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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 2025.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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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네 사람이 과수원에 들어갔는데

그들의 이름은
수정 같이 맑은 대리석에 이르렀을 때
거짓말을 하는 자는 나의 목전에 서지 못하리라
그것을 바라보고 죽었다
성도의 죽는 것을 주께서 귀중히 보시도다 1
성도의 죽는 것을 주께서 귀중히 보시도다 2
성도의 죽는 것을 주께서 귀중히 보시도다 3
성도의 죽는 것을 주께서 귀중히 보시도다 4

2부 긴 담벼락을 따라 당신은 달리고 있다


반신전쟁
앞마당에는 박꽃이 피어 있다
안에서는 아마 고문이 행해지고 있고
당신에게는 돌아갈 집이 없다?
어떤 현실이 필요할까요
당신은 빈털털이다
그런 꿈을 꾸지 않으려면
담벼락 안에서는 아마

3부 그대가 꿀을 발견했는가


그것을 바라보고 병에 걸렸다 1
그것을 바라보고 병에 걸렸다 2
그것을 바라보고 병에 걸렸다 3
그것을 바라보고 병에 걸렸다 4
그것을 충분한 양만큼 먹되
지나치게 먹어 토하지 않게 하라 1
지나치게 먹어 토하지 않게 하라 2
지나치게 먹어 토하지 않게 하라 3
평화로운 마음으로 그곳을 떠났다 1
평화로운 마음으로 그곳을 떠났다 2

에필로그_ 너구리 라면

추천사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환생 보험 사업이 활개를 치는 근미래 사회를 그린 블랙 코미디 단편 「우리의 오리와 그를 찾는 모험」(『우리한텐 미래가 없어』 수록)으로 작품 발표를 시작했다. 사학과 여성학을 공부했고, 석사 논문으로 『성적 환상으로서의 야오이와 여성의 문화능력에 관한 연구』를 썼다. 인도에서 명상을 하며 사 년을 보냈다. 단체 활동가, 국책 연구소 연구원, 전시관 교육 기획자, 대학 교직원, 요가 선생, 가게 점원, 쇼핑몰 사장, 이런저런 잡글을 쓰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기억, 영성, 젠더, 동물에 대해 질문, 혹은 농담을 던지는 글을 쓰고자 한다. 사이보그 보모 할머니에 대한
환생 보험 사업이 활개를 치는 근미래 사회를 그린 블랙 코미디 단편 「우리의 오리와 그를 찾는 모험」(『우리한텐 미래가 없어』 수록)으로 작품 발표를 시작했다.

사학과 여성학을 공부했고, 석사 논문으로 『성적 환상으로서의 야오이와 여성의 문화능력에 관한 연구』를 썼다. 인도에서 명상을 하며 사 년을 보냈다. 단체 활동가, 국책 연구소 연구원, 전시관 교육 기획자, 대학 교직원, 요가 선생, 가게 점원, 쇼핑몰 사장, 이런저런 잡글을 쓰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기억, 영성, 젠더, 동물에 대해 질문, 혹은 농담을 던지는 글을 쓰고자 한다.

사이보그 보모 할머니에 대한 추억을 그린 SF 단편 「로바」(『글리치 엑스 마키나』 수록), 갱년기가 닥친 촉수괴물 외계공주 이야기 「변신」(『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 수록)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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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72쪽 | 424g | 128*200*22mm
ISBN13
9791159259258

책 속으로

내지는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것처럼 변색해서 나달거렸다. 명우는 조심스럽게 페이지를 넘겼다. 알아볼 수 없는 작은 글씨의 메모가 가득했다. 처음에는 한문이나 한글인가 했지만, 둘 다 아니었다. 군데군데 그림도 있었다. 도끼나 삼지창 따위의 무기, 북과 피리 등의 옛날 악기, 염소, 소, 코끼리, 개, 뱀 등 동물 머리를 한 사람들, 그 사람들이 성교하는 모양, 또는 머리가 여럿 달린 사람들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었다. 사람의 해골, 동물의 해골, 신체 여러 부위의 뼈 그림도 있었다. 어린아이의 그림처럼 서툴게 보이기도 하고, 또 다르게 보면 전문가가 세심하게 그린 것 같기도 했다. 명우는 그 그림들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하나가 특별하게 느껴졌다. 목이 잘린 벌거벗은 여자가 한 손에는 잘린 머리를,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는 그림이었다. 그 여자가 명우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명우는 뒤통수와 정수리에 전기가 통하며 발가락 끝까지 찌릿한 느낌이 들었다. 머리가 하얘졌다. 그때 뒤에서 누가 수첩을 가로채는 통에, 명우는 정신이 들었다.
--- pp.25-27

