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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푸른 당나귀 두 개의 인상 몰입 해변의 라오콘 물 위의 오필리아 1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 볼더비치에서 춤을 바람의 향기를 맡아라 그믐달 펜로즈 삼각형 위에 서다 눈먼 새 이야기 프란치스코의 잠자리 눈웃음 2부 물 위의 오필리아 2 별들의 발자국 철길의 유령 내 또한 너의 밥이니 질풍노도 시대가 있었다 프리즘 거울 밖으로 숨어 사는 영혼처럼 새벽 세 시에 내리는 비 파리를 방문한 람세스 2세 괄게 타는 불길 속에 살갈퀴 만나러 가는 길 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 3부 거울 속엔 나비 날고 약수에 갇히다 단풍의 속도 물속에서 눈 뜨기 씨앗 졸업 뒤에 알게 된 일 벽호가 온다 1961 어느 새벽의 장난 병 속의 바다 밤새 안녕들 하신가요 뜨거운 뱀 서울 가서 얼굴 고치고 팔자 고치고 4부 말세리노의 추상 애미시스트 꽃을 적시는 조바심 희게 말하고 희게 웃는다 목에 걸리는 말 헤어지자, 영혼이여 깊은 숯을 마음에 다스리고 불은 내게 묻는다 사랑의 정점 흐르는 물에 달을 마음이여, 길어 올릴 뿐 적셔다오, 나를 적셔다오 시선 셋 평설 「강변북로」 깊이 읽기 / 박남희 평설 「빈 손의 기억」 깊이 읽기 / 谷內修三 자작시 해설 「파리를 방문한 람세스 2세」 / 강인한 |
姜寅翰, 동길東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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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밤, 시인은 불면을 마주하게 된다. 불면에 얽힌 주름과 표정을 살필수록 그는 시간마저 물질화된 존재로 변신하는 것을 느낀다. 때문에 우리는 “그림자를 벗어버린 알몸으로 / 시간의 허물을 말리는 동안 / 박하 잎을 입에 문 꽃뱀이 바위 그늘로 내려가”는 문장에서 시간과 뱀의 명백한 대칭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그림자를 벗어버린 알몸”이 ‘뱀’의 알레고리임을 인정한다면, “시간의 허물을 말리는” 뱀의 존재는 우리에게 점점 더 가까워진다. 특히 “박하 잎을 입에 문 꽃뱀이 바위 그늘로 내려”간다는 표현은, 이미 최초의 여자를 유혹한 뱀으로의 변신이 완성된 후라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가. 이 시에는 천지창조의 신화를, “호박꽃 깊은 방 속에서 / 엉덩이를 치켜든 꿀벌은 체위를 바꿔가며 / 황홀에 골몰한다”는 세속화된 서사가 아닌 본래의 위치로 되돌리려는 시인의 의지가 담겨 있다. 그러므로 시인은 ‘다른 언어’로 꿈을 꾸어야 한다. 물론 ‘다른 언어’란,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었으나 낙원 추방 이후 영원히 잃어버렸을 신의 언어다. 시인의 숙명은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도저히 찾아낼 수 없을 신의 언어를, 신화적 순수한 발화 속에서 이끌어내는 것. 그리고 모든 세속화에 저항하기 위해 사물을 그 사물-속-에서 구원하는 것. 이것이 바로 횔덜린이 말한 바 있는 “옛날의 신들은 떠나가고 도래해야 할 신들은 아직 오지 않고 있는 신들의 밤”에 대한 강인한 시인의 답이다. 비록 이 모든 여정이 “기울어진 흘수선을 물고 당신 가슴 속으로 가라앉는 / 슬픈 배 한 척”으로 끝날 수 있겠지만, 그의 이념과 의지는 결코 망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의 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 「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의 평설 중, 박성현(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