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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ㆍ 능소화를 피운 담쟁이 당신의 연애는 몇 시인가요 오페라의 유령 빈 손의 기억 브릭스달의 빙하 죽은 나무를 위한 아르페지오 우렁각시 점화 장미의 독 능소화를 피운 담쟁이 사랑의 기쁨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철길의 유령 자작나무 숲 늦은 봄날 제2부 ㆍ 유리창에 구르는 빗방울 귓밥 파기 보랏빛 남쪽 가을의 차 분수 율리의 초상 등불 나비 환상 풀잎에 쓴 시 얼룩 유리창에 구르는 빗방울 바다를 위한 베리에이션 어떤 사랑 이야기 물결 노래 제3부 ㆍ 우리가 만나자는 약속은 대문에 태극기를 달고 싶은 날 연애통화 지상의 봄 봄 회상 우물 속으로 잠들기 전에 눈물이 물소리가 그대를 부를 때 강변북로 해 지는 곳으로 가서 우리가 만나자는 약속은 물속 풍경 겨울밤의 꿈 토파즈빌 통신 호텔 베네치아 제4부 ? 유턴을 하는 동안 사과의 시간 유턴을 하는 동안 당신 가슴의 서랍엔 꿈꾸는 돌 내 손에 남은 봄 비의 향기 입술 마리안느 페이스풀 입맞춤 혹은 상처 그늘의 조건 두 개의 인상 물 위의 오필리아 2 희게 말하고 희게 웃는다 서정抒情을 향하다 ㆍ 끝없는 도전의 시절 |
姜寅翰, 동길東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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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언어의 보석이다. 그 속에서 빛나는 것은 시인의 영혼이다. 나의 종교는 시다.”
‘목숨을 걸고 시를 쓴다’는 안으로의 치열한 정신과 불길을 단련하는 각오로 시를 써 온 강인한 시인의 짧고도 강렬한 시론詩論이 실린 작은 시집으로,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이 그동안 출간한 시집 11권에서 54편을 가려 뽑아 묶은 서정의 진수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친한 벗과의 만남에도 악수가 조심스러운 이 시절, 벗에게 손보다 이 조그마한 시집을 내미는 것은 어떨는지. 우리가 익히 잘 아는 “그대 슬픈 밤에는 등불을 켜요~” 영사운드의 「등불」, “고동을 불어 본다, 하얀 조가비~” 박인희의 「하얀 조가비」 노랫말이 강인한 시인이 작시한 것임을 아는 독자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별이 아름다운 건 걸어야 할 길이 있기 때문이다. 부서지고 망가지는 것들 위에 다시 집을 짓는 이 지상에서 보도블록 깨진 틈새로 어린 쑥이 돋아나고 언덕배기에 토끼풀은 바람보다 푸르다. 허물어 낸 집터에 밤이 내리면 집 없이 떠도는 자의 슬픔이 이슬로 빛나는 거기 고층건물의 음흉한 꿈을 안고 거대한 굴삭기 한 대 짐승처럼 잠들어 있어도 별이 아름다운 건 아직 피어야 할 꽃이 있기 때문이다. ― 「지상의 봄」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