비가 오기 시작했다. 장대비가 내렸다. 빗줄기가 택시의 창문을 두들겼다. 택시가 빗물에 젖은 거리를 달리자, 빗물이 유리창까지 튀어 올랐고 바퀴는 새된 소리를 냈다. 갑자기 모든 것이 폭력적으로 아름답고 신비롭게 느껴졌다. 이른 새벽 도로에 차들이 서서히 늘어났다. 명우는 이 모습 뒤에, 폐허가 되어 식물로 뒤덮인 도시, 저 밑에는 핏물로 출렁이는 바다를 간직한 본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수첩만 가지게 되면, 모든 게 괜찮을 것이다. 더 이상 아무것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 p.70

네 시간 뒤에도 하늘은 어두컴컴했다. 몇몇 간판만 어렴풋하게 밝았다. 차들은 밀도 높은 어둠을 가르며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졌다. 여정은 아무도 없는 거리 벤치에 앉아 수첩을 호주머니에서 꺼냈다. 첫 번째 페이지는 텅 비어 있었다. 여정은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겼다. 끝까지 모든 페이지는 비어 있었다. 어젯밤 필립을 구급차에 태워 보낸 후, 여정은 거리에 앉아 수첩을 보면서 밤을 새웠다. 이제 다시 버스가 다니기 시작할 시간이 됐다. 여정은 수첩을 호주머니에 넣고 일어섰다. 버스 정류장 칸막이에 비친 자기 모습이 놀랍도록 아름다워 보였다. 버스가 왔다. 버스의 헤드라이트가 신비한 계시를 던지며 여정을 불렀다. 첫 차를 모는 버스 기사의 구부정한 등에 생의 비밀이 업혀 있었다. 버스 안에는 승객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여정이 버스를 탔을 때, 여정은 자신을 환영하는 박수갈채를 들었다.
--- p.139

어느 날 할머니는 집을 나갔다. 할머니는 일이 바쁜 엄마를 대신해 필립을 키웠다.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귀한 건 필립뿐이라고 늘 노래를 부르던 할머니는 어느 날 갑자기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가리교라는 중국 사이비 종교에 빠져서 할아버지의 유산을 깡그리 챙겨가지고 갔다고, 엄마는 치를 떨었다. 필립이 초등학교 4학년 때 일이었다.
할머니의 소식이 다시 들려온 것은 필립이 중학교 3학년 때였다. 7년 만이었다. 전화가 걸려 온 곳은 울산 근처에 있는 비구니 절이었다.
--- p.155

여정이는 자다가 깨어나면 내내 신문만 봤어. 애 아버지랑 나는 신문을 안 주려고 했지. 신문만 보면 우니까. 그런데 신문을 안 주면 더 불안해하고 화를 내. 그래서 신문을 안 줄 수가 없었어. 신문만 보면 세계에 일어난 모든 일이 다 제 탓이라는 거야. 어디에서 나쁜 소식이 생기기만 하면 걱정했어. (…) 꼭 자기가 지금 불 난 숲에 있기라도 한 것 같았어. 그런 사진과 뉴스를 보고 또 보고…. 먹는 것도 도통 아무것도 먹지 않으려고 했어. 고기는 집에 냄새만 나도 구역질하고… 밥이랑 과일만 먹었어. 집밖에는 전혀 외출도 하지 않았고 집 밖을 쳐다보는 것도 힘들어했어.
--- p.194

산다는 게 뭔지. 모든 게 다 일장춘몽이지, 안 그래? 이번 꿈에서 명우는 멍청한 벼락부자의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산다는 게 자꾸 비루해지다 못해 이제는 시시한 꿈 같았다. 하지만 이 꿈밖에는 어떤 나락이 있을까?
--- p.264

