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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깊고 푸른 길 절벽 깊고 푸른 길 풍경하다 북창 아래 앉아 신나무의 추억 대청 일박 허공의 무덤 치악산 상원사에서 수상한 꽃나무 안 보인다 연기를 보며 낮은 위쪽, 물같이 눈뜨는 돌 호피석이 있는 창가 돌의 시간 아버지의 뒷모습 이월의 노래 그해 가을 박경리 토지문화관 마지막 수업 세설원 제2부 빈 마음 하나 빈 마음 하나 도덕암의 서쪽 개망초꽃 강가에 앉아 사향思鄕 풍개나무가 있는 해안 내 살던 옛집 지나며 다시 원효암 가는 길 언덕 칠보산 가는 길 가을 일기 비를 소재로 한 사계四季의 습작 3 참꽃 내려다보면 눈을 보며 섬에서 벌 마시기 와선 분위기 소묘 오월의 편지 개심사 청벚꽃 백록白綠의 시 제3부 허수아비로 서서 허수아비로 서서 혼자 부르는 사랑 노래 1 혼자 부르는 사랑 노래 3 사랑에게 미나리꽝 겨울 일기 꽃댕강나무 길 끝을 향하여 세월 보길도 서풍수마 여행 우리 시대의 여자 복사꽃 언덕 분천 지나며 주목朱木을 노래하다 물소리에 갇혀 하루해를 보내다 황금빛 모서리 달빛 경전 오랜 일몰 속을 날다 가을 금호강 시 서정抒情을 향하다 · 잘 가거라, 내 그리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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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문예바다가 기획한 우리 문단 유명 시인들의 서정시선집 그 열세 번째로 이구락 시인의 『낮은 위쪽, 물같이』가 출간됐다.
197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구락 시인은 자연을 지향함으로써 삶의 목적을 구체화하려고 노력하는 감각주의자다. 시인은 일상에서 만나는 풍경을 담담하게 전달한다. 그 풍경 속에는 시인이 도달하고자 하는 세속적이지도 지나치게 이념적이지도 않은 현실적인 삶의 근원이 숨어 있다. 그리고 바로 거기에 낮은 곳을 향해 걷는 구도자의 모습이 겹쳐진다. 왜 시를 쓰는가. 아니, 왜 서정시만 쓰는가. 세상을 향해 발설하는, 미처 숨길 수 없었던 그리움과 살아가는 일의 부끄러움 때문이다. 혼자 부르는 사랑 노래이지만 이 땅의 가난한 마음을 잠시라도 데우는 곁불이 되었으면 좋겠다. ― 「시인의 말」 목이 마르듯 눈이 말라 다시 길 나서면 강아지 두 마리 장난치며 앞장선다 새끼는 환한 햇살 아래 어미 뒤를 따라가고 강둑엔 물오른 수양버들이 선 채로 강물에 긴 머리채 감고 있다 이따금 바람이 다가와 천천히 흔들어 말려 주고 봄볕이 다시 한번 보송보송 말려 주고 있다 다시 먼 길 나서며 주위를 둘러본다 어쩌면 늘 되풀이되는 풍경風景이지만 세상에 똑같은 풍경은 없다 풍경이 이마에 풍경風磬을 달고 앞장서면 나는 늘 풍경諷經하는 구도자가 될 수밖에 없다 더 유심히 바라보고 싶은 안욕眼慾이 내 마음에 풍경을 달게 하고, 길 위에서 영원히 잠들기 위해 결국 기차를 타게 한다 기차는 기적 대신 풍경소리 울리며 천천히 산모롱이 돌아 나가며 선잠을 깨운다 인간의 마을 기웃거리며 강을 건너, 광야를 지나 먼 은하계까지 날아오르는 나의 기차는 자주 길 위에서 잠들고 다시 오래 꿈꾸며 풍경할 것이다 ― 「풍경하다」 전문 물은 낮은 곳으로 밀려가며 더 낮은 곳을 찾아 힘차게 온몸 던져 꿈꾼다 물의 감응은 늘 낮은 쪽이므로 더 낮은 곳으로 뛰어내릴 때 가장 큰 소리로 노래 부른다 칠성시장 좌판 앞에 앉아 늘 온몸으로 노래 부르는 김씨부인처럼, 때로는 구정물이나 맹물 같은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의 도시 구멍가게 박씨부인처럼 그러나 낮은 곳은 감응이 늘 위쪽이므로 온몸으로 밀려오는 물을 받아들이며 위쪽이 곧 낮은 쪽임을 느낀다 낮은 위쪽은 물의 통로이므로 우리들 꿈의 열려진 창이므로 우리는 모두 흘러가는 물의 길 보며 물같이 살아가는 게 착하게 사는 일임을 알게 된다 ― 「낮은 위쪽, 물같이」 전문 스펀지에 잉크가 스며들듯 밀도 높은 김춘수 시인의 ‘시론’을 들으며 『장자』를 읽던 대학 3학년 시절을 지나, 문학강연장에서는 서정주 시인의 순서가 오면 로비로 나와 담배를 피우며 객기를 부리다가 집에 돌아와서는 몰래 그의 시를 읽으며 시의 리듬을 공부하던 치기만만했던 문청시절을 지나, 등단 후 6년 만에 첫 시집을 내고는 스스로 2년간 절필하며 혼자 끙끙대던 시절을 지나, 내 시는 여기까지 왔다. 생전에 한 권의 시집도 내지 못했던 이육사나 에밀리 디킨슨에게 미안해하면서, 평생 시집은 3권만 내겠다고, 힘이 남으면 마지막으로 서사시집 한 권만 더 내겠다고 공언해 왔던 나의 방자한 작태를 참회한다. 또 시의 내밀성과 깊이를 위해 식물적 상상력을 동원한 초기시를 지나, 어떤 작품이든 서정성이라는 미학적 바탕이 깔려 있어야 안심하는 나의 시는 늘 보폭이 조심스러웠다. 시간과 공간 또는 서정과 서사의 균형 감각을 늘 저울질하고, 이웃들의 뒷모습이나 옆모습을 꼼꼼히 바라보지만, 기질상 정면에서 눈을 빤히 들여다보며 이야기하기란 어려웠다. 그러다가 나의 시는 자연과의 소통을 꿈꾸며 삶을 정화하려는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 「서정抒情을 향하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