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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연가곡戀歌曲 변주變奏 연가 소나기 천지창조의 손 만선滿船 지귀志鬼의 노래 만조의 바다 해바라기 연鳶 네 앞에 서면 까미유 끌로델 자클린의 눈물[戀歌曲 變奏] 물망초 작별 모과나무 앞에서 일요일 대관령 인사동 거리 금문교 소주 등[背面] 제2부 변방의 꿈 압력솥 매미 낙타 거미 변방의 꿈 극지極地의 새 얼룩 생선 장마 결별 2 어느 가을 하산下山 동면冬眠 길 배웅 가을 산 탱자 울타리 녹차 꽈리 신기루 1 제3부 오래된 그림책 등불 노을 향기 겨울 등반 고래 귀거래 쑥 뒷모습 2 달맞이 꽃 겨울나무 봄비 2 알프스 다시 바다에 가서 바람 오래된 그림책 변방의 나무 겨울비 눈 내리는 밤에는 식탁 고해성사 서정抒情을 향하다 - 그립고 따뜻한 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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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토록 가슴앓이로 세월을 헤치며 살아온 시인의 격조 높은 감성이 돋보이는 시편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삭막한 이 시대에 독자들의 가슴에 전율을 일으키리라 기대된다.
땅 위에도 풀 위에도 내려놓지 못하는 공허한 집 한 채 덩그러니 등에 지고 허구한 날 배밀이를 하면서 전신으로 절망을 밀어내고 다니는 달팽이, 절망도 하루의 꿈이 된다. ― 「시인의 말」 이제는 아프지도 않을 뼈와 살 위에 몇 송이의 꽃과 몇 삽의 흙을 던진다 한 사람의 생애는 간단히 매몰되고 산자[生者]의 발에 밟혀 흙은 평토가 되고, 이제는 내려가야지 푸근히 흙 덮어 주었으니 눈이 오거나 비가 오거나 걱정할 것 없지 그냥 하산해야지 흙에서 와서 흙으로 가는 것이니 존재는 원래 존재하지 않는 것 생채기 같은 빗금 하나 가슴에 꽂고 이제 하산해야지, 술국에 밥을 말아 꿀꺽 삼키고 식도를 넘어오는 뜨거운 덩어리도 함께 삼키고 까마귀 떼울음 멀리 뒤로 들으며 땅거미 스름스름 내리는 좁은 길 더듬어 급히 돌아서는 목덜미 위로 문득 바람이 숨 쉬듯 불러 세우며 가까운 시일 안에 다시 만나자고 나직이 손 흔들며 인사를 한다. ― 「하산下山 ― 슬픔에게 7」 남루의 가랑잎 뿌려 놓고 반짝이며 조금씩 식어 가는 가을햇살의 마지막 손길을 나는 지켜보고 있다, 골 이랑마다 빠져서 달아나는 먼 물길을 일어서고 스러지는 근심의 바람을 새들의 비상과 위험하게 흔들리며 커 가는 저녁연기를 그리고 투명하게 빌수록 더욱 따뜻해지는 고통의 내음을 나는 맡고 있다. 드디어 완전한 소멸로 다시 살아나는 지상地上 겨울하늘에서 순결의 눈 내려와 덮이고 지킬 것 아무것도 없어질 때까지 황량한 바람 속에서 빈 몸으로 보이지 않게 그대와 만날 때까지 나는 변방의 꿈을 횡단하고 있다. ― 「변방의 꿈」 세상에 시 쓰는 일 말고 또 어떤 근사한 일이 있다고 해도 시인에게는 시를 생각하는 시간만큼 정직하게 고통과 행복과 창조의 기쁨을 누리는 시간을 실감할 수는 없으리라. 비록 가시면류관을 쓰고 걸어야 하는 고독과 절망이 전 생애의 양식이라 할지라도 시인은 이름 없는 어떤 사물에 이름과 의미를 부여해 주고 보잘것없는 작은 돌멩이 혹은 스치는 한 줄기의 바람에게서도 슬프고 아름답고 눈부신 궁전을 발견할 수 있는 그 내적 자유와 기쁨으로 살아갈 수가 있다. ― 「서정抒情을 향하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