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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 누가 나뭇잎 푸른 손 흔드나 서시 코이 법칙 불이不二, 자라나는 팔 불이不二, 공기가 아프다 빈젖요양원 암사재활원 진달래방 미안하다 미안하다 명왕성이 뜬다 사람의 마을 간월看月 벽 장대비 오는 날 마량포구, 금빛 화살을 던진다 지구를 만들다 불이不二, 아리땁던 너 건널목에서 불이不二, 금줄 색色을 먹고 공空을 낳다· 2 제2부 · 돌의 심장 근처 어디쯤 상사초, 나의 별에게 경칩 무렵 불이不二, 서로 기대어 숲속 마을에는 새우젓사랑 불이不二, 번져온다 동그라미가 되고 싶다 봄나무 다랑논 식구들 흘린 술이 반이다 아라홍련 꿈 밖의 꿈 해돋이 해넘이 두뷔를요? 불이不二, 식구 묘적사妙寂寺 심우도尋牛圖 거미줄 법문 운문호일雲門好日, 풍경소리 제3부 · 억겁을 찰나로 불타고만 있는지 길 위에서 1 가을 일기 1 가을 일기 5 가을 일기 7 대왕메뚜기 돈키호테 일기 그대 안의 새싹 아가리 하나 살고 있어 수유꽃그늘 아래 좌석 수 늘리기 무소대나무 장자와 나비 무너지는 집 옹이광배 절간에서 긴 머리칼을 주우며 내게로 오는 길 초가지붕 화양연화 사람의 섬에서 매미 제4부 · 젖어서야 타오르는 꽃불 하나 분신 간장사리 칼과 활 둥구나무 아버지 14세 안소저 새 세상 열어 갈 너에게 딸의 그림 앞에서 2 궁둥이가 왜 파랗지 저 산에 강물에 여남은 살 저녁나절 새소리 택배 내 어린 왕자에게 1 내 어린 왕자에게 2 내 어린 왕자에게 5 내 어린 왕자에게 9 내 어린 왕자에게 11 내 어린 왕자에게 12 서정抒情을 향하다 · 닿을 수 없는 별에 닿기 위하여 |
李惠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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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을 수 없는 별에 닿기 위하여,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는, 돈키호테가 늘 내 안에서 끓고 있었다.
채워도 허기진, 채울 수 없는 사막 같은 ‘아가리’가 늘 입 벌리고 있었다. 인간이라는, 거기 더하여 여자라는 삶의 덫에 치여서 내 꿈의 별은 바라보지도 못한 채 고개 숙여 땅만 보면서 동동거리며 살아온 지난 삶의 날들이, 시선집을 엮으려고 펼쳐 본 젊은 날의 시집 속에서 아프게 걸어 나왔다. ---「서정抒情을 향하다」 중에서 봄 오면 보랏빛 눈물송이 뚝뚝 지고 가을 오면 둥근열매눈물로 뚝뚝 지는 나무 귀 밝은 사내 하나 물관부에 흐르는 그 마음 알아듣고 한 생을 바쳐 갈고닦은 나뭇결 윤나는 열두 줄 명주실 가락, 내 손끝에 실려 천년바람 불어 나온다 죽어서야 비로소 가지는 제 소리 애닯은, 흥에 겨운 제 가락 바람소리 산울음 물울음 소쩍새노래 둥기둥 둥둥 둥 둥 웃녘 저수지에 해 머금은 명왕성이 뜬다 눈물 머금은 큰 별 귀 밝은 그 사내 오동꽃 보라꽃 지는 밤 머리맡 바람벽에 세워둔 열두 가야금 열두 가닥 명주실에서 제각기 비어 있는 절터 한 채씩, 파르라니 걸어나오는 그 속눈물을 듣는다 ---「명왕성이 뜬다」 전문 이불을 널어놓은 창문으로 날아든 왕벌 한 마리 활짝 열려 텅 빈 문으로 나갈 줄 모르고 온 집안을 붕붕 날아다닌다 닫힌 창문에 이리저리 머리 부딪고 다닌다 어디가 길인지, 나락인지 허방지방 흙탕길 헤매온 내 모습이다 지하철 2호선 순환선 타고 깊은 잠 들어 온종일 돌고 도는 노숙자, 캄캄 밤하늘 돌고 돌다가 충돌하여 떨어지는 별똥별, 우주의 노숙자 내 모습이다 그러다가 지칠 때쯤 누군가 손 내밀면 