“나는 새 구세주가 오실 거라는 걸 알았어. 그리고 오신 거야. 내 기도의 응답으로. 다 이루어졌다. 보물도 돌아왔어.”
“보물이 돌아와? 조명우가 네 구세주야?”
“불신자 주제에 함부로 그분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마라.”
“명우가 너 같은 쓰레기를 구원해주겠대? 그게 구원자 맞아?”
“너네 같은 불신자들은 몰라. 나는 충성하는 법을 알아. 세상 누구보다도 더 잘 알지. 나는 모시는 분을 위해서 제일 더러운 일을 마다하지 않는 것뿐이야.”
여정은 휘철을 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휘철을 죽인다고 해도, 휘철은 스스로 순교한다고 믿고 죽을 뿐이었다.
--- p.313

사슴이 머리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자, 머리 위에는 제 목을 벤 여자의 별자리가 걸려 있었다. 사슴은 허공을 향해 힘껏 뛰어올랐다. 사슴은 끝없이 날아올라 갔다. 창공을 넘어, 우주를 건너, 그 여자에게로 갔다. 사슴은 이제 머리를 자른 여자가 되었다. 황갈색 피부의 여자는 사슴 머리를 했고, 별처럼 아름답고 산 만큼 크다. 여자는 한 손에 낫을 들고 있었다.
(…)
여정은 돌아서서 걸었다. 누군가의 꿈속을 걷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런 때는 조심스럽게 걸어야 한다. 꿈을 꾸는 이를 깨우면 안 되니까.

--- p.355

출판사 리뷰

인간의 욕망은 저주인가, 축복인가?
폭력과 욕망은 어떻게 관계하는가?
치열한 인간사에 녹아든 묵직한 질문!

“주술과 저주, 질투와 험담, 비밀과 음모, 믿음과 배신에 대한 어두운 이야기. 공허한 진실에 대한 기록. 모래 작가는 차갑고 정확한 문장으로 지독하게 얽힌 네 사람의 운명을 치열하게 파고든다.” - 강화길 (작가)

소설은 저주인지 축복인지 모를 기이한 힘을 지닌 수첩을 중심으로 각종 욕망의 투쟁이 벌어진다. 그리고 차고 넘치는 욕망으로 인한 폭력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네 인물이 안고 있는 결핍과 그들이 겪고 있는 현재의 사정을 낱낱이 서술하여, 결핍된 욕망이 폭력을 유도하는 상황과 결부되었을 때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지, 욕망의 투쟁이 어떻게 비인륜적인 현장을 만들어내는지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특히 1부에서는 수첩을 두고 벌어지는 욕망의 쟁탈전을 집중적으로 서술한다. 네 등장인물이 품고 있는 욕망의 풍경을 힌두와 불교적 색채로 묘사하는 등 모래 작가 본인의 연구가 깊이 녹아 있는, 그리고 이 소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남다른 오컬트적 깊이를 선사한다.

흥미로운 지점은 ‘수첩’을 가운데 두고 일어난 사건 이후의 등장인물의 행보다. 본래는 가장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정을 가지고 있던 명우. 그저 가정 폭력에서 벗어나고자 소원하던 명우는 세상에 폭력성을 전파하는 존재로 군림한다. 심지어 가리교에서 수차례 이루어졌던 ‘꿈 연구’의 잔재를 이용해 개인의 욕망을 이루려 한다. 기철은 과거에는 하루하루 망나니 인생을 살았지만 ‘수첩’과 조우한 이후 자원봉사자가 되며, 자신의 허영과 멋짐에만 집착하던 여정은 세계의 고통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마음을 여는 법이 없었고 세상에 단 하나 흥미조차 없었던 필립은 사랑의 의미를 알게 된다. 이들의 인생사와 옛 사이비 종교에 얽힌 비밀, 필립의 할머니에 대한 과거 이야기가 하나씩 풀려나가며 소설은 절정을 맞이한다.

