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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바다 서정시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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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사람아, 나도 저 흰 꽃이고 싶다
찔레
철새
모닥불
막차를 기다리며
대답
나뭇잎들은 쓴다
지하도
벚꽃
풀베기
배롱나무 꽃
중세의 성
창천蒼天
들녘에서
함박눈 거리에서, 광주에게
겨울 서시
사하라
슬픈 꿈

제2부 아잔타 가는 길
간이역
모래톱
숯불
사과
봄 둑
목련나무 아래서
카드를 대세요
사월 수채화
사랑의 기쁨
초원에서
웬 미친 여자를 보았어요
짧은 사랑노래
시월
포도주를 담갔다
진홍빛 기억 언저리
슬픔이 익다
아잔타 가는 길

제3부 휘파람을 날리며 밟고 지나가고
저 햇살길 따라서 가면

언덕 위에 있다 - 도방일기 1
아니면 모레쯤 눈이 내리리라 - 도방일기 5
무장해제 - 도방일기 7
휘파람을 날리며 밟고 지나가고
그때 못 쓰던 詩, 서울역
하얀 풀꽃 밭이었니
맺힘, 저 저린
풀색 풀무치 한 마리 있지
그리고 가을입니다
우주의 문장
뜸이 드는 저녁
가을이 마지막 모퉁이를 돌아가는 저녁
어미가 울고 있네

제4부 초록 참회록
초록 참회록
손, 반역

불현듯 왔다 가는 이별이십시오
겨울일기 1 - 나무
겨울일기 2 - 꽃가게

태풍주의보
비누
진달래
사랑이 아니고 이별입니다
범종梵鐘이 운다
갈대가 아니어라
손가락 열 개의 판화, 까미유 끌로델
제야에

서정抒情을 향하다 ? 통점으로부터 발아하는 시

저자 소개 1

安榮姬

光州 출생. 1990년 시집 『멀어지는 것은 아름답다』로 등단하였다. 시집 『멀어지는 것은 아름답다』 『물빛창』 『그늘을 사는 법』 『가끔은 문밖에서 바라볼 일이다』 『내 마음의 습지』 『어쩌자고 제비꽃』, 산문집 『슬픔이 익다』 등을 펴냈다. [흙과 불로 빚은 詩] 도예개인전(2005년 경인미술관)을 열었으며 문예바다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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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32쪽 | 100*160*20mm
ISBN13
9791161151618

출판사 리뷰

도서출판 문예바다가 어디로든 출구를 차단당한 길고 긴 이 코로나 시대에 독자들의 감성을 촉촉이 적셔 주리라 야심차게 기획한 우리 문단 유명 시인들의 서정시선집 그 열 번째, 안영희 시인의 『영원이 어떻게 꽃 터지는지』가 출간됐다.
문예바다 서정시선집 기획자이며 시리즈물 표지 디자인까지 담당했던 안영희 시인의 시 세계는 이른 봄 보드랍게 고른 흙에 씨앗을 넣고 때맞춰 거름과 물을 주며 가꾼 정형화되고 예견된 꽃밭이 아니다. 지상의 꽃과 나무들이 정원에서만 피고 자라던가. 한 번도 시인이 되겠다고 꿈꿔 본 적 없던 시인은 마흔을 넘어서면서 어느 날 문득 저층의 뜨거운 용암과 불길을 내뿜기 시작한 화산처럼 시 작업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안영희 시인은 유년기와 성장기에 겪은 생의 결핍과 아픔들이 자리한 어느 아물지 않은 통점이 건드려질 때 시가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무심코 지하철을 타고 가다, 산책길에 만난 개울가 자잘한 찔레꽃에서, 아파트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시가지의 불빛들에서, 포도주를 담그면서, 질그릇을 빚으면서, 개 밥그릇을 보면서, 파도가 달려드는 모래톱에서, 병실 창밖의 혹한을 견디는 나목들을 내다보면서 시인은 인생의 질곡을 이제쯤은 한 발짝 물러나 관조하고 있다. 시인이 판독한 슬픔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그것이 문득 독자들의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리라.


잠시 내 노래였던,
생애의 적막한 시편들을 흐르는 강물 위에 놓는다.
물결 따라 점점이 유등流燈이 되라고.
― 「시인의 말」


아무도 혼자서는 불탈 수 없네

기둥이었거나 서까래,
지친 몸 받아 달래 준 의자
비바람 속에 유기되고
발길에 채이다 온 못질투성이,
헌 몸일지라도
주검이 뚜껑 내리친 결빙 등판에서도
불탈 수 있네
바닥을 다 바쳐 춤출 수 있네
목 아래 감금된 생애의 짐승울음도
너울너울

서로 포개고 안으면
― 「모닥불」 전문


* * *

우리는 왜 온전히 타지 못했을까

컥컥 숨차고
목이 아파 울었을 뿐
아무리 애 태워도 매운 연기만 피어올랐다
그때는,
무엇이 되기엔 너무 이른
준비 없는 열정, 생나무 가지들이었을까