좋아라 덥석 잡고 어디든 따라가는 나, 지옥이라도, 기진맥진하여 창틀에 널브러진 그를 부채로 날려서 창문으로 내보낸다 나도, 그분이 내밀어주는 그 부채를 잡고 싶다 길 잃은 그 자리, 생명이 아프니 공기가 아프다 ---「불이不二, 공기가 아프다」 전문 누가 나뭇잎 푸른 손 흔들어 날 오라 부르나 누가 풀잎가슴 풀어헤쳐 날 부르나 우리 속에 갇힌 짐승 나를 포효도 잊어버린 나를 누가 자꾸 손짓해 숲으로 가라 하나 저 빗줄기 속에 몸 섞어 풀뿌리 되라 하나 잔뿌리 실뿌리 얼크러져, 무너지는 땅 몸으로 감싸안으라 하나 던져 주는 먹이만 먹으면 배부른 나를 배부르면 젖은 땅 어디서나 잠드는 나를 잠들면 구겨져 꿈도 꿀 줄 모르는 나를 앙상한 손가락을 펴고 동강 난 뼈마디로 흔들어 깨우나 굵은 장대로 등허리 후려치면서 지금은 잠들 때가 아니라 하네 아직은 잠들어선 안 된다 하네 아, 누가 있어 온몸 후려치면서, ---「장대비 오는 날」 전문 소금물 속에 녹아 살과 뼈 다 내주고 까만 눈만 뜨고 기다리는 새우 새우 몸을 받아 안아 제 살과 뼈 함께 녹여 흔적 없이 사라지는 소금 둘이 무르녹아 태어나는 둥근 새누리 너와 나의 사랑누리 ---「새우젓사랑」 전문 아버지 어젯밤 당신 꿈을 꾸었습니다 언제나처럼 한쪽 어깨가 약간 올라간 지게를 많이 져서 구부정한 등을 기울이고 물끄러미, 할 말 있는 듯 없는 듯 제 얼굴을 건너다보시는 그 눈길 앞에서 저는 그만 목이 메었습니다 옹이 박힌 그 손에 곡괭이를 잡으시고 파고 또 파도 깊이 모를 허방 같은 삶의 밭이랑을 허비시며 우리 오 남매 넉넉히 품어 안아 키워주신 아버지 이제 홀로 고향집에 남아서 날갯짓 배워 다 날아가버린 빈 둥지 지키시며 '그래, 바쁘지? 내 다아 안다' 보고 싶어도 안으로만 삼키고 먼산바라기 되시는 당신은 세상살이 상처 입은 마음 기대어 울고 싶은 고향집 울타리 땡볕도 천둥도 막아주는 마을 앞 둥구나무 아버지 이제 저희가 그 둥구나무 될게요 시원한 그늘에 돗자리 펴고 장기 한 판 두시면서 너털웃음 크게 한번 웃어보세요 주름살 골골마다 그리움 배어 오늘따라 더욱 보고 싶은 우리 아버지 ---「둥구나무 아버지」 전문 한 송이 잘 피어난 단풍나무로 불타오르다, 죽고 싶다 진홍빛 선지피 뚝뚝 흘리며 살점마다 살점마다 불타올라 이승의 옷가지 훌훌 벗어던지고 앙상한 뼈마디마저 희디희게 불타올라, 잘 닦여진 청하늘 아래 꿈꾸던 종잇장 갈피갈피 한 줌 재도 남기지 말고 머리칼 한 올도 남기지 말고 한 송이 잘 피어난 단풍나무로 오로지 까마득히 불타오르다, 죽고 싶다 ---「가을 일기 1-재도 남기지 말고」 전문 넓은 가로수길 비워둔 채 좁디좁은 사잇길 등 굽은 빗줄기 하나 허위허위 가고 있다 어린 날 잡았던 손 놓고 헤어진 사람 하마 저만치 오는 가을빛 속에 날 그리다그리다 등이 굽어, 이제 곧 바람 싸늘해지고 마음빗장 굳게 닫은 도시의 겨울밤을 그대, 굽은 등허리 허기진 가슴으로 어이 견디리 가득한 사람의 섬에서 눈보라 한 알갱이 바람에 불려 어디로 가리 ---「사람의 섬에서」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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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날개가 너무 커서 날지 못하고 땅 위에 발이 묶여 있는 알바트로스에게 詩는 큰 날개 펼쳐 북명北溟에서 남명南溟까지 날아가는 붕새가 되게 해 준다. 이 시집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붕새의 날개가 돋아나기를 기원하며, 2024. 8. 자민滋? 이혜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