서정시여. --- 「대답하라, 나의 서정시여」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