“악에는 깊이가 없다.”는 한나 아렌트의 명언은 세계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악의 행위를 연구 할만하거나 고찰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세상의 악의적인 행위를 벌이는 자들이 유난히 특별하거나 유능한 자들이 아님을 말한다. 그렇듯 이 소설 역시 악인이 되어버리고 만 명우가 목표하는 것이 그 자신이 주장하는 것처럼 위대한 무언가가 아니었음이 폭로된다.

“세계는 잊힘으로써 사라질 것이다.”
꿈과 현실, 현실과 꿈, 그리고 다른 세계의 가능성

『드리머』는 한 사이비 종교 세력이 남긴, 가공할 힘을 가진 수첩이라는 오컬트 장르를 소재 삼아 살아 있는 인물들의 서사를 덧대어 ‘삶의 가능성’에 대한 훌륭한 성찰을 제공한다. - 이규락 (작가)

소설은 꿈과 현실의 세계를 오가며 『장자』의 ‘호접지몽’과 같은 오랜 철학적 테제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생생한 나비의 꿈을 꾼 장자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나비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나비가 나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이 짧은 물음은 다양한 의문을 파생시킨다. 나의 인생이 그저 누군가의 꿈과 같은 것에 불과하다면? 혹은, 다른 가능성의 세계가 있다면 지금의 인생은 어떤 가치를 갖는가? 이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소재 삼은 대중 영화들에서도 숱하게 다루어졌다. 그러나 기성의 작품들이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그저 가짜와 진짜로 이분하고 가상 세계를 그저 부정적으로 그리기만 하는 단순한 인식론적 관점하에서 그려졌다면, 『드리머』는 주제를 달리해서 한발 더 나아간다. 소설이 이 오래된 철학적 테제에 응답하는 방식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그려냈는지를 알고 싶다면, 당장 이 소설을 펼쳐보기를 권한다.

추천평

오컬트의 시대다. 그렇게 주장하고 싶다. 소설을 읽고 나니 더더욱 소리치고 싶다. 『드리머』는 이 시대의 소설이다. 주술과 저주, 질투와 험담, 비밀과 음모, 믿음과 배신에 대한 어두운 이야기. 공허한 진실에 대한 기록. 모래 작가는 차갑고 정확한 문장으로 지독하게 얽힌 네 사람의 운명을 치열하게 파고든다. 꿈속의 꿈, 현실 속의 현실을 넘나들며 진실을 탐구한다. 무엇을 믿을 것인가. 무엇을 배신할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사랑할 것인가. 망가진 인생의 한 귀퉁이를, 구겨진 모서리를 어떻게든 펴보려고 애쓰는 사람들. 나도 꿈을 꾼다. 그 꿈속에서, 나는 꿈꾸고 있는 나를 보고 있고, 내 마음에 깃든 어두운 욕망 역시 보고 있다. 때문에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수첩을 발견했다면 나 역시 망설임 없이 펼쳐봤을 것이다. 무슨 말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의 첫 장을 서슴없이 열어보기를. 꿈이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 - 강화길 (소설가,『화이트 호스』 『대불호텔의 유령』 저자, 작가)
지금과 아주 다른 삶의 가능성. 그것은 우리가 갈구하는 이야기이자 어쩌면 현재의 삶 속에서는 절대 이룰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드리머』는 한 사이비 종교 세력이 남긴, 가공할 힘을 가진 수첩이라는 오컬트 장르를 소재 삼아 살아 있는 인물들의 서사를 덧대어 ‘삶의 가능성’에 대한 훌륭한 성찰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드리머』는 등장인물을 둘러싼 탄탄한 관계성과 리얼리즘 소설에 필적할만한 단단한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오랜만에 서사를 읽어 내려가는 그 자체의 즐거움을 준다. 한번 시작하면 그 몰입감에 단숨에 읽어내려가면서도, 돌아보면 무시무시한 여운을 남기는 소설. - 이규락 (『기니피그의 뱃살을 함부로 만지지 말라』 저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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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욕망은 저주일까 축복일까? 오컬트로 풀어낸 삶의 가능성
    욕망은 저주일까 축복일까? 오컬트로 풀어낸 삶의 가능성
    202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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