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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바다 서정시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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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내통
프린트하다

목멘 책
악수

구멍
제왕
사탕

바통 터치
에덴목욕탕
송곳니
극과 극은 한통속이다
그늘이불
교차
10㎝

2부
도장
거품
혹,
입술
위독
미루나무가 보았다
청춘
간고등어
지나가는 동안
창고
비등점
흰죽
음모
수평선
운명처럼

3부
붉은 방
사과 1
사과 2
햇빛비타민

평화고물상

허물
하중
수혈
골방은 하늘과 가깝다
앗, 괴력이다
손목

4부
쿵,
염殮하다
거푸집, 적멸
크레파스
양귀비
얼마나 많은 물이 순정한 시간을 살까
우표
환골탈태
돌담길을 지나며
겨울나무가 잎에게
틀니
열매

서정抒情을 향하다 ? 쓴맛의 친밀감 같은 시 짓기의 맛

저자 소개 1

부산 출생. 동국대학교 문예대학원 문창과를 졸업하였으며 1985년 [심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햇빛비타민』 『얼마나 많은 물이 순정한 시간을 살까』 등을 펴냈고 동국문학상, 한국시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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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00*160*20mm
ISBN13
9791161151526

출판사 리뷰

도서출판 문예바다가 기획한 우리 문단 유명 시인들의 서정시선집 그 열네 번째로 장순금 시인의 『낯설게도 다정해라』가 출간되었다.
1985년 『심상』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한 장순금 시인은 아픔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언어적 조탁능력이 탁월하다. 우리가 항용 느끼는 삶의 애환과 고통, 행복을 시인만의 감각적 언어로 그 의미를 더욱 깊고 아름답게, 진실되고 아프게 빚어내고 있다. 시인은 시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독특한 서정의 음색으로 독자들이 상상할 수 있는 미지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길은 멀고
시작 없는 끝은 늘 돌아가고 싶어 했다
달빛이 혼자 기우는 늦은 저녁엔
당신이
온통 허공이었다
― 「시인의 말」


햇살이 곱게 빻은 빛을 먹고 자란
잘 익은 참나무가

산에서 내려와

제 몸 쪼개
날 것은 익혀 주고 추운 손 데워 주고 은근히 눈 맞추며
태양의 아궁이 속에서 오래 구워져
묵언의 깊은 자정에 순하게 익어 가는 숯이 되고 싶었다

아름다운 것은 손을 대면 피가 그을려

처음,
세상 색 다 섞은 깜장색 파스텔이 손에 왔을 때
천 개의 색은 무념무상이 다듬은 한 가지 빛이었다

첫 손으로 그린 나무의 몸
속살 헝클어 일필로 엎지른 몸통에 무너진 봄, 검은 봄

날리는 파스텔 잿가루 허공으로 무위를 달려
마음을 태우고
색을 태워
봄의 숯덩이에 그을린 피, 불씨로 안고 있는
― 「숯」 전문


저녁이 쓰고 남은 손바닥만 한 온기에
그늘이 집을 지었다
한 번도 홀로 햇빛 속에 서 보지 못한
담벼락과 골목과 구석의
더듬더듬 어눌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막다른 길 앞에 납작 엎드린

한 번도 젖어 보지 못한
속내 안까지 샅샅이 비춘 햇살의 낯 뜨거운 흰 뼈들이
백야의 긴 밤을 오가도 등 뒤의 새벽은 보지 못해
지평은
밤을 나와 홀로 노숙하는 저녁에 몸을 기댔다

지상에 지분 없는 남루한 발들이 평화 한 뼘 그늘로 들어가
이불을 덮을 때

뜬구름을 덮고 자던 허공이
온기로 데워진 그늘을 한 겹씩 끌어당겨
제 발등을 덮고 있었다
― 「그늘 이불」 전문

우리가 등을 대고 동거한 사실은 아무도 모를 거야
음모가 등과 등 사이 깊은 골짜기에서 비밀스레 자라 있을 줄

음모의 검고 힘센 뿌리가 야음을 타고
스크럼을 짜듯 등을 한 몸으로 대고
뒤꿈치를 들고 서로 밖을 경계했다

믿기지 않아 자라지 않는 사랑처럼
바깥보다 등짝의 한기가 더 떨리는,

음모 한 올이 해를 보고 싶어 고개 쳐든 날
나는 단칼에 잘라 버렸다
음모는 밖으로 나오면 끝장이다

음모 한 접시 공복에 드시라
내 식탁에 놓고 간 이 누구?
― 「음모」 전문

어두운 바다에 간헐적으로 비추는 등대 불빛에 따라 파도의 높이가 요동친다.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드넓은 우주를 향해 자신을 다 쏟아 낼 듯 크게 심호흡을 하였다. 한기가 훅 스미어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빗방울이 듣기 시작하더니 한바탕 소나기로 바뀐다. 그 폭력 같은 슬픔에 감염된 자아를 지상으로 방출하면서 비로소 내 시의 집은 모습을 드러낸다. 허무를 느낄수록 더 극명해지는 시의식은 표현의 한계를 의식하면서도 끊임없이 그 고개를 넘어서는 길을 닦는다.
이미 내상을 입은 채 무의식의 야생지대에서 시다운 시를 꿈꾸는 모호한 허기는, 설명할 수 없는 삶의 그 무엇 때문이리라. 상처와 슬픔의 씨앗이 발아하여 타자와 소통하고 위무하는 길에서 느닷없이 쳐들어오는 중독 같은 절망에 지치지 않고 쓸 힘을 다시 얻기를 바랄 뿐이다.
― 「서정抒情을 향하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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