햇빛과 바람의 거리 알 수 없는 눈보라의 골짜기
천만 개 밤을 헤매느라
그 피 삭고 물기 다 말려

꽃처럼 아름답게, 꽃보다 처절하게
불로 피어나는 몸
― 「숯불」 전문


* * *

날 허락한 용문 행 기차
푸른 들판을 질러
덕촌2리 마을회관 앞까지
날 실어다 준 중원리 행 버스는
내 카드의 밥을 움푹 우움푹 덜어 먹는다
충전기에 카드를 넣으면
충전할 금액을 클릭하세요,
그러나 날 세상에다 내놓을 때
당신이 내게 충전한 금액이 얼마인지
나는 읽을 수 없고, 내 생의 잔량이 얼마큼인지
나는 가늠할 길 없으므로
살구꽃벚꽃매화꽃… 충전 탱탱한 생명들
꿈속처럼 천지간에 꽃잎 날릴 때에
혹은, 어느 깜깜한 밤 어느 낯선 비바람의 거리에
예비도 없이 나는 폐기될 것이다
빈껍데기가 되어

〈사용법〉
재충전 불가, 재생 불가함.

인 내 목숨은
한 장, 새로 발급하면 그만인 당신의
낱장 카드일 뿐이니까
― 「카드를 대세요」 전문


* * *

우리들의 눈물에다 색색 물감을 풀기 시작하는 당신
― 「봄」 전문


* * *

누가
지등紙燈을 걸고 있니
불 꺼진 기인 회랑에

누가 질주하다 넘어져 운
불과 바람의 사계 돌아봐, 돌아봐 하는 거니

부재인 듯 종일토록 머릴 박은
노동의 손을 씻으며
시나브로 지워지고 있는 이 저녁답

사람아, 나도 저 흰 꽃이고 싶다
가만한 향내 허기 지운 저 눈빛으로
문득 읽히고 싶구나

지친 귀로의 그대에게
― 「찔레」 전문


* * *

새벽 산길을 가네

덜 떨친 잠과
더께 진 미혹의 유리창,
내 영혼
햇푸성귀 잎사귄 양 헹궈 올리며
샘물 찰박대던 새소리들
들리지 않네

나무들 울울창창하던 때
새들의 시간, 하고 내가 이름 불렀던
바로 그 시간대인데

없네, 지금 저 숲에는 그 이쁜
새들의 기척이라곤 없네

아 단 한 번도 예상하지 못했네
그대 떠나가 버린 빈숲,
우리가
그 누구의 생애에도
지, 나 가 는 철새임을 알지 못했네
― 「철새」 전문


* * *

저물녘 성북천 둑길을 따라 걷노라면 돌담벼락에 찔레장미 자잘한 꽃송이들이 시나브로 내리는 어둠에 점점이 얼굴을 묻고 피어 있다.
유월의 흐드러진 장미덩굴 아래거나, 무심히 타고 가는 지하철 안이거나, 강 물결 위에 셀 수 없이 꽃등이 떠가던 이국의 어느 손 시린 새벽할 것 없이, 내 시들은 일순 쏘이듯이 싸아, 숨어 있는 내 안의 어느 통점들이 건드려질 때 터져 나온다. ‘어디에 그런 구석이 있어?’ 사뭇 편해 보인다는 내 겉모습만으로는 전혀 짐작도 못할 그곳으로부터 발아하고 떡잎을 올린다. 얼마나 깊은지 전혀 가늠이 안 되는 켜켜의 밀폐된 어둠을 익히며 한참을 들여다보노라면, 몇 길 폐우물 아득한 바닥에서 반짝! 얼굴을 드는, 덜 마른 백 년의 환부 같은.
그리고 모든 예술을 마지막으로 완성하는 물감색은, 슬픔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쉽게도 나가는 금, 어이없는 붕괴가
자재 자체의 결함 때문이었던 걸
그 오래 달려있었던 유일 자재, 사람이 바다모래였다는
답을 얻기까지
내 인생의 전성기를 다 허비해 버렸기로
입었던 옷 거기 벗어 두고……
나무 사람 집 바위…… 그 모든 부서져 온 파편들을
삽질했네, 물을 부어 아울러서
내 안의 넘치는 눈물 내 안의 솟구치는 분노
머리 푸는 바람, 질주 열망하는 바람을
가마 불에게 먹였네, 사람을 지었다는 저 본래의 재료
地 水 火 風에게로, 처음에게로
― 「파편들을 삽질하다 - 도방일기 6」 일부

세상살이에 유능해 사뭇 분주하고 유쾌한 사람들과 달리, 사람세상으로부터 비켜선, 흡사 면벽수행 같은 도예작업에 매료되어 무려 7년 동안이나 지상에서 뵈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는 동안, 흙과 불이란 본질의 한 세계가 수없이 나를 무릎 꿇리며 나를 길들이다가 어느 한 찰나, 외마디 탄성을 내지르는 뜨거운 발견자이게도 했다.
― 「서정抒情을 향하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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